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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방근무가 싫다”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속담에 “등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곧고 잘자란 나무는 쉽게 목수 눈에 띄어 통째로 베어져 건물의 기둥으로 사용되는 데 반해 등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어 누구도 거덜떠보지 않아 고향산천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잘난 자식은 출세를 위해 도시로 떠나고 못난 자식만이 고향에 남아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세태를 풍자한 표현이다.언제부턴가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람은 서울로 가야 제대로 된 출세를 할 수 있다. 서울은 사람과 돈과 권력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출세야 말로 진정한 출세라는 뜻이다.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고 있다. 한 나라 수도에 인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추세지만 우리처럼 인구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은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1970년대만 해도 나라 인구의 28% 정도가 수도권에 살고 나머지 72%는 지방에 분산해 살았다. 그러나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0년 내내 지방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려와 지금과 같은 언밸런스가 생겼다. 지금도 매년 수만명의 젊은이가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상경한다.수도권은 더이상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복잡하다. 주거공간이 부족하고 교통 혼잡은 물론 비싼 물가로 생활하기도 버겁다.대한상의가 수도권 청년 구직자(24∼34세)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73%가 “지방근무는 싫다”고 대답했다. 회사 선택의 기준도 연봉과 근무지역을 가장 중시했다. 청년들의 마음을 붙잡을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방도시 소멸 문제는 요원한 숙제일 것 같다.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14

장수마을의 9가지 생활습관

전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모인 장수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인구 통계학적 연구를 통해 장수의 비결을 밝히고 건강 장수를 추구하는 ‘블루 존’프로젝트 창시자 댄 뷰트너에 따르면 장수하는 사람들은 9가지 특정 생활 습관이 있다.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목적의식, 단순한 생활, 80%만 먹기, 채식, 하루 와인 한 두잔, 신앙심, 가족 우선, 올바른 관계 맺기 등이다. 특히 블루 존에서 공개한 전 세계 장수마을 가운데 이탈리아 반도 서쪽 바다에 위치한 사르데냐는 면적 2만4천89㎢로 약 164만명이 살고 있다. 2004년 블루 존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장수 비결 연구가 시작된 곳으로, 이 곳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낚시와 농사를 직접 지으며 살아간다. 현지에서 수확한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지역 사회 결속력도 중요하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고 떠들며 식사를 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르데냐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가족 우선주의’, ‘산책하기’, ‘노인 공경’, ‘하루 한두잔 레드 와인 마시기’, ‘친구와 함께 웃기’, ‘산양유 마시기’ 등이었다. 95~107세 장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항상 유머 감각을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보였다. 늘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란 얘기다.끝으로 장수에 도움 되는 식사법은 △매일 25g 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하도록 하고 △간식은 호두나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로 하며,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일주일에 2~3차례 먹고, △저지방 요구르트(요거트)를 매일 먹는 것이다. 장수비결은 세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대등소이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13

안동호의 쇠제비갈매기

우정구 논설위원 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쇠제비갈매기는 도요목 갈매기과로 제비를 닮은 조류다. 몸길이는 22∼28㎝ 정도로 작다. 이름에 쇠자가 붙은 것은 갈매기 종류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다는 뜻이다.몸의 윗면은 회색이며 아랫면은 흰색이다. 부리는 노란색이고 끝이 검다. 주로 바다나 강가에 서식하며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철새다. 호주와 필리핀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1만km가 넘는 거리를 날아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에서 여름 한철을 보낸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가 훼손되면서 10여년 전부터는 이들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제대로 된 번식지를 찾지 못한 새들이 뿔뿔이 흩어진 때문으로 짐작이 간다.2013년 5월 이런 쇠제비갈매기가 경북 안동호 쌍둥이 모래섬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본지는 전국 최초로 내륙지방에 정착하기 시작한 쇠제비갈매기의 생태과정을 수년간 추적 보도하면서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KBS가 본지의 보도에 이어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내보내기도 했다.안동호에 서식한 쇠제비갈매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안동호를 찾았다. 벌써 10년째다. 안동시는 매년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쌍둥이 모래섬 대신 쇠제비갈매기 보호를 위해 2019년에 인공섬 두 개를 새로 만들었다.안동시의 이런 노력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쇠제비갈매기가 매년 새로운 안식처인 안동호를 찾게 됐고 안동호 쇠제비갈매기는 이젠 안동호의 새 명물로 등장한 것이다. 안동시는 현재 안동호에는 새끼를 포함해 18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이 안동호의 새로운 볼거리까지 만들었으나 일거양득한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12

북핵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전투기는 상대의 레이더, 적외선탐지기, 음향탐지기 등 모든 탐지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 은폐기술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를 말한다.세계 최초의 스텔스기는 1974년 미국이 개발한 F-117기다. 나이트호크라 불리는 이 전투기는 1989년 미군의 파나마 침공 당시 처음 실전에 투입됐다. 이후 1991년 걸프전에 모두 44대가 참전하여 단 한 대의 손실도 없이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B-2는 스텔스폭격기고 F-22와 F-35는 스텔스전투기다. 우리는 2018년 3월 세계 최강 성능의 스텔스기인 F-35를 처음 도입했다. F-35는 최대 속도 마하 1.8로 전투반경만 1천93km 거리다. 공대공 미사일 등 엄청난 파괴력도 보유하고 있다.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피해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의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투기로 알려져 있다.지난 7일 한미공군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F-35 스텔스 전투기 등 20대를 동원해 서해 상공에서 대북 연합무력공중 시위를 벌였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연합 방위능력과 태세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신속하고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했다.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스텔스기로 무장한 한미연합 무력시위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를 얼마나 억제할지 알 수 없다. 다만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북한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면 다행이다. 새 정부는 스텔스기로 무장한 훈련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정책의 일단면만 선보인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9

스키터 증후군

여름철 모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괴로워지는 사람들이 바로 스키터 증후군 환자들이다. 스키터 증후군은 모기에 물렸을 때 남들보다 훨씬 심하게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화끈거려 고생하는 증상을 가리킨다.모기는 흡혈하면서 자신의 타액을 우리 몸에 남기는데, 우리 몸속 면역세포는 모기의 타액을 위험한 외부 물질로 인식하면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스키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이 알레르기 반응이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 모기 물린 자국을 보고 스키터 증후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부기, 지속 기간, 물집 발생 여부 등을 비교해보면 된다. 살짝 붓고, 가려움이 1~2일 사이에 가라앉는다면 스키터 증후군이 아니다.그러나 스키터 증후군이라면 물린 자리가 심하게 부풀어 오른다. 손등에 물리면 손 전체가 새빨개지고, 발목에 물리면 부종이 있는 사람처럼 다리가 붓는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0일 이상 증상이 이어진다. 성인보다 면역체계가 미숙한 어린이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특히 모기에 물렸을 때는 가렵더라도 긁으면 안 된다. 내부 조직이 손상돼 염증 반응물질이 분비되면서 가려움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냉찜질하면 가려움증을 완화할 수 있다. 모기에 물렸다면 낫기를 기다리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숨이 차거나 어지러우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증상에 따라 항생제 연고,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한다.모기를 피하려면 밝은색이나 긴 옷을 입고, 선풍기를 틀어서 모기를 쫓는 게 좋다. 허브오일이나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외부 활동 후에 땀을 바로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건강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8

국민고기 삼겹살

우정구 논설위원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돼지고기 부위다. 비계가 세겹으로 겹쳐 보여 삼겹살이라 부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즐겨 먹는 대표 고기다.지방의 함량이 높고 단백질은 적지만 지방의 고소한 맛과 육단백질의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뤄 모든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로 구이로 많이 먹지만 김치찌개로도 잘 먹는다.고기의 신선도 유지가 어려웠던 과거에는 보통 고기를 삶거나 찌거나 국으로 끓여 먹었다. 삼겹살을 구이로 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외식문화의 등장으로 육류소비가 많이 늘어난 1970년대 중반 이후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삼겹살이 국민고기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힘들 때도 소주 한잔과 곁들여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만만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항상 서민 곁에서 위로해 줄 소울푸드인 셈이다.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린 적도 여러 번 있다. 서민과 친숙한 삼겹살이 가격이 올라 행여 서민 곁을 떠날까 봐 걱정해서 그렇게 불렀다. 최근 삼겹살 가격이 1근에 2만원 육박한다는 소식이다. 생삼겹살을 사먹기가 부담스러워져 냉삼겹살을 사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삼겹살이 또다시 금겹살로 둔갑할 모양이다.최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전년에 비해 대폭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곡물가격이 가축사료 값을 끌어올린 탓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나돌고 1년 중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비싼 값을 형성하는 7∼8월을 앞두고 있어 삼겹살 가격이 얼마나 더 뛸지 모두가 걱정이다. 국민고기 삼겹살 가격을 지킬 대책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7

골드번호 받는 법

골드번호는 번호 4자리가 똑같거나(0000), 연속되는 숫자(1234), 또는 특정 지역(4000)이나 단어가 연상되는 2424나 0404 같은 기억하기 쉬운 번호를 가리킨다.특히 전화번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행운의 번호로 알려진 7이 4번 반복되는 ‘7777’같은 번호를 가진 분들을 보면 이런 번호를 어떻게 받았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이삿짐 센터의 경우 예외없이 2424번을 사용하는 데, 실제로 번호가 외우기 쉬워서 그런지 문의전화가 더 많이 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2010년대 중반까지 이런 ‘골드번호’는 개인 간에 사고파는 것도 가능했는데, 특정 번호는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정부가 이런 번호를 ‘국가자원’으로 규정하면서 개인 간 거래는 금지됐고, 불법 거래할 경우 최고 수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매년 이른바 ‘골드번호’ 5천 개를 내놓고 공개 추첨으로 배정하고 있다.공개추첨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되는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올해는 KT가 8일까지, LG유플러스는 12일까지 공식 대리점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1인당 최대 3개의 희망 번호 접수를 받고 있다.골드번호를 영업이나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은 이들은 이 기간에 신청해 행운을 기다리면 된다. 다만 외우기 쉬운 번호일수록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경고다.세상만사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골드번호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은 즉각 신청을 서두르시라./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6

경산 자인단오제

오늘이 음력으로 5월 5일 단오날이다. 단오날을 맞아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리는 경산 자인단오제는 지역행사로서는 독특한 면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신라시대 때부터 전승돼온 민속행사라는 것만으로 주목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단위 민속축제며, 축제 내용이 비교적 온전하게 전수돼 지역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볼거리다. 또 자인면 주민들이 잘 단합해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왔다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단오행사는 지역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성이 있다. 단일행사로 가장 큰 규모는 강릉단오제다. 강릉단오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돼 있으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산 자인단오제도 국가무형문화재 44호로 지정받아 지금은 단오제로서는 강릉단오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인정을 받는다.자인단오제는 신라시대 한장군을 섬기는 제례 행사에서 유래했다. 한 장군의 실존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한장군은 자인면의 수호신이다.신라시대 자인면 부근에 있던 왜구들이 자주 마을로 침범해 주민을 괴롭히자 한장군은 여동생 등과 함께 여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그들을 유인한 뒤 모두 섬멸했다는 전설이 있다.한장군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을 주민이 그의 사당을 짓고 제례를 올리면서 연 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 당시 왜구를 유인하기 위해 추었던 춤인 여원무를 비롯 한장군묘 제례와 창포물에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 단오굿 등 각종 민속 연희가 이날 단오제 행사에서 재현된다. 우리 지역서 열리는 축제도 이 정도면 볼만하다. 오늘부터 3일간 열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2

검은 코끼리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검은 코끼리는 지구온난화를 불러일으키는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경고하기 위한 용어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있지만 모른 척하면서 해결하지 않는 문제를 의미한다.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쳐서 만든 말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후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늦어줘서 고마워요(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빗댔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큰 위기로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모두들 외면한다는 것이다.이 용어의 어원에 쓰인 ‘검은 백조(Black Swan)’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 큰 충격을 주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의 투자전문가 나심 탈레브의 저서 ‘The Black Swan’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대를 예언하면서 점차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게 됐다. ‘방 안의 코끼리’란 용어 역시 비유적 표현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크고 무거운 문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즉,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하며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명백한 문제 또는 위험으로 다수가 반대할 것 같은 상황에서 괜히 먼저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킬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환경파괴가 전지구적인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면서도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지구온난화는 인류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대응책을 세워야 할 문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1

여성 장차관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음에도 조직의 관행과 문화 등에 막혀 고위직으로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원래는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막는 조직 내 장애라는 의미로 사용됐으나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흑인이나 소수민족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상황에도 이 말을 사용한다. 유리천장 지수라는 게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부터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10가지 지표로 가중 평균해 발표한 수치다. 지수가 낮을수록 여성차별이 심하다는 뜻이다. 10가지 지수에는 간부직의 여성 비율, 성별 간 경제활동 참여율, 성별 간 임금격차, 남·여성의 육아휴직 등이 포함돼 있다.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7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가 상위권이다. 미국은 102년 전부터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나라다. 그럼에도 아직 여성 대통령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으로 그가 부통령으로 지명한 카멀라 해리스는 백악관 내 유리천장을 깬 최고위직이 됐다. 여성이자 흑인이며 아시아계, 이민자의 딸이라는 장벽을 모두 넘어선 것이다.여성의 사회진출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나라가 당연히 선진국이다. 한미정상회담 때 “새 정부 내각에 남자가 많다”고 한 외신기자의 지적이 따갑게 들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의식한 지는 모르나 최근 4명의 장차관을 여성으로 발탁 인사했다. 외신에서 보는 눈총을 따갑게 느끼기 전에 여성 중용의 인사기조를 찾아가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 아닐까./우정구(논설위원)

2022-05-31

신용카드 할부항변권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신용카드 할부항변권 민원이 늘고 있으나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할부항변권은 할부거래업자가 재화·서비스 등을 계약 내용대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 잔여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말한다. 신용카드 할부거래 시 △할부금이 20만원 미만인 거래 △할부기간이 3개월 미만인 거래 △상행위를 위한 거래 △할부금을 이미 완납한 거래 등에 대해서는 할부항변권을 주장할 수 없다.특히 상행위를 위한 거래는 수익금 배당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한 거래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재화·용역거래를 가장해 신용카드 할부결제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사기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리(상행위) 목적 거래라는 이유로 항변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유의사항도 알아두는 게 좋다. 해외여행·직구 시에는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해외결제 방지서비스를 활용해 부정사용을 사전예방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정보 활용동의 서비스를 신청하면 카드사가 회원의 출입국정보를 제공받아 귀국 이후의 해외결제 승인을 제한해 부정사용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가상카드 발급서비스의 경우 해외직구 시 소비자가 정하는 기간 또는 횟수만큼만 유효한 카드로 결제를 진행해 실물카드 정보 유출을 방지한다.또 해외에서 신용카드 거래할 때에는 원화가 아닌 현지 통화로 결제를 진행해야 한다. 원화로 결제하면 원화결제서비스 이용수수료(결제금액의 약 3~8%)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위해선 해외에서 신용카드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는 꼭 알아두는 게 좋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30

미친 물가

런치(lunch)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물가상승으로 직장인의 점심값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폭등한 점심값 부담을 호소하는 직장인의 글들이 속출하고 있다. 편의점 가는 직장인이 늘어나는가 하면 일부 직장인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고도 한다.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각 나라 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40년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이 무려 8∼9%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은 4월중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글로벌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13년 반만에 4.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민층의 생활필수품인 쌀, 라면, 달걀 등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7%가 올랐다.지난주 한국은행은 수정경제 전망을 하면서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4.5%로 잡았다. 실질적으로 5%대 상승을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다. 물가는 그 사회의 상품가치를 총체적으로 평가한 수치다.경제학자들은 물가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은 경제가 상승세를 탄다는 긍정적 신호로 본다. 반면에 물가가 급등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국민 모두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면 올라가는 것보다 경제가 더 나빠 지옥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나라 경제가 잘되려면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냉면값이 1만원을 넘었다. 삼겹살은 값이 너무 올라 금겹살이라 부른다. 미친듯 오르는 물가를 잡아야 서민경제가 살고 국민이 편하다. 새 정부 경제팀의 역량 평가가 미친 물가 손에 달렸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29

대구근대골목길

우정구 논설위원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규정했듯이 역사란 항상 과거와의 연결점에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시간 만나는 역사의 현장이 신비롭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대구근대골목은 대구시 중구 일대에 조성된 테마 골목길이자 관광코스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대구시내에 세워졌던 건물과 흔적 등을 관광 상품화한 것이다. 서문시장과 약전골목, 계산성당, 제일교회, 3·1 만세운동길, 대구 최초의 근대백화점인 무영당 등을 중심으로 골목골목마다 숨겨져 있던 당시의 모습과 이야기들을 들춰내 재미있게 엮은 관광코스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2008년부터 시작해 지금은 다섯가지 코스로 역사 탐방길을 만들었다. 한국관광 100선에도 여러 번 선정됐다.특히 투어 길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거쳐갔던 장소와 그들의 정신과 흔적을 볼 수 있게 꾸민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그리고 국채보상운동의 주역 서상돈 선생의 고택도 만날 수 있다.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이 계산성당을 배경으로 그린 100년 된 이인성 나무(감나무)도 현장에서 마주한다.‘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청라언덕과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이 살던 고택과 그가 설립한 삼성상회의 옛터도 관광 중에 만난다.‘세계가스총회’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일정에 없던 대구근대골목길을 찾았다. 옛 추억이 있던 대구에서의 향수를 느끼며 다녀간 그 길은 현직 대통령의 발길이 닿음으로써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가 더해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26

열섬현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5월 대구의 한낮 기온이 33℃까지 올라가는 열섬현상이 화제다.열섬 현상은 인구의 증가·각종 인공 시설물의 증가·콘크리트 피복의 증가·자동차 통행의 증가·인공열의 방출·온실 효과 등의 영향으로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도심의 기후가 주변지역과 다른 독특한 현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1927년 오스트리아의 기상학자 W. 슈미트가 수도 빈의 기온분포를 조사해 도심으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부터다.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상의 기온 분포를 나타내며, 열섬의 강도는 여름보다 겨울에, 낮보다는 밤에 현저하게 나타난다.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한반도에서는 4가지 요인에 따라 열섬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평년보다 강력한 티베트 고기압이다. 티베트 고원의 눈이 많이 녹아서 땅이 가열되고 있는데, 이 열기가 열돔을 강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번째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차가워지는 라니냐현상이다. 라니냐는 서태평양 아열대 지역에 비구름을 집중시키는 반면, 우리나라 주변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화해 열기를 더한다.세번째와 네번째 요인은 인도를 강타하고 있는 강력한 폭우구름과 북대서양에 나타난 변칙적인 수온이다. 현재 인도 북동부에는 강력한 폭우구름이 발달하고 있으며, 수천Km 떨어진 한반도의 폭염을 강화하고 있다.열섬현상을 유발하는 지구온난화 문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공동대처해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25

WHO의 경고

우정구 논설위원 팬데믹(Pandemic)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언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6단계로 등급을 구분한다.1단계는 동물에 한정된 감염, 2단계는 동물간 전염을 넘어 소수 사람에게도 전염된 상태.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이 증가한 상태다. 4단계는 사람들 감염이 급속히 확산된 경우고 5단계는 감염이 2개국 이상에서 유행하는 상태며 6단계는 다른 대륙국가에서도 유행을 보이는 상태일 때를 말한다.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한 질병은 14세기 중엽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 홍콩독감 등이 있다.살이 썩어 검게 되는 흑사병은 당시 유럽 전체 인구의 30∼40%를 몰살시키는 등 중세 유럽을 초토화한 질병이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도 전 세계 인구의 5천만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1968년 발생한 홍콩독감으로는 1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세계보건기구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5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종식되지 않는 한 어떤 곳에서도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그는 “거의 70개국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저개발국의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률이 저조한 것이라 했다.거리두기 해제로 코로나 경계심을 풀고 있는 우리에게 그의 발언은 주의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는 점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국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대 밑으로 떨어졌으나 재유행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많다. 유비무환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24

사라지는 꿀벌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 실종 현상은 21세기에 들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군집 붕괴 현상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작돼 3월까지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충청북도까지 북상하며 발생했고, 4월 들어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관찰되는 등 전국적 사건이 됐다.전국적으로 77억여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면서 양봉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21세기에 들어 양봉 농가는 등검은말벌과 같은 외래 천적의 침입, 낭충봉아부패병과 같은 질병,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여름과 점점 더 더워지는 겨울의 특징을 보이는 기후 변화 등으로 꿀벌 개체 감소와 꿀 생산량 급감을 겪어왔다. 올해 꿀벌 개체 감소는 유례없이 큰 규모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가운데 일부 국내 기업들이 꿀벌 생태계 복원 사업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솔라비하이브’를 개발해 꿀벌 4만 마리를 관리하기로 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통해 벌통 안의 온도와 습도, 먹이 현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꿀벌의 천적이 나타나면 이를 감지해 침입을 차단하는‘보호 기능’까지 탑재했다. KB금융그룹도 사회적기업과 손잡고 꿀벌에게 먹이를 주는‘밀원숲’을 조성하기 위해 강원 지역에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 그루를 심기로 했다.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농작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꿀벌이 없으면 식량도 사라진다는 의미로, 꿀벌이 생태계에 갖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꿀벌의 실종은 궁극적으로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일이다.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23

풀뿌리 민주주의

우정구 논설위원 풀뿌리 민주주의란 의회제에 의한 간접 민주주의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주민이 직접 정치에 관여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뜻한다. 1935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이 말이 처음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기초로서 지방자치를 의미하는 뜻으로 주로 사용된다.우리나라는 1952년 지방자치를 처음으로 시작했으나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다. 이후 30년만인 1991년 군의회와 시도의원에 대한 선거가 다시 시작됐고, 1995년부터는 기초단체장, 시장·도지사 선거가 시작되면서 전면적 지방자치가 부활했다.6·1 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에서 17명의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79명, 기초의원 2천602명을 뽑게 된다. 그야말로 지방의 살림살이를 맡게 될 지역일꾼에 대한 지역민의 선택이 있을 예정이다. 새롭게 뽑힐 지역일꾼들이 지역을 위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전례없이 무투표 당선자가 많이 나와 김빠진 선거가 됐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3명의 기초장과 40곳의 시도 광역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그들의 공약이나 자질을 검증할 여지조차 없어 풀뿌리 민주주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특히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80여일 만에 열리는 지방선거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동시에 실시됨으로써 대선 연장전 성격마저 짙어 지방선거의 참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지역주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뜻을 살릴 지역민 현명한 선택이 있어야 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22

훈민정음 넥타이

우정구 논설위원 넥타이는 남성 정장패션의 완성이다. 특별하고 중요한 날이면 남성은 넥타이를 매야 상대에 대한 최상의 예를 갖추는 게 된다는 것이 통상의 인식이다.넥타이는 1600년대 루이 14세를 호위하기 위해 프랑스 왕궁으로 간 크로아티아 용병들이 목에 착용했던 비단 천 조각인 크라바트(cravat)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탈리아어로 넥타이를 크라바트라 부른다.당시 용병들의 목에 맨 크라바트는 전쟁에서 무사 귀환할 것을 바라는 아내와 혹은 애인이 부적처럼 목에 걸어주었던 천이다. 루이14세가 관심을 보이면서 프랑스에서는 어느덧 유행처럼 번져 옷 장식이 됐고, 영국으로 건너가서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뀌어 넥타이로 불렸다고 한다.한동훈 신임 법무장관이 취임식 날 매고 등장한 넥타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 화제다. 깔끔한 그의 옷차림과 잘 매치된다며 넥타이 제품에 대한 품평도 이어졌다. 그가 맨 넥타이는 조선 세종 때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작품인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이 디자인된 제품이다. 시중 유사제품 가격이 9천원짜리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명품 부럽지 않다”는 댓글까지 달리며 화제를 낳았다.전 정권 아래서 네 번이나 좌천당했다는 한 장관에 대한 관심은 넥타이 말고도 그의 취임식 동영상 조회에서도 입증됐다. 장관 취임식 조회 100만회는 아주 이례적이다.특정인의 넥타이 하나에도 네티즌이 열광하는 것은 온라인 문화의 특성이다. 그러나 한 장관에 대한 관심은 특정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 사회적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그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나타날 네티즌의 반응이 사뭇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9

키오스크와 ‘디지털 디바이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 여파로 인해 비대면서비스가 당연시되면서 각종 매장, 상업시설에서 키오스크의 등장과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디지털 디바이드’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디지털 디바이드’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사용하게 된 용어로, PC와 휴대폰의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대에 나타난 계층간 정보격차 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고령층의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 조작 미숙으로 정보격차를 느끼며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특히 웬만한 식당이나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이런 정보격차 현상을 피부에 와닿게 한다. 말로 하는 주문이 익숙한 50대 장년층 이상에게 키오스크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자칫 우물쭈물하다가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일부 고연령층은 주문을 하지 못한 채 다시 줄의 맨 뒤로 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다. SNS에서도 키오스크 사용에 애를 먹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부쩍 늘었다. 어떤 이는 “어머니가 ‘내가 이제 햄버거도 혼자 못살 정도로 나이가 들었나?’라고 속상해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토로했다.실제로 국내 민간분야 키오스크 운영수는 2019년 8천587대에서 지난 해 2만6천574대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그만큼 언택트 바람을 탄 키오스크 도입은 대세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접근성이 좋은 주민센터 등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늘리는 등 지자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해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건 당연하다. 문명발달에 따른 소외현상은 현대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보격차 역시 마찬가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18

노잼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노잼은 no+재미의 뜻으로 재미없다는 말의 신조어다. 반대말로 예스잼이나 꿀잼, 유잼이 있다.다음 달 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되는 후보가 전국적으로 496명이나 된다. 전체 등록후보 7천616명의 6.5% 수준이다. 최근 20년 이래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자가 나와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대구와 경북, 광주와 호남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집중 몰려 눈총을 받고 있다.두 지역 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광역의원의 경우 전체 의원 수 가운데 대구는 69%, 경북은 31%가 무투표 당선자다. 광주는 55%, 전남은 47%가 무혈입성한다고 하니 선출 없는 선출직의 대거 탄생이란 말이 맞다.우리나라 공직선거법 275조에 따르면 무투표 당선이 되면 후보 신분은 유지하나 선거기간 동안 선거운동을 못한다. 선거가 끝나면 바로 당선이 확정되는 것이다.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모양새이니 선거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를 노잼 선거라 부른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투표 당선자가 선거운동을 못하니 후보자의 공약이나 자질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특정정당에서 자기 사람을 심거나 줄을 세우고 계파정치 행세를 할 소지가 커 선거가 왜곡될 수 있다.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할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가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방자치 발전의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정정당에 대한 편향성이 낳은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치의 후진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 지방선거 전반에 대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