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다. 한과 없이는 잔치도 못하고, 제사도 못 지낸다. 과거 왕실은 물론 양반, 일반 백성들까지 혼례나 환갑, 제사, 명절 등 잔치나 의례 음식으로 한과를 숭상했다. 연회 때 올리는 상차림에는 한과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각광받았다.전통한과 명가인 `경상도한과·강정`(대표 이우년)은 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시 대표 식품강소기업이다. 이우년 대표는 “50년 전까지만 해도 먹을거리가 풍성하지 않은 시대였다. 한과는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명절 때 겨우 맛볼 수 있었던 매우 귀한 음식”이라고 소개했다.매일 온도·습도따라 조리법 조정… 결과물도 매번 달라식물성 재료로 다양한 색… 단맛 적고 아삭한 맛 `일품`◇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우년 대표는 아내 구윤선 부대표와 함께 가업을 이어 2대째 한과를 만들고 있다. 50년 전, 이 대표의 어머니는 당시 생계 수단으로 한과를 만들어 재래시장에서 팔았다. 배운 게 그뿐이었다고 했다. 그만큼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고를 만들자`라는 신조로 늘 정성을 들였다고.어린 시절을 떠올리던 이 대표는 “모친은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에 음식 솜씨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연구도 많이 하고, 실패도 수없이 겪었다고 했다. 이어 “한밤중에 주무시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한과를 만드셨다”며 웃었다.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 대표는 장남으로서 집안의 업(業)을 잇기로 결심했다. 한과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큰 공장부터 하나 마련해야겠다 싶어 공기 좋고 교통 편리한 북구 흥해읍 대련리에 대지 870평, 건평 300평 규모의 사업장을 꾸렸다.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 역시 성장통을 겪었다. 사업규모가 커지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구 사장은 “한과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음식”이라며 “여러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는데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해 매일 달라지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조리법을 조정한다. 결과물도 매번 다르다”고 말했다. ◇`정성`이 경상도한과의 경쟁력 경상도한과·강정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단맛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직접 만든 조청은 한과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합성색소나 보존료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때문에 기온이 높은 무더운 여름에는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이우년 대표는 “지난 세월의 깊이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노력한 결과, 연하고 달지 않은 전통과자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소리에 이어 부드럽고 포근하게 녹는 맛이 오감을 자극한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기계나 장비로부터는 최소한의 도움만 받는다. 대신 자연에서 얻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한과를 만든다. 백년초와 파래, 쑥, 부추 등에서 채취한 색과 향으로 지역색을 입히는 것이다.`경상도강정이 꽤 괜찮게 제품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우체국쇼핑을 비롯해 납품업체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최근엔 유과와 강정, 기타곡물가공품 등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이 대표는 “남들이 봤을 때 `와, 정성이 들어갔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한과를 만드는데 직접 손을 거치지 않는 공정은 없다. 그러지 않고선 제대로 된 완제품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 치열…장인정신으로 버텨정작 한과 식품업계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신제품을 만들어도, 매년 설날과 추석 명절이 지나면 금세 다른 업체들도 따라 만든다. 경쟁력을 쌓기 힘든데다 매출도 쉽게 오르지 않는다.이 대표는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요즘 한과시장이 전체적으로 너무 어렵다. `귀한` 전통음식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며 “워낙 먹거리가 많다 보니 한과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피자, 햄버거, 치킨처럼 서양식품을 좋아한다. 첨가물이 들어간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자꾸 맛있다고 해 안타깝다”고 했다.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과거와 달리 경상도한과·강정은 설날과 추석 명절뿐만 아니라 한여름, 한겨울에도 손이 모자란다. 지난해 캐나다에 이어 올해는 동남아, 미국 등으로 한과를 수출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 있는 교민들에게 맞춤 제작한 강정을 판매해 호평을 얻었다고.이 대표는 “모친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배운 게 한과뿐”이라며“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장인정신 때문”이라고 했다./김민정기자hykim@kbmaeil.com
2016-09-08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위상이 추락했지만, 과거 소금은 인류 역사 속 맹위를 떨쳤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소금은 곧 부와 권력을 상징했다. 언제부터인가 `건강의 적`으로 간주되면서 “소금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어라”는 충고가 하나의 건강지표처럼 자리 잡았다. 소금의 효능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한시됐다.㈜RG바이오 천익재 사장은 지난 2011년 소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명품소금 개발에 뛰어들었다. `좋은 소금`은 오히려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 4~5년은 “죽을 쒔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소금만큼 독해지기로 마음 먹었다.단백질 홍삼 바실러스 첨가한 건강기능식품면역력 증가·항암효과·혈전 용해작용 등 효능치아 미백·잇몸질환 예방 치약도 곧 출시 예정천 사장은 신안 천일염의 간수를 뽑는데만 2~3년 시간을 들여 염도를 낮췄다. 여기다 첨단발효기술을 더해 칼슘, 마그네슘 등 몸에 이로운 `저염도 고미네랄` 성분을 지닌 소금을 만들었다. 염화나트륨(Nacl) 68.82%, 미네랄 31.18%로 구성된 건강기능식품을 완성한 것이다.소금 제조과정에 홍삼(red ginseng)을 넣어 `RG` 바이오라 이름을 지었다.천 사장은 “특허받은 단백질 홍삼 바실러스(Bacillus)를 첨가해 다른 어떤 소금과도 성분부터 비교가 안 된다”고 자부했다.RG바이오 소금은 몸속에서 탄수화물과 지방을 분해한다. 이 지방분해 기능은 요리할 때에도 발휘된다. 돼지고기, 닭고기에 소금을 뿌리면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돼지고기 누린내를 잡고 생선의 비린 맛도 억제한다. 소금 속 바실러스 미생물이 살아 있어 2℃ 이하 냉장 보관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곰탕, 된장찌개 등 국물요리에 RG바이오 소금을 넣어 조리하면 담백한 맛을 낸다. 라면을 끓일 때 스프는 절반만 넣고, RG바이오 소금으로 간을 조절하면 맛과 건강 모두 챙길 수 있다. 김치를 담글 때에는 배추가 무르지 않고, 아삭한 맛이 오래가도록 소금이 제 역할을 한다.이 같은 RG바이오 소금의 성능은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바실러스균이 지닌 체온 상승, 면역력 증가, 항암효과, 혈전 용해 작용과 같은 효능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RG바이오의 진가(眞價)를 알아챈 계기가 됐다.지난 5월엔 제품용기를 유리병으로 바꿨다.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에 산소가 들어가 제품이 변질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천 사장은 “좋은 제품인데 옷도 잘 입혀야 상품가치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용기를 바꾸고 나니 매출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특히 결혼식 답례품으로 인기가 많다.RG바이오 제품을 애용하는 소비자 가운데 “소금으로 양치하니까 치석 제거에 좋더라”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연구해 보니 치아 미백과 잇몸질환 예방에 효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금을 덜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이에 천 대표는 수 개월 간 소금치약 개발에 몰두해 지난 6월 제품을 완성했다. 그는 “그저 주위에 우리 제품 좋다고만 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고,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제품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약세트 완제품은 이달 내 출시 예정이다.지난주엔 `제27회 홍콩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해 행사 3일 만에 3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완판`했다. 2년 전 열린 박람회에서는 판매실적이 저조해 올해는 물량을 줄였더니, 고스란히 매진하고 돌아왔다. 홍콩 현지바이어들의 호응이 좋아 판매할 소금이 모자랄 정도였다고.천익재 대표는 “소금은 모든 요리의 기본요소 중의 하나이지만 단순히 짠맛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작은 알갱이 속에 숨겨진 능력이 무한대”라며 “앞으로 `좋은 소금의 효능을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수출 기회를 얻어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8-18
흔히 `음식은 손맛`이라 한다. 같은 재료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요리 맛이 달라진다. 오랜 경험을 지닌 숙련자들은 겉보기엔 손대중으로 해도 음식 간을 딱 맞춘다. 특히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전통장은 유난히 손맛을 탄다.범촌식품 이동욱 대표는 “손맛은 과학이다. 요리하는 사람의 감각이나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손맛의 근본적인 차이는 자연환경이 좌우한다”며 “된장 효모균은 그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는데, 전라도와 경상도의 균이 다르다. 경상도 내에서도 포항시 북구 신광면의 효모균은 또 다르다. 이 균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 손에 붙어 `손맛`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하미연 3대 전수자60년 숙성 씨된장·간장 기본젓갈 등 40여종 제품 판매□ 4대째 이어온 전통장의 원조신광면 호리에 자리한 범촌식품은 4대째 이어져 내려온 손맛을 자랑한다. 진주 하(河)씨 가문은 살림살이의 가장 귀중한 재산인 전통장을 딸이나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것이 집안내력이었다. 지난 1950년 한식 요식업을 시작하며 범촌한정식, 범촌매운탕 식당을 운영하고, 2005년부터 범촌식품을 설립해 전통발효식품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이 대표는 “정식지명인 `호리` 이전에 사업장 뒤편 산속에 호랑이가 살던 굴이 있어 `범이 살던 마을`이란 뜻으로 범촌이라 불렸다. 지난 100년간 토박이들이 이곳에 살며 전통장 만들던 것을 계승해 `범촌`이라 이름 짓고 그 맛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든 범촌식품은 60여 년간 숙성된 씨된장과 씨간장을 기본으로 한다. 이 대표의 어머니인 하미연 회장이 3대 전수자로서 직접 장을 담근다. 재래고추장과 한식간장, 한식소스로 만든 제품 종류는 장아찌, 젓갈, 대게장, 밥식혜, 절임식품 등 40여종에 이른다. 이 대표는 “요즘엔 전국 곳곳에 전통장을 만드는 업체가 많아졌지만, 우리는 단순히 장을 담가 대물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최고의 한정식을 내놓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음식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모든 음식은 몸에 이로워야 한다`는 이념 아래 음식을 먹는 것이 재료의 생명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조리 시 감미료나 첨가제는 넣지 않는다. 식재료가 지닌 온전한 기운을 소비자 식탁 위에 그대로 올리고자 맛과 특징을 최대한 살려 조리한다. 음식도 생명력을 지녔다는 뜻에서다.□ 전통장으로 세계인 입맛 유혹가장 좋은 식자재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했다. 재료의 99%는 포항시에서 난 것을 사용한다.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 즉 푸드마일(food-mile)을 줄여 신선한 재료로 건강밥상을 지키기 위해서다.정성 담긴 손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프리미엄 식품 위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반 식자재용 상품처럼 대량생산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 판매계약을 맺는 것이 원칙이다. 손맛에 반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짜지 않고 맛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담백하다는 이도 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야` 싶던 한 주부는 먹을수록 질리지 않고 깊은맛을 느껴 `이게 진짜 명품장아찌구나!` 싶었다고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상품 후기엔 다른 제품을 먹었다가 후회했다는 고백도 있다. 국내를 넘어 중국, 일본, 미국에도 고추장과 장아찌, 젓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덕분에 연간매출은 3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특화 소스를 개발해 토마토케첩처럼 대중적인 한식장을 만들 계획이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통장이 지닌 뛰어난 기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전통발효식품의 세계화가 목표다. 그는 “발효 음식에 기술력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출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해외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8-04
“원래는 서울에서 사업을 했어요. IMF 때 실패를 겪고 2000년도에 포항으로 귀농했습니다. 처음엔 새송이버섯을 재배했는데, 어휴, 그것도 만만찮더라고요. 또 실패했죠(웃음).” 포항시 남구 대송면 홍계리에서 `포항블루베리농원`을 운영하는 이호재 대표는 두 번의 실패담부터 털어놨다.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지 그의 눈이 잠시 멍해졌다.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의 여유가 표정에서 묻어났다. 이 대표는 “감히 상상도 못했죠. 블루베리가 제 인생 2막을 열어줄 줄이야. 이 검푸른 열매가 몸도 마음도 온통 보랏빛향기로 물들였습니다. 허허허…” 탄탄한 열매 달콤한 맛에 반해 해마다 주문 늘어체험농장 큰 인기…천연식초 개발 연구도 한창□블루베리가 제2의 인생 열어줘연이은 낭패를 겪었던 이호재 대표는 지난 2008년 블루베리 재배를 결심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블루베리를 심을 임야를 장만하고 묘목을 심었다. 욕심을 채우기보단 신념을 지키기로 했다. 운제산자락 아래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농약도 치지 않았다. 친환경유기농 재배를 경쟁력으로 삼았다.한철 수확량은 5~6t에 달한다. 남들보다 이르게 수확하는 것이 비결이다. 보통은 6월 말쯤 돼야 열매를 딸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5월 초부터 수확해 8월까지 판매 가능하다. 덕분에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세계적인 블루베리 생산지인 북미에서는 수확이 한창인 7월을 `블루베리의 달`로 부른다. 재배부터 생산, 포장, 배송까지 모든 작업은 이 대표의 손을 거쳐야 `포항블루베리농장` 인증마크를 달 수 있다. 당일 수확한 것은 그날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외국은 농장 규모가 워낙 크고 블루베리를 딸 때 기계를 사용하다 보니 생산량만큼은 작은 농원과 비교가 안 된다. 그래도 수입품과 비교했을 때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싶었다. 수작업으로 유기농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배송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승부수로 던졌다”블루베리 맛에 대한 자랑을 부탁하자 이 대표는 부쩍 말이 많아졌다. “허~말재주가 없어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망설이더니 이내 “친환경 재배로 믿고 먹을 수 있는데다 열매가 탄탄하고 맛이 달다”고 했다.해마다 주문하는 단골들은 다른 블루베리를 먹어봐도 포항블루베리농원 제품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것저것 먹어봤더니 과육이 시거나 특별한 맛이 없던데 이 대표가 재배한 블루베리는 달고 맛있다는 것이다.□블루베리는 `검푸른 보석`2년 전부터는 블루베리를 가공판매하기 시작했다. 고압추출기를 이용해 진액주스와 발효액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원액 95% 이상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했다.지난해엔 재배생산 위주의 농업에서 벗어나 6차 산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100평 규모의 체험농원도 조성했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몰려와 수확 철에는 아이들 발자국이 늘 남아있다.▲ 포항블루베리농원 이호재 대표.이어 이 대표는 또 하나의 결실을 소개했다. 2012년 재배에 들어간 체리가 3년 만에 성공해 지난해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블루베리와 마찬가지로 유기농 재배해 과육이 싱싱한데다 알이 굵고 맛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최근에는 블루베리로 천연식초를 만드는데 한창 연구 중이다. 이 대표는 블루베리를 `검푸른 보석`이라고 했다. 사업할 때 비하면 적은 수익이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농촌생활에서 비로소 삶의 가치를 찾았다고.그는 “조용히 귀농생활을 즐기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농원에 사람 발길이 잦아지니 삶의 활력을 얻었다”며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블루베리를 정성으로 키워 앞으로도 안전한 먹거리, 좋은 식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다양한 체험행사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7-28
`마트에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먹어 봤지만 맛이 영 별로였어요. 비학산은 이미 칼국수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냉면도 믿고 구매합니다` `양념장, 무절임 등 모든 재료가 포장돼 있어 라면 끓이는 것보다 더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어요` `쌀로 만들어 면이 질기지 않고 꿩육수를 사용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별미입니다`입소문 타고 오프라인 주문자만 3천명 넘어“쌀국수·떡볶이 등 한국의 맛 해외수출 확대”비학산푸드㈜가 최근 출시한 신제품 냉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비학산칼국수를 통해 `검증` 받아 냉면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박춘석 대표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인기다. 이전에 우리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은 신제품이 나와도 망설이지 않고 믿고 구매한다. 냉면 세트도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박 대표는 `믿고 구매하는` 고객에 대한 애정부터 남달랐다. 오프라인 주문자만 3천여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1천여명의 고객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해뒀다. 인근 지역 내 단골들이다. 올해부터 인터넷판매까지 시작하면서 주문량은 더 늘었다. 이전보다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데 시간을 더 할애한다.이처럼 탄탄한 고객층은 가업(家業)으로 쌓았다.비학산푸드의 `아버지`는 사실 박 대표의 아버지다. 창업주였던 그는 지난 1993년 칼국수, 만두 등을 생산하는 쌀 가공 전문제조업체인 ㈜청학식품을 세웠다. 이후 `비학산칼국수`브랜드를 만들어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전국 200여개 점포를 열어 인기몰이했다.이후 지난 2010년 지금의 `비학산푸드`로 상호를 정하고 공장을 늘려 체계를 갖췄다. 신광면에 가공공장이 들어서자 지역 내 쌀 소비촉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창업주의 고향이기도 했지만, 주변 농가의 일손을 끌어 모아 인력창출에 이바지하고픈 마음이 더 컸다고.애초 칼국수에 집중하던 것을 `푸드`로 명칭을 바꾸면서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지역 생산품을 토대로 완제품을 만드는 기본원칙은 그대로 지킨다. 주로 떡국과 떡볶이에 들어가는 떡이나 쌀국수, 쌀냉면 등 면류를 만든다.경쟁력 또한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마음에서부터 다져졌다. 특히 유통수수료를 줄여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인터넷판매를 시작으로 이달부터는 홈쇼핑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패키지상품이나 소포장제품 등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제작도 눈에 띈다. 박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식당을 운영하면서 쌀냉면 등 제품에 대한 고객반응을 즉각 살필 수 있다는 장점까지 지녔다고.박 대표는 “대기업에서 만드는 쌀국수, 냉면 등 일반 냉장식품은 면은 면대로, 육수는 육수대로, 여기다 양념장도 각각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 구매한 다음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한다. 우리는 한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한 공장에서 모두 직접 만든다. 이렇게 줄인 유통마진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비학산푸드㈜ 박춘석 대표지난 20여년간 두터운 단골층을 확보한 비학산푸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의 비상(飛上)을 준비 중이다. 현재 캐나다 등 해외 진출해 있는 제품들이 있지만 향후 3년간 판매량을 늘리는데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앞서 오는 12일에는 `포항시민의 날`을 맞아 최근 출시한 신제품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박 대표는 “쌀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유통경로로 제공하고 싶다”면서 “한류 덕분에 한국음식을 있는 그대로 접하려는 외국인들에게 떡볶이, 칼국수 등 우리 제품의 독특한 맛을 알리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6-02
영국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은 해적이 소년 짐 호스킨에게 보물섬 지도를 건네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적이 있었기에 소년이 주인공이 되고, 보물까지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청정지역 포항 상옥 등 해발 500m 고지서 재배낮과 밤 기온차 커 잎이 두껍고 알싸한 향 강해㈜독도무역 윤성근 대표는 해적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손에 거머쥔 지도를 누구에게도 건네지 않고 주인공이 되어 직접 보물섬을 찾았다.윤 대표의 보물섬 스토리는 26년간의 울릉도 생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을 “울릉도와 독도 간 관광여객선인 삼봉호를 최초로 띄운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관광여객선을 모두 팔고 난 뒤 생계를 고민하던 중 불현듯 울릉도 명이나물이 고갈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산마늘 채취에 대한 규제나 단속이 없어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뜯어가 결국 5년 내 사라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그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은 곧 `지도` 역할을 했다. 윤 대표는 지난 2006년 4월 ㈜독도무역을 설립하고 산마늘을 재배해 채취부터, 세척, 절임, 포장, 판매까지 맡았다. 제조 및 저장 가공시설의 규모는 전국 상위 수준에 달하며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아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 대열에 올랐다.실제로 윤 대표의 예견은 적중했다. 울릉도 자연산 산마늘 생산량은 지난 2010년 500t, 2011년 350t으로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올해 자연산 명이나물은 100t도 채 되지 않아 `완전 고갈됐다`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독도무역이 사용하는 산마늘은 포항시 상옥과 학천리, 흥한리 일대에서 재배, 생산된다. 해발 400~500m 고지에서 자라는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잎이 두껍고 알싸한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그 맛에 대해 윤 대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무리 맛있다고 거듭 강조해도 직접 먹어봐야 공감할 수 있다.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바로 이 맛!`이라고 감탄하며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덕분에 나물이 부드럽고 특유의 매운 풍미가 진하다고 덧붙였다.윤 대표는 쌀밥을 주먹밥처럼 작게 뭉쳐 산마늘명이로 감싸 초밥처럼 먹는 방법을 추천했다. 싱싱한 회와 잘 어울리고 장어요리와의 호흡도 환상적이라고.이처럼 맛 좋은 산마늘명이를 만들기까지 그는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4년 이상 기른 뿌리를 3포기씩 심은 다음 1년에 4번 풀 매기 과정을 거친다. 이후 3년이 지나야 산마늘 잎 채취가 가능하다. 나물을 길러 완제품을 손에 얻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해가 갈수록 생산량은 배로 늘어난다. 한 번 기반을 잡아 놓으면 이후엔 비교적 과정이 수월해진다.이제 윤 대표는 소설 `보물섬`의 해적처럼 지도를 건네 줄 사람을 찾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일반 식당에서 제공하는 명이나물의 80%가량이 중국산이다. 국산 산마늘명이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산마늘 재배 농가가 늘어나 국산 나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5-12
천에 자연의 색(色)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과 정성뿐이다. 감물에 내고 햇볕에 염색천을 널어 두고도 계속 물을 줘야 하는데,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한 달 이상 꼬박 정성을 쏟아야 한다. 시간과 정성으로 천에 자연의 色을 온전히 담아의류·가방·스카프·넥타이 등 다양한 제품 생산천연염색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자연스레(대표 전경춘)는 나눔에서 비롯된 `착한기업`이다. 포항나눔지역자활센터의 자활사업으로 출발해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모여 지난 2008년 북구 흥해읍 옥성리에 천연염색 공방을 꾸렸다.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의 자활능력을 키우는데 버팀목이 돼 주는 사회적기업이다.전경춘 대표는 “자활사업단을 통해 천연염색 기술을 배워 `자연스레`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서 자립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라며 “나 역시 생활고를 겪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실제로 `포항 자연스레`를 검색하면 기업이나 제품 관련 홍보 대신 후원금, 장학금 전달 소식이 수두룩 나열된다. 취약계층 보호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판매 수익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러한 나눔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한다고.그는 “지난해 어버이날 기념으로 브로치 300~400개를 만들어 천연염색 체험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또 요청이 들어왔다. 최근에는 매달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열고 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놀랍고 감사했다. 매번 느끼지만 나눔은 정말 좋은 일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것과는 달리 목적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자연스레의 대표상품으로는 의류와 가방, 지갑, 모자 등이 있다. 스카프와 넥타이는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운 것은 의류제품이다. 옷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인데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고 속옷도 덩달아 인기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능성까지 지녀 주로 40~50대 연령층에서 즐겨 찾는다. 제품 구입 후 천연염색을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스레 전경춘 대표.㈜자연스레는 최근 우현동에 판매 매장을 하나 마련했다. 기존의 흥해 사업장은 천연염색 체험장으로 운영한다. 전 대표는 “사람들 눈에 띄고자 읍에서 동으로 나왔다. 제품이 알려지고 잘 팔려야 일자리를 만들고, 또 수익이 나야 더 많은 사람들을 계속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목적 없이 시작한 사업이지만, 최근 전 대표는 바라는 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아직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아 관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다. 조바심은 내지 않는다. 상호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레 사회적기업의 나눔에 동참해 주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는 천연염색 체험장을 문화관광 상품과 연계해 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불리고 찾는 기업이 되길 꿈꾼다.전 대표는 “어떤 일이든 마음가짐에 따라 의미를 지닌다. 사회적기업의 물건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는 셈이다. 우리 이웃이 만든 제품을 애용하는 것은 하나의 기부활동과도 같다”고 강조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4-21
음식은 곧 생명의 근본이라고 했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회복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할 수 있다. 특히 불가(佛家)에서 음식은 약(藥)이나 의술로 통한다. 사찰음식이 스님들의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절밥`은 재료 특성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고 저장 및 발효 등 고유의 조리법까지 지녔다. 자극적인 맛을 쫓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도리어 몸과 마음을 일깨워주는 자극제이다.동호사서 숙성 된장+호미곶 보라성게 `찰떡 궁합`제철채소와 함께 먹으면 산후조리·갑상선에 좋아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동호성게된장(대표 김인태)은 사찰에서 정성스레 된장을 만든다. 연중 산바람과 햇살이 머무는 동호사(지주 혜연스님)에서 숙성시킨 된장에 호미곶 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라성게를 넣어 만든 성게된장이다. 최상의 자연조건 아래 두 번의 발효과정까지 거쳤다. 긴 기다림 끝에 완성된 동호성게된장은 맛과 영양 모두 사찰식품으로서 품격을 갖췄다.성게된장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자연의 힘이 컸다. 혜연스님은 해녀 신도들이 가져다준 성게알을 오래 두고 먹을 방법을 고민했다. 울릉도에서 성게알을 된장에 넣어 끓여 먹는다는 정보에 착안해 지난 2012년 성게된장을 개발했다. 자연이 준 식재료를 사용하고 자연숙성을 거쳐 완성된 자연친화식품이다.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성게된장은 한 번 담그는데 3년 이상 걸린다. 최소 2년반 발효시킨 된장에 성게알을 넣어 섞은 다음 또다시 6개월간 숙성시킨다. 인종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사찰음식만의 특별한 정성과 풍미만 더했다.청정바다 호미곶에서 채취한 성게알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단백질, 비타민, 철분 등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품었다. 해삼의 6.7배, 미역의 4.7배에 달하는 아연을 함유하고 있어 산모들의 산후조리 뿐만 아니라 갑상선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던 혜연스님 또한 성게된장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성게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담백한 맛이다. 효소를 넣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염분이 빠져나가 일반 된장과는 달리 강한 맛이 적다. 혜연스님은 성게된장을 제철채소에 곁들어 먹을 것을 추천했다. 항암성분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조리 없이 그대로 섭취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자연에서 얻은 맛과 영양이지만, 의외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나뉜다. 성게알을 넣어 특유의 바다향이 나는데다 소금기가 적어 새콤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찌개보다는 일본식 미소된장국처럼 맑은 느낌으로 끓여 먹기 적합한데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특히 건강 식단을 즐기는 젊은 여성소비자들이 많다.김 대표는 “일반 찌개처럼 얼큰하지 않아 `옛날 장맛이 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존에 먹던 제품이나 일반 된장에 익숙해진 탓이다. 반면 채소에 된장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거나 건강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홍콩식품박람회 참가, 일본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생업인 농사를 하느라 영업이나 마케팅에 신경 쓸만한 여력이 없어서다.김 대표는 “프리미엄 된장식품으로서 나름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췄지만, 식품업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일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지자체 지원을 받아 가장 쉽게, 많이 뛰어드는 분야가 바로 된장이다. 콩값까지 싸져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그래도 목표는 있다. 올해 비전은 성게알 강된장을 만드는 것이다. 사찰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웰빙을 넘어 힐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그는 “강된장을 카레밥 등 레토르트 식품처럼 간편하게 밥에 비벼먹을 수 있도록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4-14
때로는 선입견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사실 살아온 햇수만큼 각종 경험으로 무장한 고정관념이 쌓이게 되면 사물의 실상을 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하지만 함부로 판단해 단정 지었던 사실이 무너지는 순간, 그 어떤 경험보다도 기억에 오래 남아 진한 여운을 남긴다.피로감 줄고 혈액순환 좋아져 저림 증상 개선지역 유명인사 매달 정기 주문할 정도로 인기부추가공업체인 메인(주)의 오주선 대표를 직접 만나기 전에는 이름만 보고 여성기업인으로 생각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덩치 큰 남성을 마주한 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자 오 대표는 “이순신도 남자다”라며 웃었다.인사가 끝나자마자 오주선 대표는 대뜸 “우리 부추즙의 특이한 점은….”이라며 운을 떼었다. 당찬 성격과 강한 목소리에서부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부추가공업체는 포항에 하나 더 있고 전국에도 5곳 정도 있지만, 부추즙을 물처럼 마실 수 있는 기술은 우리만의 강점이다. 부추는 가공처리 과정을 거치면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역한 향이 난다. 이를 제거하는 것이 우리 공장만의 기술력”이라고 말했다.메인은 저온고압 추출방식으로 부추 특유의 냄새와 맛을 없애 누구나 물처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부추즙을 만든다. 오 대표는 그의 땀과 노력이 담긴 특수공법을 조상들의 삶에서 찾았다고 말했다.우선 옛 선조들은 무엇을 먹고, 왜 먹었는지를 살폈다. 이미 수 백 년전 조상들의 인체체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을 그대로 적용해 부추진액을 만들었다. 덕분에 기술 개발과정에서 실패 등 여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오 대표는 자신의 `타고난 감각`으로 얻은 기술이라며 정보노출을 꺼려 특허신청도 하지 않았다. `진짜 좋은 기술은 특허를 내지 않는다`는 소신이다.오 대표는 북구 청하면 청계리에 있던 공장을 사들여 부추즙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공정을 갖추고자 직접 개조했다. 부지면적 1천평, 건물 500평으로 부추가공 공장으로서는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공장을 한 번 가동하면 부추진액 10t을 생산한다. 다른 공장의 1년치 생산량을 한 번에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 대표는 큰 기계가 있어야 큰 장사가 된다고 했다. 제품을 대량 생산해야 국내외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비전이다.무엇보다도 건강기능 차와 음료를 만드는 곳인 만큼 공장입지 부지를 선정하는데 주변 환경으로부터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조건을 최우선으로 두고 장소를 정했다. 공장 주변 200m 이내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청정지역을 골랐다.문제는 부추였다. 온도에 민감한 채소라 중탕과정에서 온도 120℃ 이하 시 진액이 추출되지 않았고, 그 이상이 되면 냄새가 났다. 부추가공 공정을 모두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메인주식회사 오주선 대표.오 대표는 “사과는 100㎏을 짜면 99㎏의 즙이 나오는 반면 부추는 같은 양이라도 15㎏밖에 나오지 않는다. 부추를 130℃의 온도에서 끓여도 냄새가 나지 않도록 공정을 직접 설계했다”고 덧붙였다.올해 6년째 사업을 운영 중이지만 오 대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는 일이다. 누구나 부추의 효능은 잘 알고 있지만, 냄새가 나 먹기 힘들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아예 구입자체를 안 한다는 것이다.막상 선입견을 버리고 먹으면 보약이 된다. 메인의 부추진액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물을 마시는 것 같다`며 마니아층이 될 정도다. 단골들은 `간(肝)의 채소`로 불리는 부추즙 덕분에 피로감이 줄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팔 저림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고 전해온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의사가 `피가 맑아졌다`며 놀라기도 했단다. 지역 내 유명 인사들도 매달 정기적으로 부추즙을 주문해 먹는다고 자랑했다./김혜영기자hykim@kbmaeil.com
2016-04-07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다. 두 번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절실하지만, 실수와 후회의 연속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타인의 `체험담`에 귀를 기울인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듣는다는 것, 여기에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팁(tip)까지 전수받는 것만큼 귀한 체험이 또 있을까. 발아현미 식품을 만드는 `씨앗농부`의 신해수(48) 대표는 제품이 지닌 효능의 산증인이다.췌장암 수술 받은 신해수 대표가 개발한 제품암·고혈압·동맥경화 등 예방 식사 대용 인기씨앗농부 신해수 대표의 히스토리(History) 사연은 특별하다. 지난 2006년 2월 신 대표는 당시 38살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한 달만 늦었어도 가망이 없었다고 했다.장작 13시간을 넘는 대수술이 이어졌고 회복기간 동안 항암 치료를 버텨야 했다. 췌장이 일반인의 3분의 1길이라 인슐린 분비가 잘 안 돼 소화가 더뎠다. 입맛도 없었지만 `곡물이 좋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각종 정보를 수색했다. 밥 대신 발아현미 가루에 물을 넣고 수프나 죽처럼 끓여 먹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흘렀다.신 대표는 웃옷을 살짝 들어 올려 38cm에 달하는 복부 수술자국을 드러내며 “사람들은 내가 췌장암 수술을 했다고 하면 안 믿는다.(웃음) 처음엔 편하게 식사할 방법을 찾다가 발아현미를 먹기 시작하면서 몸의 변화를 느꼈다. 발아현미차를 마시지 않은 날은 몸에서 바로 반응이 와 매일 소화제처럼 먹는다”고 말했다.씨앗농부는 현미를 발아시키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3시간마다 물을 준다. 약 72시간, 총 3일간 되풀이해야 한다.일반 현미와는 달리 발아현미는 발효 과정에서 가바, 피티산 등 건강한 성분이 더해진다. 암을 예방하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순환기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요소들이다.신 대표는 발아시킨 현미를 씻어 15분간 쪄 낸 다음 열기를 식히는 과정에서 덩어리진 발아현미를 직접 손으로 풀고 다듬는다. 이후 건조기에 한 번 더 말리고 볶아내고서 가루로 만든다. 여기에 어떤 첨가물도 더하지 않는다.이처럼 찌고 볶고 말리고 갈아 고운 입자로 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린다. 매일 새벽 1~2시까지 작업을 하지만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반 현미차나 기계로 말린 제품들과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이유다.신 대표는 “우리 제품은 일단 가루의 향부터 다르다.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맛까지 지녔다. 누룽지나 숭늉과는 달리 씹히는 맛과 함께 특유의 풍미를 지녔다. 생목이 올라오지 않아 깔끔한 뒷맛도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생소할 수 있지만 곧 몸에 변화가 찾아온다”고 말했다.발아현미 제품의 위력은 이미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증언`처럼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효능은 변비 개선이다. 위염이나 위궤양 등 위장장애를 지닌 사람들도 효과를 봤다. 포만감이 오래가 식단조절에 도움을 주고 피로감도 줄어든다. 특히 발아현미·메밀·찰보리 혼합식은 영양학적으로도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해 아이들의 성장까지 돕는다.그저 평범한 주부였던 신 대표는 아프기 전 자신의 식습관에 대해 `최악`이었다고 평했다.그는 “식(食)생활은 곧 건강과 직결된다. 씨앗농부의 제품 대부분은 식사대용이다. 사람들이 점점 간편식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 끼로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특히 일반인들보다 몇 배로 먹는 것에 `절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발아현미가 지닌 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3-24
약주(藥酒)는 본래 약효가 있는 술을 말하거나 처음부터 약재를 넣고 빚은 술을 가리켰다. 점차 `맑은 술`을 뜻하는 의미로 변천되고 술의 높임말로도 쓰이게 됐다. 조선시대 때 왕과 왕비 등이 건강에 좋은 약술을 매일 반주로 마셨는데, 가뭄이 심하거나 흉년이 들면 곡식이 부족해지므로 금주령을 내렸다. 이때 특권계층이 금주령을 피해 술을 마시려는 핑계로 `약으로 술을 마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점잖은 사람이 마시는 술을 약주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찹쌀·누룩 그리고 농민의 정성으로 빚은 전통주중년층 “옛날 어머니가 곡식으로 만든 술맛” 칭찬현재 약주로 팔리는 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쌀 등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여과시킨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주 소수이긴 하지만 쌀과 누룩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담근 맑은 술을 말한다. 이 `소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만든 술이 바로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주 `흥곡약주`(대표 이진희)다.북구 신광면 흥곡리(興谷理)에 자리한 탓에 흥곡약주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곡 자는 `곡식 곡(穀)`자를 쓴다. 찹쌀로 만든 술이기 때문이다. 신광면에서 재배한 찹쌀을 전량 사용하는데 주변 농민들과 상생하기 위한 이 대표만의 철학이자 약속이다.이 대표와 전통주와의 인연은 가정사(家庭事)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의 친정어머니는 집에서 직접 술을 담가 이웃과 나눠 먹거나 제사 때 사용하기도 했다.당시 어머니가 전통주 담그던 손놀림을 곁눈질로 보고 배운 이 대표에게도 그 손맛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10여 년 전 포항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한 전통주과정에 참가하면서 6개월간 전문가로부터 배우며 손맛에 품격을 더했다. 이후 센터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3년 사업장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흥곡약주를 담그기 시작했다.그는 “청정지역인 신광면은 비학산 줄기 아래 자리하고 있어 공기가 좋고 특히 물이 깨끗하다. 좋은 공기로 숨 쉬고 맑은 물을 마신 쌀을 사용해 술을 담그니 그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자랑했다.흥곡약주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겉보기엔 일반 공장에서 만든 맑은 술과 비슷하지만 재료에서부터 제조과정을 들어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물과 찹쌀, 누룩만 넣어 술을 만드는데 모든 과정은 이 대표의 손을 거쳐 간다. 그만큼 한 단계, 한 단계마다 정성이 필수요소다. 찹쌀을 지어 술을 담그기까지 보통 7~10일이 소요되는데 여기다 최소 숙성시간 2개월간 공을 들여야 한다. 실온에 둔 상태에서 술을 걸러 항아리에 옮기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최대 6개월은 기다려야 흥곡약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흥곡약주 이진희 대표이 대표는 “흥곡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깔끔한 맛과 은은한 향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데 과일향이 난다며 향을 첨가했는지 물어보는 이들도 있다. 정작 술을 만든 나는 잘 모르겠다.(웃음) 특히 중년층이 옛날에 시골이나 촌에서 어머니가 곡식으로 만든 술맛이 난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술을 담그는 장인이니 주량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량을 물어보자 이 대표는 “술을 못 마신다”고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농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다 보니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게 만만찮다고 털어놨다. 농사짓는 사람에겐 농사 외의 일이 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그 와중에 전통주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고.이 대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화학주인 소주나 막걸리를 전통주로 알고 있어 진짜 전통주가 무엇인지 그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쉼터처럼 작은 카페같은 공간을 만들어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3-17
“한방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매일 한방차를 마시는 게 상상이 되나?”“왜 한방차를 꾸준히 먹는 게 힘들 것 같나?”9일 남구 청하면에서 만난 한방식품기업 이도(IDO)의 이은실 대표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한방차(茶)와 관련된 질문들을 쏟아냈다. 평소 한방차를 그저 향이 좋은 건강차로만 여겼던 기자는 예상치 못한 질문공격에 머뭇거리자, 이 대표는 “솔직하게 털어놓으라”며 대답을 부추겼다. 이미 수차례 국내외 식품박람회나 전시회에서 한방차를 소개한 이력을 지닌 그는 기자의 질문 없이도 1시간가량 대화를 이끄는 화술을 자랑했다.연잎·귤껍질·도라지뿌리 등 20여가지 고급원료불면·피로·부기·피부 등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이도 발효한차는 연잎과 귤껍질, 도라지뿌리 등 약 20여 가지에 달하는 원료에서부터 차별성을 지녔다. 고급 원료를 사용하지만, 근엄하게 폼을 잡고 멋으로 마시는 차가 아니라 삶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특이한 점은 차의 이름을 먼저 짓는다는 것이다.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잘잔다`, 피로와 부기 제거 효능을 지닌 `비우다`, 피부건강을 위한 `반하다`처럼 말이다. 제품명을 정한 다음 처방전을 만들고 원료를 정한다.이 대표는 “처방전을 먼저 만들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입해 제조해야 한다. 원료 1㎏에 평균 매입가격이 7~8만원이다.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웃음) 원료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포장은 최소화한다. 한 번 뚜껑을 열면 끝을 보는 제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원료에만 정성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각 원료는 모두 개성이 달라 제조과정에서 하나씩 난관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2~3일이면 만드는 덖음차와는 달리 이도 발효한차는 평균 35일 후 완성된다. 도라지뿌리의 경우, 먼저 쪄 낸 다음 전분 때문에 끼리끼리 붙은 것을 일일이 직접 손으로 뜯어낸다. 발효 과정을 거쳐 말린 다음 숙성 단계를 지나면 풍미가 더해진다. 여기서 또 말리고 다시 수작업으로 떼어낸 다음 볶은 뒤에야 끝이 난다.발효차와 비발효차는 맛이 확연히 다른데 볶은 콩과 청국장의 차이로 보면 된다. 일반 도라지차는 혀에 톡 쏘는 맛이 강하고 텁텁한 반면 이도 도라지차는 아이들이 먹어도 될 만큼 소화나 흡수가 빠르다. 이 대표는 “발효차 1.2g짜리 티백 하나를 만드는 노동 강도가 매일 김장을 하는 것과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이처럼 고강도 노동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이도한의원 원장의 `철학` 때문이다. 만성질환이나 난치병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며 치료의 한계를 느낀 그는 생활 속 민간요법을 통해 신체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을 `예방`이라고 여겼다. 1년에 병원 10번 갈 것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이 대표는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병원 갈 일을 줄이는 것, 쉽게 말해 사람들의 시간과 돈, 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진정한 예방이며 이도 발효한차를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이도는 영문표기로 `I do` 즉, `내가 한다`를 말하며 한자로는 `理道`로 이치를 따라 실천한다는 의미다. `이도차를 마신다`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적극적이라는 것을 말하는데, 그 실천도구로 이도차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첫 제품은 지난 2009년 2월 출시됐다. 막 세상 빛을 본 차(茶)는 외국물부터 먼저 먹었다. 그해 3월 이 대표는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의 하나인 동경세계식품박람회(Foodex Japan 2009)에 참가해 발효선차를 선보였다.▲ 이은실 이도 대표.구수하고 부드러우며 자극적이지 않은 발효선차의 맛에 해외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일본과 미국, 프랑스, 덴마크, 홍콩 등 해외 5곳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유기농박람회(Natural Products Expo 2015)`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 이도의 발효연잎차가 선정됐다. 올해는 총 4회에 걸쳐 미국 내 전시회에 참가해 유기농식품 유통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국내에서는 포항 본사에 이어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유통판매 1호점을 개점했다. 일명 `안테나`매장으로 불리는데, 이곳에서는 1년 365일 이도차 무료시음이 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바이어 등이 몰려 외국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해외소비자의 반응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곳이다.이 대표는 향후 화장품 등으로 범위를 넓혀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3-10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지만, 여전히 가족애(家族愛)는 살아있다. ㈜친정애부추농원(대표 이정훈) 인터넷홈페이지의 `구매후기`코너에는 간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잦은 야근으로 피로한 남편, 손발이 찬 아내 등 가족을 위해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의 사연이 약 89페이지에 걸쳐 남겨져 있다. 친정애부추농원이 지닌 `가족력(家族力)`이다.“부추즙 먹고 임신했어요” 인터넷후기 수두룩41년 `부추농사 박사`로 통하는 부모 가업 계승무농약 친환경재배 `농산물우수관리` 인증받아가족의 힘은 포항시 북구 기계면 내단리에 뿌리 내린 부추에서부터 시작됐다.이정훈(32) 대표는 부추농사를 `오래` 지으신 부모님에 대한 소개로 운을 떼었다. 올해로 41년째, 이제는 지역 내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부추농사박사`로 통하는 부모를 따라 이 대표는 일찍이 가업(家業)을 잇기로 결심했다. 대학시절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부추를 이용해 `색다른 것`을 시도해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어느새 그는 6년차 전업농부다.“아직 젊어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 밭에서 부추농사를 짓는 게 가장 어렵긴 하다. 특히 추운 날씨에 고된 노동을 하다 보면 고통스럽다는 걸 느낀다. 투정을 부리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극심한 고통까지는 아니다.(웃음) 그보다 재미가 더 크다”듣고 보니, 이 대표가 부추농사를 어렵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었다.우선 친정애부추는 경영철학이 비슷한 농가들이 모여 조성된 친환경 단지에서 재배된다. 여기다 농약 등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일반 농가들 사이에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까지 받았다. 무(無)농약 부추재배 4년차로 내년엔 유기농 제품으로 전환할 계획까지 비장하게 세웠다.부추가 마시는 물 한 방울에도 공을 들였다. 지하 100m에서 끌어올린 천연암반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깨끗하고 맑은 물로 뿌리를 축인 부추는 유달리 싱싱하고 건강한 것이 특징이다.갖은 정성들여 재배한 친환경·무농약 부추는 생물로 공급하기도 하지만 부추즙, 부추환 등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매운 채소에 속하는 부추는 즙으로 만들면 양파나 흑마늘을 짠 것처럼 매운 향을 내는데 풀을 달이면 생기는 떫은맛까지 더해져 목 넘김이 쉽지 않다.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대추를 가미해 부추 특유의 향과 시고 매운맛까지 한 번에 잡았다. 가장 좋은 원재료로 만든다는 자부심 아래 설탕 등 어떠한 인공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최상의 제품을 완성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야 몸에서도 효능을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주력상품인 부추즙의 효능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부추는 동의보감에 `간(肝)의 채소`로 기록돼 있어 간 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의 원인인 간을 회복시킴으로써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준다. 이러한 효능 덕분에 주로 불임부부들이 부추즙을 찾는다. 말(言)이나 글 대신 부추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이 가족애를 전하는 매개체가 된 가장 큰 이유다.이 대표는 “10살 차이 나는 큰 누나를 포함해 누나가 총 3명인데 모두 시집을 갔다. 누나들이 결혼 후 임신에 어려움을 겪자 어머니가 부추즙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친정엄마의 사랑`을 뜻하는 `친정애(愛)`를 붙여 상호를 지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실제로 `부추즙을 먹고 임신했다`는 인터넷후기가 많다. 굉장히 반응이 좋아 큰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란 없는 것처럼 무조건 임신이 된다고 장담까진 못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부추즙의 인기에 힘입어 건빵과 초코크런치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추를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생산에서부터 가공, 판매까지 직접 맡아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농사는 일한 만큼만 벌 수 있다`고 여겨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줄이고 소비자가격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다.이 대표는 “아직 판매물량이 많은 편이 아닌데다 사업장 규모도 크지 않다. 앞으로는 또 하나의 가족인 주변 농가들의 제품을 활용해 식품종류를 다양하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2-25
어떤 일이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스킨세이브` 김근자 대표는 어릴 적부터 여드름 등 각종 피부병을 앓으며 누구보다 건강한 피부를 꿈꿨다. 출산 후엔 고통이 더해졌다. 아토피가 심해져 피부는 늘 건조했다. 비싼 제품을 사다 바르고 좋다는 것을 수소문해 발라봤지만 오히려 피부가 뒤집히고 증상은 악화됐다. 영양성분 풍부해 아토피·여드름치료에도 효과과일껍질서 추출한 향 첨가 아동·군인도 좋아해17일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스킨세이브 매장에서 만난 김근자 대표의 얼굴에는 18년간 고통에 시달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창가의 햇빛에 반사된 김 대표의 피부는 모공마다 수분을 머금은 듯 촉촉함을 빛냈다.그는 “예전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으면 제 못난 피부만 보는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눈동자만 가끔 빼꼼이 들었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집 밖에도 안 나갔고 늘 집에 머무르며 살림살이가 전부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전래민간요법`이란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았다”며 사연을 풀어놨다.책에서 알려준 해답은 `자연`에 있었다. 김 대표는 각종 전문서적을 섭렵하며 연구를 시작해 직접 천연재료로 비누를 만들어 사용했다. 하루가 다르게 피부가 개선되자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먼저 그 효능을 알아챘다.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 2006년 천연비누 매장까지 열었지만, 이미 포항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는 천연비누 열풍이 일어 반응이 좋지 않았다. 특별한 무언가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두려움이 닥쳤다.“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싶어 고민이 많았다.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마침 남편과 과메기를 안주삼아 술 한 잔씩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남편이 `과메기`를 아이템으로 던져줬다”고 회상했다. 당시 “과메기는 비린내가 나서 안 된다”며 펄쩍 뛰었던 김 대표는 막상 과메기의 효능을 찾아보고서야 실제로 피부에 유용한 성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을 바꿨다. 과메기 오일 추출물을 천연비누 제조 과정에 더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역시나 비린내가 문제였다. 각종 약초와 허브 등을 찾아 연구하며 밤을 지새우는 날이 이어졌다.시작과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비법`을 구한 김 대표는 노력의 결실로 `과메기비누`를 탄생시켰다. 좀 더 세련된 명칭을 붙이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과메기비누로 해야 한다`는 남편 말을 따랐다. 공들여 만들었으니 `대박`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종 행사장에서는 사람들이 `비린내가 날 것 같다`며 멀리 피해 돌아가는 모습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도리어 `최소 10년은 버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제품 개선에 몰입했다. 과메기비누를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귀담아 듣고 유명한 천연비누들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며 비교도 해봤다.그 중에서도 김 대표는 천연비누의 가장 취약점인 형태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경화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천연비누의 특성상 물에 닿으면 금세 녹아 제품을 끝까지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2년간 수차례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 때 버린 제품만 트럭 한 대에 달했다.직접 고통을 경험해 봤기에 더욱 간절히 연구에 몰두한 결과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졌다. 딸기와 오렌지, 사과 등 과일껍질에서 추출한 향을 더해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비누를 완성했다. 거품을 더 풍성하게 하고 첫 모양 그대로 단단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촉촉한 비누였다.가장 큰 특징인 오메가3 함량이 높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칼슘 등 영양성분이 풍부해 아토피와 여드름 등을 개선하고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은 유지했다. 덕분에 주 고객은 여성들이지만 최근엔 아이들과 군인들에게까지 인기를 얻었다.과메기비누의 탄생에서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김 대표의 곁엔 늘 남편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특산물이라고 강조하던 남편은 김 대표보다 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자신이 끌고 다니던 트럭에 과메기비누를 붙여 여기저기 다니고, 현수막도 자주 바꿔 달았다. 별도로 비누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각종 행사에도 함께 했던 `조력자` 남편은 지난달 하늘로 먼저 떠났다.최근엔 불경기까지 겹쳐 힘든 상황이 이어졌지만 김 대표는 단골들이 있어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제가 이 일을 관두면 그 분들은 어떻게 할까 싶어 걱정부터 앞선다.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예의라고 생각해 실망시키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더 연구해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일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2-18
유명 셰프만큼이나 일반 주부들도 식재료의 선택에 까다로운 편이다. 기본 20~30년의 주방경력을 자랑하는 주부들은 웬만해선 요리가 `맛있다`고 칭찬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베테랑 주부들 사이에서 긍정의 입소문을 타기란 어려운 법이다.이 가운데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액젓식품기업인 `꽃젓갈`의 제품은 주부들이 먼저 나서서 “꼭 맛을 보라”고 추천한다.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이 “꼭 맛 보라”고 추천인기 좋아도 품질관리 위해 소량만 판매 고집`꽃젓갈`이성자 대표는 5년 전 젓갈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모친이 20년째 젓갈장사를 하다 보니 어깨 너머로 보고 배웠다. 일을 시작한지는 5년째이지만,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건 3년 됐다”고 말했다.꽃젓갈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대표가 만든 젓갈은 어머니의 손맛과는 다른 과정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보통 제품을 4~5개월 정도 숙성시켜 출하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이 대표는 2년간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일반 제품은 맑은 액젓이라도 요리에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반면 꽃젓갈은 개봉 후 바로 찬물에 떨어뜨려 먹어도 비린 맛이 나지 않는 비결이다. 이 대표는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고 믿는다. 따라서 멸치 등 생선의 경우 반드시 내장이 터지지 않은 것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젓갈은 생선의 머리가 떨어지거나 내장이 터진 제품을 사용하기 쉬운데 이 대표는 오직 완제품만 고집한다. 간장 빛이 도는 일반 액젓과는 달리 꽃젓갈은 와인색을 띄는 이유다. 소금은 2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만 사용한다. 저온에 숙성시킨 젓갈이 천연조미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염도도 낮은 편이다. 여기다 2년간의 숙성기간 동안 서서히 시간을 두고 깊은 맛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최고 14~18℃의 온도를 유지한다. 숙성실을 마련한 흥해읍 금장리는 삼면(三面)이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소음이 거의 없다. 이 대표는 숙성실에 24시간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이 살아있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위생`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젓갈 제조과정이 청결하지 않다고 여겨 구입해 먹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언제, 누가 숙성실을 찾더라도 항상 개방할 수 있도록 위생관리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오랜 시간을 거친 뒤 젓갈을 첫 개봉하면, 된장 위에 곰팡이가 피듯 젓갈 표면 위에 마치 꽃 모양의 결정체가 맺힌다. 이러한 의미에서 붙여진 `꽃젓갈`이라는 상호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견딘 젓갈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이름이다. 최근 꽃젓갈은 영덕대게와 멸치를 액젓으로 담근 제품을 `우리나라 최초`로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영덕대게의 가격이 비싸 젓갈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이 대표는 `도전`을 통해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념을 깨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주위에서는 `유사제품이 나올 수 있다`며 특허신청까지 말렸다고 했다. 꽃젓갈을 맛본 사람들은 어떤 음식에 곁들여도 맛이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꽃젓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갓 지은 뜨거운 밥에 젓갈을 서너 방울 떨어뜨려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김 바르는 솔로 재료에 살짝 발라 굽거나 튀겨 조리하면 소금의 짠맛이 아닌 깊고 구수한 맛을 낸다.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는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까지 잡아주고, 불고기양념 등 어떤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리는 것이 꽃젓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지금의 꽃젓갈 인기를 이어가기 위한 나름의 사업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50통의 제품만 팔기로 정했다. 물론 앞으로 판매량을 조금 늘리겠지만, 억지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계화 공정으로 만들지 않고 처음 계획한 소량 그대로 맛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2-11
▲ 이미연 연담한과 대표“우리 한과 인기요? 아유~폭발적이죠! 호호호”지난 2013년 8월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 사업장을 마련한 `연담한과` 이미연 대표의 웃음소리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농촌여성 기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물씬 묻어났다.그는 “명절을 맞는 것도 어느새 3년차네요. 보통 처음 5년간은 재료도 많이 버리고 실패를 거듭한다고들 하던데, 사업초기 3천만원으로 시작해서 꾸준히 매출이 늘어 지금은 웬만한 업체에 버금갈만큼 탄탄해졌어요”라고 말했다.설탕·방부제 사용 안한 특별한 조청이 비결입 안서 살살 녹는 맛,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올해 강정·약과 등 품질좋은 제품 생산 계획연담한과가 `실패 없는 성공`에 이르기까지 팔할(八割)이 `어머니`였다. 이미연 대표는 자신의 어머니가 한과를 만들던 방식 그대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직접 농사지은 쌀부터 한과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한 것으로 버무린다. 설탕처럼 인위적인 당분을 사용하지 않고 방부제 등 옛 것이 아닌 것은 섞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맛을 내는 비결은 조청이 쥐고 있다.이 대표는 “연담한과의 조청은 물과 쌀, 엿 질금 세 가지 재료를 배합해 만든 천연당분입니다. 세상엔 다양한 한과가 있지만, 제조과정마다 손길을 거친 제품은 모양과 색, 맛 모두 다를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연담한과는 단순히 어머니의 방식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으로 더 나은 먹을거리를 위한 연구를 거듭해 완성됐다.남들은 몇 십년씩 걸린다는 한과를 만드는데 불과 3년이라는 단기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연구`덕분이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한지 3년이 됐지만, 이 대표는 지난 5년간 끊임없이 공부했다고 털어놨다.사업 초기엔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성공률이 60%에 불과했다. 수차례의 고민과 고심 끝에 지난해에는 생산과정 체계를 잡아 성공률을 80%까지 끌어올렸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의 이 대표는 앞으로 모양이나 색감 등을 보완하면 100%의 성공률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 같은 엄마의 땀방울은 소비자들의 입안에 녹아들어 마음까지 감쌌다. `너무 맛있어 하나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연담한과는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과자처럼 딱딱하지 않고 연한데다 끝맛은 담백하기까지 하다. 이(齒)에 달라붙지 않는 조청의 매력은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다. 애초 `연담`은 연꽃 연(蓮)에 못 담(潭) 자를 써서 `작은 연못에 연꽃이 피었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막상 한과를 만들고 보니 그 맛이 연하고 담백해 연담과 잘 어울리는 제품이 완성됐다.이 대표는 “지난해 특히 제품이 잘 만들어져서 유난히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초기엔 맛도 모양도 많이 부족했을 텐데 그동안 믿고 찾아준 소비자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한과 판매의 80~90% 가량이 지역 내에서 소비되고 있어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라고 말했다.향후 비전에 대한 물음에 이 대표는 “아직 초기라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직은 제품에 대한 연구에 몰두할 때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한과를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올해는 강정과 약과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아이들 체험장`얘기가 나오자 그의 말이 빨라졌다. 초창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사업장에서 한과체험을 시도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더 나은 시설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아이들에게 한과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다.이 대표는 “한 가지를 먹더라고 소비자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질의 제품을 완성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박한 이 대표의 비전에 엄마의 마음이 선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2-04
함께 하는 시간이 길수록 닮아가기 마련이다. 부부가 세월 따라 서로를 닮아가듯, 사물도 그것을 만들고 곁에 오래둔 이를 닮는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사리에 위치한 `죽장연`의 정연태 대표는 전통장 만큼이나 부드럽고 넉넉한 첫 인상을 전했다. 오랜 기간 정성들여 만든 전통장처럼 정 대표의 호흡과 말(言)의 속도는 묵직하고 일정했다. 지난 10여년을 함께 하며 그가 전통장을 닮은 것인지, 전통장이 그를 따른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큰 일교차·청정지역서 재배한 콩 사용1000일의 기다림과 지혜로 빚은 `전통장`“지구촌 사람들에게 `진짜 장맛` 알리고 싶어”죽장연의 전통장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나눔의 공(功)이 컸다. 죽장연의 모기업인 영일기업은 지난 1999년 죽장면 상사리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수확 철 일손 돕기부터 농기계 수리, 독거노인 의료봉사 등 각별히 마을을 챙긴 공(功)에 감동한 마을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당시 주민들은 농번기가 끝나는 10월말이면 가장 마지막으로 수확하는 작물인 콩으로 장을 담가 나눠먹었는데, 감사의 표시로 장을 선물한 것이다. 상사리마을의 특별한 장맛을 알리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2005년부터 마을 주민 30여명이 모여 본격적으로 장을 담그기 시작해 2010년 11월에는 `죽장연`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식탁을 찾아갔다.`죽장연`의 `죽장`은 마을이름에서 땄다. 신라 말 무렵 고려로 복속되기를 거부한 귀족들이 숨어살았던 마을로 죽장(竹長), 즉 `곧은 절개`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연(然)`자를 더해 죽장연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옛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전통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두 자연에서 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깊고 깔끔한 맛이 최고의 장점이다.전통장을 만드는 과정은 우선 200일간 재배한 콩을 수확해 하루 보관 후 또 다시 24시간 불리는 작업을 거친다. 불린 콩은 무쇠가마솥에 참나무장작으로 삶고 뜸을 들여 메주로 만든다. 완성된 메주를 매달아 50일간 건조하고 20일간 발효과정을 밟는다. 간수 뺀 천일염에 넣어 50일간 장 가르기 시간도 필요하다. 장독대의 배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일조량을 최우선으로 설계해 햇볕을 고루 잘 받게 하고자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나열해 보관한다. 최소 2년 이상 옹기에 익힌 다음에야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이 바로 죽장연의 전통장이다. 정성 담긴 각 과정에서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작용해 명품된장을 만드는 것이다.정 대표는 “무려 1000일을 기다려 만든 장이다. 처음 3년간은 특별한 수익 없이 장이 완성되길 기다리면서 제대로 된 장맛이 나올까 싶어 걱정이 많았다. 빨리 만들려고 했다면 지금의 장맛을 절대 내지 못했다. 기다림 끝에 얻은 최상의 맛이다”라고 말했다.이 같은 장맛의 비결은 죽장면이 지닌 특별한 기후조건 덕분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청정지역인데다 고랭지라는 지리적 특성상 일교차가 심하고 일명 `돌바람`이 많이 불어 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정 대표는 `장은 좀 거칠게 다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 장맛이 깊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특히 죽장연 전통장은 `빈티지`로 표시해 관리한다. 와인처럼 숙성정도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2년 묵은 된장과 3년 익힌 된장의 맛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연도별로 장맛의 특징도 뚜렷하다. 예를 들어, 2011년에 담근 장은 찌개보다는 국에 더 잘 어울리고 2012년 제품은 적갈색으로 색이 좀 더 진한데 찌개로 끓였을 때 더 풍미가 좋다. 각 요리마다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장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정연태 죽장연 대표정 대표는 “모든 음식의 맛은 장맛이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 요리하더라도 공장에서 만든 장으로는 최고의 맛을 내기 어렵다.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자신들이 원하는 맛을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장을 찾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장맛을 내는 것만큼이나 정 대표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장맛을 알리는 일이다. 그는 사람들이 체험을 통해 향수(鄕愁)를 느끼고 느림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비전을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게스트 하우스를 세우고 내년에는 죽장초등학교 상사분교에 된장학교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그는 “전통장은 지혜의 산물이다. 지금은 드문 풍경이지만, 예전엔 집에서 장을 담가 먹어 집집마다 장독대가 꼭 있었다. 이러한 전통문화유산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진짜` 장맛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1-28
▲ 윤선애선인장의 윤선애 사장.포항의 식품산업이 신(新)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으면서 식품 강소기업들이 덩달아 뜨고 있다. 이들 식품 강소기업들은 침체된 포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포항시는 지역의 우수 농·특산물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행사를 비롯해 지난 2013년부터 온라인쇼핑몰인 `포항마켓`까지 운영하고 있다. 포항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특산물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운 식품 강소기업들을 찾아 그 맛의 비결과 성공 노하우를 들어본다. 구룡포서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한 백년초 이용당뇨·노화·염증·다이어트에 좋은 추출물 생산홍콩지점 등 운영 이어 올해 재배도 확대 계획“처음엔 주위에서 다들 `미쳤다`고 말렸어요, 남들 은퇴할 시기에 시작한다고…”일찍이 백년초의 `심상치 않은` 가치를 알아챈 `윤선애선인장`의 윤선애 대표는 목소리에서부터 강인함이 묻어났다.손바닥 크기의 선인장인 백년초는 기후와 토양 등 지역이나 환경적 특성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차세대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폭설과 강풍이 몰아치는 영하 30℃의 혹한에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까지 지녔다. 일본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도 가장 먼저 생명력을 틔운 식물이 바로 백년초다.특히 `윤선애선인장`의 백년초는 북구 구룡포에서 생육한 것으로 풍부한 일조량과 청정지역의 해풍을 먹고 자란 토종 선인장이다.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지역특성을 고스란히 담아 남다른 효능을 자랑한다. `잡초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지만, 자연친화적인 무공해 제품이다 보니 그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단단하고 윤 대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홍콩에도 지점 2곳을 운영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윤 대표와 백년초의 인연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집안 어른들이 약초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자란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도와주고 싶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우연한 기회에 백년초를 직접 재배해 여기저기 선물했더니 주위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상품으로 개발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생각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2003년 백년초엑기스 추출 관련 특허를 신청하고, 공장까지 만들어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운이 좋았어요. 2006년에 특허등록을 하고 2012년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는 지원사업에 선정됐어요. 포스텍으로부터 동물실험 결과, 백년초엑기스가 지닌 효능을 인정받아 지금은 경북대 임상실험까지 진행 중입니다. 식품인데 의약품 원료로 개발해보자는 제안도 받았고요.”`백년건강을 지켜준다`는 뜻을 지닌 백년초는 이름이 지닌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그 효능도 100여 가지에 이른다. 윤 대표는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백년초엑기스가 염증을 완화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당뇨와 노화를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페놀성 물질과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와 비타민C, 칼슘, 복합다당류 등 인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종 영양분이 골고루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그 중에서도 체지방 감소 효과가 눈에 띄는데, 일반 다이어트 식품과는 달리 몸속에 불필요한 지방은 줄이고 필수 지방과 근육의 기능은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백년초의 효능은 이미 복용해본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지난 13년간 특별한 광고나 홍보 없이 입소문으로만 판매되고 있는 비결이다. 주변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효과로는 천식 등 염증을 치유해 기관지염을 비롯한 관절염 등을 완화시킨다. 내시경 결과 용종이 발견된 사람들도 복용 2~3개월 후 효과를 봤다는 것.이처럼 뛰어난 효능을 지닌 백년초는 특성상 가시가 많아 주로 농축액으로 개발돼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가시가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인다.숙련된 직원도 가시를 제거하는데 1시간 동안 약 700~800g 분량을 해낼 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평균 9~10회의 과정을 거치며 심혈을 기울인다.윤 대표는 연구개발에만 최대 3~4년씩 걸린 제품이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오는 3월말~4월초에는 흥해 7번국도 인근에 공장을 짓고 백년초 재배를 늘릴 계획이다.윤 대표는 “백년초엑기스의 효능을 널리 알려 통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데 돕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201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