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의 계절이다. 시골 길 차창 밖으로 아까시나무 흰 꽃이 산등성이를 감싸며 펼쳐졌다. 창을 열자 진한 꽃향기가 온 몸을 스친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나무는 사실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5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 6월까지 향기를 뿜어낸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는 시기다. 산불 발생이 줄어드는 시작을 알려 산림 공무원들이 가장 반긴다.
미국이 고향인 아까시나무는 19세기 말 국내에 들어왔다. 일제 강점기 때 산림녹화와 목재 및 땔감용으로 심었다. 번식력이 강해 묘지 주변에 뿌리내리면 제거가 어려워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전형적인 콩과 식물로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시켜 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아까시나무 꿀은 양이 많아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다. 한 때 우리나라 나무의 10%를 차지했다. 국내 꿀 생산의 70%를 담당했다. 화력이 강하며 연기가 적어 땔감으로 적합하다.
목재로도 쓸 만하다. 내구성이 좋아 공사장 방벽이나 받침목 등의 자재로 사용된다.
아까시나무 꽃과 뿌리껍질은 약재로 사용된다. 이뇨, 소염과 항염증 성분이 함유돼 있다. 붉은 꽃이 피는 원예종은 관상용으로 인기다.
30년생 아까시나무는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연간 약 13.8t으로 국내 나무 중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상수리나무(14t)와 비슷하다. 꿀벌의 고장 칠곡군은 아까시나무로 친환경 상패를 제작, 보급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이렇듯 환경친화적이다. 꿀과 향기, 각종 자재까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준다. 고맙기 짝이 없는 나무다.
/홍석봉(대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