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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꽃심과 청보리

김도형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이사꽃심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는지?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유사한 단어인 땅심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땅심은 ‘땅이 식물을 길러내는 힘’이란 뜻이다. 땅심에서 꽃심의 뜻을 유추해 본다면 ‘꽃의 힘’이란 뜻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꽃심은 전주의 정신이자 브랜드이다. “부드럽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새 생명을 틔워내는 강인한 힘이 있는 꽃의 힘, 꽃의 마음”이 전주의 정신을 상징한다. 구체적으로 “전주사람들은 대동·풍류·올곧음·창신의 특질이 있으며, 꽃심은 이 네 가지를 다 아우르고 있다”고 한다. 전주는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꽃심을 다양하게 응용해 도시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꽃심은 어디에서 나온 단어일까?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전주를 꽃심 지닌 땅”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 전주 출신의 최명희는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만 17년간 ‘혼불’ 집필에만 전념했으며, 1998년 12월 향년 51세로 숨을 거뒀다.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를 지키며 몸을 일으키는 종부 3대와 남루한 상민들의 애환을 다룬 ‘혼불’의 주제가 꽃심이다. 한국 소설의 한 장관을 이루고 있는‘혼불’과 최명희는 전주의 자랑이자 긍지다. ‘혼불’ 완독 모임, 꽃심전주 전국독후감대회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지난 2006년 4월 개관한 전주의 최명희문학관에 가면 최명희의 치열했던 작가정신과 문학적 발자취, 전주 사람들의 최명희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꽃심은 지역에 기반한 예술정신을 도시 브랜드로 활용한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포항은 이 같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주제나 소재가 없을까? 바야흐로 청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지금 구만리에 가면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한때는 10만여 평의 광활한 보리밭이 펼쳐져 있던 곳이다. 지금은 경작 면적이 많이 줄었지만, 구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청보리밭이다. 그 원색의 향연은 구만리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풍경화이다.청보리는 푸른 생명의 원천이다. 청보리를 떠올리는 순간, 푸르디푸른 생명의 기운이 마음속 깊이 스며든다. 구룡포사람들조차 식은밥 먹고는 가지 마라는 바람의 땅 구만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푸른 잎을 피워내는 청보리는 거센 자연의 바람과 역사의 바람을 견디며 살아 온 이 지역사람들의 영혼이 오롯이 배여 있다.보리 하면 떠오르는 문인, 한흑구가 있다. 포항에 문학과 예술의 씨를 뿌린 이가 한흑구다. 본명이 세광(世光)이고, 평양 출생인 그는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다가 1929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노 노스파크대학에서 영문학을, 템플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했다. 일제에 항거하다 1939년 흥사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고, 단 한 편의 친일작품이 없다. 미국문학 번역에 크게 기여했으며, 한국 수필문학의 정립도 한흑구 없이는 얘기할 수 없다. 특히 그가 남긴 ‘보리’는 한국 수필의 백미다.“너, 보리는 그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자라나고, 또한 농부들은 너를 심고, 너를 키우고, 너를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보리, 너는 항상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들과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한흑구는 미군정 통역관으로 있다가 첫 수필집 ‘동해산문’(1971) 서문에 밝힌 것처럼 “항상 푸르고 맑고, 볼륨이 넓고, 거센 바닷가에서 한가히 살고자” 포항에 정착했다. 그의 삶과 문학적 여정은 청보리의 빛깔 그 자체이다. 한흑구는 포항의 자랑이자 긍지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 한흑구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청보리를 포항의 정신이자 브랜드로 활용해보는 방안은 없을까? 미증유의 지진과 여러 어려움이 겹쳐 있는 시기, 구만리 봄바람에 푸르게 일렁이는 청보리밭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2019-04-21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홍인자 시인바다를 향해 넓은 창이 난 우리 집은 일출의 장관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늘도 나는 일출 시간에 맞추어 일찍 기상했다. 일출은 웅장한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 어두운 빛이 점점 소멸되고 수평선 위로 붉은 빛이 시나브로 번지면서 일출이 시작된다. 분도기 모양을 하며 떠오르기 시작한 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둥근 모양이 된다. 마치 바다가 해를 밀어 올리기라도 하듯 둥근 해는 일시에 하늘로 솟아오른다. 선명하게 떠오른 해는 그 환한 빛으로 물살을 은빛으로 빛나게 한다.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이다. 매번 일출을 보면서 이 집에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오랜 가수의 노래를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듣는다. 아침에 어울리는 나나 무스쿠리의 ‘오버앤오버’ 라는 곡이다.‘당신의 투명한 눈 속에서 저는 사랑의 빛을 발견합니다. 더 이상 헤어짐이 아닌, 사랑은 영원합니다’라는 아름다운 가사를 생각하며 스윙하듯 춤추는 리듬을 타노라면 어느새 우리 집 거실 안에 일렁이는 바다가 들어와 있다.행복해지는 노랫말을 음미하면서 모닝커피를 준비한다. 어제 갈아 놓은 원두가루를 필터에 넣는 순간 커피의 진한 향이 기분 좋게 퍼진다. 티폿에 끓인 물을 잠깐 식혀서 커피 드리퍼에 붓는다. 물을 머금은 원두가루에서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낙숫물처럼 커피 방울이 뚝 뚝 떨어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반복되는 아침 일상이지만 한 번도 지루하다고 여긴 적이 없다. 이런 아침의 소소한 일상은 확실하게 행복하다. 이른바 ‘소확행’이다.작년부터 소확행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이 말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으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각광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랑겔한스섬의 오후’ 라는 수필집에서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라는 표현을 하면서 소확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전했다. 또한 그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거나, 새로 산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 행복하다는 진솔한 고백들을 한다. 어찌 보면 참으로 유치한 일 같지만 작가가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그 순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이렇게 작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매순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작은 것에도 행복을 누리려고 하는 여유나 의지, 그리고 삶의 철학 같은 것이 있으면 말이다. 그러나 대개는 통속적인 삶에 묻혀 지내다가 그 소소한 행복의 순간을 놓치기 일쑤다. 특히 소비적이고 분주한 도시의 삶은 행복의 걸림돌이 되기고 한다. 바쁜 일상과 물질의 결핍이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그러나 행복은 물질에 비례하지 않는다. 행복에 관한 보고서를 낸 미국의 경제사학자 이스털린은 GDP와 복지간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그는 GDP가 급속 증가한 부유국 국민이 반드시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료를 통해 알아냈다. 즉, 돈이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분석한 것으로 이스털린의 역설로 알려져 있다.요즘 유튜브에 한창 뜨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서울 신촌 거리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일명 신촌 명물고양이다. 귀여운 고양이 탈을 쓴 아르바이트생이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데 재치 있는 몸짓과 춤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익살스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새 나도 명물고양이 팬이 되고 만다.그냥 스쳐가도 될 순간이지만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짓는 사람들의 모습에 행복이 묻어난다. 소소한 재미들이 행복한 거리로 만들고 있다.소소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물질을 행복의 척도로 두지 않아야 하고, 행복을 추구하려는 확실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탐욕과 욕구의 자리를 비워야 비로소 그 자리에 소소한 행복이 깃들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2019-04-14

2045년

김현욱 시인어릴 때 드나들던 오락실에 ‘2022’라는 게임이 있었다. 로봇을 선택해 대결하는 게임인데 그때 느낀 2022년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2022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락실에 있던 게임들 중에는 이미 현실화된 것도 있고 현재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도 있다. 조만간 5G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5G는 ‘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s’의 약자다. 2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4G와 달리,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과거 2000년대 상용화한 3G 통신 방식인 ‘IMT-2000’을 계승해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는 모바일 국제 표준이다.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인 이동통신 기술이다. 또한 1㎢ 반경 안의 100만개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속 500㎞ 고속열차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야 한다. 5G 다운로드 속도는 현재 이동통신 속도인 300Mbps에 비해 70배 이상 빠르고, 일반 LTE에 비해선 280배 빠른 수준이다. 영화 1GB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그렇다면 20년 후의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유엔미래보고서 2045’는 이렇게 답한다. 유전자와 줄기세포 응용치료는 3D 바이오프린터를 이용해 낡은 장기를 바꾸거나 스마트 의수족 등으로 인간의 장애를 극복하는 휴먼 4.0의 시대가 열린다.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거대 협동조합, 국가대체조직, 글로벌 시민연대가 만들어져 국가가 해체된다. 인터넷 대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이 세계의 부를 차지하게 된다. 가상화폐인 페이파이나 비트코인 등 다양한 디지털 통화가 발달한다. 특히 눈길은 끈 것은 ‘브레인 업로드’다. 인간의 뇌를 매핑(지도처럼 가시화하는 기술)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정보와 지식을 클라우드 등의 가상공간에 올리는 작업이다. 개인의 경험, 지식, 정보를 가상공간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현재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린 지식은 무료지만, 미래에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인터넷 기업은 두뇌를 업로드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한다. 증강현실이 삶의 부족한 현실을 채워주고, 가상현실이 삶을 대체해주는 미래가 도래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레저나 교육을 경험한다. 심지어 자신이 선호하는 시대의 가상현실을 만들어 자신이 만들어낸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중독성으로 은둔형 외톨이처럼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다수 발생한다. AI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삶을 주도하고 대행한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생명체로 만든다. 모든 사물에 센서와 칩, 인공지능 등이 삽입되면 모든 사물이 서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제어하기도 한다.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센서가 1조개. 그 이후는 100조개의 센서가 연결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특정 목적을 위해 생명체를 인공 합성하는 학문 ‘합성생물학’이 새로운 과학 분야로 탄생한다.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합성생물학의 응용 범위는 나무, 돌, 인간이 융합된 생명체도 탄생시킬 수도 있다. 가족 구조가 변한다. 1인 가구가 대부분이며, 결혼제도와 공동체의 구조가 변한다. 수명 연장으로 동거하는 파트너는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관계로 이루어진다. 죽음이 늦게 찾아오면서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커진다.‘유엔미래보고서 2045’에서 소개한 2045년의 메가트렌드들이다. 우리가 맞이할 20년 후의 삶이다. 기존의 가족과 공동체가 붕괴되어 인간성을 상실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눈부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체가 출몰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2019-04-07

장난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어교육과바야흐로 4월 1일, 오늘은 만우절이다. 이 날 만큼은 누구나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괜찮다고 여긴다. 이 날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히 알려진 것은 선물을 주며 장난치던 서구의 풍속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프랑스에서는 1563년까지 정월 초하루가 3월 25일이었고 신년 축제의 끝 무렵인 4월 1일에 선물을 교환하며 즐기던 풍습이 있었다. 1564년부터는 정월 초하루가 1월 1일로 바뀌었는데, 이를 몰랐던 이들에게 짓궂은 사람들이 4월 1일에 신년 선물을 주며 장난쳤던 일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날을 정해 놓고 장난을 치던 것은 비단 서양의 풍습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옛 문헌들을 살펴보면 눈 오는 날, 장난치던 신설하례(新雪賀禮)의 풍속이 발견된다. ‘세종실록’ 즉위년 음력 10월 기사에는 첫 눈이 내리자 태종(52세)이 눈을 쓸어 나무 상자에 담아 환관 최유에게 형 정종(62세)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속이며 갖다 주라 했고, 정종이 그 의미를 이미 알아차려서 최유를 잡으려 했으나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눈 상자’를 모르고 덜컥 받으면 받은 사람이, 기미를 알아채고 상자 가져온 이를 붙잡으면 상자 보낸 이가 한 턱 내는 풍습, 속는 이나 속이는 이나 모두 한바탕 웃고 즐기는 그야말로 유쾌한 장난인 것이다.유쾌한 장난은 비단 눈 오는 날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제현의 ‘역옹패설( 翁稗說)’에는 충렬왕 때 문신인 이순(李順)이 내기 바둑에서 절친 홍순(洪順)에게 모두 다 잃었지만 장난스런 말 한 마디로 잃었던 물품들을 죄다 되돌려 받은 사연이 전한다. 골동품과 서화를 모두 잃고 가보(家寶)인 현학금(玄鶴琴)마저 잃게 된 이순은 거문고를 주며 오래된 물건이라 귀신이 붙었을 거라며 장난을 친다. 어느 겨울밤 거문고 줄이 얼어 끊어지며 딩댕 소리가 났고 평소 겁이 많던 홍순은 귀신 소리인 줄 알고 놀라 날이 밝자마자 내기바둑에서 얻은 골동품과 서화까지 모두 거문고에 곁들여서 보내니, 이순이 못 이기는 척 받았다는 이야기이다.이처럼 우리 선조들의 장난에는 속이는 자-속는 자 간의 허물없는 유쾌함이 담겨 있다. 이 유쾌함의 근원에는 다름 아닌 웃음을 통한 나-너 간의 화합, 상대를 향한 ‘신뢰’와 ‘사랑’이 자리해 있다. 그렇기에 속이는 자도 속는 자가 자신의 장난으로 인해 크게 고통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고, 속이는 자 역시 속는 자가 저를 해하려는 심각한 뜻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매우 ‘잘’ 안다. 그렇기에 그 장난은 유쾌하고 즐겁고, 재미가 있다.한편, 자신의 유흥과 재미만을 위해 상대를 배려 않고 골탕 먹이려고만 하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장난’은 왠지 불편하다. 불편함이 수반된 ‘장난’은 결코 유쾌할 수가 없다. 이러한 ‘장난’은, 나-너 간의 거리를 만들고, 틈새를 만들고, ‘불신’을 가져온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가 직원들에게, 만우절 장난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원치 않게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만우절 장난 금지령을 내린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웃음’은 유쾌한 웃음, 슬픈 웃음, 쓴 웃음, 따뜻한 웃음, 냉소적인 웃음, 비열한 웃음 등 그 종류가 무수하다. 이처럼 다양한 웃음을 연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평생 웃음 연구를 해온 루이 카자미안이 ‘왜 유모어는 定義(정의)할 수 없는가’라는 책을 썼다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웃음’을 제대로 알 수는 없을 지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 자체는 얼마나 행복한가! 이왕 1년 365일 중 공공연히 ‘장난’이 허용되는 날이라면, 냉소적이고 쓴 웃음보다는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따뜻하고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장난을 한번 쳐 보면 어떨까? 각박한 세상, 조금이나마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2019-03-31

봄, 소통과 공감의 시간

박상영대구가톨릭대 교수·국어교육과3월은 여전히 꽃샘추위가 한창이지만 왠지 달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 벌써 ‘봄’이 온 것같은 느낌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봄, 이러한 ‘봄’에 우리 선조들(특히 여성들)은 무엇을 했을까?음력 삼짇날이 되면,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들은 친족 혹은 이웃들과 삼삼오오 야외로 나가 꽃놀이를 즐기곤 했다. 이를 화전놀이라고 하는데, 화전놀이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뿐만 아니라 한해의 시작을 즐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 화전놀이의 전통은 신라 때부터 있어 왔다. ‘교남지(嶠南誌)’에는 궁인(宮人)들이 봄놀이 하며 꽃을 꺾은 데서 화절현(花折峴)이라는 고개가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고, 같은 책 고적 조에는, 매년 송화(松花)가 가득한 봄이면, 집안의 부녀자들이 재매곡(財買谷: 김유신의 맏딸 재매 부인을 묻은 자리) 골짜기 입구에 초막을 하나 지어 송화방(松花房)이라 부르며 남쪽 물가에서 잔치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물, 산, 꽃이 한데 어우러진 곳에 놀이를 위한 초막까지 따로 얽었으니, 송화로 전 부쳐 먹었을 풍경이 눈에 선하다.이러한 전통은 조선조에 와서도 이어지던 바였다. 세조 3년 4월 22일(을묘)의 실록 기록에도 무풍(巫風)이 성행하여 도성의 남녀들이 떼 지어 술을 마시며 날이 저물도록 즐겼는데, 귀가(貴家)의 부인들 또한 이를 많이 본받아 장막을 크게 설치하고는 며느리들을 다 모아서 호세(豪勢)와 사치를 다투어 준비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특히 진달래꽃(杜鵑花)이 필 무렵에는 이러한 행사를 더욱 자주 했으며 이를 전화음(煎花飮)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했다.이렇듯 나와 남이 한데 모여 먹고 놀고 마시며 이야기하는 화전놀이판은 그야말로 신명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반드시 이 놀이판이 소비적이거나 향락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즐거운 놀이판, 그 신명풀이의 화전놀이의 공간 속에는 그간 깊이 감춰왔던 아픔과 고통이 실타래 풀어지듯 하면서 ‘너’와 ‘나’가 하나로 봉합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봉합의 과정은 다름 아닌, 타자와의 소통과 공감에 다름 아니다.우리의 고전 시가 중 ‘덴동어미화전가’라는 가사가 있다. 이 노래는 불에 덴 아이(덴동이)를 둔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에 관한 것으로, 여기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네 차례나 결혼했지만 모두 상부(喪夫)로 점철된 삶을 살게 된 한 여인의 인생 역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덴동어미는 갓 스물 결혼할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한없이 어리고 방황하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후 무수한 타자들(남편들)과의 균열과 실패로 얼룩진 삶을 살아가면서 점차 인생을 알아가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됨으로써 성숙된 주체의 모습을 보여준다.이러한 성장통의 결과로, 마침내 모든 것이 심(心)이라는 글자 하나, 곧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핍진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덴동어미의 진심은 다른 사람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된다. 남편을 잃고 슬픔에 젖어 화전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청춘과부에게 먼저 다가가 고민을 함께 한 덴동어미, 그가 보여준 타자와의 소통과 공감 능력은 결국 봄춘(春)자 꽃화(花)자 노래를 부르며 마침내 놀이판에 서먹서먹하던 타자들을 한 데 묶는 거멀못 역할을 한다. 이처럼 화전놀이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면서, 타자와의 화합을 꿈꾸던 공간이었다. 우리 옛 할머니, 어머니들은 긴 겨울을 뒤로 보내며 이처럼 소통과 화합의 화전놀이로 한해의 시작을 의미있게 준비했던 것이다. 바야흐로 3월, 새 봄의 시작이다. 모쪼록 봄이 주는 따스함과 더불어 이러한 타자를 향한 소통과 공감의 시간으로 첫 발걸음을 떼어보면 어떨까.

2019-03-17

연오랑 세오녀는 누구인가?

김도형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이사연오랑의 ‘잃어버린 신발’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이런 문제의식을 미술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작년 9월 서울 삼청동 ‘바라캇 서울’에서 전시돼 주목을 받았다. 영국 출신 작가 셰자드 다우드가 연오랑의 신발을 ‘잃어버린 난민의 소지품’으로 여기고,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제사 지내는 장면을 아소르스(Azores) 제도의 비현실적인 일몰의 순간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현시대의 긴급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셰자드 다우드는 서울 큐레이터가 제안한 연오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천 위의 페인팅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 자신의 주된 관심사이자 지구촌의 과제를 외국의 고대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화한 것이다.설화는 다양하게 해석되거나 변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로 연오설화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역사적 사실로 보는 견해, 둘째 모종의 사실이 은유와 상징으로 포장돼 있다고 보는 견해, 셋째 은유와 상징에 방점을 두는 견해다.첫째 견해의 대표적인 연구자는 이영희다. 이영희는 연오랑 세오녀를 우리나라 금속 제조 기술을 상징하는 실존 인물로 본다. 일월이 빛을 잃었다는 것은 제철 공정의 불이 꺼진 것이고, 일월이 예전같이 돌아왔다는 것은 제철 공정이 재개됐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둘째 견해, 곧 ‘비판적 신빙론’은 이문기를 꼽을 수 있다. 이문기는 “연오설화는 한반도를 떠나 일본열도의 어느 곳에 정착한 이주민 세력이 지배자로 군림했던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성립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영일지역의 선주 토착세력이 새로 이동해 온 이주세력에게 밀려 일본열도로 건너가 그곳에 정착하여 지배자로 성장한 사실이 투영된 설화일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셋째 견해는 고운기가 대표적이다. 연오설화를 정치적 의미로만 풀어서는 곤란하고, 일월이 빛을 잃었다는 얘기도 일식, 월식 같은 자연 현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고운기의 주장이다. 그는 일관이 이른 ‘일월지정(日月之精)에서 ‘정’을 ‘정령(精靈)’으로 번역한다. 즉 신라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은 해와 달을 해와 달로 볼 수 있는 정령이며, 연오 세오는 해와 달의 정령이자 의인화라는 해석이다. 정령을 잃은 사람은 눈 뜬 소경과 같고, 사회도 그러하다는 것을 일연이 강조했다고 보는 것이다.짧은 이야기 한 편을 놓고 해석에 이렇게 큰 편차가 있다. 신라 건국 초기의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13세기 후반에 일연이 편찬하고, 21세기에 우리가 풀이하고 있으니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연오설화는 지역의 정체성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동시에 초기 신라인의 심성과 세계관을 읽을 수 있고, 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자료이다. 그동안 연오설화를 놓고 학문적 연구는 물론, 문학, 음악, 무용, 연극, 창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작업이 있었고, 앞으로 더 다채로운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이 작업이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지려면 보편적인 울림이 있어야 한다.연오설화는 단순히 한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관계를 넘어 현시대의 세계적 이슈와도 연결될 수 있는 메타포를 안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연오설화의 지역적 가치를 충분히 감안하되, 넓고 깊은 보편적 지평 속에서 해석해야 더 창의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무대에서 연오설화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나저나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 근사한 이야기의 작가는 누구인지, 연오랑과 세오녀는 누구인지 자못 궁금하다.

2019-03-10

책의 힘

홍인자 시인다치바나 다카시는 독서론, 독서술, 논픽션 명저들로 유명한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다. 도쿄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춘추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뜨거운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퇴사했다. 그리고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여 평론활동을 시작하며 일본의 지성인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다양한 책을 읽고 독특한 지의 세계를 구축하며 독서의 노하우나 독서론 등의 저서를 통해 지적 바람을 일으켰다.그가 말하는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한 시대의 지성인이 얼마나 지적 열망이 뜨거운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그의 저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서 들려주는 서재론은 참 신선하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는 서고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던 젊은 시절의 그는 많은 책을 보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 끝에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책장 대신 나무로 만들어진 사과 상자를 택했다. 책상 주위로 빼곡한 사과 상자에는 그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 채워졌다. 사과 상자 책꽂이는 조립식 가구처럼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이사 시에도 간편했다. 이사할 때는 사과 상자에 책을 담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책이 점점 많아지자 그는 거주하는 집을 빼고도 두 개의 아파트 방을 빌려서 책을 보관했다. 많은 책들 때문에 가는 곳마다 벌어졌던 에피소드들도 그의 책 사랑의 추억과 함께 했다. 그는 합리적인 작업을 위해 모든 책을 하나의 공간에 두기를 원했고 마침내 빌딩을 지어 소형 박물관 같은 서고를 만들었다. 그가 소장한 수많은 책들은 지금 그와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책을 많이 읽는 민족을 꼽으라면 단연 유대인을 꼽을 수 있다. 유대인은 5살이 될 때쯤이면 히브리어 알파벳을 습득하고, 10살이 되면 ‘토라’라 불리는 모세오경을 거의 달달 외울 정도가 된다. 그리고 성년식을 할 때 중요한 성경 부분을 암송하고 소감을 말하도록 한다. 경전을 읽기 위해 글자를 빨리 습득하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진 것이다. 그들은 성경을 암송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토의를 끊임없이 한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하브루타라는 독특한 교육법을 만들어냈다.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하브루타 교육법은 각 나라의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하고 있다.이스라엘 현지를 수십 번 방문한 어느 영화감독의 말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걸어 다닐 때도 책을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도 누군가를 만나면 또 그 책에 대한 토의를 끊임없이 한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토론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2명의 유대인이 모이면 3개의 정당이 생긴다’는 유대인 속담만 보아도 알 수 있다.또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가정집들을 방문하면 특이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 그 흔한 가전제품은 별로 보이지 않고 책들이 거실을 메우고 있단다. 심지어 책이 너무 오래 되어서 책 냄새가 가득할 정도라고 한다. 다양한 신상 가전제품들로 채워진 우리네 거실 풍경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책을 읽고 토론을 즐기는 유대인들의 저력은 전 세계에서도 빛을 발한다. 전 세계 인구의 0.3%에 지나지 않은 유대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벨상의 20% 이상을 유대인들이 받았고, 세계 상위기업 30%를 그들이 경영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유대인들이 미국의 정계와 법조계를 주름잡고 있으며, 월가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의 졸업장보다도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었다’라고 고백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집집마다 미니서재를 만들어 좋아하는 책들로 채우고 독서하는 문화를 만들자. 책은 세계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준다. 책을 읽는 것은 지혜의 문을 여는 것이고, 책을 읽는 민족은 강대하다.

2019-03-03

좀 천천히

류영재포항예총 회장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라인이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올 봄에 착공될 예정이라 한다. GTX는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시속 180㎞로 달리는 광역지하철이다. A라인은 경기도 최북단 파주에서 서울 도심을 지나 화성시에 이르기까지 80여㎞를 운행하는 구간이다.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20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니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사업이다. 수도권 주변 지역 주민의 숙원이었지만 반발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반발의 이유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초 한강을 중심으로 계획했던 노선을 더 짧게 하려고 주택지와 열병합발전소의 지하를 통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는데, 안전이 우려된다는 논리다.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다. 터널을 뚫자면 발파의 진동으로 지반침하 우려가 있고, 도심에는 상·하수도관, 가스관, 전기·통신망 등의 라이프 라인이 거미줄처럼 엮여있음은 물론이고 기존의 지하철도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터널공사가 얼마나 위험한가. 더더구나 A노선은 열병합발전소와 아파트 지하를 통과한다니 ‘싱크홀’이나 건물 균열 등을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잘 알고 있으며, 여기에 인재까지 더해진다면…. 훗날의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반추할지 두려운 일이다. 우리 지역의 지진도 자연현상인지 지열발전소가 원인인지 정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그것이 자연현상이거나 문명의 폐해이거나 간에 위험을 인지했으면 안전을 위하여 최선의 예방책을 마련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좀 천천히 가면 안되나?필자가 인문계고등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고3 교실의 벽에 걸려있던 ‘재수 없는 해’라는 급훈이 기억난다. 어느 학급은 ‘2호선을 타자’였다. 재수생 없이 단번에, 지하철 2호선 구간에 밀집해 있는 명문대학에 합격하자는 간절함은 이해하겠으나 단체가 추구해야할 가치로서의 품위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급훈들을 보며 재수를 경험해본 필자는 그 시간이 내게 준 성숙의 과정을 곱씹어 보았다. 재수면 어떤가? 명문대 졸업이 담보하는 기회라는 것이 이 사회를 얼마나 치열하고 각박하게 만드는가를 너무도 잘 알면서 그것을 종용하는 기성세대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좀 천천히 가면 안될까? 좀 못하면 안될까? 이미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내가 어른인 세상은 동네마다 유치원은 줄고 요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생명을 늘리고, 인간들은 대책도 없이 오래 살게 되었다. 그도 복이라면 복이겠지만 그렇게 오래 사는데 왜 그리 급하게 일할까? 그 복잡한 서울 시내를 통과하여 수도권 어느 지역을 가는데 20분밖에 안 걸린다고 업적을 자랑하는 이들은 다음에는 또 무엇을 만들려고 그럴까? 인간의 삶은 환경과의 타협과 조율 과정이다. 평균수명이 80을 넘은 이 시대에 무엇이 급하여 남의 집 방바닥 밑으로 굴을 뚫어 괴물 같은 기차를 쏜살같이 지나가게 할까? 그 시간의 단축이 주는 경제적인 이익은 고스란히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발전일까? 오직 목적만을 위한 ‘필요악’ 같은 말은 이제 시대착오적 용어로 사전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이젠 좀 천천히 앞도 뒤도 살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최근 도쿄 여행 중 신칸센(新幹線)을 기다리며 동행한 선배님이 들려준 등소평의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 일본을 방문한 등소평에게 신칸센의 속도를 자랑하기 위해서 시승을 권하고, 그 소감을 묻자 ‘그리 넓지도 않은 나라에서 뭐 그렇게 빨리 갈 필요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니 그 함의(含意)가 다르므로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황금돼지해 기해년에는 좀 천천히 주변도 살피며 스스로의 내면을 살찌우는 지혜를 가지자.

2019-02-17

송도구항 수영대회

김도형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이사그 거리를 떠올리면 따그닥 따그닥 말발굽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수레에 시멘트 포대를 싣고 천천히 이동하는 말들의 행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화물차로 포항역에 도착한 시멘트 포대를 동빈내항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으로 옮겨 싣는 마차(馬車)들이었다. 마차들의 행진이 지나고 나면 남빈동 거리 곳곳에는 말똥이 덕지덕지 놓여 있었다.동빈내항에는 벌거숭이 꼬마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수영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건너편 송도까지 건너가 채마밭에서 서리를 하기도 했다. 남빈동 부둣가와 송도를 오가는 나룻배도 있었다. 송도해수욕장은 꼬마들이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명사십리가 펼쳐져 있었다. 1970년대 중후반, 그 목가적인 풍경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당시도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그 이전은 어떠했을까? 지역 원로 박이득 선생은 “산업화 이전의 포항은 요즘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한다.도시재생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도시도 흥망성쇠의 기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산업화라는 강력한 동력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도시들은 산업화가 한계에 이르자 급격하게 쇠퇴했고, 그 과정에서 숱한 문제를 안게 됐다. 산업혁명과 함께 도시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영국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일찍 시작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도시재생 뉴딜’의 일환으로 포항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동, 신흥동, 송도구항이 포함됐는데, 송도구항 일원이 규모나 파급력 면에서 가장 크다. 포항시는 ‘ICT 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포항’을 주제로 △첨단 해양레포츠 융·복합 플랫폼 조성 △해양MICE 산업지구 조성 △기상방재 ICT 융·복합지구 조성 △복합문화·예술·관광 특화지구 조성 △스마트 생활환경 개선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유럽도 항구도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산업과 교역의 중심인 항구에서 개발이 먼저 이뤄졌고, 쇠퇴로 인한 후유증도 컸기 때문이다. 영국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빌바오, 스웨덴 말뫼·예테보리가 대표적인 성공사례이고, 일본 요코하마도 이 목록에 넣을 수 있다. 이 도시들의 재생사업은 포항으로서는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되며, 특히 스페인 빌바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스페인 빌바오 하면 구겐하임미술관을 떠올린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로 명성을 날리던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빌바오의 랜드마크가 분명하다. 하지만 도시재생 분야의 권위자인 김정후 박사는 페이스북에서 “빌바오 도시재생의 핵심은 미술관이 아니고, 장기적 정책을 수립해 쇠퇴한 네르비온강 주변 수변공간의 ‘공공성’을 회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빌바오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도심을 관통하는 네르비온강이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고, 1984년부터 2006년까지 오염된 강을 정화하고 상하수도관을 교체하는 공사에 10억 파운드가 소요됐다는 사실이다. (김정후, ‘빌바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교본’, ‘THE OCEAN 2호’, KMI, 2015)송도구항 일대의 수질도 포항시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낀다.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참에 도시재생의 핵심은 ‘공공성 회복’이며, 수변공간의 경우 수질 개선이라는 기본을 되새겼으면 한다. 2018년 7월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 바라보이는 라 살베 다리 위 27미터 높이에서 세계절벽다이빙대회가 열렸다. 구겐하임미술관을 배경으로 다이버가 몸을 던지는 장면은 환상적이다. 송도구항 일대에서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수영대회를 상상해본다. 과거 포항사람들은 하늘빛 닮은 이 강에서 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체력도 다졌다. 아름다웠던 그 풍경을 미래지향적으로 복원하는 날, 포항은 매력적인 수변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2019-02-10

법정문화도시 포항

류영재포항예총 회장꿈틀로를 지나가다 ‘경축, 포항시 법정문화도시 예비지정’이란 펼침막을 만났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진작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펼침막은 새삼 내 심장을 뛰게 하였다. 오랜 세월동안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인식되던 포항이 전국 여러 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문화도시 지정의 가장 중요한 관문인 예비지정을 받았으니 마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법정문화도시는 현 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문화를 도시발전의 근간으로 인식하고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하여 국가에서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이다. 예비지정이 되면 승인된 계획에 따라 1년간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 후 그 실적을 평가하여 최종 선정이 결정된다.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될 경우 향후 5년간 국·도비 등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지원되는 쾌거다. 철강 산업도시로만 인식되던 포항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지난해 11월 하순께, 뒤돌아보니 벌써 지난해의 일이 되었다. 일찍 찾아온 겨울 탓에 추운 날씨였고, 서울의 바람은 포항보다 더욱 차가웠으며 묵직한 사명감도 추위를 보탰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거운 보고용 책자 보따리를 들고, 그보다 훨씬 더 묵직한 사명감을 양어깨에 짊어진 포항문화재단의 담당팀장을 비롯하여 상임이사, 사무국장 그리고 문화예술과장, 도시재생과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같은 시간 경북도청의 담당자도 상경하였다.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법정문화도시 최종발표회에 참가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경연이니만큼 긴장된 분위기였고, 앞 순서의 타 지자체 발표를 보면서 만만치 않은 경쟁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포항문화재단의 발표를 보고나니 안심이 되었다. 연구와 추진내용의 충실함이나 포항의 정체성을 담은 차별화 전략, 그리고 자연재해 극복과 그 정신적인 상처를 문화로 치유하겠다는 간절함 등이 단연 돋보인 까닭이다. 심사위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경상북도의 지원,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의 의지, 지역문화계의 염원이 확인되었으니 전문가, 행정기관과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 거버넌스가 빚어낸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문화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임을 일찌감치 인식한 포항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철강산업과 더불어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며 여러 가지 준비를 해오던 터였다. 벌써 7년의 역사를 만든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포항시는 법정문화도시 지정공모가 발표되자마자 경상북도와 협약을 체결하고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예산 지원 등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였고, 문화도시 비전 연구용역 수립에 착수하는 등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긴밀하게 움직였다. 문화도시 자문위원회를 조직하였고, 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의견을 수렴하였고, 지자체 현장실사 평가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참석하여 사업계획을 격려하였으며, 평가단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문화도시 지정에 대한 포항시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실제로 이번 문화도시 예비지정 평가항목에 지자체의 의지와 협업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이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은 불문가지, 모든 일은 정성이 반인 법이다.포항시의 법정문화도시 예비지정을 축하하며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내년의 최종평가에서 법정문화도시로 확정될 경우, 국가 예산의 유치라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는 포항시민의 문화적 자부심의 고취다. 이는 셈할 수 없는 큰 가치를 가진 무형의 자산이다.이제 문화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선정이 될 때까지 힘을 합쳐야 하며, 최종 지정이 끝이 아니라 진정한 문화도시의 출발점임도 잊지말아야할 일이다.

2019-01-27

형산강을 바라보며 海月을 생각한다

김도형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이사원효와 회재, 수운과 해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형산강을 무대로 뜻을 펼치고 사상을 꽃피웠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펼쳐지던 7세기에 일심(一心)과 화쟁(和諍), 무애(無礙)를 설파하며 한국 사상의 첫새벽을 연 원효, 당쟁으로 어지럽던 16세기에 조선 성리학 정립에 선구적 역할을 한 동방오현 회재 이언적, 구한말 암흑기에 ‘사람이 하늘’임을 선언하며 동학을 창도하고 이끌어 간 수운 최제우와 해월 최시형은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을 바라보며 자신의 뜻과 사상을 구상하고 가다듬었다. 이들은 탁류가 소용돌이치던 시기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며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 나갔다.한국 불교와 유교, 동학의 큰 물줄기가 형산강을 배경으로 형성된 것은 지역 차원에서 조명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런 맥락에서 원효와 회재를 기리는 연구와 행사는 지역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원효가 오랜 기간 머물며 많은 저서를 낸 분황사에는 원효학연구원이 있고, 여기서 원효학 학술대회와 예술제를 정기적으로 주관하고 있다. 위덕대학교에는 회재의 삶과 사상을 연구하는 양동문화연구소가 있으며, 작년에 회재 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경주에서 개최한 바 있다. 그에 비해 동학에 대해서는 소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문한 탓인지, 한국 철학과 종교의 고갱이인 동학의 가치를 제대로 짚어보는 작업이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은 접하기 힘들다.동학은 한국 철학과 역사의 영롱한 별빛이다. 도올 김용옥은 “동학은 기나긴 조선 역사의 연속적 토양에서 피어난 정화”이며 “오늘의 우리 자신의 가능성의 모든 씨앗이 동학에서 뿌려졌다”고 했다. 김상봉 역시 “동학은 낡은 세계가 붕괴하고 새로운 세계의 개벽이 도래한다는 역사의식에서 태동한 철학”이며 “현대 한국 철학의 시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사의 어른인 무위당 장일순은 ‘걸어다니는 동학’이라 불릴 정도로 동학을 높이 평가하고 섬겼다. 동학을 모르고는 한국 철학과 역사, 종교를 얘기할 수 없다. 특히 해월은 향아설위(向我設位), 이천식천(以天食天) 등의 독특한 가르침을 통해 사람의 내면에는 깊은 신성이 있으므로 모든 사람은 존귀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설파했고, 이는 비인간적 삶을 강요당했던 구한말 민중에게 구원의 빛이 됐다.1894년 동학이 전라도에서 봉기하고, 이후 전라도에서 동학을 평가하는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동학은 전라도의 철학이자 운동으로 인식돼 온 경향이 강하다. 특히 동학이 전라도에서 일어난 민족종교인 원불교와 증산교의 뿌리가 된 것도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동학과 불교의 창조적 융합이 원불교이며, 동학의 한 흐름이 발전적으로 전개된 것이 증산교인 것이다.경주 황오리에서 태어난 해월은 포항 신광에서 성장했고 기계에 있는 제지소에서 일을 하며 청년기를 보냈다. 1861년 동학에 입도해 수운과 운명적 조우를 하게 되고 수운의 신임을 받아 동학의 도통을 이어받았다. 30년 세월 관군에 쫓겨 다니며 모진 삶을 살면서도 “하늘은 저 푸른 창공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있으며” “성인은 별다른 존재가 아니라 마음가짐에 있다”는 가르침을 전했다. 해월의 사상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하며, 좌와 우, 남과 북의 진영을 뛰어넘는 깊고도 넓은 생명력을 품고 있다.경북대와 전남대가 ‘영호남의 대화’ 사업 일환으로 작년 12월 20일 경북대에서 ‘영호남 동학운동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해월이 성장하고 활동한 포항에서 해월을 호명할 때가 됐다. 한국사의 큰 산맥인 해월을 포항 안으로 불러들일 때 포항의 위상 역시 크고 높게 되리라 믿는다. 새해에는 형산강을 바라보며 해월을 생각해보자.

2019-01-20

이상향

홍인자 시인초록 숲을 품은 섬 사이로 하얀 파도가 넘실댄다. 그 바다를 배경으로 황금빛 모래사장 위에 두 여인이 앉아 있다. 건강미가 넘치는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이다. 흰색 상의에 상아색 꽃무늬가 그려진 빨간색 스커트를 입고 있는 한 여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고, 분홍 원피스를 입은 다른 여인은 덤덤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여유롭다. 꾸미지 않은 두 여인의 모습에서 토속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랑 등 강렬한 원색들이 화폭을 채우고 있는 이 그림은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이다. 타히티를 동경하며 그곳의 풍경을 그림으로 남긴 폴 고갱. 그에게 타히티는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원천이었다.고갱은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파리는 근대화의 물결과 정치적 혁명기라는 시대적 혼란 속에 있었다. 그는 선원 생활과 주식중개인 등으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일했다. 그러나 경쟁적인 도시의 삶은 그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 현실의 불만은 오히려 순수한 예술세계를 지향하게 했고 화가로서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그는 오직 예술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산업혁명으로 오염화되어 가는 서양문명을 혐오하던 그는 문명에 젖지 않은 곳을 갈망했다.그런 곳을 찾아 여행하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타히티였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 타히티는 원시적인 풍토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타히티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소박함과 건강한 인간상이 주는 매력, 그리고 비문명적인 타히티는 그가 찾던 이상향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불멸의 작품들을 남겼다. 고갱에게 지상낙원은 타히티였다.완전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은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살면서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곳에 현실보다 훨씬 나은 이상향이 있다고 여긴다. 인간이 지어낸 이상향 중에 샹그릴라도 낙원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작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란 소설에 나오는 샹그릴라는 소설에서 이상향으로 창안해 낸 도시 이름이다.샹그릴라는 눈 덮인 산과 계곡, 푸른 호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으로 묘사돼 있다. 또한 그곳은 인간의 혼잡한 걱정과 혼란스런 세상을 벗어난 곳이고, 늙음과 죽음을 초월한 불로장생의 낙원으로 소개되고 있다.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의 샹그릴라는 인간의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된 지극히 평화로운 마을의 상징이 된 것이다.가상의 도시지만 존재하는 도시처럼 알려져 히말라야 여행자들은 샹그릴라를 발견하려고 히말라야 부근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급기야 중국은 윈난성 북서부에 위치한 중뎬이라는 지역을 샹그릴라로 개명하여 그곳이 전설 속 샹그릴라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이외에도 무릉도원이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 등에 낙원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이 잘 드러난다. 시대마다 혹은 나라마다 이상향을 지어내는 데에는 한 가지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현실의 고통과 혼란이 가중될수록 이상향을 그리는 인간의 욕망은 더 강해지는 것이다.인간의 갈등과 사회의 그늘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기 퇴직과 실업, 빈곤층 증가, 이혼과 자살의 증가, 도덕성 상실 등 많은 문제들로 행복지수가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세계 도처에는 전쟁과 테러의 소식이 들려오고 각종 매체에서는 경제 위기의 시론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생활고로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참 힘든 시절이라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너무 답답하고, 명쾌한 해답도 없는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향이 있다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처럼 힘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힘든 때는 더욱 그렇다.

2019-01-13

시와 에세이가 있는 교실

▲ 김현욱 시인“저는 시와 에세이 창작반을 통해 많은 것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 시 한 편의 필사를 통해 마치 일기를 쓰는 것처럼 저의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이 수업을 통해 힐링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 내면의 변화입니다. 시를 배우며 작은 것 하나에도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지 찾으려 노력하고 또 그것을 어떤 말로 표현하면 아름다울까 생각합니다.”“유년시절, 학창시절, 꿈 등 다양한 주제로 에세이를 쓰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친구와 언니들의 에세이 발표를 들으면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위로 할 수 있었다. 내가 왜 공부하고 있는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더 나아가서는 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건 지까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지난 4월이었다. 동지여고에 근무하시는 은사님으로부터 논술 교실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대입 논술을 위한 글쓰기의 기초를 다져달라는 게 요지였다. 은사님의 부탁이라 거절하기도 힘들었거니와 무엇보다 망설여졌던 것은 `대입 논술을 위한 글쓰기 지도`였다. 입시를 위한 글쓰기 지도는 그 방법과 접근이 기계적이고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입시나 입상을 위한 글쓰기는 자아와 가치관, 타인과의 관계까지 황폐화시킨다.고민 끝에 시와 에세이 그리고 NIE를 제시했다. 글쓰기의 기초를 다진 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논술지도를 하겠다는 일종의 절충안이었다.그렇게 동지여고 여고생들과의 글쓰기 교실이 5월부터 시작됐다. 1, 2학년이 주축이었는데 모두 20명이었다. 그나마도 한 달 동안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학년 학생 세 명이 담임교사의 반대로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고등학생이 지금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는 이유를 들었을 때는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한 학생은 새벽에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고 나머지 두 학생은 손 편지를 보내왔다. 듣고 싶은데 못 듣게 되어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의 수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얼마나 귀한 시간인가! 얼마나 빛나는 시간인가! 다른 아이들이 문제집과 씨름하는 동안 이 아이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사람을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경험을 나눴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정해 시를 써오면 모두 함께 둘러앉아 허심탄회하게 합평을 했다.`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꿈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써와 낭독을 하면서 우리의 시와 에세이가 있는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거나 웃음이 벚꽃처럼 흩날리기도 했다. 참으로,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고 소중한 나눔이었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대한민국의 교실에 시와 에세이가 넘치면 좋겠다. 입시라는 거대한 블랙홀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는 얘기지만 어른들은 알고 있다. 입시는 장엄한 끝이 아니라 가엾은 시작이라는 것을. 입시보다 취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각`이고 `깨달음`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물음은 노년기가 아니라 청소년기에 필요하다. 그런 물음을 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시와 에세이다.안타깝지만 시와 에세이가 있는 교실은 오는 18일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을 지난주에 해주었다.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방향을 이리저리 가늠해보는 이 멋진 여고생들의 이름을 가슴에 오래 간직하고 싶다.

2013-12-06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 김현욱 시인독일 속담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나 인정은 물과 같아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는 쉬워도 역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하는 것이리라.“은유, 내가 봐주마. 너희 둘이 열심히 벌어서 빨리 일어서기나 해라” 엄마는 기꺼이 손녀를 돌보겠다고 했다. 옛말에 “애 볼래? 밭맬래?” 하면 밭매러 간다고 할 정도로 육아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이었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뉴스도 그렇고 무엇보다 은유가 너무 어렸다. 환갑이 다된 엄마에게 은유를 맡기자니 마음이 무척 아렸다. 스무 살에 시집와 자식 셋 뒷바라지도 모자라 여동생 손주, 손녀도 돌봐주셨는데 이제 나까지 엄마에게 멍에를 지우게 됐으니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싶었다.죄송한 마음에 틈날 때마다 갖가지 먹거리를 사 들고 들어갔다. 많지는 않지만 매달 용돈도 드렸고 안부 전화도 빼먹지 않았다.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한 나름의 치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손녀 봐주는 통에 요즘 내가 효도를 다 받는구나!” 엄마의 그 말이 우레처럼 가슴에서 울렸다. 그랬다. 사실은 엄마를 위한 게 아니라 은유를 위해서였다. 부끄럽지만, 아프지만, 그랬다.지난여름은 참으로 대단했다. 생전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어르신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2013년 여름은 사람들에게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와중에도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나가셨다. 온종일 뙤약볕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돌아온 아버지의 검붉은 목덜미를 보노라면 그렇게 애잔할 수가 없다. 이제 연세도 있고 하니 그만 쉬시라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너거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할 끼다”전국학생 주산경연대회에 군 대표로 나가 상을 받아 올 정도로 영민했던 아버지의 운명은 1959년 9월17일 추석 아침,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사라`로 완전히 뒤바꿨다. 태풍 `사라`는 지금까지도 한반도에 상륙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사망자가 849명, 실종자가 206명에 이를 정도로 그 피해는 막대했다. 실종자 206명 중의 한 명이 바로 할아버지였다. 태풍 `사라`는 할아버지의 시신도 돌려주지 않았을 정도로 아버지에게 가혹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개가하면서 삼촌 집에 얹혀살게 된 아버지는 그때부터 줄곧 눈칫밥을 먹으며 머슴처럼 살았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지게질을 했던지 지금도 어깨에 그 자국이 남아있다.그때 태풍 `사라`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삶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태풍 `사라`가 아버지의 운명을 잔인하게 짓밟았다고 나는 믿었다. 적어도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기 전까지는.요즘 들어 부쩍 기력이 쇠하신 거 같아 아버지를 모시고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가 진맥하더니 “이제 몸 쓰는 일은 그만 하세요. 몸이 많이 상했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시더니 대꾸했다. “내가 다른 복은 없어도 일복 하나는 타고났소. 거기다 내 이름이 목숨 명에 목숨 수자 아니요. 질긴 목숨에 일복 하나는 타고났으니 내 한 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부지런히 벌어야지요. 안 글소?”태풍 `사라`가 아버지의 운명을 바꿔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자신만의 운명을 당당히 개척해온 것이다. 하지만 환갑을 넘기고도 “너거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며 매일 새벽, 일터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그 말이 참으로 아프게, 아리게, 쓸쓸하게 내 가슴에 와 메아리친다.정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는 것인가!

2013-11-21

상인의 버는 돈과 지키는 돈

▲ 안병국 포항대 교수·세무부동산계열영세 상인을 포함한 평범한 상인들이 다른 사람의 상가건물을 빌어서 상업행위를 하는 것을 보호해 주기 위한 법률이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다.이 법은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해 줌으로써 임차인들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로서 2002년 1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일반적인 민법의 임대차 법률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었다.적용되는 대상건물은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임대차에 대하여 적용이 된다. 사업자등록의 범위를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 규정에 의한 모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가건물의 임차인이더라도 비영리사업을 위한 임차인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들면 동창회 사무실, 종친회 사무실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현행 소득세법이나 부가가치세법, 법인세법에서의 사업자등록 대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택 임대차 보호법과는 달리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의 적용 대상은 법인인 임차인도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주택 임대차 보호법에서는 적용되는 주택에 대한 보증금의 범위를 두고 있지 않아 주거용이면 그 보증금이 10억이든 20억이든 관계없이 적용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그 적용을 하지 않는다. 입증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상인들이 이 일정금액의 범위를 몰라서 본인이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적용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잘 몰라서 우왕좌왕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보증금을 정함에 있어서는 해당지역의 경제여건 및 임대차 목적물의 규모 등을 감안해 행정단위별로 구분해 규정하고, 보증금 외에 월세가 있는 경우에는 그 월세를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감안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을 곱해 환산한 다음 그 금액을 포함해야 한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은 1분의 100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가 100만원인 상가임차인이 있다면 그는 환산보증금 1억5천만원에 그 건물을 임차하고 있다. 이렇게 정한 환산보증금이 각 지역마다 달리 정해져 있다. 달리 적용한 금액들이 법 제정 후 3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 하는것으로 개정 되었다. 최근 개정된 입법 예고를 살펴보면 서울은 3억원에서 4억원으로, 과밀억제권역은 2억5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광역시 1억8천만원에서 2억4천만원으로 포항과 같이 기타 지역은 1억5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으로 확대 됐다.이 계약금액 범위 내에 포함되는 계약은 법에서 정한 특별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보호의 지역별 기준금액 변경과 함께 개정 내용을 몇 가지 더 살펴보면 종전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법이 적용되지 않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개정 법률에서 이러한 제한을 없애고 보증금액과 관계없이 전체임대차 기간이 5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을 인정했다. 단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 했지만 3기에 달하는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으면 임대인은 갱신을 거부 할 수 있다.영세 상인을 위한 우선 변제의 대상범위도 지역별로 상향 조정 되었다. 지방도시의 개정된 기준을 보면 2천5백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확대 되고 그중에서 최우선 변제금은 7백5십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다른 변경 내용을 보면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상가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이 증감되어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응하지 못하게 된 때 당사자는 증감을 서로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만약 보증금을 증액하는 경우에는 법에 정한 기준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 청구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9%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상인들은 자기소유 상가 건물에 영업을 하지 않는 이상 열심히 노력하여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인에게 제출해 놓은 보증금 회수와 시작 당시 시설비를 어떻게 회수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므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의 기존 내용과 개정 내용을 잘 숙지한다면 안정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13-11-07

일상의 소중함

▲ 이관홍 신부·포항 죽도성당 부주임경제가 발달하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많이 변화됐다. 뜨거웠던 여름, 한국 사회 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법들 중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바로 `캠핑`이라 할 수 있다. TV나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서는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자연 속에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오붓하게 지내는 모습들을 아름답게 연출했고, 전국 각지에 여러 가지 형태의 캠핑장이 등장했다.고가의 캠핑장비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 여가를 보내는 형태가 펜션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캠핑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자연 속에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기쁘게 지내는 것 역시 참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굳이 캠핑을 위해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캠핑을 가야만 기쁘게 지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마도 자신의 삶의 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현대인들은 자극적이고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바라며 살아간다. 휴가 때면 굳이 어딘가를 가야하고,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 같다. 사실 휴가철에 관광지나 캠프장에 다녀오면 오히려 더 피곤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재충전을 위한 휴식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이벤트성 휴식에 길들여진 듯하다.많은 사람들이 신앙생활에서도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찾는다. 특별한 기적을 찾아다니고, 특별한 설교를 들으려하고, 특별한 곳에 가서, 특별한 기도를 하면서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신앙 역시도 이벤트성에 신앙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특별함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휴가도 특별해야하고, 신앙까지도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일상적이어야 하는 가족 간의 대화, 친구끼리의 대화도 어느새 이벤트성으로 전락한 듯하다.특별함을 찾는 사람,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삶, 자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면도 있다. 하지만, 특별함만을 찾는 사람,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평범함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우리의 일상을 한번 생각해보자. 다들 바쁘다고 말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고,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간다.바쁘다는 말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인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잠시 대화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은 사실 핑계인 듯하다. 가족 간의 대화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들은 서로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일상 안에서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는 가족이 어떻게 캠핑장 같은 곳에 가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너무 자극적인 것에만 의존하다보면 내성이 생기고,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삶의 자리`를 중요시 하지 않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진리를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기적인 신앙으로 변질 되고 말 것이다.뜨겁고 역동적인 여름이 지나고, 차분하고 조용한 가을이 다가왔다. 우리의 일상을 곰곰이 살펴보자. 일상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특별함만을 찾게 되고, 평범한 일상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벤트만을 찾아다니기 마련이다.가족 간의 대화도, 친구간의 우정도, 우리의 신앙도 일상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기억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2013-10-31

임대차(賃貸借)와 주택임대차

▲ 안병국포항대 겸임교수·세무부동산계열 당사자의 일방(임대인)이 상대방(임차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사용, 수익 할 수 있게 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써 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 우리의 민법에 임대차 계약이다. 사회생활을 영위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어 쓰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는데 다른사람의 물건을 빌어쓰는 관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부동산이나 동산을 빌어 쓰는 임대차 일 것이다. 왜냐하면 돈을 주지 않고 빌어쓰는 사용대차(使用貸借)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드문 일이고 사용하는 권리자에게 큰힘을 부여하는 전세권, 지상권 등 용익물권은 그 소유자가 등기부에 설정을 꺼려 하기 때문이다.임대차는 동산이나 부동산 어느 것이나 그 목적물로 할 수 있는데 특희 생산시설이나 부동산을 빌어쓰는 계약은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주택 또는 그주택의 일부만 빌어서 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용권자인 임차인을 보호 해 주지 않을 수 없다. 주택의 임차인은 경제적 약자가 많기 때문에 소유자에게 대항 할 수 있는 권리를 갖추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고 또 이용하고 있는 목적물을 소유권자가 팔아 버리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비워 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연유로 생긴 유명한 법언(法言)이 `매매는 임대차를 깨뜨린다`이다. 임차인은 집을 돌려줌으로써 살곳을 잃게 되는 경우가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도시화가 급속히 진행 되면서 발생한 사회적 폐단을 없애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이루기 위하여 만든법이`주택 임대차보호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양자간에 공평한 임대차와는 달이 이법은 주택을 빌어쓰는 계약을 규제하는 특별법이다.주택 임대차 보호법은 1981년 3월5일 제정된 특별법으로서 주택임대차에 관하여 민법에 비해 여러 가지 임차인에게 유리한 특례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 법은 제정이후 물가상승률 등 사회변화에 맞추어 임차인 보호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정이 이루어 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정부는 지난 13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 변제대상 세입자의 범위와 최우선변제금액을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이 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 개정안을 살펴보면 포항과 같이 중소도시는 보호의 대상이 기존 소액보증금 4천만원 중 최우선 변제액 1천400만원에서, 4천500만원 중 1천500만원으로 확대 되었다. 이 내용으로 전국의 소액임차인이 39만6천 가구가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된다.또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금액 부담을 덜어 주었다. 최근 주택 임대시장에서는 전세보다 반전세, 반전세 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 소유자나 건물주들이 시중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서민들이 월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 주택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상한비율을 현행 연 14%에서 연 10%로 낮추었다. 예를 들면 아파트를 전세 2억원에 임대하고 있는 집주인이 보증금 일부인 1억원을 월세로 전환을 요구 한다면 지금까지는 최고 연 14%인 1천400만원을 적용해 월116만원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부터는 최고 연 10%인 1천만원을 적용해 월 83만원을 넘을수 없게 개정안이 이루어 졌다.정부가 기대하는 월세시장의 안정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인다. 이미 시장에는 주택 월세시장이 하한 조정되면서 아파트는 월세 전환 상한선인 10%보다 낮은 6%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이번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2014년부터 체결한 계약부터 적용된다. 시행령 개정 전이든 후든 간에 임대보증금중 최우선 변제의 범위가 보증금의 일부 밖에 되질않아 세입자들은 계약함과 동시에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아야 보다 안전한 보증금 회수방법 일 것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임대인들의 전·월세 상한제를 어기더라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임대인이 전환율을 높이 적용하더라도 세입자는 법원에 소송으로 다투는 방법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법 개정의 안타까움이 있다.

2013-10-24

속지 말라

▲ 지월 스님 은적사 주지붓다의 가르침은 늘 인간의 속성을 경계한다. 그것은 종교인이든 지도자이든 시대의 영웅이든 예외가 없다. 그래서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현대 미국문화의 실용주의, 경험주의, 실증주의 등 사회적 속성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불교의 인식론이다. 놀랍게도 물질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미래 과학의 방향성과 연구과제는 인식론과 인간의 의식 자체에 대한 분야이다. 그리고 그 준비과정에서 뇌 과학과 명상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외부세계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긴 시간 탐구의 과정을 가져왔었다. 내 집에 없는 것이 남의 집에 있다면 왠지 가지고 싶은 탐욕심이 발동하고 안타깝게도 내가 이미 소유한 것에 대한 인식보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습관을 모방하기 바빴다. 그리고 비싼 외제차를 타면 어떨까 하고서 선망했던 시절에서 어느 날 자신이 그 외제차를 타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곤 점점 욕망에 따른 물질적인 부자놀이를 체험하게 되고 이러한 반복을 통해 점차 외부세계에 대한 기대와 경험들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또다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생각과 의식들이 거품 또는 착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믿고 있었던 고정관념들로부터 탈피하는 순간인 것이다. 서서히 사람들의 의식은 확장되어지고 사회는 부동산과 학벌의 거품을 빼기 시작한 것처럼 마침내 생각과 의식의 거품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고 대상보다는 인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치 돈을 벌기 위해 한 세월을 몰두했던 사람이 어느날 그것에 구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경우들이 종종 주변에서 일어난다. 우리 정신의 것과 자신의 길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붓다의 가르침에 있어서 사람마다 입장과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동일한 대상에 대해 느끼는 욕구, 가치 등이 다르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인가. 그들이 경험한 모든 희노애락이 사실이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대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진실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불교의 정사유(正思惟)이다.우리 주변에는 신, 하느님, 하나님, 한울님, 마음 등 복잡하고 관념적인 단어들이 가득하다. 이 얼마나 복잡한 개념들인가. 특히 이런 단어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러나 이것을 진정 이해하는 사람들은 사실 드물다. 이것들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 또는 관념일 뿐이다. 따라서 이 개념에 대한 이해수준도 천차만별이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제각각, 서로는 동일한 단어를 다른 개념을 갖고 사용하고 있게 된다. 그리고 잘못된 가르침과 오해, 관념과 맹신의 틀 안에서 믿음의 폭력들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처럼 평화를 도외시하는 종교적 지도자는 매우 위험한 인물인 것이다. 특정한 것을 신성시 한다는 것은 분리심과 갈등 등 사회문제의 유발요인이 된다. 거꾸로 한번 생각을 해보면 이 세상에 “신성, 불성, 하나님 등”이 얼마나 다를까. 차라리 세상 모든 것이 신성한 것이다. 저 돌맹이와 티끌 속에도 신, 부처, 한울님이 있거늘 관념에 도취된 사람들이 자기 것을 만들고 신성시 한다. 가령 “돌맹이님 도와주세요”하고 강하게 기도를 한다면 어찌될까. 불교의 가르침은 이 모든 것에 불성을 가지고 있음으로서 동일하게 소원성취가 된다고 얘기한다.이제는 우리의 의식수준이 누가 이러한 잘못된 개념을 끝까지 고집하며 그리고 그들의 불편한 진실이 무엇인지 자각할 수 있어야 할 때가 왔다. 종교를 비롯한 전 인류의 지상과제가 행복이라면 결국 개인과 사회문제의 최종적인 해결방향은 인간의 내면적인 속성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접근 가운데 하나를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성인과 위인들은 오염된 이것들과 시름을 했으며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결안을 제시했다. 사람 또는 사회는 관념의 믿음을 의지하기보다 그 내면적 속성을 물어야 하며, 또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3-10-17

쇠퇴한 도심, 창조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다

▲ 안병국 포항대 겸임교수·세무부동산계열도시재생특별법이 시행되면 나오겠지만 재생의 사업은 근린재생사업과 도시경제 기반 재생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근린재생사업은 주로 주민 위주로 이루어진다. 상권 활성화도 하나의 부록단위이던가 가로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기반재생사업은 대형 프로젝트 거점사업등 그 사업을 통해 주변지역을 활성화 시키는 사업이다.지금까지 도시재생사업을 보면 단일 부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효과는 있을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도시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첫째, 우선 중장기적으로 접근 해야 한다. 그간 성장시대에 맞는 도시공간 정책에서 이제는 저성장시대에 맞는 도시 공간 체계와 정비를 해야 하고 특히 원도심의 특성을 모색해야 하고 이러한 공간체계를 도시기본계획에 새로운 공간체계를 바꾸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두 번째는 도시의 성장관리정책이 필요하다. 청주시의 도시기본계획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도시기본계획을 하면서 일정한 선 안에 비어있는 곳부터 다 채우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성장경계선을 설정 했다. 도시성장경계선을 설정해서 도시성장관리 정책을 펴는 것이 앞으로 우리 도시에 필요하다. 그러면서 신개발 지역에 비해서 도심지의 상대적 장점은 역사성, 문화성, 공간특성이 있다. 도심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도심의 장점인 역사성과 공간특성을 어떻게 잘 활용해 나갈 것이냐 인데 도시정책이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또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테마거리 조성, 청소년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거리조성도 필요하다.셋째, 대중교통수단을 얼마만큼 잘 표현하는 것이 도심 활성화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중교통이라는 것은 걸어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목적지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보행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것이 도시 전체를 살리는 길이고 중심부를 살리는 길이다.넷째, 주거기능이 도심부에서 외곽으로 다 나가고 있는데 도심 한복판 인근지역은 일정 부분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도시정책이 필요하다. 그 후 위에서 언급한 지금 여러 부처가 도시재생과 관련된 사업들을 따로 펼치고 있는데 칸막이를 걷어 내어야 한다. 중복되고 상충하는 사업은 효과를 많이 떨어뜨리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칸막이를 없애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지방정부에서 여러 부처 사업을 장소중심으로 하나의 단위로 묶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창원의 도시재생사업의 한 부분을 살펴보면 국토교통부의 도시 활력 사업에서 예산을 받는 것, 중소기업청의 상권 활성화 사업에서 예산을 받는 것, 안정행정부의 마을 기업사업에서 예산을 받는 것, 창원시에서 일부 지원, 이것을 장소중심으로 통합적으로 활용함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청주시는 비어있는 연초제조창을 청주시가 2009년에 매입했다. 여기에 문광부사업, 지식경제부 사업을 유치하여 훌륭한 첨단문화 사업단지를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 제도 하에서도 지자체가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많다.다섯째,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지역 역량 강화인데 특히 그중에 지역 주민들 지역 리더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마무리로 들어가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도시쇠퇴 지역은 도시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한 도심재생을 할 수 없다. 제이콥스는 창조적 아이디어는 낡은 건물을 필요로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실제 실리콘밸리가 처음부터 시작한 곳은 스텐퍼드대학과 버클리대학 주변에 있는 허름한 차고지에서 가난한 벤처기업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빈 건물 빈 점포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쇠퇴한 도심이 오히려 창조경제 동력이 될수 있을 것이다.

2013-10-10

도시정책, 도시재생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 안병국포항대 겸임교수·세무부동산계열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도시의 현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충북대 황희연 교수의 연구를 따르면 놀라울 정도로 영국과 일본이 거의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연간 1인당 소득이 1만불까지는 거의 신개발 중심이었고 1만불 넘으면서 신개발이 줄고, 도시재생 쪽이 늘어나다가, 2만불이 넘어서면서 신개발이 꺾이고 도시재생이 중심이 되고, 2만불이 되었을 때는 신개발은 거의 소규모로 비중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1만 불이 넘어서면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고 저소득자를 위한 주택정책, 공공이 민간과 같이 재생사업을 연계해서 추진하고 있는 거의 같은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2만불과 3만불 사이의 시대이니까 우리나라도 접하고 있다.도시정책의 기본 방향이 바뀌고 있다. 신개발 중심에서 시가지 정비 중심으로 가고 시가지 정비를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개발 중심에서 이제는 경제, 문화, 사회적 활성화와 공동체를 회복하고 저소득자 주택을 공급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도시 재생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틀 속에서 국가 차원의 노력으로 도시재생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4월30일 국회 본회를 통과하고 올 12월5일 발효가 될 것으로 본다.이러한 흐름으로 보았을 때 재개발, 재건축이 크게 성행을 하다가 기세가 꺾인 상태이고 도시재생이 새로운 흐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가까운 시일 내 재개발 재건축은 거의 소갈 될 것이고 주민 자력 재생이 우리나라 도시정비에 중심으로 될 것이다.그렇다면 도시재생 도시재생 하는데 도시재생의 개념과 유형을 살펴보면 우선 재개발, 재건축은 물리적 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일자리도 창출하고 사회공동체로 회복하고 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주거 환경개선 사업과 같이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이나, 재개발 재건축 같이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의 형태가 아닌 이제는 공공과 민간이 주도하는 동반관계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정비사업이 물리적 환경개선 사업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환경 물리적 환경 생태적 환경 등의 모든 개선사업이 융·복합적으로 함께 재생사업이라는 하나의 사업 속에 녹아 들어가게 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다.이러한 개념으로 보았을 때 도시재생 사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 역량은 기본적으로 공동체 회복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그러면서 일자리를 창출하여 소득을 획득하고, 지역의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 외부적인 여러 가지 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내에 자족적이고 내발적인 정말로 지역 주민들이 앞장서고 행정이 지원하는 형태가 더욱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지역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중앙부처의 여러 사업이 있고 지자체 자체적인 사업도 있다. 이런 것들이 부처 간에 칸막이를 없애고 하나의 장소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접근 방법이다.재생의 대상지는 포항과 같이 중심지가 쇠퇴 지역이 있는가 하면, 산업쇠퇴 지역, 도시 전체가 쇠퇴하는 지역 등 여러 가지 대상 지역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도시 재생하면 기존 것을 다 부숴버리고 새로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겠지만, 실제 도시재생은 기존의 건물, 골목길을 가능한 한 살리면서 최소한 개량 하는 지역을 살려야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재생사업은 사업성이 있는 서울, 동경은 민간투자 쪽에서 진행하고 공공은 제도적이나 금융적으로 지원하면 된다. 사업성도 없고 지역 역량도 없는 낙후 지역 개발은 국가지원 사업으로 하면 된다. 사업성은 부족하지만, 지역 역량은 가지고 있는 지역은 주민 자력 재생사업의 대상이 될 것이다.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