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아요" 수험생 60% "경제 활동 최우선으로 꼽아" "수능 직후 평소보다 2~3배 많은 알바 지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 후 일주일이 지나면서 시험의 긴장감에서 해방된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수험생들은 ‘단잠’이나 ‘무계획 여행’으로 지친 몸을 달래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 수험생들의 손에는 여행 가방 대신 이력서가 들려있다.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등 조사에 따르면 수험생들이 수능 후 가장 하고 싶은 활동 1위는 단연 ‘아르바이트(알바)’로 나타났다. 약 60%에 달하는 수험생들이 경제 활동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에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친구들과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들의 걸음걸이는 가벼웠고, 걷는 내내 웃음 꽃이 피었다. 단순히 맛난 것을 먹고 노는 모습보다 목표 의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이력서를 들고 나온 김승현군(19)은 “대학 입학 전에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데,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다”며 “지금부터 한 달만 열심히 일해서 내 힘으로 여행 경비를 모으는 게 목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카페·패스트푸드점 등 외식·음료 업계는 이들의 대거 유입으로 일명 ‘수능 알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들 업소는 수험생들의 알바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한 카페 점주는 “수능 직후 평소보다 2~3배 많은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받았다”며 “근면하고 성실한 고3 학생들이 많은데, 주로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타임이나 주말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돈 버는 일 외에도 수능 수험생들의 ‘해방 계획’은 매우 다양하다. 과거 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활동은 바로 ‘자기 계발’과 ‘외모 관리’다.
대구의 한 헬스장에는 ‘수험생 특별 할인’을 이용해 등록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 박모양(19·수성구) 은 “3년 동안 찐 살을 빼고, 예뻐져서 대학에 가고 싶다”며 “운동 뿐 아니라 운전면허, 외국어 학원도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순하고 무턱댄 휴식 보다 ‘나를 위한 투자’를 통해 미리 대학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험생들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넘어 경제적 자립과 사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실용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기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독립성을 키우는 긍정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욱·황인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