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우리 직장인들의 ‘직장 갑질’ 감수성이 낙제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19∼55세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68.4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등급으로 따지면 D등급(4등급)에 해당하는 낮은 점수다.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국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사는 총 30개 문항에 관해 묻고,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 1∼5점으로 답하게 했다. 그 결과 ‘갑자기 일을 그만둬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목은 감수성 점수가 43.7점에 불과했다. ‘회사가 어려워도 임금은 줘야 한다’는 질문은 84.6점으로 감수성 점수가 가장 높았고, ‘상사가 화가 났어도 심한 언사(욕)를 하면 안 된다’, ‘아주 가끔이라도 모욕적인 업무지시는 불필요하다’도 점수가 높은 영역이었다.성별로 보면 여성이 70.99점으로 남성(66.41점)보다 감수성 점수가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9.35점으로 가장 높았고 30대(68.94점), 40대(68.37점), 50∼55세(66.25점)로 갈수록 점수가 떨어졌다. 상용직(67.56점)보다는 비상용직(69.61점)의 점수가 높았고, 직급별로는 일반 사원급이 69.66점으로 상위관리자급(63.73점)보다 5.93점 높았다.조사 결과 갑질 감수성이 낮은 항목은 불시 퇴사에 대한 책임, 능력 부족 권고사직, 시간 외 근무, 부당한 지시, 채용공고 과장 순이었다. 이 같은 항목들에 대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70점 이하, 즉 D등급에 해당하는 항목으로는 휴일·명절 근무, 신입사원 교육 관련 강압성, 법정휴가 사용의 자율성, 휴일 체육대회·MT, 회식·음주 등이 포함됐다.지난해 조현민·양진호 사건 등 대형 갑질 사건이 터지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식이 높아졌다. 한동안 모든 언론이 직장 갑질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특별하게 환경이 개선됐다는 증거도 없이 흐지부지돼 버렸다. 조현민이나 양진호 사건은 그것이 특별한 횡포이기는 했지만, 주목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떠들썩했던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니 드러낼 수조차 없는 ‘절대 약자’인 하위직 직장인들의 말 못 할 속사정이다. 곧 시행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중요한 것은 직장문화 자체의 개선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직장 갑질’이 모두 사라진 건강한 사회로 가야 한다.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