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홍 신부·포항 죽도성당 부주임경제가 발달하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는 방식도 많이 변화됐다. 뜨거웠던 여름, 한국 사회 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법들 중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바로 `캠핑`이라 할 수 있다. TV나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서는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자연 속에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오붓하게 지내는 모습들을 아름답게 연출했고, 전국 각지에 여러 가지 형태의 캠핑장이 등장했다.고가의 캠핑장비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 여가를 보내는 형태가 펜션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캠핑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자연 속에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기쁘게 지내는 것 역시 참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굳이 캠핑을 위해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캠핑을 가야만 기쁘게 지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마도 자신의 삶의 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현대인들은 자극적이고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바라며 살아간다. 휴가 때면 굳이 어딘가를 가야하고,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 같다. 사실 휴가철에 관광지나 캠프장에 다녀오면 오히려 더 피곤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재충전을 위한 휴식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이벤트성 휴식에 길들여진 듯하다.많은 사람들이 신앙생활에서도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찾는다. 특별한 기적을 찾아다니고, 특별한 설교를 들으려하고, 특별한 곳에 가서, 특별한 기도를 하면서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신앙 역시도 이벤트성에 신앙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특별함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휴가도 특별해야하고, 신앙까지도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일상적이어야 하는 가족 간의 대화, 친구끼리의 대화도 어느새 이벤트성으로 전락한 듯하다.특별함을 찾는 사람,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삶, 자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면도 있다. 하지만, 특별함만을 찾는 사람,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평범함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우리의 일상을 한번 생각해보자. 다들 바쁘다고 말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고,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간다.바쁘다는 말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인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잠시 대화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은 사실 핑계인 듯하다. 가족 간의 대화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들은 서로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일상 안에서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는 가족이 어떻게 캠핑장 같은 곳에 가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너무 자극적인 것에만 의존하다보면 내성이 생기고,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삶의 자리`를 중요시 하지 않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진리를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기적인 신앙으로 변질 되고 말 것이다.뜨겁고 역동적인 여름이 지나고, 차분하고 조용한 가을이 다가왔다. 우리의 일상을 곰곰이 살펴보자. 일상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특별함만을 찾게 되고, 평범한 일상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벤트만을 찾아다니기 마련이다.가족 간의 대화도, 친구간의 우정도, 우리의 신앙도 일상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기억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201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