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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소하지만 보석같은 회화작품 세계로

대구미술관은 소장품 중 약 78%에 이르는 회화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소장품 기획전 ‘회화적 지도 읽기(Map Reading of Painting)’를 9일부터 8월 18일까지 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회화적 지도 읽기’전은 대구미술관의 회화 소장품 중 대중에게 많이 소개하지 않은 또는 소개한 적 없는 보석 같은 작품을 알리고,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연구해 소장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곽훈, 김종복, 송창, 신경철, 안지산, 윤명로, 이강소, 임동식, 조나단 가드너, 최민화, 힐러리 페시스 등 작가 44명의 작품 82점을 △상상의 지형학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 △캔버스 너머의 방위각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 등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첫 번째 섹션 ‘상상의 지형학’에서는 과거부터 회화의 주된 대상이었던 자연을 담은 회화를 선보인다. 현대의 화가들은 단순히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과 메시지, 실험적 욕망과 바람을 내포하며 자연을 흡수하고 상상한다. 정태경, 정주영, 송명진, 김종복, 김지원, 안두진, 유영국, 윤명로, 차규선, 신경철, 김선형 등이 펼친 무한개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박다원, 오세영, 노은님, 김영주, 황창배, 이영륭, 곽훈, 이열, 이강소, 이배의 추상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20세기 서구현대미술의 주축을 이뤘던 추상미술은 대상의 구체적 묘사를 기피하고 작가의 의지에 의한 추상적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마치 계획 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추상회화는 붓질에 담긴 작가의 감정과 숨결로 인해 저마다의 주체적 개성을 강조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효과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세 번째 섹션 ‘캔버스 너머의 방위각’은 점·선·면을 활용한 기하학적 추상회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20세기 이후 회화의 종말이 선고됐지만 시간성과 공간성, 나아가 작가의 노동적, 심미적 요소들이 축적되며 회화는 여전히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우환, 최명영, 김용수, 박두영, 이교준, 손아유, 유희영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위각으로 무한 확장하는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에서는 조금 더 현실로 내려와 다양하게 ‘축척’된 현대적 삶의 지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안지산, 홍순명, 공성훈, 이명미, 힐러리 페시스, 박자현, 안창홍, 최민화, 임동식, 송창, 배윤환, 로베르 콩바, 성백주, 정강자, 한운성 등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작가의 시선이 담긴 일상의 풍경, 역사적 과거와 시대정신, 한국 전통과 해외 생활상 등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넘나들며 다층적 삶의 면모들을 펼쳐본다.전시를 기획한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방대한 지표들이 총집합한 지도를 독해하며 길을 찾듯, 대구미술관 회화 소장품들이 각자 품고 있는 독자적인 시각과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미술관이 걸어온 작품 수집의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시 중 도슨트, 참여 이벤트, 교육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천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8

“학업 스트레스 다 풀었어요”

포항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차웅)은 지난 4일 포항 영신고 벽산관에서 ‘4월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했다.지난 3월 차웅 예술감독 취임 이후 찾아가는 음악회가 추진되면서 영신고 학생들에게 학업으로 쌓인 피로감을 날려주고 새로운 활력을 주는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진 공연이다.이번 찾아가는 음악회는 ‘사제동행 음악회’라는 부제로 차웅 예술감독의 지휘와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진행했으며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 1·2번을 시작으로 오페라 ‘카르멘’중 아리아 ‘하바네라’,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1·5번 등 클래식 명곡을 연주했다.영신고 학생들은 “익숙한 곡들을 지휘자의 열정적인 지휘와 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연주로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교향악단이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줄 몰랐고 다음에도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차웅 지휘자는 인사말을 통해 “바쁜 학업과 일상으로 인해 문화생활을 즐길 시간이 부족한 학생과 교직원들을 위해 우리 예술단이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힐링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번 영신고 찾아가는 음악회는 새로 취임한 차웅 지휘자와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시민과 함께하는 교향악단’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공연으로 기획됐다. /윤희정기자

2024-04-07

“조직위 설립 등 체계적 운영 발판 마련을”

전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관심이 포항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됐고, 음악제 주최 측인 (재)포항문화재단이 최근 위촉직인 후임 예술감독직 선정에 대해 공모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포항문화재단은 2021년 포항음악제를 기획 공연 차원으로 진행, 지난해까지 매년 성공적인 축제로 이끌어왔다. 이와 같은 성공에는 당시 교수 등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위촉된 포항 출신 첼리스트 박유신 초대 예술감독의 공이 지대하다. 박 예술감독은 최고의 실내악 축제를 모토로 매년 다양한 편성과 구성으로 무대를 기획해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실내악단 카잘스 콰르텟 등 세계적 명성의 연주가들을 초청,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폭을 넓혀줘 많은 음악가에게 문화도시로서의 포항 이미지를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포항문화재단이 시민들의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향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이 포항음악제다. 포항음악제는 포항시의 경제 발전과 문화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시민의 문화적 견문과 역량을 높여 주기 위해 시작했고, 시민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포항음악제는 포항의 문화 역량을 알리는 음악제이지 지역 음악인들의 음악 활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것은 분명 아니다. 음악제(Music Festival)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문화 이벤트여야 한다.포항문화재단이 지난 3월 25일과 4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 음악가 9명을 초청해 가진 ‘포항음악제 지역협력 방안 모색을 위한 티타임’에서 일부 음악인들로부터 “지역 예술가들이 포항음악제에 배제됐다”라는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전해진다. 예술감독을 선정할 때마다 나오는 여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모인 듯 공모 아닌 공모제로 가기보다는 음악제를 잘 이끌어 갈 것으로 판단되는 예술감독을 초빙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은 지역이 낳은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와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격을 지닌 음악축제를 창출해내어 성공했는데, 세계적 명성의 음악 예술가들의 집합 장소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은 오페라 중심의 주변 페스티벌과 차별화한 관현악 중심의 기악 분야로 집중해 정체성 확립에 성공했다. 한국의 통영국제음악제 또한 국제음악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저명한 해외음악가들이 대거 참가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했다. 포항음악제는 세계적 음악제들이 이룬 성공 요인과 발전 사례들을 교훈 삼아야 한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새로운 대표이사가 부임, 새로운 포항음악제 구상을 위한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 지역 음악인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간담회 절차 등 여론 수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지역 한 음악인은 “박유신 감독은 적은 개런티에도 고향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훌륭한 포항음악제를 개최해 국내 3대 음악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포항 음악 문화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며 “예술감독 위촉을 위해 마련한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려 하는 포항시 차원의 행정 절차, 인력 소모 등 여러 문제점은 재고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악인은 “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대학 후에 포항으로 왔다. 3회 내내 포항음악제를 관람했는데 포항이라는 작은 도시에 유명한 연주자들이 와서 포항에서 연주한다는 것만으로 포항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고 포항음악제가 개최되면 어느 때보다 생기 있는 모습의 포항시민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며 “다만 인구 14만의 조그만 어촌동네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도시로 우뚝 선 통영국제음악제 등처럼 포항 시민의 자랑이 될만한 음악축제로 자리잡기 위한 조직위원회 설립 등 보다 체계적인 조직 운영 등에 대한 재단의 연구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지역 예술계에서조차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이르면 5월 중 포항음악제 예술감독에 대한 공개모집이 진행된다. 이러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에 앞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해 세계적 음악축제를 가진 음악 도시의 명성을 가질 수 있기를 많은 시민은 기대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7

뮤지컬의 즐거움을 거리 속으로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딤프)이 오는 6월 개최하는‘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이하 제18회 딤프)’ 개막을 앞두고 뮤지컬의 즐거움을 거리 속으로 퍼트릴 ‘딤프린지 (DIMFringe) 공연팀’을 오는 15일까지 모집한다.이번에 모집하는 딤프린지 공연팀은 아시아 최대 글로벌 뮤지컬 축제인 ‘제18회 딤프’(6월 21일~7월 8일)를 사전 경험할 수 있도록 전국 곳곳으로 찾아가 뮤지컬 알리기에 나서게 된다.딤프는 매년 동성로, 수성못, 앞산, 김광석거리 등 대구를 대표하는 주요 명소를 비롯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세종 호수공원 등을 누비며 거리 공연 프린지를 펼치면서 예술을 일상으로 확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모집 대상은 뮤지컬 공연(갈라쇼)이 가능한 전문예술단체이거나 뮤지컬 콘텐츠를 활용한 공연(음악, 전통, 퍼포먼스, 악기연주 등)이 가능한 문화예술단체다.참가를 원하는 공연 단체는 딤프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신청서를 다운받아 이메일(dimfringe@dimf.or.kr)로 영상과 사진 등을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선발된 딤프린지 공연팀에게는 출연료를 포함해 공연 공간과 기본적인 음향 장비, 홍보 및 마케팅 지원이 이뤄진다. 또 공식 채널을 통해 프린지 공연 단체를 소개하고 공연 당일 스트리밍도 진행한다.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딤프와 함께 뮤지컬의 매력을 선사할 예술단체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며 “시민들께서 선발된 딤프린지 공연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 속 휴식을 갖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다”고 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4-04-07

일제 식민지를 거부한 절명 시인 황현의 일생 ‘매천 황현 평전’출간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무궁화 우리 강산이 망하였구나/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 역사 헤아리니/인간 세상 식자(識者) 노릇 참 어렵구나”- 황현 ‘절명시’부분한말사대가는 강위(1820~1884)와 김택영(1850~1927), 이건창(1852~1898), 황현(1855~1910) 네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이들은 한문학이 공식 문장으로 활용되던 마지막 시기에 하나의 문학 그룹을 이루며 활동했으며, 높은 수준의 한문학으로 자신의 시대를 기록한 명망가들이었다.매천(梅泉) 황현이 살다 간 시대는 국내외에서 패권 충돌이 끊이지 않던 위망과 격변의 시기였다. 일생 동안 지역과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과 교유했고, 그들과 함께 굴곡진 역사의 노정을 헤쳐 나갔다.멀리 외딴섬에 유배된 벗을 찾아가 밤새 위로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벗을 조문하러 천 리 길을 떠나고, 일제에 맞서 저항한 사람들을 위해 거침없이 붓을 들었던 황현의 모습은 그에게 내재된 휴머니스트의 면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정감의 발로는, 스러져가는 조선 왕조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고자 절명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매천 황현 평전’(소명출판)은 국망의 위기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간 황현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구한말의 대표적인 우국지사·일제에 목숨으로 항거한 강직한 선비정신의 표상·냉철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한 근대사의 보고 ‘매천야록’의 저자로 각인된 황현의 인생을 풀어낸 책이다.일제가 국권을 침탈하자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그가 1864년부터 1910년까지 약 47년간의 역사를 서술한 ‘매천야록’(梅泉野錄)은 구한말 상황을 이해하고 근대사를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저자인 정은주 영남대 한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황현과 관련한 여러 사료를 재구성하며 천재 시인이자 우국지사 황현의 면면을 좇는다. 굴곡진 역사를 헤쳐가면서도 멀리 외딴섬에 유배된 벗을 찾아 위로하고, 밤새도록 시국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3

사람 모으고 동네 살리고 도시를 바꾼 빌딩들

엔데믹 이후 국가가 아닌 도시 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도쿄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가장 높은 330m 빌딩인 아자부다이 힐즈의 오픈 등으로 컴팩트 시티로 거듭나고 있다. 그들은 ‘도쿄대개조’야말로 경제불황을 타개할 최선의 해법이라고 이야기한다.‘도쿄를 바꾼 빌딩들’(북스톤)은 도쿄에서 꼭 가봐야 할 10개 지역과 그 중심이 되는 빌딩을 통해 도쿄라는 도시의 미래와 경쟁력을 분석한다. 최근 도쿄가 달라졌다. 인구문제와 오랜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며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을 듣던 도쿄가 엔데믹 이후 글로벌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4위에 올랐다.눈여겨볼 포인트는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도쿄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콤팩트 시티’로 향하는 도쿄의 치밀한 플랜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의 수도 이미지를 바꾼 현대적 건물로 평가받는 롯폰기힐스를 설계한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빌딩 최초의 한국인 직원으로 활동한 박희윤 저자는 이를 ‘도쿄대개조’라는 전략의 성과라고 이야기한다. 도쿄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도쿄에서 꼭 가봐야 할 10개의 지역(동네)과 도라노몬힐스, 긴자식스, 도쿄역 등 그 중심이 되는 빌딩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 빌딩이란 단순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건설적인 빌더(builder)를 뜻하며, 그만큼 의미 있는 존재감을 품은 곳들이다.시부야, 긴자, 롯폰기, 오모테산도, 마루노우치, 니혼바시 등 도쿄를 대표하는 지역의 진화와 매력을 담은 이 책은 도시를 발판으로 기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안내서이자, 도시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집이다. 도시여행자들에게도 다른 관점으로 도시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도쿄를 바꾼 빌딩들’에서 10개의 지역(동네)과 빌딩을 선정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꾸준히 변화해왔는가? 그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는가? 사람을 모으고 동네를 바꿀 정도로 파급력 있는 장소나 빌딩이 존재하는가? 그 장소나 빌딩을 만든 명확한 주체와 사람이 있는가? 지역의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며 주민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가?이러한 기준으로 도쿄를 들여다보고, 나누고, 묶었다. 가장 먼저 시대의 변화와 함께한 ‘제3의 도심’ 탄생을 다룬다. 도라노몬에서 아자부다이를 거쳐 롯폰기에 이르는 도쿄 중심부가 새로운 도시 모델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과 파급력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최근 화제가 되는 힐즈 시리즈의 완성형 ‘아자부다이 힐즈’와 모리빌딩의 스토리도 여기서 다룬다. 다음으로는 에도 시대부터 도심지였던 마루노우치와 니혼바시, 그리고 상업과 브랜드의 중심인 긴자가 역사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살펴봤다. 마지막으로는 오모테산도, 시부야, 후타고타마가와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개성 있는 동네들의 진화와 현재를 담아냈다.각자의 정체성에 맞게 진화한 동네와 개발의 뒷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도쿄라는 ‘도시’가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가 됐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일관된다. “저성장 시대는 만들면 무조건 팔리는 시대가 아니며, ‘제대로’ 만들어야 팔리고 기업이 유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와 기업, 자본이 모여야 하고, 일하고 살기 좋은 도시, 문화와 환경이라는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글로벌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도시는 유기체와 같아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가능성이 달라진다. 도시만큼 다양한 기회와 배울거리가 존재하는 곳도 없다. 이 책은 지금 왜 우리가 도쿄라는 도시를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나아가 우리에게 맞는 도시 모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안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4-04-03

자유에 대한 저항과 타협… 보수주의 역사 재조명

신간 ‘보수주의:전통을 위한 싸움’(글항아리)은 영국의 정치 전문 언론인이자 좌파 자유주의자인 에드먼드 포셋(78)이 프랑스 혁명 이래로 본격화하기 시작한 보수주의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중심부를 대표하는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의 보수주의에 초점을 맞춘다. 포셋은 또 과소 평가된 보수주의 인물을 재평가하고, 오늘날 강경우파의 시초가 되는 오래전 인물도 찾아내어 재조명한다. 전작 ‘자유주의: 어느 사상의 일생’으로 ‘권위, 명확성, 간결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포셋은 ‘보수주의: 전통을 위한 싸움’에서 다른 반쪽의 이야기를 한다.“자유민주주의가 번창하는 것은 차치하고 생존이라도 하려면 우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책은 18세기 혁명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된 보수주의를 연대기에 따라 네 시기로 나눠 기술한다. 하지만 보수주의 자체가 오른쪽에서 중간, 다시 더 왼쪽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에 내용은 보수주의자끼리 서로 엎치락뒤치락 생존해온 역설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주의자에는 두 부류가 있다. 1945년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만들고 떠받치는 데 많은 일을 한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가 한쪽이고, 초시장주의를 견지하면서 동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국민(대중)’의 이름으로 대변하는 비자유주의적 강경우파가 다른 한쪽이다. 후자는 타자에 대한 낙인 찍기, 사회적 다양성의 부정과 내부 적에 대한 사냥, 배타적 민족주의 등을 보여왔다.오랫동안 보수주의에는 좌파에 표준 문헌에 상응하는 문헌이 없다고 여겨졌다. 지적인 면에서 보수주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천성적인 지배자였던 그들은 다스리는 데 익숙한 터라 ‘왜’ ‘무엇’을 위해 통치하는지를 대중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우파는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 비용과 태만, 실패를 지적하는 데 주로 자신들의 독특한 목소리를 내왔을 뿐 사상을 설명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이 책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보수주의자들의 면모를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잘 듣는 귀’를 가졌다는 것이다. 포셋은 단언한다. 정치 관행과 이데올로기의 성공은 잘 듣는 귀에 달려 있다고. 정치인의 자질은 음역대가 다른 목소리들을 다 들을 수 있는 귀에서 결정된다. 예컨대 영국 총리 디즈레일리는 보수적 유권자의 핵심인 잉글랜드 중산층의 정서를 파악하는 ‘완벽한 귀’를 가졌고, 레이건 대통령은 분열된 나라의 목소리를 듣는 ‘섬세한 귀’를 가졌다. 또 고(古)보수주의자 가운데 미국 우파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패트릭 뷰캐넌보다 더 ‘밝은 귀’를 가진 이는 없었다.이 책의 후반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는 강경우파를 조망한다(저자는 ‘극우’보다 ‘강경우파’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강경우파는 끝자리를 벗어나 정상적인 정치적 경쟁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강경우파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의 후퇴를 의미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3

‘발라드 황제’ 변진섭, 콘서트 ‘변천사’로 구미 팬들 만난다

변진섭. 변진섭이 오는 20일 오후 6시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2024 변진섭 전국투어 콘서트 : 변천사’라는 타이틀로 관객들과 만난다.지난 2022년 7월부터 이어져온 변진섭의 ‘변천사’ 전국투어 콘서트는 꾸준한 관객들의 사랑과 입소문에 힘입어 점점 관객이 늘어나면서 경북 구미에서 그 화려한 무대를 펼치게 됐다. 1980년대 후반 가요계를 평정했던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변진섭은 올해로 데뷔 36년 차를 맞았다.대한민국이 아직 발라드라는 용어가 자리잡지 못했던 시기 발라드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키는데 공을 세우며 언론에서 처음으로 발라드 가수라고 불리운 가수다.1988년 ‘홀로 된다는 것’이 히트하면서 스타 반열에 오른 이후 1989년 2집 앨범 ‘너에게로 또다시’를 비롯해 ‘희망 사항’, ‘새들처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로라’ 등 수록곡 모두가 큰 인기를 모았다. 1989년에 발매된 2집 앨범은 대한민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1990년에는 가수왕을 차지했다. 2008년에는 SBS 러브 FM ‘변진섭의 기분 좋은 밤’ DJ가 됐다.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주제곡 ‘화이팅’과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주제곡 ‘사랑이 올까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이번 구미 공연에서는 ‘홀로 된다는 것’, ‘너에게로 또 다시’, ‘희망사항’, ‘새들처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로라’ 등 주옥 같은 히트곡은 물론 평상시 변진섭이 좋아하는 팝송과 다양한 댄스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새봄의 푸릇푸릇한 추억과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2

‘행복 나무’로 꾸며낸 상상속의 행복 이야기

대구 중진 여류 서양화가 노애경(61)의 초대전이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행복한 나무’를 주제로 기획된 비구상 전시다.미술평론가인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노애경 작가가 보인 행복한 나무 시리즈는 ‘물질문명 시대에 만연한 인간성 상실’이라는 대명제 속에서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놓치고 잃어버리는 ‘행복’을 회화로 조형화시켜낸다. 그녀는 다채로운 삶 속에서 경험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하듯 소중한 기억을 ‘행복 나무’라는 가상공간에 그림으로 꾸며낸다”고 설명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의 구성원인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기 쉬운 행복과 희망을 브로콜리라는 소재로 묘사하는 그의 작품은 형상과 색감이 주는 친숙함을 넘어 서정적 감성을 더 해준다.노 작가는 평소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주변의 일상적 소재에 관심을 갖고 생활해왔다. 사소하게 여기고 지나쳐버리는 사물들도 그 형태와 쓰임을 관찰하다 보면 엉뚱하지만 친숙한 형태와 색감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관심 대상이 되는 모든 것들은, 나의 새로운 창작활동을 이끄는 소재가 된다”는 철학을 얻게 된 셈이다.작가에게 ‘행복한 나무’라는 테마는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브로콜리를 커다란 나무로 형상화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문턱 신선한 영감으로 다가온 브로콜리는 작품의 소재라는 보편성을 뛰어넘어 그녀의 대표적 미의식이며, 상징적 아이콘이 됐다. 웰빙 채소인 브로콜리를 먹을 때마다 작가는 나무 한 그루를 입안에 넣는 묘한 기분을 경험했다. 브로콜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 모양과 흡사해 작게 잘라보면 마치 나무와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브로콜리를 형상화한 나무에는 어릴 적 추억과 연인들의 사랑, 행복한 가족, 휴식, 여행 등 과거의 아름다운 경험들이 형상화돼 있다. 그리고 작가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소중한 바람과 미래도 함께 담겨 있다.초기 작업은 브로콜리 형상이나 색감의 사실적 묘사에서 비롯됐다면, 이후 브로콜리의 모양은 점차 변형되고 왜곡해 현재의 나무형태로 변화를 꾀해 갔다. 상상 속 동화의 한 장면과 같은 친근함을 더 해주는 그림을 표현하다 보면 세상의 근심을 모두 잊고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준다. 노 작가는 “‘행복한 나무’ 시리즈는 물질문명의 역기능으로 정신적인 힐링이 필요한 시대에 행복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은 나의 마음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감성적 이미지가 가득 찬 그림을 통해 행복 나눔이 함께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이 되었으면 하다”고 전했다.이번 개인전에서는 100호와 50호 등 다양한 규격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노애경 작가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서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그동안 개인전 및 초대전 20회와 2019 Asia Contemporary Art Show(홍콩) 등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했다.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대구수채화협회 이사, 라움아트 대표로 활동 중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2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교육 과정 초저출생 대응 등 ‘맞춤형 운영’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여성 전문인력 양성 및 초저출생 대응을 위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6월 19일까지 2024년 도민 수요 맞춤형의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내 미취·창업 여성의 취업 잠재능력 개발을 위한 이번 교육은 ‘생성형 AI기반 크리에이터 양성과정’과 ‘뉴트로 카페 디저트 양성 과정’을 경북여성가족플라자에서 진행한다.‘생성형 AI기반 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은 지난달 27일부터 6월 7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총 80시간 진행되며, 디지털 인재 양성을 목표로 생성형 AI콘텐츠 생산 및 전자책 출판·챗GPT 스토어 등록 및 수익화 방법 등을 교육한다.‘뉴트로 카페 디저트 양성 과정’은 여성 창업 희망 1순위인 카페 창업 성공 지원을 목표로 14가지 한식 디저트 실습과정, 창업특강, SNS 스마트스토어 개설 이론수업 및 현장체험 실습 등 지난달 29일부터 6월 19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84시간 진행한다. 사진이 밖에도 ‘소품 창업 과정’, ‘ RD 사업계획서 전문인력 양성’ 및 ‘SNS 마케팅 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경산, 의성 등 도내 곳곳에서 개설 및 운영할 예정이다.특히 올해는 저출생 대응을 위한 조부모 육아 참여, 부부가 함께하는 정리수납 및 요리과정 등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지원 교육과정도 개설한다.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초고령화·초저출생 시대 도래에 따라 경북도민이 일과 가정에서 조화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할 때”라며 “미래 트렌드를 반영하고 지역현안 문제를 고려한 도민 수요맞춤형 교육으로 경북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 및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본원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2

힐링·미션수행… 포항바다버스 다시 달린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13일 테마투어 포항바다버스의 운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간 포항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된 체험중심형 테마투어 포항 바다버스가 긍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다시 돌아온 것이다.포항바다버스는 구룡포 및 호미반도 일대의 명소를 돌아보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고, 증강현실(AR),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미션을 수행하는 관광 테마형 투어버스로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특히 구룡포를 사랑하는 청년선장 ‘용식’과 선원 ‘쑤’를 가이드로 설정해 탑승객들은 포항의 바다와 마을을 지키는 불꽃원정대의 일원이 돼 색다른 관광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포항바다버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동대구역(시티투어탑승장)에서 출발해 △영일대 해수욕장 △스페이스워크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국립등대박물관 △호미곶 해맞이광장 △땅끝마을을 거쳐 동대구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당일 코스다. 상반기 테마투어 포항 바다버스는 이달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주말 동안 운영될 예정이며, 전남권을 연계한 4회차 추가 운영 또한 검토 예정이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피어라! 미항 구룡포 홈페이지 및 SNS, 금호고속 홈페이지, 불꽃원정대 공식 SNS에 안내될 예정이다.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운영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프로그램 일정과 코스를 새롭게 보완하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4월 중순부터 다시 운영될 포항바다버스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2024-04-01

대구시립예술단 홍영상·박혜산·최석문 위촉

대구시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신임 소년소녀합창단 예술감독에 홍영상, 교향악단 부지휘자 에 박혜산, 합창단 부지휘자에 최석문을 위촉했다. 임기는 2024년 4월 1일을 시작으로 예술감독은 2년, 부지휘자는 1년이다.이들은 대구광역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제10조(위촉)에 따라 공개모집을 거쳐 서류 및 면접심사, 동영상 및 실연심사를 통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홍영상 소년소녀합창단 예술감독은 경북대학교 음악학과와 영남대학교 음악교육전공 교육학 석사, 산토 토마스 대학교 합창지휘 음악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음악학과 합창지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대구오페라유스콰이어에서 상임지휘자로 활동했으며 동래구 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를 거쳐 TBC, 수성아트피아 소년소녀합창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음악, 지휘 활동에 전념해 왔다. 2021년에는 세계합창경연대회에서 Best Conductor상을 수상한 바 있다.박혜산 교향악단 부지휘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악대학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과정을 통해 지휘자로 첫걸음을 시작해 괴팅엔 심포니 오케스트라, 노이에 브란덴부르크 필하모니, 게오르기쉬 잉골슈타트 캄머오케스트라 등 독일의 여러 단체에서 지휘 경험을 쌓았다. 귀국 후 KT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으며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 대전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여러 단체와 협연했다. 2023년에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차세대 지휘자’로 선정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최석문 합창단 부지휘자는 계명대학교 작곡과를 수석 졸업했으며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오케스트라 지휘 석사, 오클라호마대학교 합창지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UWM Symphony Orchestra, 쉐퍼즈콰이어, 최훈차콰이어에서 부지휘자를 역임하고 계명대학교, 한세대학교 강사로도 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갔다.2023년에는 강릉세계합창대회 무지카사크라부문 카테고리 위너 및 금상, 발리국제합창제 남성합창부문 챔피언 금메달,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제3회 합창지휘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한 인재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1

삼삼오오 꽃전 부치며 ‘수다꽃’… 입 속 한가득 봄이 들어찼다

고운 한복 차림 여성들이 삼삼오오 둘러서서 수다를 떨며 프라이팬에 찹쌀 경단을 둥글납작하게 만들어 전을 부친다. 봄꽃과 사람꽃에 수다꽃도 어울려 핀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었다.지난달 29일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한천서원에서 열린‘제6회 화전(花煎)대회와 상춘(賞春)놀이’다.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이하 한예원)이 (사)범국민예의실천운동본부(이하 예실본)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이날 행사는 대구·경북지역 여성과 미국인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라져가는 옛 풍습인 화전놀이를 재현하는 뜻깊은 축제의 한마당이었다.화전(花煎)놀이는 예로부터 진달래가 만발하는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 동족부락 단위의 원근친척 여성들이 인근 야산이나 들에 나가 함께 모여 진달래꽃을 따서 전을 부쳐 먹고 즐기는 놀이다. 전통시대 여성들에게 1년 중단 하루의 공식적 외출이 허락된 날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봄꽃을 눈으로 즐기면서 향기에 취하고, 또 꽃지짐의 향기로 한몸이 되고자 했다.이날 대회는 개나리·복수초·수선화·백목련, 진달래, 설중매, 산수유 등 봄꽃으로 이름 지은 7개 팀이 참가했다. 영남가사동아리 공연팀이 정가(正歌)와 대금 연주로 흥겨운 분위기를 돋웠다. 국제친선협회 주한 미군 가족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화사한 한복으로 한껏 맵시를 자랑하며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둥글게 빚은 전을 기름을 두른 팬에 살짝 지진 다음 진달래·매화·개나리·유채·민들레꽃잎을 얹어 한 번 더 슬쩍 지져 익혀 ‘꽃달임’을 완성했다. 차나 소품으로 장식한 상차림을 완성하면 세 명의 심사위원이 맛, 멋, 청결, 어울림, 팀워크 등 정해진 심사 기준으로 우열을 가렸다. 참가한 모든 팀에게 고루 상이 돌아갔다. 대구 내방가사 연구회원 10여 명이 참여해 만든 50m 길이의 두루마리 ‘덴동어미 화전가’를 전시하고 격조있게 화전가를 낭송하고 뒤풀이를 유도하여 놀이의 흥을 높였다.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는 축사를 통해 “화전놀이는 전국적이지만 경북의 경우는 내방가사와 접목되어 한층 격조있고 품위있는 놀이로 발전한 형태”라며 내방가사팀의 참여에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에 참여한 몇몇 어린이들은 뜰에 핀 진달래꽃을 따고 꽃술을 따서 서로 마주 걸어 당겨 상대편의 꽃술을 끊는 놀이인 ‘진달래꽃씨름’을 재현하기도 했다.임귀희 예실본 이사장은 “한예원과 예실본이 전통문화를 이어간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화전대회를 재현해 온 지 6년째다. 향후에도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4-01

차웅의 ‘베토벤’ 관객 마음 뜨겁게 녹였다

지난달 27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스케르초 악장의 E♭장조 주제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위로 솟구쳤다. 지휘자의 양손은 정확한 비팅을 유지하며 파도치는 악단을 거머쥐었다. 그건 새파랗게 출렁이는 바다를 힘차게 가르며 노 젓는 선원과 선장의 모습이었다.귓병이 급속도로 악화돼 거의 들을 수 없게 돼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던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의 고전주의 모방에서 벗어나 극적인 양식의 변화를 이뤘다. 길이는 두 배로 길어지고 역동성과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게 된 것이다. 지휘자는 이러한 작곡가의 의중을 꿰뚫어 시련을 딛고 영웅적 자질로써 승리를 거머쥔 영웅의 숭고한 삶을 가감 없이 노래했다.포항시립교향악단의 신임 제6대 예술감독 취임연주회에서 차웅사진 감독은 무작정 내달리기만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교향곡 3번 영웅’의 3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과도한 에너지를 자제하면서 베토벤이 설정한 어두운 계곡을 거친 후 새로운 세계의 열림을 갈망하는 환희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트리오에서 호른이 연주하는 위풍당당한 선율이 더욱 도드라지게 이끌었다. 이어지는 4악장에서 차웅과 포항시향은 마음껏 폭발했다. 예술가로서의 투쟁과 불굴의 의지가 막바지에 다다른 장대한 정점, 압도적인 스케일을 향해 치달으며 작품을 힘차게 마무리했다. 베토벤의 고유한 특징을 쏟아붓듯 4악장은 활활 타올랐다. 차웅은 취임을 자축하듯 온몸으로 요구했고 포항시향 단원들은 최대한 이에 반응했다. 청중의 박수는 뜨거웠다.첫 곡으로 연주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은 사실 난곡이었다. 차웅은 아름답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치료하는 예술작품을 쓰겠다는 바그너의 예술정신에 집중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연출했다.조성현이 협연한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은 절반의 성공이다. 협연자의 소리와 비슷하거나 작아야 하는데 포항시향은 너무 큰 소리를 냈다. 협연에서는 조금이라도 균형을 못 맞추거나 하나라도 음을 잘못 연주하면 음악 전체가 망가진다. 1·2악장 이후 집중하지 못한 일부 청중은 3악장 시작 전에 박수를 치는 실례를 범하기도 했다.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다해 맑고 청명한 음색으로 생기 넘치는 연주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은 조성현은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 가단조’ 2악장을 앙코르로 선사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지휘 경연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동양인 유일, 한국인 최초로 우승, 세계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차웅의 550명 관객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다.일단 동호회까지 구성됐던 2대 박성완 지휘자의 연주회만큼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향후 포항을 아끼며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열린 마음을 보여준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앙코르 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들려주기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1년에 두 번 정도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던 대로 차웅 예술감독이 오케스트라 예술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 보이면 어떨까.포항시도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먼저 열악하기 그지없는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음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예술의전당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대신 대구콘서트하우스를 건립한 대구시의 예를 본받아야 한다. 전용 홀이 어렵다면 기존 대공연장의 음향 개선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포항의 청중은 이미 선진 콘서트홀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클래식 마니아들이 포항시향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포항을 찾아올 그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3-31

미술 자료로 살펴보는 1970~80년대 미술

대구미술관은 오는 12월 13일까지 미술관 3층 아카이브실에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 자료(아카이브)를 통해 1970~80년대 미술의 복합적인 ‘현대성’을 살펴보는 아카이브 전 ‘197080 현대+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와 서울, 소그룹과 집단 미술운동, 대구 화랑과 해외 전시에 이르기까지 지역, 그룹 형식, 전시 장소에 따라 전개된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이 전시의 제목인 ‘현대+미술’은 다양하게 전개됐던 당시 미술 양상을 포괄한다.현대미술의 전성기인 1970~80년대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형식실험과 전위적인 태도에 한해 주목해 왔으나,‘신구상’, ‘기하학적 추상’ 등 관습적인 영역에서도 새로운 ‘현대성’을 추구했던 시기다.전시에서는 전시 도록, 브로슈어, 리플릿, 초대장, 포스터 등 총 50여 점의 자료를 △‘74-’79 대구현대미술제 △197080 실험미술 소그룹 △197080 대구의 소그룹 △1970년대 대규모 현대미술전 △197080 대구의 화랑 △197080 해외교류전 △1970년대와 1980년대 개인전 및 단체전 포스터 등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이 소장한 2만여 점의 미술 자료 중 1970~80년대의 특성과 흐름을 보여주는 50점의 자료를 선별해 보여준다”며 “앞으로 중요한 미술 자료를 지속 수집·연구·전시하여 예술과 기록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3-31

이찬구와 함께하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개관 20주년 특별기획 공연으로 오는 30일 오후 5시 가온홀에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이찬구와 함께하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을 개최한다.푸치니(1858~1924)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사실주의 오페라의 거장이다. 18세 때 베르디의 오페라 영향을 받아 현존하는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마농레스코’와 ‘토스카’, ‘나비부인’,‘투란도트’등 12편의 오페라를 남겼는데 그 중에서 ‘라보엠’은 화려한 선율과 풍부한 화성으로 이뤄져 푸치니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로 꼽힌다. 1896년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 풍경’을 원작으로 완성시킨 작품으로, 당시의 화려하고 영웅적이었던 오페라들과 달리 가난하지만 열정과 낭만, 꿈, 사랑을 그리는 젊은 예술가들의 보헤미안적 사실주의를 주제로 하고 있다.프랑스 파리 대학가에 모여 사는 네 명의 젊은 예술가인 시인 로돌포와 미미, 화가 마르첼로와 그의 연인 무제타의 사랑과 우정을 담아낸 오페라 ‘라보엠’은 사랑이 시작됐을 때 로돌포가 미미의 손을 잡고 부른 아리아 ‘그대의 찬 손’, 이에 화답하는 미미의 ‘나는 미미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둘이 사랑에 빠져 어두운 방안을 비추는 달빛 아래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오 귀여운 처녀’ 등은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포근하다.이날 공연에서는 원로 성악가인 테너 이찬구가 예술총감독과 주인공인 로돌포 역을 맡아 국내외에 수많은 오페라의 주역 및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정상급 성악가 6명과 함께 갈라 공연을 펼친다. 테너 이찬구는 서울대 성악과 졸업 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 음악원 성악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라 보엠’, ‘리골레토’,‘나비부인’ 등 수 십편의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라 보엠’ 주역만 100회 이상으로 국내 최다 출연한 성악가이며 현재 77세 나이에 기적같은 젊은 소리의 소유자다.미미 역에 최윤정, 무제타 역에 윤해진, 마르첼로 역에 최병혁, 쇼나르 역에 정준식, 꼴리네 역에 김일훈, 베누아 역에 장철유가 출연하며 반주는 피아니스트 김예지가 맡는다. /윤희정기자

2024-03-27

‘도서관 주간’ 각양각색 문화축제 속으로

포항시립도서관(관장 도병술)이 제60회 도서관 주간을 맞아 오는 4월 12일 ‘도서관의 날’부터 18일까지 7일간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포항시민을 찾아간다.포은중앙도서관은 지역 작가의 집필 공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해 포항시립도서관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랜선 작가의 방’과 포항시립도서관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된 가로세로 낱말 퍼즐, 디지털드로잉을 활용한 엽서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4월 13일 오후 2시부터 서비스되는 ‘랜선 작가의 방’에는 한동대 교수이자 ‘호모 사이언스 사피엔스’, ‘노트의 품격’의 저자 이재영 작가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디지털드로잉 엽서만들기는 태블릿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고 현장에서 엽서로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14일 오전 10시에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오후 1시에는 중등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대잠도서관은 초등 3∼5학년 15명을 대상으로 14일 오전 10시 3층 세오녀방에서 ‘고려를 사수하라! 귀주대첩 강감찬과 고려인’을 운영한다. 지정 도서 ‘귀주 대첩의 영웅 강감찬’을 읽은 후 역사는 무엇이며 왜 알아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며 바른 역사관을 갖기 위한 노력과 방향에 대해 토론한다.영암도서관은 초등 4∼6학년 12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글쓰기 강좌 ‘나도 글쓰기 달인’을 진행한다. 시와 시조 그리고 생활문과 주장문 등 글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포은오천도서관은 13일 오전 10시~낮 12시에 성인 대상 특별프로그램 ‘근대인물 탐구-나혜석, 우장춘’을, 4월 14일 오후 3~4시에는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보고 즐길 수 있고 교훈을 주는 어린이 인형극 ‘꼬리를 돌려 주세요’를 진행한다. 23일에는 ‘어린이 공예수업’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초등 4∼6학년은 오전 10시~낮 12시, 초등 1∼3학년은 오후 1~3시에 진행한다.어린이영어도서관은 유아 6~7세 10명을 대상으로 13일 오후 5시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강좌를 운영한다. 영어 그림책 ‘Froggy Gets Dressed’를 읽고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영어 표현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연일도서관은 도서관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독서대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서관과 책의 역사 및 역할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의 도서관 사용법 작성하기, 책 명언을 넣은 나만의 독서대 만들기 등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항시립도서관 정회원인 초등 1~2학년 12명을 대상으로 한다.구룡포도서관은 가족 캠핑 나들이의 필수품인 ‘라탄 전등갓’을 만들어 보는 원데이 클래스를 13일 오전 10시 초등 3~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아라예술촌 입주 작가인 김민석 작가의 ‘세 시의 철사 씨’ 전시를 4월 한 달간 신착자료실에서 운영한다.이외에도 포항시립 8개 도서관에서 독서퀴즈, 대출정지회원특별대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 신청 등 기타 자세한 사항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phlib.pohang.go.kr/) 에서 각 도서관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도병술 포항시립도서관장은 “도서관 주간을 통해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독서문화를 만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