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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핵심 원리 ‘효율’…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5-01 20:21 게재일 2025-05-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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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화 욕망에 브레이크 걸 때
관계·삶의 질·여유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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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하우스 펴냄, 코코 크럼 지음, 인문

최적화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최적화 모델은 항공기 운항 일정부터 데이트 상대 매칭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제 최적화는 우리의 물질적 현실을 넘어 기술과 사고방식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하나의 수학적 개념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문화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리고 효율성을 얻음으로써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신간  ‘최적화라는 환상’(위즈덤하우스)은 효율성과 최적화의 문제를 단순히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개념이 현대 사회와 문화에 미친 깊은 영향을 탐구한다. 저자 코코 크럼은 MIT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과학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는 한때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많은 모델을, 더 많은 해결책을” 추구하며 열정을 불태웠으나, 점차 그 낭만이 사라졌다. 세상이 최적화에 열광할수록 그의 내면에는 불신이 깊어졌다.

 

크럼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 정리 전문가, 농부, 토착민 등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최적화가 어떻게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여유, 장소, 규모-을 상기시키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효율성 중심의 사회가 초래한 환경 파괴, 건강 문제, 사회적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독자들에게 최적화의 이면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촉구한다. 저자는 “최적화를 강화하는 것도, 최적화에서 탈출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보다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며 우리는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기술 발전을 이뤘지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최적화의 이면에서 우리는 여유, 장소, 규모의 감각을 잃어버렸다. 외부 충격을 완화할 여유, 다양한 농법을 적용할 장소, 그리고 상황에 맞는 규모의 선택을 상실했다. 효율성의 달콤한 과실을 즐겼지만, 그 대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불안의 시대, 나르시시즘의 시대, 제4의 전환 혹은 제국의 몰락을 겪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지속적인 성장이 끝나가며,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암흑기 또는 기후 재앙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최적화는 우리의 시간과 관심, 심지어 미래까지 삼켜버렸다.

 

최적화를 강화하거나 탈출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과도한 효율성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 “지금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울증과 불안증의 증가, 공급망과 사회의 붕괴, 고비용 도시 생활, 결혼과 출산의 감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적화의 신봉자들은 효율성을 강화하면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효율성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완전히 무력화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두 접근 모두 최적화의 우위를 지속시킬 뿐이다. 첫 번째는 탈최적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오히려 최적화를 강화하고, 두 번째는 현재의 자원을 과거의 기준에 맞춰 사용하는 방식으로 최적화의 우위를 유지한다.

 

우리의 생계, 삶의 질, 인간관계, 세계 이해 방식 모두 최적화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크럼은 최적화에 휘둘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효율성과 수익성의 탈을 쓴 최적화의 불도저가 ‘여유’와 ‘장소’와 ‘규모’를 역사의 뒤꼍에 파묻어버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최적화와 효율화의 광적인 추구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관계, 삶의 질, 여유 등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복원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최적화와 효율화를 맹신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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