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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따라 문향(文香)을 걷다

등록일 2026-05-19 16:42 게재일 2026-05-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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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 거창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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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문학기행에 나선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 회원들이 거창 우두산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초여름 문턱에 들어선 지난 16일,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회장 정삼일)는 경남 거창으로 봄 문학기행을 떠났다. 문학을 사랑하는 회원 40여 명은 자연과 문학,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어우러진 공간을 함께 걸으며 삶과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첫 여정은 거창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우두산 Y자형 출렁다리였다. 해발 620m 능선 위에 세 갈래로 뻗은 이 다리는 총연장 109m 규모로, 교각 없이 강철 와이어만으로 연결된 첨단 공법의 구조물이다. 세 개의 봉우리를 잇는 세계 최초의 Y자형 출렁다리라는 상징성과 예술적 조형미를 인정받아 국내외 학회에서 우수 구조물 작품상을 받았다.

봄 가뭄으로 계곡의 물길은 잠시 숨을 죽이고 있었으나, 발아래 펼쳐진 협곡과 눈앞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산세는 오히려 자연의 깊은 침묵을 더욱 웅숭깊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찔한 높이 위를 걷는 순간마다 산빛과 바람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펼쳐 놓은 듯했고, 우두산 특유의 유장한 능선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우두산은 이제 거창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어 회원들이 찾은 곳은 거창 출신의 원로 시인 신달자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문학관이다. 2025년 12월 개관한 문학관은 지상 2층 규모로, 전시실과 강의실, 북카페,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생존 여성작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문학관이라는 점에서 한국 문학사적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달자 시인은 숙명여대 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 현대 시단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으로 우뚝 섰다. 그는 지금까지 시집 17권과 소설집 5권, 50여 권의 산문집을 펴내며 사랑과 그리움, 인간애와 생명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대표작으로는 「나의 어머니」, 「열애」, 「북촌」, 「종이」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시와 소설을 함께 아우르며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그의 작품은 섬세한 감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문학관 내부와 벽면에는 시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등단 과정, 작품 활동과 발자취가 사진과 연보로 정리되어 있었으며, 육필 원고와 초판본, 인터뷰 자료 등이 함께 전시돼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래 머물게 했다.

올해 여든넷이 된 신달자 시인은 세월이 더해질수록 문학의 깊이와 품격이 더욱 농익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문학은 화려한 수사보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응시하는 진정성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마지막 일정으로 회원들은 거창 창포원을 찾았다. 넓은 수변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창포원은 자연과 생태, 관광이 조화를 이룬 거창의 대표적인 친환경 공간이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이곳은 봄이면 꽃창포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연꽃과 수련, 수국이 만개해 수변의 정취를 더한다. 가을의 국화와 단풍, 겨울 갈대밭의 고요한 풍광 또한 방문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문학기행은 단순한 탐방이 아니었다. 산을 바라보며 시를 떠올리고, 시를 읽으며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일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문학은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이며, 자연은 그 문학의 가장 오래된 스승이기 때문이다.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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