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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 실현 사활 건다

□경북도, 포항에 철강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꿈꾸다경북도는 2019년 새해를 맞아 ‘경북 스마트-X 산업혁신 신전략 2022’를 발표했다.도는 7대 핵심분야 30대 프로젝트로 구성된 ‘신전략’가운데 11개 선도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11개 선도 프로젝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다.경북도는 ‘경북 제1의 도시’포항시 산업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철강산업의 구조를 고도화와 신소재 산업 육성에 전략적으로 집중키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구체적으로는 포스코가 추진하는 미래철강산업 개발전략과 연계한 차세대 철강산업을 육성하고 기존 탄소, 알루미늄 등과 함께 인조흑연, 그래핀 등 신소재산업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앞서 지난 2017년 7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포항지역 과제로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정부는 철강제품과 관련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 철강재·경량소재 조기개발을 위한 핵심기술개발·철강전문인력 양성, 활용방안을 찾기로 했다. 설비분야에서는 친환경 제철공법 개발과 스마트제철소 구축, 철강 신시장 개척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경북도의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이같은 정부 정책의 후속조치 성격을 띠고 있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총 사업비 3천억원 규모의 ‘미래산업 대응 철강혁신 생태계 육성사업’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에는 철강소재 개발 등 RD 지원에 2천억원, 현재 입주가 부진한 포항 블루밸리 산업단지를 철강기업을 위한 실증 인프라타운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에 800억원 등을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경북도는 이 사업이 지난해 4분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아쉽게 탈락하면서 올 2분기께 재신청을 목표로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포항지역 산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11개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됐다”며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적용해 정책을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고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철강산업 클러스터, 꿈이 아닌 현실이 돼야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는 철강소재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하지만 철광석을 포함한 원재료를 중간재(철강제품)로 가공해 타 지역으로 공급하는 현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철강제품을 소비하는 주 고객인 자동차, 조선 업계의 업황 변화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포항에 최초 철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가공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하는 최종재까지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진정한 철강산업 클러스터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철강산업의 전방산업을 스스로 창출하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클러스터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위그선, 요트, 손톱깎이, 자전거 등 중소규모 제조공정을 통해서도 생산이 가능한 시장 선도제품을 발굴할 수만 있다면 이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생태계를 포항에 조성한다면 물류비 절감, 동종산업 간 시너지창출 등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정부와 경북도의 정책적 지원 이외에도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등 포항지역 내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아울러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 이외에도 300여개가 넘는 지역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건전한 철강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쓴다면 포항에서 제2, 제3의 시마노(Shimano), 쓰리세븐(777)이 탄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포항지역의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포항지역의 산업생태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도 2∼3개 이상 모여 컨소시엄 형태를 이룬다면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 및 상용화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 포항, 울산 등 1970∼1980년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이끈 바 있는 공업도시의 재도약을 돕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관련 내용을 ‘100대 국정개혁과제’에 포함시켰으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여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오중기사진 전 청와대 균형발전 선임행정관을 만나 포항과 철강산업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철강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시 ‘철강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지원’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키며 경북도와 포항시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포항에 방문해 “포항의 철강과 구미의 전자산업이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이었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을 마련하고, 특히 지역의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한 핵심 성장산업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포항만의 지역문제를 넘어 대통령의 관심 아래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특히 많은 산업 중 철강산업 분야를 지목한 까닭이 있다면.△우리나라의 철강 산업은 대한민국의 핵심 기간산업으로서, 특히 우리 포항 경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지역 산업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우리 주력산업의 대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등 주요 업종의 품질과 기술 격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2012년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포항 철강산업의 수출량이 23.4%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전 세계적 철강수요 둔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적 위험요인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 철강산업의 구조 고도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철강구조 고도화는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지.△정부의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지원 정책의 핵심은 간단명료하다. 당면한 문제들은 특정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민간 기업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함으로써 미래의 철강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해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항공기, 드론 등 경량화 소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철강의 소재 개발에 대한 혁신적인 전환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소철강기업의 경우 기술 개발과 연구(RD)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철강소재 개발이나 융합기술 개발 등 R&D에 대한 선도적 지원을 포함해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철강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기업 간 성과가 확산 연계되는 선순환적인 경제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최근 장관급 인사를 만나 포항시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혁신 사업에 대해 건의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얼마 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포항시가 추진하는 ‘미래철강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란 STEEL 플러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등 포항의 철강산업 구조고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 역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저 역시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박동혁·고세리기자끝

2019-02-20

우수한 철강제품 활용할 신사업에 눈을 돌려라

포항시는 철강산업이 성장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포항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철강생태계 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들이 그동안 초점을 맞춰온 것은 철강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어떻게 더 많이 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정도였다.이는 포항철강공단에 입주한 업체 대부분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일부 대기업의 철강소재를 납품받아 반제품, 구조물 등을 생산하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포항제철소에서 약 1천440만t의 철강제품이 생산돼 이 중 30.9%인 약 445만t이 포항지역 업체로 공급됐다. 수출품을 제외하더라도 포항제철소에서 국내시장에 공급한 제품 중 포항에서 소비되는 비율은 절반(45%)도 채 되지 않는다.포스코 등 철강소재 업체 특성상 고객사의 주문 여부에 따라 생산량이 높아지거나 줄어들 수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수한 철강제품을 보다 많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산업생태계 구조에 과감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이를 통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제조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와 별개로 선진국의 산업클러스터와 마찬가지로 혁신과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도태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특정업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정을 처리할만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포항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앞서 언급된 일본 자전거업체 시마노, 국내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777)처럼 철강소재를 활용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포항지역 산업구조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가 요구된다.무엇을 갖추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물 위를 나는 배 ‘위그선’은 철강소재를 바탕으로 생산가능한 고부가가치 최종재 중 하나로 꼽힌다.위그선은 일반 배와 같이 수면 위를 떠다닐 수도, 새처럼 물 위를 날아갈 수도 있다. 수면에 가까이 떠서 사이에 갇힌 공기를 이용해 양력(揚力)을 키우는 점에서 비행기와 차별화된다.국내에서는 경남 사천에 소재한 중소업체인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이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고 시속 200㎞로 운항하며, 장애물을 만나면 수면 위 150m까지 상승하는 이 위그선은 연내에 포항∼울릉간 정기노선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여객선으로 3시간 20분 이상 걸리는 포항∼울릉 구간을 1시간 10분에 주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론비행선박산업은 양산체제가 본격가동되면 연간 200척의 위그선을 생산하고 매출액이 1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그선을 포함한 선박의 선체는 일반적으로 두께 6㎜ 이상인 고강도 선박용 후판을 활용해 만들어진다.국내에서는 철강 빅3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후판시장을 이끌고 있다.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후판 내수 출하량은 358.9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23.2%가 증가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조선업계가 지난 2015년 최악의 ‘수주 절벽’을 겪으며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동시에 위기에 빠졌으나 지난해부터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생산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포스코를 포함한 3사가 생산하는 후판은 대부분 포항이 아닌, 타지역(부산, 창원, 거제 등)에 자리잡은 대형 조선사로 보내지고 있다.이 때문에 조선산업이 불황을 겪으면 철강산업도 덩달아 불황을 겪고, 호황이 시작되면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의존적인 산업구조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그렇다면 포항에 철강사와 조선사가 함께 자리를 잡고 철강사에서 생산한 후판을 조선사에서 활용해 선박을 만들어내는 생산체계를 갖춘다면 어떨까.운송비를 대폭 절감하고 공급사와 고객사간 상호 협조를 통해 생산량 조절도 얼마든지 가능해져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현실적으로 대형조선사가 포항에 조선소 이전 및 신설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이러한 이유로 위그선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상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모든 생산시설을 갖춘 기존업체를 포항으로 유치하거나, 기술개발 의지를 지닌 포항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면 극복할만한 방안을 찾는 것도 쉬워진다.포항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산업구조 재편에 나서기 위해서는 각 기업별 전문분야, 생산품목, 주요공정, 시설 및 인프라 등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위그선 업체를 유치할 것인지, 손톱깎이 업체를 유치할 것인지에 앞서 전공정(全工程)체제를 갖추기 위한 제반 조사부터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포항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현재 포항철강공단 내 업체에서 1차 철강소재를 생산해 중간재까지 이르는 가공과정을 마치면 대부분 제품이 포항 밖으로 보내진 후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에 의해 최종재로 완성돼 시장에 보내진다.과거에는 운송비 절감 등을 이유로 완제품이 납품되는 주문처인 소비시장과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를 상대로 제품판매가 가능해진 오늘날, 시장 접근성은 공장 입지를 제한할 정도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포항시와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남북관계가 평화무드로 변화하면서 자칫 ‘레드오션’이 될 위기에 처해있는 군수산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군수업체들은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통일국가 독일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의 군수업체들이 군비축소 여파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서독 군수업체들은 판매시장을 해외로 돌렸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며 세계적인 군수업체들과 경쟁에 돌입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전 세계 방위산업 제품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세계 4위의 방산제품 수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우리나라가 운용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유도미사일과 지상무기에 탑재된 엔진 및 파워팩이 독일에서 온 제품들이다.독일 군수업체의 사례는 남북통일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에 곧바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시장에만 의존하던 군수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나라는 무기를 구입하는 국가에서 판매하는 국가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군수산업 팽창되기 전 포항에 중소 군수업체를 유치하거나 설립할 수만 있다면 기존 철강업체들이 공급하는 최고급 철강소재를 활용해 다양한 무기개발에 나설 수 있다.이와 관련,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은 “포항지역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경영 다각화를 모색하고자 할 경우 철강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생산이 가능하도록 포항시 등 유관기관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발전에 따라 국내에서 예전에는 널리 활용됐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제품 중 동남아·남미 등 해외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철강제품이 있다면 이를 공략하는 것도 새로운 시장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9-02-06

규제 완화·인센티브 확대로 강소기업에 ‘러브콜’

포항에 전공정에 입각한 철강 관련 기업을 유치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우대정책이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는 있어도 국내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은 기업인들이좀처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쉽지 않은 과제다. 철강을 기반으로 한 기업 유치 우대정책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가포항 지역사회가 당면한 현안인 셈이다. 한계에 부닥친 포항의 미래를 위해 기업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시민 여론조사에서도 바로 나타난다.포항시가 공개한 ‘2017년 경상북도 및 포항시 사회조사’에 따르면, 포항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시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유치’로 나왔다.고용 창출과 더불어 지역 경제의 안정, 산업경쟁력과 세수확보 강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유치’를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외국계 기업의 자본 유치만이 답일까우선 ‘어떤 기업을 유치해야 하나’라는 문제다. 포항 뿐만 아니라 경북, 나아가 전국 지자체가 지역에 없는 ‘신산업’의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지역의 장점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계 기업의 자본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 때 외자유치라면 만사형통인 시절도 있었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국계 자본의 유치에만 집중하는 것이 과연 지역 경제에 유리하기만 한 것인지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1만여 곳이 넘는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혹은 국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사업을 벌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문제는 인센티브와 더불어 면세를 비롯한 각종 특혜로 호황을 누리다 슬그머니 발을 빼거나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등의 부정적인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그나마 외국계 기업의 큰 장점으로 꼽혔던 세수 기여도마저 이제 점차 감소하고 있어 외국계 자본 유치에 대한 신중함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외국인 투자법인, 외국법인 국내지점)은 지난 2013년 1만1천267곳, 2014년 1만1천463곳, 2015년 1만1천903곳, 2016년 1만2천85곳 등으로 증가했다.같은 기간 외국계 기업의 법인세는 2013년 6조1천534억원, 2014년 5조2천608억원, 2015년 5조2천688억원, 2016년 6조3천87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과 2015년은 법인 수가 더 늘어났음에도 2013년보다 법인세를 오히려 적게 냈다.거대 자본을 투자받아 지역에서 기업 의존도가 높아진 이후 경쟁력 약화 등으로 사업 철수가 불가피해지는 경우에도 지역에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이후의 군산을 보면 알수 있다. 당장 2천여 명의 근로자가 실직했고 164개 협력업체도 생계곤란이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1만2천여개의 지역 일자리가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4인 가족 기준 군산시 인구의 25% 가량이 생계에 위협을 받게됐다. 당장 세수 감소부터 고용 문제까지 한순간에 지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국내 기업과의 협력 우선시해야이에 세수 확대나 사회 환원 측면에서도 유리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우선시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이 높은 외국계 기업의 선호도와 견줄 수 있도록 국내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발굴·육성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사례가 포항시에 존재하고 있다. 주인공은 의약품원료, 화장품원료, 기타정밀화학, 수처리 등의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포항의 중소기업 ‘(주)프로그린테크’이다. (주)프로그린테크는 철강관리공단 내 지난 2010년 설립된 기업으로, 지난 2016년 포항시 유망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경북 프라이드 100대 기업에 선정된 지역의 유망기업이다.포항시는 지난 연말, 투자유치를 통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프로그린테크와 4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국내기업에서는 (주)프로그린테크를 제외한 친환경 화장품 첨가제의 자체 생산시스템을 보유한 제조사는 거의 없는 상황이며, 해외에는 독일 및 일본 2개사만이 친환경 화장품 첨가제(HDO)를 제조하고 있는 점에서 관련 제품의 국산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포항시에서는 이 업체의 추가 투자를 통해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에 활력과 더불어 2020년까지 50명에 달하는 지역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프로그린테크의 사례는 지역에서 출발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다시 지역 사회에 일자리 창출 등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기존 철강 산업 인프라 활용에도 초점을포항, 나아가 경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 받으려면 무엇보다 지역의 장점, 지역의 주력산업과 융합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의 선택과 집중이 우선돼야 한다. 철강분야를 대상으로 제2, 제3의 (주)프로그린테크와 같은 기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포항시는 철강 위주의 산업 여건을 보완하기 위해 수년째 지속적으로 산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소재 기업, 첨단의료기기 생산 등 4차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 위주로 적극적인 투자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특히, 오는 2022년까지 1조 원대, 2천500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이차전지 소재 생산 기업인 (주)에코프로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의료기기 기업인 지멘스헬시니어스(주),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주), 베페사징크포항(주) 등 외국계 기업들과 잇따라 투자 협약을 맺는 등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얻고 있다.이는 지난 2016년 1월 ‘포항시기업및투자유치촉진 조례’를 전면 개정해 인센티브 수준을 최대한 높인 효과이기도 하다. 포항시의 이러한 노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으나, 기존 주력산업인 ‘철강 산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발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산업 발굴로 새로운 동력을 개발하는 것은 좋지만 지역 내에 갖춰져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철강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 또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전국에 산재한 철강분야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에 부딪혀 있거나 사업 확장, 투자 계획 등을 갖춘 업체들을 파악하고 ‘러브콜(love call)’을 보내야 한다.아울러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와 행정적인 지원은 필요조건이다.포항은 철강공단과 더불어 4차 산업의 기반인 우수한 RD, 사통팔달의 교통 등 기업에게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 기업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사실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2018년 기업 환경 우수지역 평가’에서도 뒷받침하고 있다. 해당 평가는 각 기업으로부터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별 규제환경과 만족도를 조사하는 ‘기업체감도’와 지자체별 조례 및 규칙 등을 분석한 ‘경제활동친화성’ 부문으로 나눠 실시됐다.포항시는 규제합리성, 행정시스템, 행정행태, 공무원평가, 규제개선의지 등에 대해 지역 기업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체감도 부문’에서 102위에 올랐다. 특히, 5개 조사 부문 중 가장 순위에 뒤처진 것은 ‘규제합리성’으로, 총 68.9점을 받아 135위를 기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간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규제가 많아 까다로운 지역이라는 의미다. 경북에서는 청도군이 74.6점으로 전체 7위를 달성하며 도내 1위를 기록했다.또한 공장설립, 부담금, 지방세정 등 기업활동 관련 지자체별 조례를 대상으로 상위법 위반, 법령 제·개정사항 미반영 여부 등을 분석해 평가하는 ‘경제활동친화성’ 부문에서도 포항시는 130위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안았다.여기에서는 성실납세자인센티브조례, 납세자보호관제도, 자동이체감면, 자동이체 전자송달 감면 등에 대해 평가하는 지방세정이 C등급(전체 S-A-B-C-D)을 받아 182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고, 공유재산을 임대할 때 내는 대부료 요율과 감액 기준 등을 평가하는 ‘공유재산’은 189위에 불과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포항시가 기업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는 증거다.이에 대해 상공계 관계자는 “전남 여수시가 기업체감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은 지역 맞춤형 규제 개혁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여수는 기업들이 공장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 및 도와 협업해 개발 계획을 변경했고 대규모 산업단지 시설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면서 “영일만 산단이나 포항블루밸리 등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포항시는 기업들에 현실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분양가를 인하하거나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내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9-01-23

‘철제 완제품’ 생산 컨소시엄 구성‘메이드 인 포항’ 먹거리 만들어야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이 생산하는 철강소재가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工程)을 거쳐야 한다. 예컨대 생활용품으로 흔히 쓰이는 손톱깎이를 제조하려면 30∼40여가지 공정이 필요하다. 철판을 절단하고 금형과정을 거쳐 열처리, 가공, 연마, 조립, 도금 등 복잡한 과정을 끝마치면 완성된 제품이 탄생한다. 손톱깎이는 제품의 크기가 작고 0.01㎜ 차이로 손톱 절삭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아주 정밀한 금속가공 기술이 사용된다.국내 기업 중에서는 충남 천안에 소재한 중소업체인 쓰리세븐(777)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1975년 설립된 쓰리세븐은 매년 8천만개 이상의 손톱깎이를 생산해 90%를 미국·중국·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쓰리세븐은 손톱깎이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철강소재를 포스코에서 공급받고 있다. 포스코는 고품질의 열연강재를 쓰리세븐에 공급해 수년전부터 불법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복제품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유니크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압력솥도 10여가지의 제조 공정을 통해 완제품이 된다. 소재를 용해시킨 뒤 금형과정을 거쳐 주조, 가공, 각인, 조립 등 모든 프로세스를 통과하면 완제품으로 포장돼 소비시장으로 유통된다. 국내기업 중에서는 경기 안산에 자리잡은 주방용품 전문기업 PN풍년이 압력솥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PN풍년은 1954년 세광알미늄(주)으로 시작해 1970년대 자체기술로 압력솥을 처음 개발했다. 업체명보다 ‘풍년 압력솥’으로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압력솥은 PN풍년의 대표제품으로 통한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기업의 뛰어난 철강소재를 납품받고 있는 PN풍년은 국내 압력솥 시장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일본·미국·유럽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며 세계시장도 공략하고 있다.□‘자전거 시장의 공룡’ 일본 시마노(Shi mano)의 생산공정자전거는 자가용 자동차가 흔치 않았던 1970∼19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이동수단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시기 포항에서는 출·퇴근시간만 되면 포항제철소 ‘자전거 부대’의 행렬이 형산강 다리 위를 주황색 물결로 가득채웠다. 1가구 1자동차 시대를 맞은 오늘날, 자전거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운동도구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받으며 레저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그렇다면 자전거를 처음 구매하려는 사람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아마도 일본의 글로벌 자전거 부품업체 시마노(Shimano)가 정답에 가까울 듯하다. 시마노는 이탈리아의 캄파놀로(Campanolo), 미국의 스램(Sram)과 함께 세계 3대 자전거 부품업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자이언트, 트렉 등 세계적인 자전거 업체 뿐만 아니라 삼천리, 알톤 등 국내업체도 시마노의 부품을 활용해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시마노는 완제품 자전거를 만들지는 않지만 페달, 브레이크, 체인, 휠, 변속기 등 자전거 제작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액 3천358억엔(약 3조4천693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2천710억엔(약 2조7천998억원)에 비해 23.9% 크게 증가했다.이 업체의 자전거가 생산단계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는 7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제품의 컨셉을 결정하고 샘플을 제작해보는 기획디자인으로 시작된다. 다음으로는 시작품을 작성하고 평가 및 테스트를 하는 개발설계를 거친다. 이어 소재선정, 기술적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효율적인 성형방법과 생산설비 자동화 등을 추진하는 생산기술 단계가 마무리되면 핵심단계인 제조공정을 통과해야 한다.제조공정은 소재금속, 형상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및 도장, 포장 등으로 구성되며 전공정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소재금속 단계에서는 철, 동판 등 다양한 철강금속 소재를 선정하고 형상가공 단계에서는 금속소재를 성형 및 절삭한다. 열처리 단계에 접어들면 가열·냉각을 통해 소재의 성질을 제품에 알맞게 변화시킨다. 표면처리 및 도장 단계에서는 제품의 부식을 방지하고 외견적 미관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마지막으로 포장 단계에서 제품이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적절히 포장하는 작업을 완료하면 제조공정의 모든 과정이 종료된다. 제조공정을 마친 제품은 설계검증, 시험테스트 등을 통해 품질관리를 하고 대리점, 직영판매점, 해외영업 등을 통한 영업을 통해 판매된다.이처럼 복잡하고 신중한 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시마노의 자전거 부품은 전세계의 자전거 생산업체에 수출돼 완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완제품 만들 생산구조 구축한다면 기존 철강공단과 함께 시너지효과앞서 살펴본 국내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하나의 완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십여개의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자전거, 압력솥, 손톱깎이 등 철제(鐵製) 완제품 생산업체가 철강소재가 생산되는 포항에서 곧바로 소재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한다면 물류비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뿐만 아니라 철강도시 포항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포항’제품을 내세워 마케팅에도 쉽게 나설 수 있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인 철강소재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포항에는 복잡한 공정을 지닌 완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도, 노하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라도 없는 도시에 모든 공정을 갖춘 완제품 생산업체가 덜컥 입주를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복잡한 공정을 여러 업체가 나눠 부담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국에 산재한 철강분야 중소기업 가운데 철강관련사업에서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사업분야를 찾고 있는 업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 업체가 포항에 공장을 이전하거나 신설할 의사가 있다면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동원해 유치를 시도해야 한다.포항철강공단 내에 입주해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기존 기업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상기업 중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지만 신규사업을 시작하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이러한 현실에 비쳐봤을 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으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최소 2∼3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 수십여개의 복잡한 공정을 분담한다면 효율적인 사업진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컨소시엄은 포스텍, RIST, 가속기연구소, 나노융합기술원 등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포항지역 연구기관과 함께 철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이와 관련,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포항에서 철제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면 기존 철강공단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자금력, 기술력 등이 열악한 지역 중소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컨소시엄 구성시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을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9-01-09

남빈동 공구상가에는 ‘메이드 인 포항’ 완제품 한 개도 없다

50년 전 작은 어촌마을 포항은 국가 주도 하에 철강공단 설립이 추진된 이후 급성장하며 1990년대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포항철강공단의 얼굴이자 큰형인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9년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톱5를 다투는 글로벌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고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분야 후속주자들도 포항에 생산공장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철강공단 내 2만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연간 14조원을 생산해 32억달러(한화 3조6천억원)를 수출하며 경북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포항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일변도의 지역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본지는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신년특집 기획시리즈를 통해 철강도시 포항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진정한 철강클러스터 구축을 향한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보려 한다.□철제(鐵製) 완제품 하나 못만드는 철강도시 포항포항시 북구 남빈동의 남빈사거리 인근 상가. 직선거리 250여m 왕복 4차선 도로 좌우에 빽빽이 들어선 상가건물에는 수십년전부터 공구판매점, 철물점, 볼트전문점 등 50여개 점포가 자리를 잡아 이른바 ‘남빈동 공구상가’를 형성했다. 이곳 상가에서 취급되는 수백, 수천여가지 제품 중에는 알루미늄, 플라스틱과 같은 비철 제품도 있지만 상당수가 철(鐵)로 만들어진 제품이다.그런데 철강도시 포항에서 만들어진 ‘메이드 인 포항(Made in Pohang)’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가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쉽게 접할 수 있는 철제 사다리는 강원 춘천과 경기 양주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구인 멍키스패너와 펜치는 각각 경남 함안과 경기 화성에서 만들어졌다.독일에서 수입된 전동드릴, 스위스에서 수입된 전기톱 등 수입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대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명색이 철강도시에서 철로 직접 만든 완제품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공구상가를 30년째 운영 중인 업주 김모(63)씨는 “포항에 완제품 생산 공장이 한 곳도 없는데 포항에서 생산한 철제 제품을 찾는다고 하니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며 “우리 가게 제품은 30년 전에도, 현재도 모두 타지에서 들여온 것들 뿐이다”고 설명했다.포항지역 백화점, 대형마트의 생활용품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철제 냄비는 경기 안산에서, 국자 등 철제 주방도구는 인천과 경기 광명에서, 옷을 보관하는 철제 행거는 경기 김포에서 생산됐다. 이곳에서도 생산지가 포항으로 표기된 철제 완제품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대형마트 직원 최모(42·여)씨는 “생활용품 매장에 배치된 상품 중 포항에서 생산됐다는 제품이 있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다”며 “철강도시 포항에서 직접 생산한 철제 제품이 있다면 고객의 구매욕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철강일변도 산업구조포항철강공단은 ‘철강’이라는 이름에서 확인 가능하듯 ‘철’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포스코의 용광로에서 제선·제강·압연 공정을 통해 1차 철강제품이 생산되면 중간재 업체들이 제품을 가공해 강관, 후판, H형강, 철근 등 조선, 자동차, 건축산업에 활용되는 중간재를 만들어낸다.중간재는 최종재 생산업체로 납품돼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대형 제품에서부터 프라이팬, 밥솥, 손톱깎이 등 소형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완제품으로 재탄생한다.현재 포항의 산업구조는 1차 철강제품에서 중간재까지 이르는 과정이 전부다. 철강도시에서 철제 자전거 하나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실제로 포항의 산업구조는 철강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2018년 10월 현재 포항철강공단 내 입주공장 347곳 중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1차금속 업체(129곳)와 조립금속 업체(68곳)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6.8%에 이른다. 나머지 업체 중에서도 철강 생산과 무관한 업체는 석유화학 업체 36곳, 전기전자 업체 9곳 정도가 전부이며 상당수가 철강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업체다.이는 포항지역 전체로 범위를 확장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포항시가 2018년 6월 작성한 2016년 기준 사업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역 제조업체 2천764곳 가운데 선박 건조업체는 24곳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종사자 100명이상 업체는 단 1곳도 없다. 자동차 생산업체는 단 1곳도 등록돼 있지 않으며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만이 13곳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철도장비, 항공기 및 우주선 관련 제조업체도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지역 철강업체가 생산한 제품 대부분을 타지역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이와 관련, 한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현재 철강공단에서 생산된 제품 중 90% 이상은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포항에 작은 손톱깎이라도 철을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면 생산과 공급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기업은 기술개발·시장개척 등경영다각화에 적극 나서야하고행정과 금융기관 자금지원해야-포항시의 현 산업·경제 상황에 대해 간략히 진단해본다면.△구체적인 수치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본다면, 과거에는 어지간한 눈보라나 태풍이 불어도 건강을 유지해 낼 체력이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수년 전부터 감기몸살에 걸렸다가 나아지면 다시 몸이 으스스해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약간의 미열이 있는 상태가 아닐까. 내일모레의 날씨도 여전히 흐려 앞으로 기후 변동성이 높아지게 된다면 다시 감기에 걸릴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라 본다.-현 포항시 경제성장의 정체가 지역 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철강클러스터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기인한 것이 크다고 생각하는지.△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본다. 즉, 포항경제의 주력인 철강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세계적인 철강경기의 둔화가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면은 맞는 이야기지만, 포항경제 전체를 두고 볼 때 철강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도 새로운 동력, 그리고 한쪽이 안 좋을 때 버틸 수 있는 다른 한쪽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현재의 정체 요인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 같다.-따라서 철강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포항시에 대해 산업생태계의 재정비(재구축)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맞는 말이다. 문제는 포항시의 산업생태계 중 하위생태계를 철강부문, 물류부문, 건설부문 등으로 나누어 보면, 철강부문은 재정비 내지는 재구축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생태계의 형태로 조성되지 않았던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건설부문을 이야기하자면 고부가가치의 전문건설업체보다는 대부분 토목과 같은 부문에 쏠려 있다는 점도 지역 내 다양한 개발사업에서 지역업체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모든 산업정책은 상류, 중류, 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단일이 아닌 다양성을 가진 유기적인 생태계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성을 강화하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처음부터 포항의 철강부문이 생태계의 형태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언급을 했는데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인다면.△현재 포항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전체를 철강생태계로 놓고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포항으로 국한해놓고 봤을 때, 포항에서는 기초소재와 중간재만을 오래 공급해왔던 관계로 국내 각 지역에서 아주 작은 전로 업체에서 철을 생산해 부품을 만들고 최종제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기초와 중간재만으로도 경제가 성장해 현재 제대로 된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그동안 수출을 위한 공단, 산단 등과 같은 산업단지가 산업생태계 차원이 아닌 집적의 효율성을 더욱 높게 평가한 기업집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클러스터라는 생태계로 발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 내에 분양돼 있는 다양한 산업단지에는 최대한 업종제한, 업태 제한을 풀어 제조업, 비제조업 등의 기업·산업 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융복합을 통한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현재 포항시와 포스코, 철강공단 등의 자구책 마련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보나.△사실상 포스코는 국제적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포스코 외에도 포항철강공단 내의 대기업·중견기업들은 충분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단일제품만을 가지고 단일 납품처에 그동안 별개의 기술개발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던 지역 중소기업들에 관심이 있다.이들이 납품처로부터 납품이 어려워졌을 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납품처나 기술개발, 시장개척 등 경영다각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경우 일정 기간의 유동성 자금이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자금지원을 포항시나 지역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 그들이 새로운 분야를 모색할 때 기술지원이 필요하다면 포스텍이나 RIST 처럼 지역 두뇌들이 나서주는 등 산학관이 협력해서 운영하는 지역산업 지원생태계와 같은 상시적인 연결네트워크 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박동혁·고세리기자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