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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로 들어왔다가 급매물⋯1억 넘게 떨어진 곳까지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06-30 20:14 게재일 2025-07-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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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부동산 시장 ‘끝없는 추락’

 “상당수가 투자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여의치 않자 급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포항 양학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A공인중개사는 “이 동네 34평 분양가가 5억 원대였는데 지금은 4000만 원 이상 떨어진 단지도 있다. 외지인들이 내던지고 떠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보다 더 떨어진 곳도 있다고 했다. 흥해읍의 한 아파트 단지는 신규지만 분양가에서 7000만원 전후 빠졌다고 했다.

포항아파트 거래가가 대혼란이다. 
신규 아파트가 분양가 이하로 대거 나오고 있고, 기존 아파트 거래가격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남구 이동의 34평형 아파트는 3억 초반에서 2억 초반대로 1억여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어 3개월째 매물로 나와 있다.

포항의 아파트 가격 하락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분양이 줄을 이으면서 과다공급이 된 것이다. 2025년 5월 현재에도 포항시 미분양 주택은 2498세대에 달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홍수 속에서도 상생공원 2667세대, 환호공원 2997세대, 학산공원 1455세대 등 민간공원특례사업지구 등에서 7119세대 규모가 쏟아져 나오면서 과다공급에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원 해제 특례 사업만 순차적으로 했더라면 포항 아파트 시장이 이처럼 차갑게 식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사업을 주도한 포항시가 돌아봐야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한쪽에선 지금이 아파트 구입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선 역내 부동산 업계와 건설업계 사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부동산 중개사들은 지금은 시장이 식어있고 공급 물량 또한 넘치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설업계 의견은 다르다. 공사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 앞으로 34평형은 분양가 6억 이하로는 어렵다고들 하고 있다. 최소 평당 1750만 원 수준이 ‘손익분기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지금이 적기일수도 있다고 강변한다. 실제 B건설업체 모 대표는 “앞으로 포항 내 주요 신도시 개발지역에서는 평당 2000만 원대 이상의 아파트 분양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집값 오르지 않자 외지인 던지고 떠나
신규 아파트도 분양가 이하로 가격 뚝
상생·환호·학산공원 등 7119세대 건설
미분양 아파트 2498세대 등 공급 과잉


공사 지연 부실에 제2금융권까지 ‘흔들’
포항, 경기 침체 넘어 구조적 위기 직면
전문가, 시의 무분별한 공급 확대 지적
정밀 수요 분석·공공지원 강화 등 시급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큰 타격… 지역 금융·토지시장 흔들

역내 부동산 경기 침체는 포항의 상당수 개발현장에 직격탄을 내리 꽂았다. 그 결과, 공사 지연, 사업 계획 표류가 속출했다. C지구는 제2금융권 주도로 300억 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했으나 시공사 유치에 실패해 담보물인 체비지가 공매에 나와 12차례 공매에서도 유찰된 상태다. D지구는 시행사가 토지 소유자와 계약했음에도 자금 조달에 실패해 공사가 중단돼 토지소유자들만 수년째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다. E지구는 주택재정비를 위해 계약금은 지급했으나 금융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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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이 진행중인 곡강지구 일대. /임창희 기자

우려스런 부분은 이러한 현장에 포항 내 제2금융권 절반 이상이 물려있는 점이다. 부동산 부실이 지역 금융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브릿지론은 고위험 상품임에도 담보만 믿고 대출했기 때문에 개발이 좌초되면 회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주택정비(가로주택) 사업 전멸...도심 주상복합 사업은 ‘흉물방치’

포항에는 2024년 1만1000세대, 2025년 4200세대가 분양됐다. 2026년에도 3000세대 규모의 신규 아파트 분양 계획이 잡혀있다. 한때 서울에서 대형 건설업체들이 대거 분양에 나서면서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외지인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수치상 완판이 되자 분양권도 덩달아 뛰었다. 그러자 실속을 챙긴 외지인들은 빠져나가고 상투를 튼 포항시민들만 지금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부동산 열기 영향으로 달아올랐던 역내 소규모 주택정비도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불이 꺼졌다. 당시 포항시가 나서 노후 가로변을 정비할 기회라면 적극 지원했던 사업들이다. 포항시 북구 내 노후 주거지(두호동·학산동·환호동 등)에서만 2025년 5월 기준 25개소, 6363세대 규모의 소규모주택 정비 사업이 계획돼 있었던 것은 그것을 반영한다. ‘두호1023블록(204세대)’, ‘두호1056블록(145세대)’, 학산동 ‘코오롱아파트(285세대)’, ‘명지파크(270세대)’, ‘인화아파트(234세대)’ 등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상당수는 조합 설립 후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으나, 분양 부진 우려로 건설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시민들은 “조합은 설립됐지만 이후 절차가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라며 분담금 부담이 커질까 불안하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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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 프로젝트로 건설 중인 항구동의 자이 디오션 공사 현장. /임창희 기자

도심권 개발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됐다. 2025년 5월 기준 포항시에서 인가받은 주상복합 사업은 13개 단지, 약 6,400세대 규모였으나 실제 분양·착공에 착수한 곳은 항구동 ‘자이 디오션’(212세대) 단지뿐이다. 나머지 오거리 일대 등의 주상복합 프로젝트는 방치되면서 오히려 흉물로 변했다. 죽도동 한국관 자리 한신공영 주상복합(349세대)은 시행사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위약금 30억 원을 물고 포기했고, 옛 에스병원(49층)·연일읍 우리마트 부지(49층) 사업도 부진으로 승인 취소 또는 절차 중단을 밝고 있다. 다른 몇몇 현장도 소리는 요란했지만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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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물처럼 방치된 오거리 일대 등 주상복합 프로젝트의 현재 모습. /임창희 기자

◇재개발·재건축도 ‘시들 ’

역내 재개발 10개 구역, 재건축 2개 구역(약 1만4천 세대 규모) 역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지연 또는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성동 재개발은 경북 최대 규모(총 12만㎡) 사업지이지만 조합 갈등과·시공사 선정 번복 등으로 수년간 지연되고 있다. 남구 대신1구역은 세대수 감소로 사업성이 악화된 것이, 29층 556세대 규모의 대잠1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및 행정 절차 지연으로 사업 추진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포항 부동산 시장이 단순한 경기 침체 수준을 넘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도심 개발부터 소규모 정비, 주상복합, 재개발·재건축,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 공급은 폭발 증세 국면이었으나 수요를 고려한 계획은 부실했던 것이 화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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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특례사업으로 진행중인 아파트 모습. /임창희 기자

여기에 지금 PF 사업성 저하 등으로 거액 대출을 해 준 역내 금융권마저 얽혀들면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선 지금이라도 ‘정밀 수요 분석에 의한 공급 조절’ ‘PF 리스크 공동 대응’ ‘사업성 평가 강화’ ‘갈등 관리 및 공공지원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지금처럼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 포항 경제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 등은 자칫하면 개발의 그림자가 도시 전체를 덮을 수 있다는 우려를 유념하고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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