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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대구 문화예술인 숨겨진 활동상 재조명

이곤영기자
등록일 2022-09-19 20:13 게재일 2022-09-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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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 미공개 문화예술 자료 대거 발굴<br/>작사가·아동문학가 윤복진 유족<br/>육필 노트·동요곡보집 등 기증해<br/>공연 팸플릿·음악 잡지·광고지도
윤복진·박태준 동요곡보집. /대구시 제공
근대기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상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대거 대구시에 기증됐다.

일제강점기 작사가이자 아동문학가로 활약한 윤복진(1907~1991)의 유족이 소장했던 1920~1940년대 예술 자료를 대구시에 기증했다.


이번 기증 자료에는 육필 노트, 필사 악보 등을 비롯해 박태준 작곡, 윤복진 작사, 이인성 표지화로 만든 물새발자옥(1939), 윤복진이 1929년 펴낸 동요곡보집, 초등동요유희집(1931), 현제명작곡집(1933) 등 1920~40년대 악보집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중 동요곡보집은 1920년대 이름난 작사·작곡가들의 곡 35곡이 수록됐고 그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귀한 자료다.


또 1938년 대구공회당에서 열린 제1회 신인가수선발콩쿠르 결선 프로그램(박태준, 윤복진 심사위원) 등의 공연 팸플릿과 어린이, 음악평론 등의 잡지, 무영당 광고지 등 당대 문화예술계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936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음악 평론잡지 ‘음악평론’ 4월호(윤복진 평론 게재), 1946년 창간된 아동잡지 ‘아동’ 창간호(윤복진 동요 수록)와 최남선의 ‘백팔번뇌’(1926) 등의 초판본 도서들과 대구 출신 영화감독 이규환이 해방 후 제작한 영화 ‘똘똘이의 모험’ 시나리오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료에는 윤복진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으며 그 외 윤복진의 습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친필 노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통틀어 윤석중과 함께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평가받는 윤복진은 일제강점기 우리말로 된 시와 노래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잊지 않도록 하는 ‘소년문예운동’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후략)’으로 시작하는 동요 ‘가을밤’의 원작이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로 시작하는 윤복진의 ‘기러기’(1929)이다.


윤복진은 ·대구사립희원보통학교와 계성학교, 일본 호세이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0년 한국전쟁 중 월북으로 잊혀졌다가 1988년 해금 이후부터 학계 등에서 조금씩 조명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번 자료 기증으로 인해 윤복진과 일제강점기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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