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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몸·마음 치유하는 힐링 `친환경 농장` 인기

“한 부부가 농장으로 오는 길에 크게 다퉜나 봐요. 농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는데 남편과 아내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걷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냉기가 흘렀죠(웃음). 제가 가이드를 맡아 부부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봤어요. 돌아가실 때요? 두 분이 손 꼭 잡고 가더라고요.” 포항시 대표 6차 산업 현장인 `하은농장`을 운영하는 이성혜 대표는 농장에서 생긴 작은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농장이 완성되기까지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이 많았어요. 특별하지 않은 이 작은 농장에서 일어난 숨겨진 에피소드를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헤쳤다.고구마 캐기·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속노랑 고구마 가공 사계절 판매·일자리 창출7년간 8만여명 블로그 방문…온라인판매 불티□고구마가 전부인 하은농장하은농장의 근간은 고구마다.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친정집인 죽성리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며 농장을 가꿨다. 이곳에서 자란 고구마는 다른 지역보다 크기가 크고 당도도 높다. 하지만 추위에 약해 농촌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기가 어려웠다. 고구마 수확 후 매년 12월 이전에 판매를 마쳐야 하는데 1차 생산으로 얻는 소득이 너무 낮았다.이후 고구마를 말리거나 분말 형태로 가공하면서 농장은 차츰 활기를 띠었다. 친환경 인증받은 속노랑고구마를 생산해 지난 2014년 말랭이 가공 사업을 시작했다. 말린 고구마 6kg(약 12만원)은 밭에서 캔 고구마 10kg(최상품 최대 3만원)을 4박스 판 것과 같은 수익을 냈다. 고구마를 가공 생산해 사계절 판매 가능해지자 농한기에도 일거리가 생겨 농촌 일자리도 늘었다.□아이들 몸과 마음 치유하는 곳이 대표는 지난 2010년 마을주민의 집 한 채를 빌려 체험장을 조성했다. 농촌에 아이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목사인 남편은 평소 결손 가정 아동을 돌보며 후원해왔다. 부부는 이 아이들에게 고구마 캐기와 말랭이, 삼색수제비, 양갱,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거리를 제공했다. 철 따라 블루베리를 따거나 두부도 만들었다. 체험장은 지난 2012년 죽성리가 포항시로부터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이후 더욱 붐볐다.지난 7년간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하은농장은 오직 방문객의 입소문으로 이름을 알렸다.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아동센터가 관심을 보였다. 마케팅전공 교수나 마을해설사도 농장 문을 두드렸다. 농장의 연간 방문객은 500여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주변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청정지역에 사람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다들 `숨은 일화`를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농장을 다녀간 이들이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몸과 마음의 치유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은 농장 체험활동을 통해 증상이 나아졌다. 마음에 상처를 품은 소외계층 아이들도 또래와 어울리며 아픔을 잠시 잊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체험놀이에 한창 집중할 때 곁에서 동요를 불러준다. 휴대전화나 게임기를 손에 붙들고 있던 애들도 어느새 함께 어울려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연 속에 푹 빠진다”고 말했다.□블로그 누적 방문객 8만5천명지난해부터는 부쩍 어른들이 힐링을 위해 농장을 찾는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경관에 감탄하며 도시에서 보기 드문 산딸기, 뱀딸기같은 식물을 반기는 이들이 많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다”며 좋아하는 어르신도 있다. 농장은 인근 마을노인회 어른들을 초청해 무료체험도 지원한다.이 대표가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써 올렸던 농장소식은 이제 소통의 창이 됐다. 지난 7년간 블로그 누적방문자 수는 8만5천214명. 온라인 주문판매도 불티가 난다.그는 “고구마를 재배하고 가공 생산해 수익을 얻지만, 체험활동으로 얻는 보람이 더 크다. 농장에서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체험활동이 아이와 어른에게 소중한 추억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하은농장은 내부 시설을 보완해 다음달이면 완성된 면모를 갖춘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끝

2016-07-21

봉계리 농민 300명 “함께 잘살자” 결실

농업회사법인 ㈜봉좌마을 박용해 대표는 6차 산업 성공 비결로 3가지를 들었다. 지리적인 혜택과 주민들의 정성에 이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농부의 두뇌`를 꼽았다.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잘살려면 농부가 똑똑해져야 합니다. 주어진 자연환경 아래 농부의 두뇌, 즉 새로운 발상(idea)이 더해지면 그 결과는 어마어마합니다(웃음)”출자금 18억으로 공동체 결성 `명품마을` 탈바꿈농산물·가축·승마·트랙터여행 등 다양한 체험식당·캠핑장 등 운영 수익으로 마을발전 투자◇300명이 출자금 18억원으로 출발5년 전 이맘때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주민들은 생계 고민에 머리를 싸맸다. 이들의 생업은 농업이었다. 마을이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농업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철든농부`가 되기로 맘먹었다. 약 300명이 모여 공동체를 결성하고 출자금 18억원을 모았다.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신념 하나로 봉좌산 자락에 서린 봉황의 기운을 담아 `봉좌마을`을 꾸리기 시작했다.수십 년간 생산재배에만 몰두했던 농부들은 먼저 가공제조 활동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가장 자신 있게 잘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쌀로 떡볶이, 떡국 떡을 만들자 농업부산물이 다양해졌다. 부족한 일손은 일자리를 만들어 채웠다. 그만큼 농가소득도 늘었다.주민들은 공기 좋고 물 맑은 봉좌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길 바랐다. 새마을정신이 깃든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들고자 마을 사람들의 배움터였던 기남초등학교를 농촌체험센터로 만들었다.관광체험 아이디어도 쏟아냈다. 가축농장을 조성하고 말먹이, 소먹이 체험활동을 실시했다. 포항승마공원과 연계한 승마체험도 인기를 얻었다. 우리밀칼국수 만들기는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한달에 1천여명 찾는 `명품마을``똑똑한` 농부들은 고구마, 옥수수 수확체험을 요리 활동과 연결지었다. 직접 농작물을 캐서 삶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요리하는 과정에서 재미가 더해지니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방문체험자는 `고구마가 이만치 맛있는 줄 몰랐다`며 소비자로 나섰다. 이후엔 온라인 주문으로 이어진다고.박 대표는 “방문자 수를 정식 집계해보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루에 150명이 올 때도 있어 대략 한 달에 500명에서 1천명 정도 찾는다”라며 “이는 최소한의 겸손한 수치를 말한 것”이라고 웃었다.농부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것은 트랙터리무진 마을여행. 트랙터 마차를 타고 역사문화 현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때 주민들은 여행가이드가 된다. 그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가 해설사로 나서 봉계리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 전하는 셈이다.주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덕에 봉좌마을은 포항시로부터 지난해 6월 농어촌체험휴양마을, 11월엔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받았다.박 대표는 “체험 활동을 계기로 봉좌마을에 제2의 새마을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잘 살아보자`는 뜻으로 농촌발전을 주도했던 새마을운동은 이제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철든농부식당` 꼭 한번 가볼 곳봉좌마을은 도시 사람들이 편하게 오가는 `고향`이 되고자 캠프장과 숙박시설도 마련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철든농부식당`은 친환경 농산물로 손칼국수, 비빔밥을 만들어 판매한다. 조미료는 물론 수입농산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농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관광객 건강도 지키기 위해서다. 식당 수익은 다시 마을 발전에 사용된다.박 대표는 봉좌마을을 지역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마을 자랑거리를 6차 산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 사항을 미리 파악해 지역 6차 산업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후엔 봉좌마을에서 생산한 작목이 `없어서 못 팔 정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7-14

사과따기→잼·화장품 만들기→구매 선순환

포항시 북구 기북면은 지방도921번을 따라 형성된 한적한 농촌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낮과 밤 기온 차가 큰데다 토심이 깊고, 모래와 찰흙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특혜받은 자연환경 아래 재배한 농작물은 특산품 대우를 받는다. 기북면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사과는 우수한 품질을 타고났다. 날 때부터 껍질 색이 곱고 새콤달콤하면서 당도가 높아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관광체험 15일 300명 방문 6천만원 소득올려양념소스·초고추장·식초 등 가공식품도 인기스토리텔링 접목 `사과이야기길`도 만들 계획◇산을 닮은 동무 `산또래`기북친환경과수영농조합법인(대표 오락서)은 지역 우수 농산물인 `기북 사과`를 6차 산업의 주역으로 이끌었다.먼저, 기북면의 지리적 특성 아래 친환경 인증 받은 사과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저온저장고, 선별작업장 등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갖췄다. 39만8천736㎡의 재배면적에서 미니사과, 꽃사과 등 18만4천437㎏의 과수를 수확했다. 재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으면서, 사과에 `산을 닮은 동무`란 뜻을 담아 `산또래`라 이름도 지었다.법인단체의 결속력은 건물, 부지를 활용한 가공제품 개발로 이어져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했다. 사과 가공시설 가동으로 품질 유지와 유통기한 연장이 가능해지자 사과농축액 양념소스를 만들었다. 이어 향토음식인 물회, 과메기에 곁들이는 초고추장에 들어갈 사과식초도 선보였다.오락서 대표는 “포항은 사과생산량이 전국에서 아홉 번째로 많아 다양한 가공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사과는 중성지방감소, 근육강화, 항암효과를 지닌 건강식품으로 특히 우르솔릭산 추출물은 항산화, 피부탄력 효능이 있어 화장품이나 샴푸 원료로 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체험 프로그램이 활로 찾아줘자연조건으로 탄생한 산또래 사과는 또다시 주변환경에 힘입어 활동영역을 넓혔다. 포항시는 지난해 예산 10억원을 들여 지역 6차 산업 수익모델 시범사업으로 산또래를 선정했다. 이어 농업기술센터는 재배기술과 체험행사 운영에 필요한 도움을 줬다. 포스텍은 사과원료를 분석하고, 한동대는 브랜드디자인 개발을 맡았다. 포항시학교급식지원센터는 산또래 사과를 급식자재로 활용하면서 유통확장에 힘을 더했다.관광체험 운영에도 지역의 손길이 모였다. 덕동수련원은 숲길걷기와 산림욕, 상옥슬로우시티는 농촌체험을 통해 산또래를 알렸다. 오덕전통된장, ㈜청슬전통도가는 사과즙, 사과잼, 사과식초 가공제품 생산 관련 자문역할을 했다.체험 프로그램은 사과 수확철에 맞춰 보통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가공시설을 중심으로 생산활동인 사과 따기부터 잼, 화장품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체험방문객은 보름간 200~300여명, 농가소득은 6천만원을 기록했다.소비자 체험행사는 현장구매로 이어진다. 신선한 사과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후엔 택배주문으로 단골이 된다고.기북친환경과수영농조합법인은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장 인근 과수원을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산또래 사과이야기길` 조성 방안을 마련했다.포항시 농촌지원과 조성환 주무관은 “체험행사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지역 농가의 안정적 소득 창출을 돕고 있다”며 “사과 신품종 생산기반 확대를 통해 농촌관광 상품으로서 다양한 체험요소를 개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7-07

6차 산업 순수익 1억 2천만원…신성장 동력 주목

“우와! 밤비다, 밤비!” 한 꼬마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사슴`에게로 향했다. 난생처음 눈앞에서 움직이는 사슴을 본 아이는 만화영화 속 사슴 `밤비`를 떠올렸다. 등에 흰 점이 박힌 어린 꽃사슴이 가까이 다가오자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여자아이들은 직접 먹이를 주며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곧이어 만난 돼지에겐 당근을 입에 넣어주며 “맛있어? 많이 먹어”라고 대화했다. 동화책이나 TV에서 보던 동물들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호미곶태양동물농장이다.염소·사슴·한우·새·곤충 등 다양한 동물 사육농축산업·건강보조식품에 체험 관광산업까지경북체험농장 10선 선정, 매년 1천명 이상 방문◇동물농장 수익 2배 늘어남구 호미곶면 대보리의 호미곶태양동물농장(대표 문창미)은 포항을 대표하는 6차 산업 현장이다. 1차 농·축산업, 2차 건강보조식품 가공·제조에 이어 체험관광 운영으로 3차 산업에까지 발을 들였다. 단순 농장경영 때보다 수익은 2배가량 늘었다. 6차 산업이 포항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동물농장의 시작은 가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문 대표는 “아주 오래전부터 농장은 우리 가족의 터전이었다. 할아버지가 17살 때 그의 아버지를 도와 호미곶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온 가족이 이곳에 모여 함께 살며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가족이 농사를 지으며 나무를 심고, 사슴을 기르던 집터는 점차 농장으로 변했다. 식구도 늘었다. 흑염소 100여 마리, 사슴 30여 마리와 함께 젖소, 한우, 양, 돼지까지 가축을 키운다. 50여 마리의 새들과 장수풍뎅이 등 다양한 곤충들도 동거 중이다. 이로써 총 면적 1만6천500㎡의 동물농장이 완성됐다.◇작년 방문자 1천여명 넘어농장은 지난 2010년 포항시로부터 농촌체험교육농장으로 지정됐다. 사슴, 염소로 건강보조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축산물 가공식품 제조기술 시범사업으로도 선정됐다. 2013년엔 경북체험농장 10선에 포함됐다. 가문의 영광이었다.지난 2014년부터는 농촌변화를 이끄는 개척자로 나섰다. 동물축사(1천390㎡), 실내체험교육장(178㎡), 민박시설(2개동 125㎡)을 갖추고 동물 먹이주기, 치즈 만들기를 통해 6차 산업에 도전했다. 1년에 분기별로 한 달씩, 예약제로 체험인원 10명 이상 단체 현장학습을 진행했다. 인터넷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동물농장을 알리는 일에도 땀을 쏟았다. 그 결과 2014년 한 해 동안 동물농장을 찾은 체험관광객은 총 2천271명. 민박 이용객도 150명에 달했다.지난해에는 구제역 통제, 메르스로 인한 폐쇄에도 방문자 수만 1천202명을 기록했다. 특히 아이들 반응이 좋아 주로 가족 단위 관광객이 북적인다고.◇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체험장호미곶태양동물농장의 6차 산업 수익은 약 1억 2천만원이다. 기존에 동물사육 위주의 1차 산업 소득액은 6천만원에 불과했다. 건강보조식품 가공제조 소득과 체험, 민박 운영을 통한 2, 3차 산업 소득이 농장수익을 배로 늘린 셈이다.여기다 농장 주변의 풍성한 볼거리는 6차 산업의 시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해와 호미곶해맞이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 국립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처럼 포항의 주요 관광명소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문 대표는 “애초 주변 환경이나 여건이 좋아 체험농장으로서의 전환도 비교적 빨리 진행됐다”며 “6차 산업을 통해 생업을 유지하면서 소득까지 올릴 수 있어 기쁘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학교 밖 교실을 제공할 수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집터가 배움의 장(場)이 됐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6-30

창조농업 `융합` 활동으로 변화·도약의 꿈 도전

`창조도시` 포항의 신(新) 성장모델로 6차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국정과제로 채택된 6차 산업은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1960년대 이후 `철강 산업의 메카`로 불린 포항은 최근 지속된 국내외 철강경기 침체로 성장한계에 부딪힌 가운데6차 산업인 `창조농업`을 통한 변화와 도약을 꾀하고 있다.경북매일신문은 창간 26년을 맞아 지역 내 6차 산업 운영현황과 발전 가능성을 조명하고 4회에 걸쳐 농촌체험 현장을 소개한다.큰 일교차·넓은 농작물 재배면적자연환경 장점 제대로 활용농촌체험마을·체험농장 등관광·민박시설 총 47곳 운영도내 최초 스토리텔링 기법 적용역사·문화·음식·놀이 소개하는`마을해설사 양성과정` 시도□ `생산×가공×체험` 융합이 대세농업경제학자인 일본 도쿄대 이마무리 나라오미 교수는 지난 1996년 미래농업의 키워드로 `6차 산업`을 제시했다. 그는 “1차 산업에만 머무르지 말고 2차, 3차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농촌의 가치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축·수산물 생산과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유통·관광서비스업을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다.예를 들어,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가공해 떡, 국수, 음료 등을 만드는 2차 산업에 이어 3차 산업으로 농촌마을체험까지 아우르는 것이 6차 산업에 속한다. 합침 또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유기적인 결합, 즉 `융합`이 6차 산업의 핵심 수단이자 목적으로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가치를 창출한다.특히 6차 산업은 농촌지역의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특성을 살려 부가가치를 생산해 농업의 변화를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녔다. 국내외 경제상황이나 기후변화,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여러 불안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농가소득 증가를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이 과정에서 농촌 주민의 아이디어를 2, 3차 산업과 잘 어우러지도록 연결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정부는 올해부터 지역단위 6차 산업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기존에는 농가 또는 마을별 추진 성격이 강해 2, 3차 산업과의 연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차 산업을 근간으로 각 경영체와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경북, 농업에서 희망 찾기경북도는 6차 산업을 통해 `창조농업의 메카`로 부상하고자 한다. `경북6차산업`센터를 개소해 6차 산업 인증제를 시행하고, 우수 경영체를 대상으로 행정,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업인의 취약점인 홍보 마케팅과 판로 확보를 도와 농업·농촌의 가치혁신을 도모한다.지난해 6차 산업 선도모델 88개소가 인증받았으며 현재 경북도 내 총 96개소가 운영 중이다. 문경 오미자밸리, 영천 와인사업단, 칠곡 송광매원, 영주 미소머금고, 예천 초산정 등이 우수사례로 꼽힌다.이 가운데 청송시는 특산품인 사과로 지역 6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1만6천528㎡ 규모의 사과밭에서 재배한 사과를 한과, 조청으로 가공하고 100㎡의 한과체험장까지 조성했다. 지난 2009년 당시 약 1천만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20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영천시는 포도 수확부터 잼, 와인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가공 고급기술까지 갖춰 국제대회에서 다수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경북도는 향후 6차 산업 선도모델 250개소를 발굴하고 개소별 5~10명씩 총 2천여명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농업경영 다각화와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는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경북6차산업센터 관계자는 “6차 산업은 농촌 주민 주도로 지역 자원을 활용해 2, 3차 산업과의 연계로 얻은 수익이 결국 농촌과 지역으로 환원된다”며 “고부가가치 창출이 지역 농가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어 향후 기대효과가 더 크다”고 전망했다.□ 포항, 창조농업에서 미래를 보다포항시 내에서도 창조농업을 위한 융합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대표적인 지역 6차 산업 모델로는 호미곶태양동물농원, 산또래, 봉좌마을, 하은농장이 있다.포항시 농촌지원과에 따르면, 지역 농업 경지면적은 1만4천605㏊로 쌀 재배가 50%를 차지한다. 사과 외 8종을 포함한 생산량은 28만3천t, 소득액은 1천6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 농·특산물 가공생산에 이어 3차 산업의 일환으로 농촌체험마을 4곳, 체험농장 32곳 등 관광 및 민박시설 총 47개소가 운영 중이다. 큰 일교차와 넓은 농작물 재배면적 등 자연환경 장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도시` 실현을 꿈꾼다. 특히 포항은 올해 경북 최초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6차 산업에 적용해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을 시도, 진행하고 있다. 체험행사의 일환으로 마을해설사들이 투어과정에서 관광객들에게 포항의 역사와 문화, 음식, 놀이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김진근 농촌지원과장은 “6차 산업은 농촌과 도시 소비자들의 만남을 위한 연결고리이며, 마을해설사는 농촌 문화를 전달하는 교량(橋梁) 역할을 한다”며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6차 산업을 통한 수익극대화 전략을 세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을해설사` 김순옥 교육생“마을사람들과 소통하는 `창조농업` 리더 되고파”`마을해설사` 김순옥 교육생지난 2월 포항시는 6차 산업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에 참여할 교육생 40명을 모집했다. 경북도내 처음 시도한 사업으로 지역 농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문가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서다. 예상과는 달리 신청자가 많아 6월 현재 교육생 80여명이 예비 마을해설사로서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총 6회 교육이 진행된 가운데 `결석 한 번 하지 않은 열혈 교육생` 김순옥(60·여·사진)씨를 만났다.-모범 교육생으로 뽑힌 비결이 있다면.△이전부터 농사, 귀농·귀촌 등 농업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취미처럼 배우다보니 결석하는 교육생이 있는가하면 내용을 소화하지 못해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일이든 애정을 갖고 임하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믿는다.-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 마을해설사까지 지원한 동기는.△어렸을 적 시골에 살면서 시집가기 전까지 농사를 지었다. 주로 콩을 심었고 벼농사도 해봤다. 결혼 전까지 청춘을 농사에 바친 셈이다. 이후 국화 등 꽃 재배에 관심이 생겨 나름 작은 텃밭을 가꾸며 귀농생활을 고민했다. 마침 친구가 마을해설사를 모집한다고 알려와 신청하게 됐다. 생각외로 참가자가 많았다. 대부분 시골사람들이라 반가웠다.-지금까지 마을해설사 교육에 참여해 본 소감은.△6차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시골 농가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농민들이 도시사람 못지않게 SNS활동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재배부터 가공 과정 등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주문, 판매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정보화시대에 발맞춰 농촌 구석구석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그동안 막연했던 귀농생활 꿈을 2, 3차 산업과 연관 짓고자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웃음).-농사일을 해본 이로써 우리 지역농업의 현실은.△과거에 비해 농기계가 발전하고 농사짓기는 훨씬 수월해졌지만 소득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요즘엔 과일이 특출하게 크기가 크고 맛도 좋아야 잘 팔린다. 여기다 수입산 공세로 종류도 다양해졌다. 품질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인가구까지 늘면서 쌀, 과일 등의 소비량도 크게 줄었다.-시민들이 지역농가 발전에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지역민들이 로컬푸드를 애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수입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은데 우리 지역,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것을 자주 찾지 않아 아쉽다.-예비 마을해설사로서 포부는.△농촌생활의 근본은 `공유`경제다. 마을해설사는 창조농업을 이끄는 리더(Leader)로서 농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해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 마을해설사 일을 하며 주민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강연을 통해 6차산업의 장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도 싶다. 지역농가뿐만 아니라 내 삶도 풍요로워 질 것으로 기대된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