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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통해 자아·기억·치유의 서사 입체적으로 풀어내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6-30 18:43 게재일 2025-07-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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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아트웨이 릴레이 개인전
‘월간범어’ 7월 조각가 이상헌 
7~31일 기획전시실 스페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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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作 ‘조각가의 의자’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대구아트웨이가 쇼룸 스튜디오 입주 예술인의 릴레이 개인전 ‘월간범어’의 네 번째 작가로 조각가 이상헌의 ‘내재된 기억: 조각가의 의자’를 오는 7일부터 31일까지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1에서 개최한다. 

아트웨이는 지난 4월부터 쇼룸과 공방 스튜디오 16개를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월간범어’는 쇼룸 스튜디오에 입주한 예술인들을 매월 한 팀씩 집중 조명해 기획전시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9명의 작가들이 4월부터 12월까지 릴레이 전시를 이어가며, 주로 시각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약 1년간의 입주 기간 동안 개인전 개최, 평론가 매칭,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7월의 작가 이상헌은 20여 년간 ‘의자’를 중심 소재로 작업해온 조각가로,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오브제에 투영하며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의자’를 통해 자아, 기억, 치유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에 펼쳐진다. 첫 번째 방에는 대형 조각품의 일부인 ‘팔’과 ‘거대한 손’이 설치된다. 관람객은 실제로 손 위에 앉아 자신이 기억하는 ‘의자’에 대해 떠올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의자라는 오브제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두 번째 방에는 향나무 톱밥이 깔린 바닥 위에 2m 20cm 높이의 비정형 목조 의자가 놓인다. 이는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자아의 형상으로, 불안정한 어린 시절과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적 오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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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作 ‘나의 의자’

작가의 작품에는 유년 시절에 느낀 외로움과 상실, 불안정한 가정환경, 병을 이겨낸 경험 등이 담겨 있으며, 변형된 의자와 왜곡된 인체 형상은 그 기억의 잔재이자 미래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작가는 나무를 깎는 고된 노동의 과정을 ‘사유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통해 자신과 관객의 감정이 교류・치유되는 예술의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는 조각을 통해 삶의 서사와 내면의 기억을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나무라는 재료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자아와 감정의 흔적을 새기는 그의 작업은 관객의 깊은 공감과 감성을 이끌어낸다.

오는 11일과 25일오후 4시에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전시 공간의 손 조형물에 앉은 관람객들은 자신의 기억 속 ‘의자’에 대한 짧은 글을 작성해 전시장 벽면에 붙이며, 작품과 자신의 기억을 연결하는 정서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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