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로를 지나가다 ‘경축, 포항시 법정문화도시 예비지정’이란 펼침막을 만났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진작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펼침막은 새삼 내 심장을 뛰게 하였다. 오랜 세월동안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인식되던 포항이 전국 여러 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문화도시 지정의 가장 중요한 관문인 예비지정을 받았으니 마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법정문화도시는 현 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문화를 도시발전의 근간으로 인식하고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하여 국가에서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이다. 예비지정이 되면 승인된 계획에 따라 1년간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 후 그 실적을 평가하여 최종 선정이 결정된다.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될 경우 향후 5년간 국·도비 등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지원되는 쾌거다. 철강 산업도시로만 인식되던 포항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하순께, 뒤돌아보니 벌써 지난해의 일이 되었다. 일찍 찾아온 겨울 탓에 추운 날씨였고, 서울의 바람은 포항보다 더욱 차가웠으며 묵직한 사명감도 추위를 보탰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거운 보고용 책자 보따리를 들고, 그보다 훨씬 더 묵직한 사명감을 양어깨에 짊어진 포항문화재단의 담당팀장을 비롯하여 상임이사, 사무국장 그리고 문화예술과장, 도시재생과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같은 시간 경북도청의 담당자도 상경하였다.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법정문화도시 최종발표회에 참가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경연이니만큼 긴장된 분위기였고, 앞 순서의 타 지자체 발표를 보면서 만만치 않은 경쟁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포항문화재단의 발표를 보고나니 안심이 되었다. 연구와 추진내용의 충실함이나 포항의 정체성을 담은 차별화 전략, 그리고 자연재해 극복과 그 정신적인 상처를 문화로 치유하겠다는 간절함 등이 단연 돋보인 까닭이다. 심사위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경상북도의 지원,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의 의지, 지역문화계의 염원이 확인되었으니 전문가, 행정기관과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 거버넌스가 빚어낸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임을 일찌감치 인식한 포항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철강산업과 더불어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며 여러 가지 준비를 해오던 터였다. 벌써 7년의 역사를 만든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포항시는 법정문화도시 지정공모가 발표되자마자 경상북도와 협약을 체결하고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예산 지원 등의 협조체제를 구축하였고, 문화도시 비전 연구용역 수립에 착수하는 등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긴밀하게 움직였다. 문화도시 자문위원회를 조직하였고, 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의견을 수렴하였고, 지자체 현장실사 평가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참석하여 사업계획을 격려하였으며, 평가단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문화도시 지정에 대한 포항시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실제로 이번 문화도시 예비지정 평가항목에 지자체의 의지와 협업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이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은 불문가지, 모든 일은 정성이 반인 법이다.
포항시의 법정문화도시 예비지정을 축하하며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내년의 최종평가에서 법정문화도시로 확정될 경우, 국가 예산의 유치라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는 포항시민의 문화적 자부심의 고취다. 이는 셈할 수 없는 큰 가치를 가진 무형의 자산이다.
이제 문화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선정이 될 때까지 힘을 합쳐야 하며, 최종 지정이 끝이 아니라 진정한 문화도시의 출발점임도 잊지말아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