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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정부 예산 뒷받침 없이는 아동학대 특례법도 무용지물

글 싣는 순서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역할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지자체 보조금 지원 수준의 현행 운영체제론 한계전문인 양성·통합시스템 마련 등 국가서 주도해야□시행 3개월 앞둔 아동학대 특례법 지난해 8월과 11월 칠곡과 울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정부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정부는 지난 2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했다.지난 2007년 제4차 위원회 이후 이명박 정부시절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다가 처음 열린 이 회의에서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확정지었다.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경찰이 즉시 개입해 수사를 진행하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퇴거 및 접근금지 조치를 해 친권행사를 일시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또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일선 현장의 반응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이러한 정책을 뒷받침 할만한 예산과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이는 정부가 지난 2005년 아동학대예방 사업을 중앙사업에서 지방사업으로 이양한 이후 더욱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대부분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 위탁운영하다보니 정부에 의한 국비지원이 아닌 지자체에 의한 경상보조금 지원수준에 그치면서 매번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지자체의 지원금도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심각해 상담원간 인건비도 제각각인 현실이다. 실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상담원 인건비는 가장 높은 제주시(3천291만원)와 가장 낮은 대전시(2천17만원)간에 무려 1천274만원의 격차를 보였다.이처럼 지자체 및 수탁법인의 재정여건에 격차가 발생하면서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처우의 편차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특별법 시행에 따라 경찰과의 공조 업무증가로 인한 인력부족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지난해 전국의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 1만3천76건 중 경찰동행 건수는 586건(2.7%)에 불과했다.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접수 단계에서 경찰과의 동행조사가 반드시 필요해지면서 연간 1만건 이상의 사례에 대한 합동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아동보호전문기관 1곳당 7.5명에 불과한 인력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동학대 중앙관리시스템 구축해야이처럼 새롭게 도입되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아동학대 중앙관리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우선 아동학대예방 강사양성을 통한 조기예방 및 지역사회 통합관리를 통해 고위험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들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이를 위해서는 지역아동센터, 드림스타트센터 등과 연계해 아동학대 고위험군가정을 선별, 이들 가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징후 발생시 경보시스템을 가동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또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아동학대 현장조사 및 초기개입의 역할을, 드림스타트센터를 비롯한 여타 아동복지기관에는 유관기관 연계 및 사후관리의 역할을 하도록 해 기관간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아울러 기존 지방에 이관돼 위탁운영을 실시해 오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중앙으로 되돌려 아동보호전문기관 수도 늘리고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기본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복지서비스기관이라기 보다는 아동대상 범죄를 막고 아동의 인권을 지켜내는 준사법적 성격이 강한 국가기관의 성격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수반된다.지역에 따라 많게는 운영예산의 50%이상을 자체충당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이같은 전문성이 결여되기 쉽다는 분석이다.이에 대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허울뿐인 정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지역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추가 설치하고, 상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인프라구축을 위해서 정부가 직접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병 덕 한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아동학대는 범죄` 인식 큰 변화재정 빈약해 특례법 현실 적용 시간 걸릴 것나·우리·우리 가정부터 변화하자 생각 필요△ 최근 아동학대가 꾸준히 이슈화되고 있지만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원인은.- 아동학대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아동의 발달적 특성에 대한 관점으로 아동이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학대가해자의 정신병리학적 관점으로 학대가해자의 문제로 학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가정환경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양육자의 양육지식, 경제적 수준, 가정의 분위기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전반적 환경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관점으로 지역사회의 폭력에 대한 태도, 실업이나 고립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 등이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아동학대는 어떠한 형태의 학대도 아동이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아동은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것을 제공받을 권리와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아동학대는 이러한 권리를 온전하게 지켜주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법이란 한 국가가 최소한의 규정을 강제하는 장치라 할 수 있는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고 시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예전에 아동학대를 단순히 양육이나 훈육을 좀 지나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것을 범죄의 하나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의 변화는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허나 법으로 인한 변화는 법이 엄격하게 집행 될 때 나타나게 될 것이다.변화가 현실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법 집행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아쉽지만 이와 같은 제도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된다. 제도의 변화는 곧 발생하겠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우리 아이들이 아동학대로부터 자유로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역할은.- 한 아이의 출생과 성장은 더 이상 한 가족의 사적인 일이 아니다. 출생 장려금이나 양육·보육 수당은 아이의 출생과 성장이 지역사회의 일이고, 국가의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러한 재정 지출을 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지역 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아이들이 성장했다.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고, 나이나 성별 등에 의한 차별이 없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이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후세에 물려주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모방하면서 자란다. 가정에서 건강한 어른의 모델이 없다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모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변화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나부터, 우리부터, 우리 가정부터, 우리 지역사회부터 일어나게 될 때 가장 빠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먼저 우리 가정에 있는 자녀에게, 우리 주위에 있는 아동에게 반가운 눈인사,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박동혁기자phil@kbmaeil.com

2014-05-30

아동 신체외 그림·글 등 통해서도 학대 발견할 수 있어

글 싣는 순서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역할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아동학대 신고사례경북지역의 한 정신보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경미(가명)씨는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건강에 이상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아동에 대한 상담의뢰를 받았다.상담대상자인 유한준(10·가명)군은 상담이 진행되는 내내 김씨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였다.김씨는 상담의 취지를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유군을 진정시킨 후 스스로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유군의 입에서는 놀랄만한 사실이 전해졌다. 부모로부터 수년간 정서적 학대를 받아 학교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는 내용이었다.유군의 부모는 평소 유군과 남동생을 비교하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과 욕설을 자주 사용했고, 유군은 가족 내에서 자연스레 왕따가 됐다.특히 부모가 정한 규칙을 유군이 지키지 않았을 경우 장롱 안에서 몇시간씩 가둬두거나 옷을 다 벗긴채 현관문 밖으로 쫓아내는 가혹행위가 수차례 반복됐다.뜻밖의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은 김씨는 이같은 행위가 일반적인 훈육이 아닌 아동학대로 판단돼 아동학대 신고전화 1577-1391로 신고했고, 이를 전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유군을 부모로부터 격리시킨 후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비슷한 시기 경북지역의 한 소방서 구급대원인 최정훈(가명)씨는 30대 부부가 한밤중에 부부싸움을 벌이다 남편이 휘두른 칼에 아내가 상처를 입어 출혈이 심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최씨는 구조를 위해 집으로 들어선 순간 집안에서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방안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봉투와 함께 2명의 아동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두 아동은 또래 아이들보다 마르고 왜소한 모습이었고, 오랫동안 세탁이 되지 않은 듯한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다.최씨는 피를 흘리고 있는 30대 여성을 인근 병원으로 옮긴 후 아동이 방임되고 있다는 내용을 신고해 아이들이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 □ 당신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아동의 경우 특성상 자신의 위험을 외부로 알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없이는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어렵다.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아동 중 30%가 자기방어나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만 6세 미만의 아동이다.학대피해가 발생해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알릴 수가 없어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현행 아동복지법은 시민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직무상 아동학대를 인지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의 일반시민들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이들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분류하고 있다.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에는 교직원직군, 의료인직군, 시설봉사자 및 공무원 직군 등 22개 직군이 포함된다.이들 직군에서 근무하는 종사자의 경우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하게 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되면서 오는 9월 29일부터는 신고의무자 직군이 확대되고 의무위반시 처분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의심이 되는 경우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의무가 강화됐다.미신고시 처분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상향 조정됐고, 신고의무자 직군도 아이돌보미,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 수행인력 등 2개 직군이 추가된 24개 직군으로 늘어났다.□ 아동학대 신고의식 갈수록 개선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지만 놓치기 쉬운 아동학대를 인지하는데 있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지난 2000년 10월 관련법이 최초 시행된 이후 2001년 686건에서 2012년 3천316건으로 무려 4.8배 증가했다.직군별로는 사회복지공무원(904건), 교직원(732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424건), 의료인(85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이같은 증가추세는 학대피해를 받는 아동에게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의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그러나 전체 신고 건수(2012년 기준 8천979건)중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36.9%에 불과해 호주(73%), 일본(68%), 미국(58%) 등 주요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를 나타내 보다 적극적인 신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학대받는 아동은 신체에 학대의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작성하는 글이나 그림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따라서 신고의무자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주변 아동을 바라보면서 학대 의심징후가 발견될 경우 피해아동의 안전 및 신병을 확보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뒤 현장조사 및 사례개입에 적극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신고시에는 학대정황을 증명할만한 증거사진을 확보하고 피해아동에게 학대사실을 지속적으로 캐묻거나 유도질문을 하는 행위를 자제하면서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에 대해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최근 아동복지법이 강화되면서 신고의무자에게 주어지는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며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할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철저한 신변안전을 보장하도록 돼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1577-1391로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교사 직군어린이집의 원장 등 보육교직원, 유치원 교직원 및 강사, 초·중등 교직원, 초·중등 전문상담교사 및 산학겸임교사,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의료인 직군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장, 의료기사, 구급대 대원, 응급구조사, 정신보건센터의 장과 종사자△시설종사자 및 공무원 직군가정위탁지원센터 종사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아동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및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및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및 성매매피해상담소 종사자, 성폭력피해상담소 및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청소년 시설 및 단체 종사자, 청소년 보호센터 및 재활센터 종사자,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종사자△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후 신규 적용 직군 (2014년 9월부터 적용)아이돌봄지원법에 따른 아이돌보미, 아동복지법에 따른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통합서비스 지원 수행인력/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4-05-23

호기심 자극, 흥미 유도로 스스로 권리보호 할 수 있게

성폭력 예방 인형극 통해 상황별 대처방법 지도동해안 5개 시·군 학교 다양한 프로그램 접목해집단따돌림 예방교육에 초점 학교폭력 근절 노력글 싣는 순서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하루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안돼요! 싫어요!”지난 14일 오전 포항 대해초등학교 강당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이 열렸다.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준비한 이번 인형극은 주변 이웃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할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은 `새별이 이야기`와 낯선사람에게 유괴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올바른 대처법을 알려주는 `세찬이 이야기` 등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60㎝ 남짓한 크기의 인형들은 재미있는 몸동작과 익살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가듯 학대예방법을 알려줬고 처음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아이들도 이내 `꺄르르`하고 웃어대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1부로 진행된 새별이 이야기는 학교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여자아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집 아저씨를 만나 성폭력을 당할 뻔한 사례를 보여줬다.극중에서 새별이는 얼굴을 아는 아저씨의 접근을 경계심 없이 허용했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중 으슥한 장소에서 갑자기 돌변하는 아저씨의 행동에 크게 놀랐다.아저씨는 스스럼없이 작고 여린 새별이의 몸을 더듬었고 수치스러운 마음을 느낀 새별이는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하던 중 예전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부터 받았던 대처방법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이에 용기를 얻은 새별이는 큰소리로 “안돼요! 싫어요!”라고 외친 후 곧장 집으로 도망쳤다.아저씨는 달아나는 새별이에게 “방금 벌어진 일은 비밀이니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더이상 아이를 쫓아가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새별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머니와 마주했다.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새별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어머니는 겁에 질린 새별이를 차분히 다독거렸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새별이는 이웃집 아저씨에게 당한 일을 사실 그대로 전했다.1부 인형극이 종료된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내용설명이 이어졌다.상담원은 아동들에게 우리 몸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소중한 몸을 스스로 지키는 방법에 대해 교육했다.곧바로 이어진 2부에서는 남자아이가 하굣길에서 만난 낯선 아주머니의 유혹에 이끌려 납치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 가까스로 탈출하는 사연을 소개했다.평소 스마트폰이 갖고 싶었던 아이는 자신을 따라오면 스마트폰을 준다는 아주머니의 꾀임에 흔들렸고, 심한 내적갈등을 겪던 아이는 아주머니가 낯선사람임을 인지하고 큰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자신의 정체를 들킨 아주머니는 다른 아이를 유괴할 준비를 하던 중 결국 신고를 접수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붙잡히게 됐다.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인형극이 종료된 후 아이들에게 두가지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안내한 뒤 교육을 마무리지었다.인형극을 관람한 이슬아(9·포항 대해초 2년)양은 “평소 알지 못했던 사실을 인형극을 통해 들으니 매우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와같은 재미있는 공연을 자주 보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직 집중력이 뛰어나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해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은 교육방법은 일선교사 및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중한 몸 스스로 지켜요이처럼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전국의 50여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을 비롯한 다양한 아동권리교육 프로그램으로 아동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먼저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은 정신적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고 그 영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아동기 성학대 경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각 발달단계에 맞게 만 4~7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인형극을 통해 아동이 접할 수 있는 성학대 위험상황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올바른 대처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또한 이를 모델링하도록 해 아동이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성학대 위기를 인지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돕고 있다.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포항시, 청송군,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 등 경북동해안 5개 시·군 85개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8천700여명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실시했다.굿네이버스 최초의 아동권리교육 프로그램인 `아동힘키우기서비스`(CES : Child Empowering Service)는 지난 1999년부터 전국의 각 유아기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이 교육은 아동들에게 해부학적 인형을 이용해 우리 몸의 명칭과 모양을 상세히 알려주고 이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 성인과 아동의 차이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또한 아동들에게 임신과정과 출산과정을 알려주고 성학대 및 유괴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유아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만 5~6세 아동을 대상으로 40~45분 간 교육하며 포항아동보호기관에서는 지난해 88개 기관에서 5천1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병행참여활동을 통한 아동학대예방교육인 `PAPCM`(Participatory Activity for Prevention of Child Maltreatment)는 앞서 소개한 2개의 프로그램과는 달리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급단위 프로그램이다.지난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아동에게는 권리침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훈련을, 부모에게는 올바른 자녀양육기법 훈련을, 교사에게는 신고의무자 교육으로 구성된 통합교육이다.포항아동보호기관에서는 지난해 16개교, 106학급, 3천9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 했다.지역대학과 함께하는 아동학대예방캠페인은 예방적 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은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자원봉사동아리인 `세이프 차일드 서포터즈`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지난해 포항의료원, 이마트 포항점, 포항 환호해맞이공원, 그랜드애비뉴, 포항 선린병원, 영일대해수욕장 등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10여회에 걸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캠페인을 통해 1천600여명의 주민들이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한 서명을 했고, 이중 일부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의 정기후원자 및 자원봉사자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4-05-16

신고접수·현장조사·상담후 조치… 긴장의 끈 못놓아

글 싣는 순서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하루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매일 사례회의… 긴급신고땐 12시간내 조사후유증 시달리는 피해자에 치료 연계 등 처방가해자 상담 병행해 추가학대 방지활동 주력□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입니다”조용했던 사무실에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상담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달하는 신고자의 설명을 전해들으며 침착하게 메모를 했다. 할머니에 의해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하영미(가명)양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신고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아이에 대한 학대가 진행 중인터라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시되는 상황.상담원은 즉시 주소를 받아 적은 뒤 현장조사를 나설 준비를 마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2인 1조를 이뤄 현장에 방문한 상담원들은 정확한 학대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도달했다.때마침 학교에서도 학대발생을 인지한 담임교사를 비롯한 교직원들이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상담원들은 침착하게 사례자인 하양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는 그동안 겪었던 심각한 정서적 충격과 공포로 부르르 떨며 상담하는 내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혹여나 우는 모습이 할머니에게 들킬까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모습을 보였고, 학대의 후유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이같은 상황에도 아이는 할머니와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표시했다.□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하양의 부모는 젊은 시절 동거를 하던 중 아이를 낳게 됐다.아이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지속적인 갈등을 겪던 부부는 결국 어머니의 가출로 파경을 맞게 됐다.이후 하양의 아버지는 홀로 아이를 부양하게 됐지만 알코올중독 및 정신적문제를 겪고 있던 그에게 제대로 된 부양자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아버지는 아이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틈만 나면 집안의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이같은 문제가 수년간 이어지자 가족들은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보내기로 결정했고, 이때부터 하양은 조부모의 손에 맡겨졌다.그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고통은 더 큰 재앙으로 다가왔다.아이의 할머니가 양육을 한 이후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을 반복하면서 정서학대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설상가상으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통에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가 잦았지만 아이가 홀로 집안에서 무슨일을 벌일지 모른다며 외부에 아이를 방치하기도 했다.아이는 매일 밤 할머니가 돌아오기 전까지 거리를 돌며 외롭고 무서운 시간을 견뎌야 했고, 어떠한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사례관리상담원들은 학대행위자인 할머니에 대한 상담도 함께 진행했다.처음에는 학대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상담을 거부하던 할머니는 상담원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상담에 응하게 됐다.아동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언어폭력, 정서적 괴롭힘, 방임 등의 행위가 이어진다면 아동학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학대행위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결과였다.상담을 개시한 뒤 할머니는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두차례 벌을 내리던 습관이 점차 횟수가 늘어나면서 학대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상담원은 할머니에게 아이를 당분간 아동쉼터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아동의 안전한 보호와 건강한 양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이와 더불어 심리·정서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를 위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임상치료도 연계하는 조치를 내렸다.또한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를 활용, 아동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사례관리를 진행키로 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절실이처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지역의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고, 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 및 교육으로 추가학대를 방지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상담원들은 매일 아침 사례회의를 통해 현재 기관에서 개입하고 있는 사례의 판정과 조치, 추후 개입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회의가 끝난 후 상담원들은 지난밤 접수된 사례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 학대를 받은 아동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긴급상황으로 판단되면 12시간 이내, 그렇지 않으면 72시간 이내에 학대여부를 조사한다.현장조사가 끝나면 해당 아동이 처한 상황이 아동학대인지 아닌지 여부를 사례판정을 통해 판가름하고, 조사결과 피해아동을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판단되면 3일간 의료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에 보호하게 된다.아동보호기관별 상담원 숫자는 6~10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전국의 학대신고 건수는 지난 2009년 9천300여건에서 지난해 1만3천700여건으로 급증해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도 고작 8명의 상담원으로 경북동해안 5개 시·군(포항시, 울진군, 청송군, 영덕군, 울릉군)을 관할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나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해당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면서 이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떨어진 상태다.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보호 상담원은 아동학대가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동학대는 우리주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 민간에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아름 경북포항아동보호기관 상담원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문제 해결 아동학대 범죄로 인식 아직 부족알코올 중독 아버지로 인해자살충동성 보인 초등생지속 치료로 회복시켜 보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된 계기- 굿네이버스라는 국제 구호개발 NGO단체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서 국내·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나눔`의 가치를 알고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다시 나눠주기를 꿈꾸면서 아동보호 업무를 하게 됐다.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서는 보호를 마땅히 받아야 하지만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고 싶어 사례관리 업무를 맡게됐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몇년전 초등학생 아동이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았다.경찰과 함께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집안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차 있어 불결한 위생상태에 놓여있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아동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기관 차원에서 아동에 대한 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자살충동성과 우울증 빈도가 높게 나오고 자존감이 낮아 지속적인 심리치료와 자존감을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그결과 아동은 중학교에 무사히 진학해 선도부원으로 활동하고 반장선거에도 나서는 등 학교생활에 강한 의지를 보일 수 있게 됐다.△학대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많은 사람들은 아직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키우는 것에 관대해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아이들이 가족의 품안에서 내일을 꿈꾸고 가족들이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돌보며, 아이들의 문제를 마을 전체가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따라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주변의 무관심이 아동학대를 키웠다는 사실을 사회전체가 반성해야 하며 따뜻한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4-05-09

아동학대 예방, 지역사회 차원에서 관심·지원 절실

“다들 언니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울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알고 있었어요. 언니가 왜 울지 않았는지… ” 1966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스크린에 담은 토미 오하버 감독의 `아메리칸 크라임(2007)`에서 주인공 실비아의 여동생인 제니가 한 대사다. 이 영화에서 10대 소녀인 실비아와 제니는 서커스단에 일하며 유랑생활을 하는 친부모의 사정으로 과부인 거트루드에게 맡겨진다. 이들을 자식처럼 키우겠다던 계모는 부모가 떠난 순간 악마로 돌변해 담뱃불로 몸을 지지고, 온갖 도구를 이용한 폭행을 가한다.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언니인 실비아가 지하창고에 갇히게 되고 계모는 소녀의 몸에 `나는 매춘부입니다`라는 굴욕적인 내용의 문신까지 새겨넣으며 학대한다.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는 물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며 온갖 고문을 당한 실비아는 몸에 수분이 없어 눈물마저 흘릴 수 없게 된다. 결국 소녀는 죽음에 이르게 되고 계모는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돼 재판정에서 종신형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내용은 최근 울산과 칠곡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맥락이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본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를 영원히 추방하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 조명해 본다.지난해 지역 피해접수 중 신체·정신학대, 방임 등 대부분어릴때 상처 후유증 길어… 성인 돼도 정상생활 못하기도글 싣는 순서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하루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아동학대란 무엇인가아동학대는 부모들이 흔히 `사랑의 매`라고 표현하는 신체적인 학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굳이 뼈가 부러지거나 장기가 파열되는 등 외상을 입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방치해두거나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도 오늘날 아동학대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아동복지법에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만 18세 미만의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방임하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라고 명시하고 있다.실제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시, 청송군,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 등 경북동해안 지역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 256건 중 신체학대는 77건(30%)으로 정서학대(25%), 성학대(10%), 방임(35%) 등 다른 학대유형과 비슷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지속적인 예방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유형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이중 신체학대는 주로 아동을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뒤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등 구타나 폭력에 의한 멍, 화상, 찢김, 골절, 장기파열, 기능 손상의 원인이 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이는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더라도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장애를 초래한다거나 심각한 상처로 인한 흉터가 남게 되는 등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게 한다.정서학대는 언어폭력 등으로 아동의 인격이나 감정, 기분을 심하게 무시하는 행위를 말하며 아동을 좁은 공간에 장시간 홀로 가둬두는 행위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정서학대를 당한 아동은 신체학대를 받은 아동 이상으로 성장기 이후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심리적으로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라 그 상처의 후유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성적학대는 성행위, 성적유희를 묘사하는 영상을 아동에게 보여주거나 판매하는 간접적 학대와 자신의 신체특정부위를 만지도록 하는 성접촉에 의한 직접적 학대 모두를 포함한다.피해아동의 나이, 지속기간, 학대수준에 따라 성학대 후유증의 심각성이 좌우되며 자해, 성충동 조절문제, 우울증 자존감 상실 등의 후유증을 유발한다.마지막으로 방임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물리적 방임, 고의로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하지 않는 의료적 방임 등으로 구분되며 이같은 학대를 받고 자란 아동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수동적이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하는 일지난 1998년 경기도 의왕시에서 아버지와 계모가 어린 남매를 학대해 누나를 굶겨 죽여 앞마당에 파묻고 동생도 사망 직전까지 몰고 간 일명 `영훈이 남매 사건`은 2000년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설립으로 이어졌다.정부는 아동복지법에 학대와 관련된 조항을 신설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를 마련하고 민간기관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와 관련된 업무는 위탁·운영케 했다.또한 각 지자체는 학대받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한 처리와 중앙기관과의 연계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했다.2014년 현재는 전국에 51곳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피해아동을 위한 지원사업에서부터 학대예방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이중 포항을 비롯한 경북동해안 5개 시·군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총 9명의 상담원과 1명의 전문 임상심리사가 근무하고 있다.아동학대 신고접수 및 현장조사를 통한 위기개입과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상담, 치료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룹홈`이라는 명칭으로 학대피해를 받아 부모로부터 격리가 필요한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을 포항에 설치해두고 있다.상담원들은 피해아동과의 1대 1상담,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을 통해 아동이 겪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와 함께 예방적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 아동학대 예방 실무자교육, 아동힘키우기서비스(CES), 참여활동을 통한 아동학대예방교육(PAPCM)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이웃학교 방학교실 운영을 통해 아동학대 고위험 집단에 대한 방지활동을 펼치고 있다.또한 학대피해 아동보호와 가정지원을 위해 지역사회 내 학계, 법조계, 의료계 등 전문가조직을 통해 전문적인 개입을 실시하고 지자체, 경찰, 소방, 병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지역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동대학교, 위덕대학교 등 지역대학과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에서 매년 150~300여명의 봉사자들이 아동학대 사례발견 및 아동보호활동에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최연수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지역 아동들이 학대피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동보호기관의 활동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 차원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phil@kbmaeil.com

201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