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헤저드는 19세기말 영국의 보험회사들이 피보험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르키는 말로 처음 사용됐다.
자동차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안전운전을 할 텐데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비용은 보험회사가 물어준다는 생각에 운전을 소홀히 한다는 뜻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금은 법적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니 집단이기주의적 행위를 가르키는 행동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이나 정치인의 도덕적 결함도 모럴 헤저드의 범주에 든다.
미국 등 서구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의 힘’으로 표현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르키는 용어다.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사회 지도층일수록 지위에 걸맞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예시로 프랑스 칼레시 지도층의 행동이 자주 인용된다. 영국과의 전쟁에 패배한 대가로 6명의 대표시민 목숨을 요구받은 칼레시는 당시 도시의 최고 부호와 고위층이 스스로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건진다.
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은 이처럼 매우 엄중하고 엄숙하다. 특히 가진 자의 도덕심은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진다.
한국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덕목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궁핍 마케팅으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모럴 수준을 걱정해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