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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WTT 미국 스매시 여자단식 32강행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 신유빈(대한항공)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미국 스매시 여자단식에서 이번 대회 복식 파트너인 두호이켐(홍콩)을 제치고 32강에 선착했다. 신유빈은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대회 여자단식 64강에서 두호이켐에게 3-2(9-11 11-8 11-6 8-11 11-4) 역전승을 낚았다. 이로써 본선 1회전 관문을 통과한 신유빈은 32강에서 히라노 미우(일본)-안드레아 드라고만(루마니아) 승자와 16강 진출 티켓을 다툰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0위인 신유빈은 홍콩의 간판인 두호이켐(세계 36위)을 맞아 첫 게임을 9-11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8-7 리드를 잡고도 상대 공격에 허를 찔리면서 역전을 허용한 게 아쉬웠다. 2게임 들어 반격에 나선 신유빈은 4-4 동점에서 공격 비율을 높여 7-6으로 역전했고, 여세를 몰아 11-8로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신유빈은 3게임도 8-6에서 3연속 득점으로 따내 게임 스코어 2-1로 앞섰다. 4게임을 잃은 신유빈은 5게임 들어 강한 드라이브 공세로 6-2, 9-3으로 여유 있게 앞섰고, 결국 11-4로 잡아 역전승을 완성했다. 신유빈은 복식에선 단식 상대였던 두호이켐과 듀오를 이뤄 16강부터 출발한다. 신유빈은 2주 전 WTT 류블랴나 대회에서 최효주(한국마사회)와 복식 콤비로 나서 준우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복식에 국가별로 1개 조만 출전을 허용함에 따라 유한나-김나영(이상 포스코인터내셔널) 조에 밀려 다른 나라 선수와 복식조를 이뤘다. 신유빈은 또 혼합복식에선 WTT 류블랴나 대회와 자그레브 대회에서 2주 연속 우승을 합작했던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손발을 맞춰 16강부터 첫 경기를 치른다. /연합뉴스

2025-07-08

올 시즌 프로야구 계약 만료 감독 4명… 재계약 기상도는?

프로야구 2025시즌 전반기가 거의 끝나간다. 올해 KBO리그는 8일부터 10일까지 주중 3연전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치고 12일 올스타전을 치른다. 이후 짧은 올스타 휴식기를 보낸 10개 구단은 17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들어간다. 이번 시즌은 10개 구단 가운데 5개 팀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였다. 그 가운데 이미 두산 베어스 이승엽 전 감독이 시즌 도중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계약 만료 사령탑'은 4명이 됐다. 2025시즌을 끝으로 감독과 계약이 마무리되는 팀은 LG 트윈스,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다. 이강철 kt wiz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 개막전 때 더그아웃에서 취재진이 '긴장돼 보인다'고 인사하자 "나 계약 만료도 아닌데 왜…"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만큼 감독들이 계약 마지막 시즌에는 특히 성적을 더 잘 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농담이었다. 또 최근 KBO리그에서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해 감독을 해임한 사례가 몇 번 나와 '올스타전 괴담'이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7일 현재 순위표를 보면 계약 만료 감독들의 '재계약 기상도'는 상당히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LG가 46승 2무 37패로 공동 2위, SSG는 42승 3무 39패로 5위에 올라 있으며 삼성은 43승 1무 41패로 7위다. 키움이 26승 3무 59패로 최하위다. 순위는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가 가장 높지만 2023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구단이나 팬들의 눈높이가 올라갔고, 최근 8경기 2승 6패로 부진해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해 반등이 필요하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팀의 한국시리즈 제패 갈증을 풀어준 '우승 감독'이라는 점이 염 감독에겐 플러스 요소다. 이숭용 감독의 SSG와 박진만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은 5위와 7위지만 불과 0.5 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특히 이 두 팀은 공동 2위와 SSG가 3경기, 삼성은 3.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고, 반대로 8위 NC 다이노스와도 각각 3경기와 2.5경기 차이에 불과해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권 도약 또는 하위권 추락이 모두 가능한 위치다. 이숭용 감독은 지난해 6위에서 올해 순위를 더 끌어올려야 하고,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박진만 감독은 올해 최소한 '가을 야구'를 해야 재계약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부터 키움 지휘봉을 잡은 홍원기 감독은 올해 3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성적만 보면 재계약은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차피 '리빌딩'이 팀의 기조였고 후반기에 안우진 복귀 등 호재를 잘 엮어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야구다. /연합뉴스

2025-07-08

‘3대0 완승’ 중국전… 새내기 6명 ‘첫 선’

무려 6명의 새내기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K리거와 J리거의 시험대로 삼은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에 함께 데려갈 경쟁력 있는 자원을 발굴할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은 7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6명의 새 얼굴을 내세웠다. 김봉수(대전)는 자신의 첫 A매치를 선발로 치렀다. 김봉수는 지난해 11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5, 6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포함돼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안았지만, 막상 그라운드는 밟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닌 탓에 K리거와 J리거로만 구성된 이번 동아시안컵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린 김봉수는 기다리던 A매치 데뷔 기회를 잡았다. 그는 3선 왼쪽 날개에 배치돼 2선의 문선민(서울), 풀백 이태석(포항)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측면에 활로를 뚫는 역할을 담당했고 상대 수비 사이로 공을 찔러 넣으며 공격 작업을 풀어 나갔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김진규(전북)와 함께 빌드업 과정의 중심을 잡으며 좌우 수비수가 보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변형 스리백'을 시험해 본 한국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일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9분 주민규(대전)와 문선민 대신 이호재(포항)와 강상윤(전북)을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이호재와 강상윤 역시 처음으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주민규가 골 결정력뿐만 아니라 2선으로 내려와 수비와 등을 지고 공을 지켜내며 박스 내의 동료에게 연계하는 플레이에 능하다면, 이호재는 191㎝의 큰 신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강점을 보이고 고공 플레이에서도 쓰임새가 있다. 다만 첫 A매치인 만큼 슛 찬스에서 다소 긴장한 모습도 보인 이호재는 남은 홍콩, 일본전에서 득점포를 넣어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야 9월부터 이어지는 A매치에서도 계속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호재는 현역 시절 '캐넌 슈터'로 불렸던 아버지 이기형 옌볜 룽딩(중국) 감독으로부터 활동량을 높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이태석(포항)과 이동경(김천) 등이 만들어준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해 아쉽다"고 자평했다. K리그1 전북 현대의 고공비행에 큰 지분을 차지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상윤 역시 조금은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한편, 후반 22분과 28분 문전에서 맞은 절호의 득점 찬스에서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슛을 한 뒤 잔디에 얼굴을 파묻으며 크게 아쉬워했다. 강상윤 역시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힘을 빼려고 했는데도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라며 "찬스를 살리지 못한 부분은 반성하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성장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후반 29분엔 강원FC 듀오 모재현과 서민우가 김문환(대전)과 김봉수 대신 그라운드를 밟으며 A매치에 데뷔했다. 연령별 국가대표도 경험한 적 없는 모재현은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우측 윙백 자리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서민우는 하프 라인 부근에서 상대의 수비 라인 두 줄을 한 번에 통과하는 수준 높은 킬 패스로 공격에 힘을 실었고,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몸싸움과 파울로 상대 흐름을 끊어내며 제 역할을 해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반 40분엔 20세 이하(U-20), 23세 이하(U-23) 대표팀 등 연령별 대표팀에서 이름을 알린 이승원(김천)도 고대하던 성인 대표팀에서 첫선을 보였다. 무려 6명의 새 얼굴에게 기회를 준 홍명보 감독은 오는 11일 홍콩전, 15일 일본전에서 또 다른 신입 선수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홍 감독은 중국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둔 뒤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데뷔전이 쉽지 않다는 걸 본인들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다음 경기에도 젊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뒀다. 이 선수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아직 김태현(가시마), 서명관, 조현택(이상 울산), 변준수(광주) 김태현(전북), 정승원(서울)과 골키퍼 김동헌(인천)은 A매치 경험이 없다. 또 2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나상호(마치다), 장신형 타깃 스트라이커 자원 후보인 오세훈(마치다)을 비롯해 기존의 포백과 이번에 새로 선보인 변형 스리백에서 시험해 볼 젊은 수비 자원의 기량과 전술 적응력도 확인한다. /연합뉴스

2025-07-08

오무라 마스오라는 아름다운 다리

2025년 6월 15일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이 날은 2023년 1월 15일 별세한 오무라 마스오 선생(1933-2023)이 살았던 집과 유택(幽宅)을 방문하는 날이었는데요. 저는 한국에서 온 S대학의 K교수, H대학의 Y교수 부부와 함께 선생의 댁이 있는 치바로 향했습니다. 이치가와오노에키(市川大野駅) 역에서 내려 15분 정도를 걸어가자, 생전의 선생처럼 단아하고 품위 있는 2층 단독집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오무라 아키코 여사의 안내를 받아, 먼저 선생의 영정이 모셔진 불단을 둘러본 우리는 이후 선생이 4년간이나 투병하셨던 방에서 오무라 아키코 여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사는 재일한인 2세로서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무라 선생과 결혼하여 평생 동안 문학적 동지로 살아온 분입니다. 재일한인과 일본인의 결혼이 쉽지 않았던 당시에, 두 분의 결혼에는 오무라 선생의 스승이자 루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다케우치 요시미(1910-1977)까지 힘을 보탰다고 합니다. 오무라 선생이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시인 윤동주의 묘소를 발굴한 일이었는데요. 그 역사적 현장에도 아키코 여사는 오무라 선생과 함께 했었습니다. 오무라 선생이 말년에 제주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이유도, 아키코 여사가 제주 출신 재일동포 2세라는 사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여사는 본인이 유명한 화가이기도 해서, 작업실에는 직접 그린 유화 작품들이 여러 편 남아 있었습니다. 오무라 마스오 선생처럼 많은 존경을 받는 ‘조선’문학 연구자도 드물 겁니다. 이러한 존경의 이유는 우선 평생에 걸쳐 이룩한 연구업적에서 비롯되는데요. 선생은 한국문학과 북한문학은 물론이고 제주문학과 연변문학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학문적 성과를 남겨 놓았습니다. 그야말로 동아시아적 지평에 서서, 분단과 국경을 넘어 한민족이 남긴 모든 근대문학을 포괄적으로 연구했던 건데요. 더군다나 이러한 ‘조선’문학 연구가 일본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습니다. 선생은 여러 자리에서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학문적으로 조선문학은 일본 사회 안에서 시민권이 거의 없었”으며, 그렇기에 ‘조선’문학 연구는 일본 사회에서 “뒷길 중의 뒷길”이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는 했습니다. ‘뒷길 중의 뒷길’이라 일컬어지는 소수파로서, 선생은 평생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조선’문학 연구에만 매진해 온 것입니다. 특히 일본인이 식민지 시절 ‘조선’문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더욱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일본인이 한민족의 대표적 저항 시인인 윤동주의 무덤을 찾고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했기에 오히려 수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체험에는 식민지 지배를 했던 나라의 연구자가 식민지 지배를 받은 나라의 문학을 연구하면서 겪어야 하는, ‘지배와 피지배라는 불행한 역사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는 겁니다. 또한 오무라 선생은 오래 전부터 한국문학연구자들과 따뜻한 학문적·인간적 교류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선생의 집을 방문한 이 날도 여사는 선생이 김우종, 김윤식, 임헌영 등의 한국 문인들과 나누었던 수많은 편지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무라 선생은 실증적 연구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오직 자료와 현장에만 입각하여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조선’문학의 실체를 성실하고 따뜻하게 규명해 온 것인데요. ‘실증적 연구’ 태도는 선생의 체질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선생이 놓여 있던 역사적 상황도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선생은 일본인이면서 과거 식민지였던 ‘조선’의 문학을 연구하는 독특한 입장에 처해 있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연구 대상으로 삼는 ‘조선’은 이념에 따라 남북으로 분단된 처지였으며, 선생이 한창 연구를 진행하던 시기에는 일본에서도 이념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는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장은 최소화하여 내면화하면서 자료나 증거 등은 전면에 내세우는 ‘실증적 태도’는, 연구를 지속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김윤식 평론가는 오무라 선생을 ‘농부’라는 애칭으로 부르고는 했다는데요. 오무라 선생이 늘 김을 매고는 했다는 집 뒤편의 텃밭이 훤히 보이는 방에서, 아키코 여사는 오무라 선생에 대한 사실들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자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4년간 남편을 간병했던 이야기, 버려진 길고양이 에미짱을 수십년째 길러온 이야기, 자신이 평생 해온 그림 이야기 등을 해주었는데요. 특히 문정희 시인의 ‘물을 만드는 여자’를 낭독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도 여성의 숭고한 생명력을 강조한 그 시 속에는 오무라라는 지적 거인과 평생을 함께 걸어온 여사의 삶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키코 여사는 오무라 선생 사후에 소장자료 2만여 점을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하여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는데요. 이 날 선생의 자택 서고에는 여전히 수많은 자료가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 쪽 자료가 많아서, 전문적인 정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여사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나온 우리 일행은 선생의 유택이 마련된 근처의 사찰(木將寺)에 갔는데요. 하루 종일 흐렸던 날씨가, 그 곳에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활짝 개어 있었습니다. 오무라 선생의 묘에 꽃을 바치고 돌아서면서 선생이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심어 놓은 ‘조선’문학 연구의 씨앗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글·사진=이경재(숭실대 교수)

2025-07-08

배움에는 쉼표가 없다

“지휘를 부탁드립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어느덧 손을 놓은 지 스무 해가 다 되어 간다. 악보를 보는 감각도, 박자를 가르는 손끝의 감성도 점점 퇴색되어 빛이 바랬다. 그런 나에게 찬양 지휘를 부탁한 사람은 교회 목사님이었다. 단 한 번의 부탁이었지만 그 말 한 마디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염려를 안겼다. 마치 먼지 쌓인 피아노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야 하는 손길처럼, 묻어두었던 나의 음악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 남의 일처럼 낯설었다. 뜻밖의 제안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사양했을텐데, 망설임의 긴 여운이 사양할 시간을 앗아갔다. 찬양곡 하나를 맡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5일이었다. 오랜만에 심장이 또박또박 박자를 세기 시작했다. 내 방식대로 정성껏 음원을 찾아듣고, 악보를 인쇄하고, 필요한 조표는 빨간 펜으로 그려 넣었다. 눈에 잘 띄게 박자를 나누고 헷갈릴 만한 쉼표는 두꺼운 선으로 표시했다. 삐뚤한 음표 하나에도 마음이 쓰여 또 다시 지우개로 지우며 화음을 그려 넣었다. 조심스레 골라낸 찬양 악보 위에 손으로 개사한 가사를 덧붙여 적었다. 서툴지만 정성껏 만든 내 악보를 옆에 있던 젊은 선생님에게 의견을 묻고 싶어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그는 능숙하게 태블릿을 열어 단 몇 분 만에 깔끔한 디지털 악보로 바꾸어 주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악보처럼 완벽하고 세련되었다. 화면 위에 정렬된 음표들과 가사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나름 세상의 흐름을 따라왔다고 생각했지만 기술 앞에서 나의 시간은 오래전에 멈춰 있었던 것이다. 변하지 않는 내 방식이 어쩐지 부끄러웠다. 나는 여전히 연필로 음표를 그리고, 지우개로 화음을 수정하며 시간을 들였다. 그 속에 나름의 애정과 고집이 있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디지털 작업은 그 모든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기술은 사람의 수고를 덜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수고의 의미마저 잊게 만든다. 내가 쏟은 시간과 정성은 과연 오래된 것들일까. 아니면 사라져 가는 것들일까.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앞에서 나의 느린 손끝은 질문을 품는다. 나는 뒤처진 걸까. 아니면 그만큼 오래도록 남을 무엇인가를 붙잡고 있는 걸까. 나는 아직도 손글씨에 의존하고 프린터보다 펜을 먼저 찾는다. 모니터보다는 종이의 질감을 더 신뢰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 속도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조금만 멈춰 서 있어도 세상은 너무 멀리 가 있다. 쉼표가 없는 악보처럼. 나는 생각했다. 익숙한 방법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만 고집해서는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음악처럼 삶에도 새 음이 필요하고 때로는 전조가 필요하며 박자를 바꾸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걸. 기술을 배우는 일은 단지 도구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대화하는 또 하나의 언어를 익히는 일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배움은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학교를 졸업하면 배움도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배움은 교실 밖에서 시작된다. 뒤처진다는 건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멈춘 상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른이 된 뒤부터 자꾸만 체면을 차리고 묻는 걸 두려워한다. “그 나이에 그것도 몰라요?”라는 말 한마디에 말문을 닫는다. 그러나 그 말은 틀렸다. 진짜 모른는 건,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한 쪽이다. 배우지 못해 뒤처지는 게 아니라 물을 용기를 잃어 점점 자신을 접어 두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배우겠다’는 마음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나는 젊은 선생님 앞에서 낡은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알았고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당위도 느꼈다. 배움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여전히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는 뜻이다. 나는 손으로 그린 악보를 다시 펼쳐본다. 삐뚤한 음표 사이사이에 내가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 젊은 선생님의 손끝에서 척척 나오는 기술을 보며 감탄한 뒤 나도 배워보겠다고 다짐했다. 배움에는 정해진 리듬이 없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느리게, 각자의 템포로 배운다. 중요한 건 끝내 쉼표를 찍지 않는 일이다. 배우는 사람은 계속 나아가는 사람이고, 계속 나아가는 사람은 여전히 젊은 사람이다. 나도 그 끝없는 악보 위를 다시 걸어가 보기로 한다. 쉼표 없이 흘러가는 이 악보 같은 세상에서 오늘 나는 새로운 박자를 하나 익혔다. 조금 더 느리지만, 나도 연주할 수 있다. 세상과 함께. /김경아 작가

2025-07-08

우리 아이 SNS 사용, 잘하고 있을까

이제 아이들과 디지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지털 세상 속 스마트 폰과는 거의 한 몸이면서 친구들과도 소통의 매개가 되어주는 소중한 물건이다.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메뉴를 정할 때도 얼굴 마주 보면서 정하지 않고 단톡방에서 각자 메뉴를 말하는 풍경도 이상하지 않다. 디지털 세상에 들어선 아이들은 SNS로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관심 있는 정보를 얻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이렇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통화하고 연락하는 세대가 요즘 아이들이다. 또 다른 내가 되어주는 디지털 세상 속 SNS 사용, 우리 아이는 잘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난달 26일 포항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디지털 세상 속 우리 아이의 뇌를 지키기 위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디지털이 절대악은 아니지만 제대로 파악은 필요하다고 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생활인 SNS로 통화하고 연락한다. 여기서 친구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의 SNS는 갈수록 빠르고 현란하고 자극적이고 볼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매일 차고 넘친다. 아이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집단과 연결되고 환경적인 제약도 없다. 사적인 공간이면서 공적인 공간이 된다. 여러 사람들에게 실시간 노출이 되고 삭제해도 그 흔적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은 이미지 중심의 SNS인 인스타그램으로 몰리고 조금 더 사적인 DM(다이렉트 메신저)을 써서 상대방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령제한이 없어 미성년자라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친다. 자연스레 무의식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 이경진 (46, 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아이의 인스타나 카톡에 사진이나 욕을 하는지 한 번씩 확인할 때가 있다. 볼 때마다 조마조마한다. 너무 자극적인 게 많고 미성년 보호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좋은 의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SNS로 들어가는 순간 마약, 도박, 디지털 성범죄 등에 노출된다. 강사는 그중 디지털 성범죄는 가장 짙은 그림자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대부분도 10대 청소년이라고 덧붙였다. 또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만 동시에 튀는 걸 싫어하면서도 은근히 튀길 바라고 뭔가 어른들을 피해 비밀스러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SNS에 의존하며 소통 아닌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쓸수록 외로워지기도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90%가 하루에 한 번 이상 SNS를 이용하며 이 중 상당수는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SNS 속에서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 외모, 성취를 쉽게 보게 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자아가 불안정해 타인과 자신을 쉽게 비교하고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도 높아진다. 가족과 친구와의 대화가 줄어들어 현실 세계의 관계에서 힘들어진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도구가 된 SNS다. 강사는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 현실에서의 경험과 감정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가족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4대 거장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SNS에 20대 여성이 경주로 1박2일 미술관 투어 영상을 올렸다. 능뷰 오아르 미술관을 시작으로 플레이스 C를 들러 경주박물관 특별전과 상설 전시까지 자세히 본다. 많은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왜 무료냐, 입장료를 좀 받아야 한다는 코멘트까지 달았다. 그리고 엑스포공원 언덕 위 솔거미술관을 오르다 더위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 작품이 더위를 날려버리게 해서 감동이었다고. 그중에 경주예술의전당이 준비한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전시도 빼놓지 않았다. 경주문화재단은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이 7월 1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 1세대 거장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예술 세계를 깊게 조망하는 특별 전시로, 그들의 대표작과 드로잉 등 90여 점의 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5개 미술관과 기업이 소장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기회로,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다. 네 거장의 예술적 여정을 통해 한국 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조명한다. 각 작가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격동의 시대를 거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입구에서 표를 받아 입장하려니 미술관 매너에 대해 고양이가 안내한다. 딱딱한 명조체보다 애교스러워 찬찬히 읽게 만든다. 좁은 통로를 지나 너른 방에 도착하면 편안히 누워 거장들이 살아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걸 보고 듣는다. 처음 시작을 이렇게 배치한 것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 남아있던 작가들을 살아 움직이도록 구현해 그들이 그림 그리던 시대로 들어가 감상하게 하니 이 또한 선물이다. 이중섭의 은지화를 코앞에서 보다니, 일본에 떨어져 살던 아이들에게 쓴 편지가 뭉클하다. 보라색 벽에 태성에게 잘 있었어? 태안은 감기에 걸렸다던데 감기 조심하고 복숭아를 갖고 노는 그림을 그려 보낸다는 다정한 아빠의 마음을 써 보냈다. 아빠라는 일본어가 고개 숙인 이중섭 같아서 아련하다. 이중섭을 지나면 박수근의 세계가 나타난다. 돌 위에 그린 듯한 그림들, 멀리서 보다가 바싹 다가가 그 질감까지 보려 했다. 다른 전시에는 줄이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그림을 이렇게 가까이 보아도 되니 참 좋다. 박수근의 나무를 크게 확대해 실물 크기의 나무만큼 커서 그 아래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든 작품을 찍어도 되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김환기 작품은 사진 촬영 금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은 주요 작품은 아니지만 색연필 점화가 있어서 대리만족했다. 마지막 방에 장욱진의 아이 같은 그림에 빠진다. 깊은 녹색 바탕에 그의 새, 나무, 사람이 천진스러워 보는 사람도 맑아져야 할 것 같다. 전시장 중간에 벤치가 있어 앉아서 그림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미가 나면 이만치 떨어져서 잠시 생각하며 쉬라는 의미다. 그러고는 다른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배려다. 4인의 거장을 만나고 나면 그들의 작품을 따라 해보는 자리도 있다. 함께 간 일행은 은지화를 나는 박수근의 그림 느낌이 나도록 오돌토돌한 바탕에 대고 그림을 그렸다. 글도 남겨 액자에 걸었다. 또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박수근의 은지화가 있다는 것. 꼭 찾아보시길.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폭염의 나날, 봉화 낙동강 래프팅 어때요?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평년보다 빠른 열대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봉화 청량산 래프팅은 맑고 푸른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급류 속에서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원한 낙동강 물살을 따라 내려가는 래프팅으로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 보내자. 단체나 가족이 한 팀이 되어 구령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게 물살을 헤쳐 나가야하므로 팀워크가 중요하다. 보트는 3~4인용, 10인용, 12인용 등이 보편적이며, 1~2명이 이용하는 카악도 가능하다. 봉화 낙동강 래프팅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줄기가 백두대간 협곡을 휘감아 돌아나오고, 소백산 자락 봉화군 춘양면 서벽에서 시작한 운곡천이 합수돼 이나리강이라 부르며 낙동강 시발지가 되는 곳에서 진행된다. 두 물줄기가 하나 되어 흘러가는 흐름 따라 여유롭게 래프팅을 하게 된다. 이나리 출렁다리에서 래프팅이 시작되고 관창2교까지(5.5km) 또는 청량산 입구까지(7km) 이어진다.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청량산의 빼어난 풍광으로 가득한 낙동강은 크고 작은 급류가 조화를 이뤄 래프팅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래프팅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가족이나, 단체로 즐기기에 좋다. 낙동강 래프팅 코스는 청량산을 감싸 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퇴계 이황이 유유자적하던 선비의 산책로 예던길이 좌측 강변으로 이어진다. 우측 35번 국도는 미슐랭의 관광 가이드북에서 한국 편으로는 유일하게 별점을 받은 곳이다. 이름난 드라이브 길도 고무보트와 함께 달린다. 선유교 교각 아래에는 낙동강이 청량산 바위 절벽을 휘감으며 흐르는 그림 속 같은 ‘백용담’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퇴계는 이곳을 거닐며 “나 먼저 그림으로 들어가네. 푸르다 못해 옥빛이 눈부신 백용담 소에”라고 노래한 바 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즐기는 래프팅은 극악한 더위를 잊게해준다. 래프팅과 함께 주변에 볼거리, 먹을거리, 청량산 캠핑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도 관광객을 유혹한다. 청량산 하늘다리와 천년고찰 청량사, 청량산박물관, 관창폭포 등이 바로 시원함을 선물하는 풍광들. 천혜의 비경 속에서 맑은 물과 완만한 물살, 급류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봉화 낙동강 래프팅은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불볕더위의 기승이 연일 만만치 않은데, 계속되는 열대야까지 덩달아 위세를 부리는 바람에 잠을 설치는 여름. 하얗게 쏟아지는 물보라 속에 스피드를 즐기러 봉화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수성문화재단-대구중앙중·고교 지역문화·교육 진흥 협력 MOU

대구 수성문화재단은 최근 정호승문학관에서 대구중앙중학교, 대구중앙고등학교와 함께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 문화·교육 진흥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교육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정호승문학관을 청소년 문화 체험 공간으로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식에는 정호승 시인을 비롯해 수성문화재단 이현직 대표이사, 대구중앙중학교 조문영 교장, 대구중앙고등학교 곽광환 교장 등 관계자 13명이 참석했다. 정호승 시인은 “문학관이 청소년에게 따뜻한 문화적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 기관은 △문화교육 프로그램 및 체험 활동 운영 △문학·예술 창작 활동, 강연, 전시 협력 △문화 자료와 시설의 상호 활용 △정호승문학관을 기반으로 한 청소년 문화 콘텐츠 개발 등에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재단과 대구중앙중·고는 앞으로 공동 프로그램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청소년 대상 문학 행사 및 체험 활동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중장기 협력 방향을 논의하며, 지속 가능한 문화교육 협력 모델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08

수소 장치 개선 ‘초강력 나노막’ 개발

포항공과대학교는 안지환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공정으로 강력한 접착제와 같은 나노막을 개발해 수소 생산 장치의 성능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을 기점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 근거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꼽았다. 그러나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남는 전기를 저장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력 저장·활용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수소’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생산된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하는데, 고체 산화물 수전해 전지(이하 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는 고온에서 고체 재료로 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어 다른 방식보다 훨씬 많은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SOEC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거나 중요한 부품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전극’과 ‘전해질’이라는 핵심 부품이 만나는 부분이 헐거워지면서 산소가 새어 나오거나 전기가 잘 흐르지 않아 장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스퍼터 증착 공정(Sputter deposition)‘에 주목했다. 이 공정은 마치 스프레이처럼 재료를 아주 얇고 균일하게 뿌려서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막을 만드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사용해 ‘LSCF’라는 특수한 재료로 머리카락 두께의 1000분의 1도 안되는 매우 얇은 막을 만들고 이 나노막을 전극과 전해질 사이에 끼워 넣었다. 이 얇은 나노막은 강력한 접착제처럼 전극과 전해질을 견고하게 결합했다. SOEC는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전기분해 모드’와,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모드’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연료전지 모드에서는 기존 대비 3배 이상 많은 전력을 생산했고, 전기분해 모드에서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속도가 4배나 빨라졌다. 또 650℃의 높은 온도에서 100시간 이상 연속으로 작동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안 교수는 “반도체 기술을 수소 분야에 접목해 SOEC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해결한 사례”라며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전기화학 시스템,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차전지, 전기화학 촉매를 활용한 수소 생산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7-08

대구대 황진태 교수, 한국경제통상학회 제20대 회장 취임

대구대학교 황진태 교수(경제금융통상학과)가 최근 한국경제통상학회 제20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2026년 6월 30일까지이다. 황진태 신임 회장은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 심화, 지역 소멸 등 우리나라에 산적한 많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한국경제통상학회는 2005년 한국경상학회와 한국국민경제학회가 통합해 출범한 전국 규모의 학술단체로,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현재 전국 70여 개 대학 및 연구기관 소속 7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학회는 매년 춘·추계 학술대회,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일본응용경제학회(JAAE)와의 정기적 교류, 정책세미나 등을 통해 최신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지자체 및 지역 소재 공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한편, 황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재무관리 석사학위를, 미국 클렘슨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보험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금융위원회 보험개혁회의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학계와 실무를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8

혁신과 소통이 일상이 된 칠곡군, 군민 80% “계속 살고 싶다”

군민 80.2%가 “계속 살고 싶은 지역”으로 답했다. 칠곡군이 지난해 실시한 군정 만족도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민선8기 3년, 칠곡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취임 직후부터 관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근하며 민생 현장을 누볐다.‘사람 정(情)류장’, 타운홀 미팅 등 주민과 직접 마주하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었고,‘스마트 보고’시스템으로 불필요한 의전과 관행을 줄였다. 내부 조직문화는 더 유연해졌고, 행정은 더 기민해졌다. 형식보다 본질에 집중한 행정 변화는 빠르게 현장에서 체감되기 시작했고, 주민과의 신뢰는 점차 두터워졌다. 전담 부서 신설, 역대 최대 국도비 스마트팜 장려··· 미래 농업 본격화 트윙클 캠핑축제·꿀맥 페스타 등 문화·관광·힐링 콘텐츠 적극 개발 ‘30분 내 생활권 도시’도 곧 현실화 □ 소통에서 성과로… 전례 없는 국비 유치 공모사업 전담팀을 신설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국도비 공모사업을 따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업비는 도시 인프라, 농업, 관광, 교육 전반에 고르게 투입되며 칠곡의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세일즈 행정은 전국을 무대로 성과를 냈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 필요성을 설명했고,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 발전종합계획 반영으로 890억 원을 확보하고 할매문화관 사업비 190억 원도 따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법정문화도시 지정, 산업통상자원부 농기계실증랩팩토리 사업 등 굵직한 성과도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칠곡이라는 도시가 정부의 정책과 예산에 있어 ‘우선 고려 대상’이 되었다는 신호다. □ 농업 대전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속도 농업에서는 무인기기, 스마트팜 실증 플랫폼 등 미래농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농작업 대행 서비스 등은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참외 수매 조정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며 버려지던 농산물을 줄여 환경 보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쌀단지를 조성하고, 소포장 ‘칠곡 할매쌀’ 브랜드를 개발해 고급 소비 시장을 겨냥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농업대전환 들녘특구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별 고소득 작물을 중심으로 공동 영농체계를 구축하고, R&D 기반 특화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소득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미래농업복합지원센터는 미생물 생산시설, 리빙랩 기반 가공시설 등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실현할 핵심 공간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경쟁력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부터 유통, 가공, 기술지원까지 연결되는 농업 인프라의 다각화는 ‘지속 가능한 칠곡 농업’을 향한 초석이 되고 있다. □ 교육·관광·복지… 생활 속 체감 성과 교육 분야에 대한 김 군수의 관심은 특별하다. 칠곡미래교육지구사업을 통해 지역과 학교가 함께하는 교육 생태계를 조성했고, 서울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를 유치해 수능 대비 온라인 강의도 지원하고 있다. 도내 최초로 신동·동명중학교를 중점학교로 지정받았고,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도 선정됐다. 칠곡 출신 대학생과 지역 고등학생을 연결하는 ‘호이클럽’도 탄생했다. 단순한 강의 지원을 넘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연대감을 심는 시도다. 한발 더 나아가 대구 북구와의 학군 조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넓혔다. 관광 분야에서는 체류형 콘텐츠 확장이 눈에 띈다. ‘칠곡 제대로 페스타’, ‘트윙클 캠핑 페스티벌’,‘꿀맥 페스타’ 등은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었고, 칠곡낙동강평화축제는 시가지로 공간을 확장해 지역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됐다. 205 힐링프로젝트, 칠곡할매 시화 홍보거리 등은 문화와 휴식을 결합한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칠곡문화관광재단이 중심이 되어 지역 문화유산과 자원을 관광자산으로 바꾸는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재단은 출범 이후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관광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재단은 출범 이후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관광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 작가, 청년기획자 등과 협업을 확대해 주민 참여형 관광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군부대 후문 일대에는 특화거리가 조성되고, 칠곡할매 콘텐츠를 활용한 시화 홍보거리는 왜관역과 동명수변생태공원 일원에 설치된다. 칠곡군청 앞 도로는 ‘칠곡 맛길’로 정비돼 먹거리와 관광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7월에는 가톨릭 문화와 힐링을 결합한 지역형 축제로 ‘홀리 페스티벌’이 새롭게 개최되어, 축제의 다양성과 세대 간 공감의 폭을. ‘찾는 칠곡’에서 ‘머무는 칠곡’으로의 전환은 이제 가시화되고 있다. 여기에‘건강담은 칠곡할매 ’농산물 공동 브랜드 개발, ‘럭키 칠곡’ 상표 등록, 친환경 도시 ‘에코 칠곡’ 등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개발도 이어지며 칠곡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 도시 인프라와 돌봄 복지 도시 인프라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왜관읍 행정문화복합플랫폼은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고, 북삼도시개발과 공영주차장 조성, 도시계획도로 개통 등으로 정주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과 북삼역 신설, 국도33호선 연결도로 등은 대도시권 접근성을 높이며 ‘30분 생활권 도시’를 현실화하고 있다. 중리~구평 간 연계도로 개통도 석적읍의 교통 정체 해소와 국가산단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 4월부터 대구를 포함한 9개 지자체가 함께 시행한 ‘대중교통 광역 환승제’는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통행 효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교통복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칠곡 군민들은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를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대도시권 생활권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지와 돌봄에서도 공공의 손길이 세심하게 닿는다. 경북형 행복경로당사업은 밑반찬을 지원해 고령 어르신들의 식사를 돕고 있으며, 노인일자리사업도 확대돼 참여인원과 예산이 모두 늘었다. 24시 다함께돌봄센터와 ‘늘봄人 작은도서관’은 아이 돌봄과 독서문화 공간을 융합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실현 중이다. 그 외에도 파크골프장과 게이트볼장 확대, 국민체육센터 개관, CCTV 기반 스마트 도시안전망 구축 등은 군민의 건강과 안전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 미래를 여는 성장 엔진 – 산업·교육·정주 기반 강화 앞으로의 항로도 분명하다. 첨단 농기계와 무인기기,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한 애그테크 융복합 실증 플랫폼 조성은 칠곡만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준비하는 핵심 사업이다. 특히 북삼오평산업단지는 수십 년 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지역 숙원사업으로, 이번 민선 8기 들어 본격적인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향후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까지 연결되는 지역 성장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육과 인재 양성 역시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자유학군과 교육특구는 ‘교육도시 칠곡’의 기반을 더 단단히 할 전망이다. 단지 교실을 넘어 마을과 함께 배우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교육정책은 백년지대계를 위한 기반 다지기다. 김재욱 군수는 “혁신적인 교육과 체험형 관광,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칠곡군의 매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며 “앞으로도 군민과 함께 새로운 칠곡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07-08

뉴노멀 시대와 파괴적 혁신

신생 기업과 대기업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10살 꼬마와 명문대 출신 엘리트가 경쟁하면 누가 앞설까, 직장 생활 20년의 부장과 갓 입사한 신입 사원이 마케팅을 맡으면 누가 더 잘할까, 답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한다면 꽤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고, 지금이 뉴노멀 시대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전 같으면 무조건 대기업이, 명문대 나온 엘리트가, 20년 넘은 부장이 이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젠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있어도 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세상은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했다. 뉴노멀(New Normal)은 한 때는 비정상적이거나 예외적이었던 현상이나 상태가 이제는 새로운 표준이 되는 상황을 뜻한다. 경제위기, 신기술 혁명, 전쟁, 관세 폭탄 등 큰 변화 이후 기존 질서나 방식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고 새로운 규범이나 기준이 자리 잡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지고, 고성장, 고수익에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뉴노멀’이 자리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근무, 원격 수업, 디지털로 전환되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는 일상화 되었다. 쿠팡 등 배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젊은 세대는 집에서 음식이나 물건을 구입하는 등은 일상 생활이 되어 버렸다. 2016년 초 파리에서 택시 기사들이 파업을 했다. 우버(Uber)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으니 파리에서 우버를 몰아내 달라는 것이다.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를 앱을 통해 연결해주는 기술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버는 택시 차량도 운전기사도 없다. 오르지 연결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대신 모든 결재는 우버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수수료를 챙긴다. 파업 당일 우버 측은 오히려 웃었다. 파업으로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 어려워 지는 순간 우버 요금이 오른다. 우버의 강점은 택시 이용하기 편리함에 있다. 택시 파업으로 평소에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도 우버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어 오히려 크게 홍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필자도 카카오택시가 편리하여 늘 이용한다. 이것은 기존 택시, 렌터카, 배달 업계를 파괴한다. 이는 소비자 심리를 담은 스타트업들에 의해 기존 산업이 파괴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파괴적 혁신인 것이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산업의 경쟁 질서를 파괴하여 새로운 경쟁 우위와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기존 제품이 주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버린다.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유도하고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매장이지만 휴식공간,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창출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ESG 경영, AI 시대와 디지털혁명으로 생산성 혁신의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7-08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의 돋보이는 기획력

바다가 곁에 있고 사람과 차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창가에 이색적인 작품들이 드리워졌다. 마치 커튼처럼 길게 늘어뜨린 현수막 천에 서예와 문인화 또는 캘리그라피 시화작품들이 담기고, 나즈막한 이젤 위에는 한국화 작품들이 올려져 다양한 작품 코너로 채워지면서 넓직한 공간이 금세 갤러리로 변했다. 탁 트인 창 너머 가까이 동빈내항과 송도솔밭이 보이는 ‘동빈문화창고1969’ 2층에서 최근 펼쳐진 풍경들이다. 그곳에는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글과 그림으로 등장하고, 동해에 깃든 전설이나 유래, 시, 민담이 파도소리로 들리는 듯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다소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테마의 작품들이 다양성의 조화처럼 한국화와 서예·문인화·캘리그라피·시화 등의 저마다 특색 있는 모습으로 전시회 테마의 요건을 갖추는 듯했다. 6월 26~7월 6일까지 10일간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2025 경북문화재단의 예술거점지원사업 시각+문학 3권역(포항·영덕·울진·울릉)으로 포항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에서 기획한 ‘명불허_어전’ 1회차 테마전시다. 이 같은 기획전시는 흔하지는 않지만,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날 만한 까닭이 있음에 착안한 ‘명불허_어전’ 전시회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다. 즉 “전설은 시간 속에 잠들지 않고,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 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전설과 설화를 글과 붓으로 재현한 것은 과거의 시선을 담으면서도 현재의 이 땅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이다”며 기획자의 의도를 밝히기도 했었다. ‘거북바위에 오른 태양, 비단에 내려 앉은 달빛’을 부제로 동빈문화창고에서 열린 ‘명불허_어전’이 차분하게 서막을 올렸다면 이번에는 울릉도에까지 가서 테마전시의 ‘진수’를 보일 전망이다. 새로 만든 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워 바다로 내보내기 전 음식과 치성으로 깃발을 달고 술을 뿌리며 풍어와 안녕을 비는 진수식(進水式)을 떠올리며 예술가와 주민, 관광객들이 깃발과 작품에 어우러지는 참여형 퍼포먼스를 펼치게 된다. 이를테면 울릉의 바닷가에서 주민들의 바다를 향한 염원과 경외심, 용기를 깃발이나 사진, 글귀에 담아 바람 결에 세우며 진수식을 재현하고, 생활예술이 마을과 사람과 바다를 다시 잇는 순간을 진지하게 연출해낼 것으로 보인다. 어부들의 염원과 주민들의 희망이 담긴 글귀와 깃발이 마음으로 이어지고, 그 깃발이 모여 바람에 나부끼고 펄럭이며 만선과 풍요를 꿈꾸는 또 하나의 색다른 진수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작가들의 공익법인인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의 참신한 기획력과 꾸준한 추진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작년의 ‘포구다방’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의 ‘명불허_어전’ 추진은, 경북 동해안 지역이 처한 현실과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문화예술적인 접근으로 일깨우고 활로를 모색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역사와 지역성을 살린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다각적이고 이색적인 테마를 지역민과 함께 발굴해 문화예술인들이 소통·교류하고, 새로운 기획과 네트워킹으로 체계화·담론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2025-07-08

‘구미보 상류’, 대구취수원 후보지로 급부상

또다시 표류하게 된 대구취수원 이전 후보지로 ‘구미보 상류지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구미시는 지난 7일 “환경부와 대구시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구미보 상류지점을 대구취수원 새 후보수역으로 공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2022년 대구시 취수원 이전 논의 당시 대구·구미 실무진 협상에서는 해평 취수장 보다 구미보 상류수역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바 있다”면서 “이후 환경부에도 이러한 제안을 수차례 건의했다. 그러나 구미시 제안이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지난 2022년 4월 환경부·구미시·대구시·경북도가 ‘취수원 다변화 협정’(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을 할 당시, 구미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협정 서약에는 반대했지만 대안으로 낙동강 구미보 상류지역(선산읍 신기리·독동리, 도개면 신림리 인근)을 대구·구미 공동취수원으로 적극 추천했었다. 구미보 상류수역은 1일 취수량 추정치가 30~60만㎥로 해평 취수장(30만㎥), 안동댐 직하류(46만30만㎥)에 비해 적지 않다. 예상 도수관로길이도 55km로 안동~대구 110km의 절반 수준이다. 사업비는 안동댐 직하류 수역보다 58% 가량 줄어들어 현실적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미보 인근 지역에 취수원을 옮길 경우 그 상류 낙동강변에 있는 구미 도개·옥성·무을면과 상주시 동부지역, 의성군 서부지역민들의 피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취수원 상류 지역은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여 공장입지와 각종 개발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안동댐으로 추진되던 대구취수원 이전사업이 또 표류하게 된 것은, 이재명 정부가 대구시의 맑은 물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 만큼, 새 정부는 하루빨리 대구시와 구미시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어 대구취수원 이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2025-07-08

혁신 거부하는 국힘, 다음 선거는 포기했나

국민의힘 혁신위가 출범 닷새 만에 좌초됐다. 지난 2일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안철수 의원이 7일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당내 인적 청산과 혁신위원 인선 문제에 대해 송언석 비대위와 충돌한 것이 이유다. 안 의원은 “최소한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제안했지만 비대위가 거부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후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혁신위 구성과 12·3 계엄부터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있는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주장해왔다. 안 의원은 인적 청산 대상과 관련해선, “지난 주말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만나 2명의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겠는지 여러 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2명의 실명(實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했다. 당시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청산은 출당 또는 탈당 조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안 의원은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소속이고, 호남 출신의 박 전 위원은 마찬가지로 당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해 온 원외 인사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지난 7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에는 2명이 쏙 빠졌다. 사실 국민의힘이 지난주 ‘안철수 혁신위’를 띄웠지만, 민심을 돌릴만한 혁신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기득권 세력이 당 내외 비판 여론을 분산하고 자기희생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해 안철수 혁신위를 만들었다”는 뒷말이 나왔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아마 안 의원이 큰 운동장에 30평짜리 운동장을 따로 긋고 그 안에서만 혁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인재 영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당3역’인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이 모두 친윤계인 TK와 PK 중진들이 장악하고 있어 자체적인 인적 쇄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도 5대 개혁안을 내걸었지만 친윤계의 반발로 끝내 의결이 무산됐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53.8%, 국민의힘이 28.8%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가 25.0%p까지 벌어졌다. TK지역에서는 민주당 42.4%, 국민의힘 45.7%로 오차범위 내 접전 상태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재 거론되는 ‘홍준표 신당’이나 이준석 개혁신당이 영남권에 유력한 후보를 낼 경우, 국민의힘은 TK지역의 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08

눈물의 자영업

자영업자는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을 의미한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 소규모 사업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율은 약 20%정도 된다. 해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벌이면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년 이내 자영업자 생존률은 겨우 20% 정도다. 거꾸로 말한다면 80%가 실패한다는 뜻이다. 초기자본 부족, 업소 간 경쟁 심화, 경영 능력 부족 등 여러 가지가 실패 이유로 손꼽히나 개별사업자 사정에 따라 사유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어쨌든 OECD 국가 중 실패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자영업 생존과 관련된 재미난 통계가 있어 소개한다. 국세청 통계를 근거로 분석한 자료다. 창업 3년 뒤 살아남기 가장 어려운 개인사업 1위가 치킨 전문점이다. 그 뒤로 통신판매업과 분식점이 뒤를 잇는데 10명 중 5~6명은 3년 후 폐업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업종이라 충격이다. 반면에 3년 뒤 생존율이 가장 높은 개인 사업 1위는 미용실(73.4%)이다. 생존율 73.4%다. 최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게 문을 닫은 폐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폐업 사유는 절반 이상이 사업 부진을 꼽았다. 말이 사업 부진이지 사실은 도산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대규모 추경을 했다.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과연 닦아줄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7-08

연이은 폭염에 가축농가도 과수농가도 비상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경북도내 가축 및 과수농가에도 폭염 피해가 덮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8일 경북 안동 길안면의 낮 기온이 39도로 올들어 최고 기록을 세운 가운데 9일에도 대구경북 전역에 걸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최고기온은 33~35도 이상 되고, 열대야까지 겹치는 날이 많다고 예보했다. 포항과 대구에선 밤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9일째 이어졌고, 온열질환자도 예년보다 빨리 발생하고 그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폭염이 길어지면서 경북도내 가축농가와 과수농가의 피해도 우려된다. 예년의 경우를 살펴보면 폭염에 의한 가축이나 과수 피해 정도가 상당했다. 피해 금액도 크지만 경우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폭염 피해는 폭염에 대비한 사전 대응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가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2주 이상 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돼지 1만여 두와 가금류 12만여 마리가 벌써 폐사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 농가가 비상이다. 경북은 가축이나 과수 면적이 넓어 해마다 폭염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은 곳이다. 발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줄여야 한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예년보다 빨리 폭염이 찾아옴에 따라 폭염대응현장지원단을 가동했다. 지원단은 농업인 온열질환자, 농작물, 가축 등의 피해 예방을 위해 폭염 피해가 예상되는 과수농가, 밭작물 농가, 축사 등의 영농현장을 돌며 폭염대응 관리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기술원은 과수작물은 배수로 정비와 관수량 조절을 통해 토양의 수분이 적절히 유지되게 하고, 강한 햇빛으로 인한 일소현상 방지를 위해 가지 재배치 등의 요령을 당부하고 있다. 또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해서는 사육밀도 조절, 시원한 음용수 제공, 축사 환기 등의 폭염 대응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관련 농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지도와 지침에 맞게 영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 예상돼 당국과 농가의 비상한 각오와 준비가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