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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천마도여

등록일 2023-05-07 18:14 게재일 2023-05-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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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경주 천마총 발굴은 박정희 전 대통령 특명에 의해 시작됐다. 천년고도 경주를 관광수도로 만들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이 발굴로 이어진 것인데, 경주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1973년 국민적 관심 속에 시작한 천마총 발굴은 우리 발굴 사상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될 만큼 귀중한 유물을 찾아낸다. 1만여 점의 유물 속에 발견된 신라금관은 당시 국민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발굴 100여 일 만에 수습된 금관은 금관을 보고 싶어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따라 다음날 청와대로 잠시 옮겨진 일화도 있다.

천마총 금관은 지금껏 발견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지증왕의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고 한다.

천마총 발굴의 하이라이트는 천마도(天馬圖)다. 보통 사람의 시선이 금관에 모두 쏠렸지만 천마도 발굴은 나라를 발칵 뒤집을 만한 큰 사건이다. 고구려나 백제처럼 신라에는 무덤벽화가 없어 천마도가 가지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천마도는 말의 안장 장식의 일종인 장니에 그려진 그림이다. 연약한 자작나무 껍질에 1천500년을 견디어 온 것 자체가 신비다.

발굴 당시 김정기 단장은 그의 회고에서 천마도를 무사히 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심한 공포감에 빠졌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머리에 뿔 비슷한 게 달려 한때 천마가 아닌 기린이란 논쟁도 있었으나 천마로 결론이 났다.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나는 듯한 흰색 천마가 9년만에 실물 공개됐다. 빛에 약해 지금까지 단 세차례 밖에 공개되지 않았던 천마도를 7월 16일까지 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하니 가 보길 권한다.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신라 유일의 회화 천마도 감상의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나.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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