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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극좌보단 중도의 사고가 유연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4-24 19:29 게재일 2025-04-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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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브레인’
레오르 즈미그로드지음·어크로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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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르 즈미그로드 박사의 ‘이데올로기 브레인 ’은 정치 신경과학을 통해 인간의 뇌 구조와 세포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적 사고가 형성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의 뇌과학적 기초와 극단주의의 원인을 분석해 정치적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EPA=연합뉴스


‘왜 어떤 사람은 보수이고, 어떤 사람은 진보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정치적 태도와 의사결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주요 연구 주제였다. 그러나 정치 신경과학의 선구자 레오르 즈미그로드 박사는 신간 ‘이데올로기 브레인’(어크로스)에서 이제 왜 인간은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빠지게 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레오르 즈미그로드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의 정치적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 특정 사람들이 극단주의에 빠지게 되는지를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는 우리의 뇌 구조와 세포 차원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밝힌다. 신경과학적 분석을 통해 극단주의를 촉발하는 주요 원인인 팬데믹, 극우 포퓰리즘, 전쟁과 자연재해 등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데올로기가 단순한 사회적 규범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뇌에 깊이 침투해 사고의 경직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러한 경직성은 정치적, 종교적 극단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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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극단주의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탐구한다. 그는 정치와 신경과학을 결합해 이데올로기의 기원을 연구하며, 개인의 성격, 인지적 특성, 심지어 도파민 유전자가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정치적 이념에 깊이 몰입한 사람들은 현실을 왜곡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는 우리의 자유 의지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정치적 이념에 집착한다
저자는 2015년 이슬람 근본주의가 확산하면서 영국 소녀들이 IS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향하는 현상을 보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극단주의에 빠진 이들의 뇌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며, ‘정치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이데올로기는 세상을 이해하고 일관된 세계관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망을 강화해 뇌는 점차 사고의 경직성을 띠게 된다.
 

실험을 통해 이념적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거나 사고를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규칙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극단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유연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극단주의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  1부 ‘우상’에서는 이데올로기를 설명하는 기존 은유를 분석하고, 정치와 신경과학을 결합해 이데올로기적 사고의 뇌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2부 ‘마음과 신화’에서는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역사를 검토하며, 이데올로기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반박한다. 또한, 이데올로기 연구의 초점을 ‘이데올로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강력한 영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부 ‘기원’에서는 모든 사람이 이데올로기에 동일하게 취약하지 않다면, 그 기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탐구한다. 이는 닭과 달걀의 문제와 유사하며, 개인의 성격과 인지적 특성이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경직된 이데올로기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뇌에서 도파민 농도가 조절되는 방식이 다른 이들과 유전적으로 다른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이데올로기에 취약한 사람들의 뇌 보상 회로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며, 이념 변화는 단순한 의견 변화가 아닌 생물학적 수준에서의 변화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데올로기라는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최신 신경과학이 전하는 유연한 태도가 중요한 까닭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심화하는 양극화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이념에 깊이 몰입한 사람은 중도 성향의 사람보다 현실을 왜곡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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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촉구 시위. /EPA=연합뉴스

4부 ‘결과’에서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시각적 착시와 정치적 착시의 연관성,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차이 등을 통해 이데올로기가 두뇌 구조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부 ‘자유’에서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경직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는 유전적 결정론이나 자유 의지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다. 결국 우리는 어떤 이념을 열정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할지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데올로기적인 사고를 분석할 때 후성유전학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이 출현하는 과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는 유전자의 발현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얘기로, 삶의 경험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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