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장 한국적 음식은 김치나 된장과 같은 숙성음식이다. 미국인에게 가장 미국적인 음식은 무얼까? 단연코 아메리칸 파이다. 그중에서도 애플파이다.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 어느 곳에서나 즐겨 맛볼 수 있는 미 국민의 디저트다. 요리 방법도 지역따라 각양각색이다. 아메리칸 파이 축제도 많이 열려 미국 여행 때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이다.
미국 숙어에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주 미국적’이라는 뜻이다. 아메리칸 파이를 미국의 상징처럼 표현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그의 학창시절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화제다. 아메리칸 파이는 ‘빈센트’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돈 맥클린(77)이 작곡한 곡이다.
인기 절정인 가수들이 1959년 다음 순회공연을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한 것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이 곡은 ‘그날 음악은 죽었다(the day the music died)’라는 가사로 국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원작자 맥클린은 백악관 국빈만찬에 초대를 받았지만 콘서트 투어 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윤 대통령의 노래를 듣고 “내년에 한국에 가서 함께 노래할까 한다”고 화답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윤 대통령의 노래 선곡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미국적인 이미지의 아메리칸 파이였다는 것은 절묘한 측면이 있다. 외국인이 아리랑 노래를 우리말로 불러 한국인에게 감흥을 안겨주는 것과 같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부른 이 노래가 양국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더 높여주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음악이나 예술이 갖는 마술같은 효과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