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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경주·울산·포항 `해오름동맹` 잇는 화해와 기회의 강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는 말은 2016년 한해 형산강에 딱 들어맞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올해는 많은 희비가 교차했었다. `신라 천년의 젖줄`이라는 영광의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70~8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오염과 시민의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형산강에게 올해는 화려하게 부활한 한해였다. 국비까지 지원된 형산강 프로젝트의 일부 사업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목재 데크를 설치하는데 매달리는 개발 위주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상당수 계획은 생태와 인문학적 면모를 보완해 한층 세련되게 개선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강의 위 아래에 위치해 불편한 이웃이었던 경주와 포항이 형산강을 매개로 손을 잡고 협력하는 화해의 강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즈음해 울산광역시까지 가세해 해오름동맹까지 출범했다. 하지만 형산강에 위기의 상처도 쓰라렸다.수은 재첩 파문은 형산강을 여전히 장밋빛 희망에 대한 기대만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시련의 교훈을 주기도 했다.형산강의 완벽한 부활은 생태적 온전함을 담보하지 않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함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총 1조원 규모 생태환경 보존·치수사업 추진역사·문화·생태 활용한 8대 전략과제 발굴내년부터 47개 사업 본격 가시화환동해경제권 중심도시 주도적 역할 기대□ 총 1조원 규모 형산강 프로젝트강은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광대한 생명의 보고이다.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됐고,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만들어지는 변화의 중심에 강이 늘 존재했다. 형산강은 유구한 신라천년의 역사 문화를 간직한 채 포항과 경주를 지나 영일만으로 흘러, 포항시민의 삶의 애환과 기쁨이 담겨 있는 삶의 터전이자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구어 낸 `영일만 기적`의 한 주역이다.이처럼 우리의 소중한 젖줄인 형산강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한 친수, 생명, 문화의 강으로 재창조해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이러한 공감과 인식하에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포항시와 경주시는 형산강을 친수공간으로 공동 개발해 상생발전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형산강 프로젝트`를 경북도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의욕적으로 추진, 민간부문 시민참여형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지역 간 상생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형산강 프로젝트`는 지난해 국책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 지역 상생발전 기본구상 연구를 통해 형산강의 역사, 문화산업, 생태자원을 활용한 8대 전략과제, 47개 사업을 발굴했으며 전체 예산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 포항 구간 내년 17개 사업 추진총 예산 중 포항시 구간의 예산은 5천억원 규모로 올해 13개 사업 158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는 내년 17개 사업 596억원을 목표로 국·도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포항~경주 지역 상생발전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포항시 연일읍 유강리에서 경주시 양동마을까지 두 지역을 연결하는 `상생로드(자전거 길) 개설사업`이 오는 25일 역사적인 연결식을 앞두고 있다.포항시 남구 상대동 일원에 들어설 `형산강 수상레저타운`은 내년까지 총사업비 90억을 투입해 형산강 물길을 따라 수상레포츠 교육시설 및 체험인프라 구축을 통한 도시순환형 레저관광 시설로 조성키로 했다.또 `형산강 에코생태탐방로`는 멸종위기 1급 조류 월동지로 유명한 연일읍 중명리~유강리 일원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조성된다.내년까지 총사업비 35억을 투입해 생태환경전망대와 생태환경 해설판 등을 설치한다. 조성이 완료되면 서식조류 생태환경 보호와 함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생태체험학습장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이 밖에도 자전거도로와 연계해 랜드마크 역할을 할 `형산강 상생인도교(150억, 16~18)`, 새로운 생태환경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친환경 생태테마랜드(150억, 17~19)`, 호국역사체험 교육의 장으로 조성되는 `학도의용군 호국문화길(10억, 16~17)`, 포항의 옛 부조장터와 경주 양동마을을 잇는 `형산 신부조장터 공원 및 뱃길 복원사업(90억, 17~19)` 등은 적극적인 국·도비 예산 확보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생태 복원사업 강화최근 이슈화된 형산강 수질문제와 관련해 시민들의 깊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형산강을 생명과 문화의 강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형산강 생태복원 종합계획`도 수립됐다.시는 이미 추진 중인 `형산강 프로젝트`에도 생태환경 보전사업을 보완해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고부가가치 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생명이 넘치는 수변 환경을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또 형산강 환경개선을 위한 `형산강 퇴적토 준설사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국비확보에 박차를 가한다.`형산강 하구 및 철강공단 하수관거 정비`, `공단 비점오염 저감 완충저류시설 설치`, `형산강 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 증설`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특히 이같은 수질환경 개선사업은 실행력을 높이고자 기존 `형산강 프로젝트`에 포함해 추진, 형산강 생태복원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견인한다. □ 민·관 협력에도 역점포항시는 지역 상생협력의 대표적인 롤모델로서 지역경제활성화의 새로운 모멘텀인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또 산학민관이 합심해 형산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론 생태적으로 쾌적하고 건강한 하천을 조성하도록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펼칠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형산강은 강의 공동 활용을 통한 새로운 지역개발사업의 한 전형으로 시작해 울산과 경주, 포항을 이어주는 화해와 기회의 강으로서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올 한해 확인한 성과와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해 내년에 더 사업을 촘촘하게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형산강 프로젝트`는 형산강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한 전략적인 지역발전의 성장동력 거점화의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인근 시군과의 상생을 지속적으로 이어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11-23

“산업폐수 오염, 더 이상 두고 못봐” 환경개선 생태복원사업 힘 쏟는다

최근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에서 기준치의 약 886배에 이르는 수은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형산강은 지난 1980년대 도시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산업폐수 등으로 인한 오염을 묵묵히 견뎌왔다. 하류 퇴적물 오염은 불가피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잖다. 포항시는 그동안 미비했던 `형산강 프로젝트`의 생태환경적 측면을 대폭 보완해 생태복원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형산강 프로젝트에서 생태복원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형산강 생태복원 마스터플랜` 수립… 2019년까지 대규모 준설포항철강산단에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하고 하수관로도 정비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 늘리고 정기적으로 오염측정결과 공개□ 형산강 수은 사태형산강 수은 검출 사태는 지난 6월 21일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이 대구 달성군의 한 마트에서 판매된 재첩을 수거,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0.5㎎/㎏) 보다 높은 0.7㎎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이어 하류에서 잡힌 회유성 어종인 황어에서도 수은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돼 형산강 오염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냈다.포항시는 즉각 관련부서 4개를 묶은 `형산강 생태계 보전 대책 특별팀`을 구성, 사태파악과 대책마련에 나섰다. 국립수산원이 지난달 2일과 10일 형산강 섬안대교 상·하류 4개 지점에 대한 해수퇴적물을 검사한 결과 하류 0.1㎞지점에서 기준치(0.11㎎/㎏)의 약 886배인 수은 97.5㎎/㎏가 검출되는 등 모든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이번 사태로 형산강은 물론 포항철강공단의 오염물 배출 실태가 전국적인 오명을 얻게 돼 해양관광과 수산업은 물론 도시 이미지 전체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하지만, 같은 달 8일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형산강 해수의 수질검사에서는 중금속 성분이 나오지 않았고, 시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형산강 퇴적물에 대한 정밀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정확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53만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 퇴적물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수은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형산강프로젝트 생태환경 부문 대폭 보완포항시는 지난달 23일과 지난 1일 형산강 수질개선 방안 대책회의를 가졌다.이번 회의는 최근 `수은 채접` 논란 이후 형산강 하류 퇴적물 수은검출 등 형산강 수질문제와 관련, 경주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형산강 프로젝트를 생태환경적으로 보완하고자 진행됐다.회의에는 수계를 공유하는 울산과 경주의 수질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특히, 생태복원 성공사례로 꼽히는 울산 태화강 연구책임자였던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기획경영실장을 초청해 `태화강 마스터플랜(2006년)`을 공유했다.시는 형산강 생태복원을 위해 형산강 전체를 아우르는 환경친화적 `형산강 생태복원 마스터플랜`을 수립, 체계적인 개발을 통해 생태산업도시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치수 중심의 하천관리에서 벗어나 생태복원 하천개발로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 공간으로 추진한다는 것.중금속이 검출된 퇴적물 준설사업도 진행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2019년까지 560억원의 국비를 투입하는 대규모 준설사업을 계획 중이다.포항지역 대표 오염원으로 꼽히는 포항철강산업단지도 대폭 손본다. 오는 2020년 말까지 총 160억원을 투입해 완충저류시설과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철강산단 내 유독물 유출 등 수질오염 사고 시 오염물질 차단으로 형산강 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비점오염시설을 설치 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공단 내 흐르는 구무천과 공단천 9.5㎞ 구간을 준설하고, 철강공단 내 우·오수를 분리하는 하수관로 정비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시는 남구 송내동, 괴동동, 장흥동 일원 28㎞ 구간의 하수관로와 2천250곳의 배수설비를 정비해 형산강 오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할 계획이다. `수은 재첩` 사태로 야기된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형산강 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도 증설한다.현재 연일대교 인근에서 운영 중인 퇴적물 측정망을 섬안대교 아래에도 설치해 정기적으로 수은(Hg) 등 7개 항목의 금속물에 대한 오염을 측정해 공개할 계획이다.또 시는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총사업비 35억을 투입해 생태탐방로와 생태환경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형산 에코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올해 착공한다.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문제점을 친환경적으로 대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테마랜드 조성 사업`도 내년 예산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한다.김종식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형산강의 지속 가능한 개발로 치수안전성을 확보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환경개선 생태 복원사업 추진으로 시민 삶의 터전인 형산강을 보전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생태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생태복원 성공사례 `태화강 마스터플랜`울산시는 2000년도에 태화강 복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놓고도 사업 효과를 높이려고 2년여 간 오·폐수 유입을 줄이는 일에 집중했다.또 생태계 파괴라는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 등의 반대를 잠재우고 참여를 유도하고자 시민 전체가 공감하는 친환경적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십리대밭 보호는 물론 주거지역으로 풀린 태화들(44만2천㎡)을 친수 공간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이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나설 정도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태화강 마스터 플랜의 성공 키워드는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사업`인 셈이다. 태화강 복원사업은 하천의 수질개선은 물론, 울산 연안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낳았다.2002년 본격적으로 태화강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태화강 수질은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섰고, 2011년부터 1등급을 유지하며 도심 속의 청정 하천으로 변모했다. 특히, 태화강이 흘러드는 울산 연안의 COD 농도도 사업초기 1.71ppm에서 2012년 1.05ppm으로 61.4% 개선되는 호영향을 미쳤다. 태화강 복원사업은 공공수역의 오염관리를 바다와 하천으로 분리해 추진하던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 하천을 통해 바다 수질을 개선한 중요한 정책사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성공적인 생태복원사업으로 휴식 공간을 넘어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모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태화강 사례가 형산강 수은 사태를 극복할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형산강지킴이 김상춘 회장“포항철강공단 오염물질 배출이 사실로 강동·천북산단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형산강환경지킴이(회장 김상춘·사진)는 지난 2007년 5월9일 결성 이래 회원들의 사재를 들여 환경보호활동과 답사를 이어온 순수 민간조직이다. 형산강 수질개선을 위해 9년여간 활동을 이어온 이들은 `형산강 수은 사태`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형산강 수질의 바로미터라고 지적했다.11일 만난 김상춘 회장은 “이번 사태는 구무천과 칠성천을 통해 포항철강공단 폐수가 흘러들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철강공단의 오염물질 배출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또 “그동안 정밀검사도 거치지 않고 칠성천과 구무천이 흘러드는 지점에서 재첩을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한 포항시의 행정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경주지역 산업단지에 대한 감시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회장은 “포항철강산단을 비롯해 경주 강동산단과 천북산단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자체 간 월권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행정을 펼친다면 형산강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또 그는 “형산강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포항·경주의 화합과 관광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형산강 생태를 복원하는 일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2016-09-12

“우리 모두의 일” 두 도시 공조 형산강 프로젝트 성공 장밋빛

형산강의 환경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오염원으로 인해 몸살에 시달려왔다. 1960년대 이후 전통적인 오염 원인으로 꼽히는 축산폐수와 함께 지난 1980년대 도시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생활 하수와 산업폐수는 형산강 수질을 더럽히는 주요 원인이 됐다.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수질개선을 위한 시설이 대대적으로 확충되면서 형산강의 수질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잘못된 의식과 환경 훼손 실태에 못 미치는 행정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면서 형산강의 수질환경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형산강 물 관리 문제에 대한 경주시와 포항시의 공조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전례없는 대협력의 시대를 맞아 형산강의 수질개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고질적 축산폐수 문제 해결 경주시 `발빠른 대처` 고무적침전조 철저한 관리도 약속매년 3∼4회 발생하던 적조, 올해는 全無포항시 대대적 하수관거 정비사업 `한몫`□희망농원 문제 공동화두 떠올라포항과 경주는 수계를 나누는 밀접한 관계다. 물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동안 크고 작은 갈등도 잦았다. 형산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포항시는 경주시의 형산강 관리에 볼멘소리를 냈고 이를 월권으로 받아들인 경주시와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경북도가 미래 전략과제로 `형산강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두 지자체는 형산강을 매개체로 상생협력 및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형산강의 대표적인 오염원인 희망농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주시가 대대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희망농원은 도내 가금류 집단지역 4곳 중 하나로 분류되는 대규모 양계단지로, 23개 양계농가가 모여 60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이 곳은 형산강 지류인 신당천을 끼고 있어 형산강의 오랜 골칫거리로 지목돼 왔다. 지난 1979년에 조성돼 치외법권 지대처럼 운영되는 음성 나환자(한센인) 정착촌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담당 지자체인 경주시도 함부로 행정력의 잣대를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산강 오염원 개선위해 즉각 대처경주시는 희망농원 축산폐수로 인한 신당천 오염이 가속하고 민원이 빗발치자 1998년 경주시에코물센터(당시 수질환경사업소)와 두 곳을 연결하는 300㎜ 오수관을 설치해 개선을 꾀했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 부유물로 오수관이 막히는 등 축산폐수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이같은 문제는 본지의 지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고, 포항시는 희망농원을 방문해 침전조 청소현장을 둘러보고 형산강 관리에 대한 경주시의 더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최양식 경주시장은 에코물센터 등 관련부서의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경주시는 장비를 동원해 야외 침전조를 청소했으며, 침전조로 닭 사채 등의 부유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스크린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희망농원까지 연결된 300㎜ 오수관로 점검을 마치고, 부유물로 오수관이 막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위센서를 설치했다.경주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축산과가 침전조 준설 및 부유물질 청소 등을 담당하고 환경과는 강력한 단속을 펼치는 등 역할을 확실히 구분했다”면서 “앞으로 희망농원 축산폐수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망농원복지협동회 대표도 “그동안 축산폐수가 형산강으로 흘러든 문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침전조를 철저히 관리, 경주와 포항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형산강 오염원 개선에 경주시가 즉각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두도시가 김관용 경북지사를 중심으로 공조하고 있는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형산강 수질개선사업 효과 `톡톡`포항시의 형산강 수질개선사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매년 3~4회씩 발생하던 적조가 올해까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것. 이는 지난해 9월 준공된 형산생태유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형산생태유수지는 평소 양학동, 대이동, 효자동에서 나오는 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비가 오면 초기우수 5㎜ 약 3만t을 유수지 내로 유입한다. 기존 형산강으로 여과 없이 흘러들던 이 물은 24시간 침전 후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최근에는 영양 염류가 많이 포함된 물이 유입되면서 유수지 내에 녹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성분은 99% 가까이 처리돼 형산강으로 방류된다.형산강 일원은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으로 도시폐수나 산업폐수에 의한 해수의 부영양화로 플랑크톤이 급격하게 이상 증식해 물이 적갈색을 띠는 현상인 적조가 매년 3~4회씩 발생해왔다. 그러나 형산생태유수지가 준공돼 현재까지 360만t을 처리하면서 올해까지 단 한 번의 적조도 발생하지 않는 효과를 거뒀다.포항시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하수관거정비사업도 형산강 수질 개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그동안 포항시 하수시설은 합류식으로 만들어져 비가 오면 생활오수가 빗물에 섞여 형산강으로 유입돼 오염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06년부터 생활오수와 빗물을 분리하는 하수관거정비사업을 추진, 178㎞에 이르는 하수관을 정비했다.이번 사업으로 영양 염류를 많이 포함한 생활오수 23만2천㎥가 매일 포항하수저리장을 통해 처리되고 있으며, 정화된 오수 중 10만㎥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을 거쳐 공업용수로 공급된다. 나머지 13만2천㎥는 형산강으로 방류된다. 이 사업은 오는 2018년까지 죽도, 상대, 해도, 효곡동 등 101㎞를 추가 정비할 계획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형산강 수질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포항철강공단유수지를 활용해 공단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을 제거하고, 사고 시 발생하는 화학 오염물질을 처리하고자 `포항 철강산업단지 완충저류시설 설치사업`으로 환경부에 160억 사업비를 신청했다.포항시 관계자는 “생태유수지 조성사업과 하수관거정비사업 등을 통해 형산강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형산강지킴이, 한국재난구조단 포항지회 등 민간환경단체들과 힘을 모아 형산강의 깨끗한 환경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안찬규기자

2016-06-13

천년 문화유산·자연자원의 `형산8경`, 시너지 극대화

경주인들의 밑바탕에는 천년 왕국 신라의 고도로서 한반도 왕조들의 종주(宗主)라는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형산강 역시 그 발원지는 물론 수계의 대부분을 경주가 품고 있어 그 자존심의 한 기둥이자 역사 문화 지리적으로 훌륭한 공공 자산이 돼 왔다. 반면 강의 하류에 자리잡은 포항의 존재로 인해 형산강의 이용과 보존이라는 양날은 경주에게 늘 큰 부담이 돼 왔다.이 같은 형편에서 경상북도가 중심이 돼 이웃도시 포항과 추진하고 있는 형산강 프로젝트는 강의 상류 도시 경주에 오랜 수고로움에 대한 보답이나 다름 없는 여러 혜택을 기대하게 한다.`역사관광도시`에 `생태도시` 면모 더할 알찬사업 추진체육·역사공원·교육관 등 여가·교육·관광 한 자리에△첫해 421억원 확보 성과포항과 경주를 통털어 형산강 프로젝트에는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모두 10년 동안 총 5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이 가운데 경주시 구간의 사업 규모는 전체 24개, 2천179억원으로 포항 구간의 사업비 3천228억원에 비하면 다소 작다. 하지만 개별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역사관광도시 경주에 강을 활용한 생태도시의 면모를 더할 수 있을 만한 알찬 사업들로 채워져 있다.특히 모두 10개년 기간의 초기에 완료되는 사업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첫해의 사업비 확보 성과가 421억원으로 포항의 146억여원을 훨씬 넘어서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여가공간에 교육기능 더해이 가운데 지역발전특별회계 사업인 `형산강 수상 테마공원`은 경주시 성건동 지점의 형산강 동대교~강정보 구간에 오는 2018년까지 4년간 총 80억원(국비 40, 지방비 40)을 투입한다. 수상테마공원, 생태공원, 숲길 등을 조성하면 카누, 수상자전거, 용선대회장, 펌프바이크 등 수상레저 활동이 가능해진다. `형산강 체육공원`은 황성동 1070번지 일대 시유지를 활용해 올 한해 10억원(국비 3, 지방비 7)을 투입해 풋살장 2면, 족구장 3면, 농구장 1면, 조깅트랙 400m를 설치해 인근 7천여세대의 시민들에게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형산 에코리움`은 천북면 신당리의 현 에코물센터 인접 부지에 오는 2019년까지 50억원(국비 25, 지방비 25)을 투입해 전시관, 실험실, 체험관, 교육관 등을 설치한다. 이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하수 급속처리기술 관련 특허를 취득한 경주시 에코물센터를 활용해 체계화된 물 교육관을 구축한다는 취지이다. 특히 일본 도쿄 오다이바 물과학관의 사례처럼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전면시행에 따른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물의 중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형산강 상생로드`는 강동면 유금리~양동리 일원에 2017년까지 28억원(도비 14, 시비 14)을 들여 자전거도로 5km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형산강 역사문화관광공원`은 강동면 유금리 국당2교 하류에 오는 2018년까지 19억원(국비 9.5, 지방비 9.5)을 투입해 형산강 관광안내소, 자전거 편의시설, 역사문화광장 등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경주의 역사문화와 포항의 해양 관광객이 증가하는 현실에 맞춰 포항 해맞이공원~포항운하~부조장터~경주 동강서원~역사문화관광공원~양동마을에 이르는 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사업내용은 관광안내소, 자전거 편의시설 등 형산강 관광편의시설과 형산강 경관구(승지, 경, 곡) 관광안내도, 형산 8향 디오라마 등 형산강관광안내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역사문화미니어쳐, 대지 조형미술, 접경권 거점공원화 등 역사문화광장의 기능도 겸하게 된다.△`형산8경`도 체계화국토연구원의 기본구상용역으로 실마리가 잡힌 `형산강 경관구`(형산강팔경) 공동사업 협력도 기대를 모은다. 이 사업은 포항·경주 경계지역의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을 활용해 형산강 경관구를 지정·정비함으로써 관광객 유입 및 상생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경북정책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완료한 결과 형산강 8경을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포항 구간은 영일대, 포항운하, 부조장이, 경주 구간은 양동마을, 금장대, 너울교(보문호), 월정교, 삼릉솔숲이 각각 선정됐다. 앞으로 포항과 경주시는 통일성 있는 8경 안내판 제작을 위한 업무 협의를 통해 관광안내 책자를 제작하고 각종 행사에서 홍보를 추진한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형산강을 중심으로 한 경주와 포항의 새로운 협력 시대를 맞아 형산강 프로젝트를 역사문화와 생태관광을 조화시키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경주·포항 행정협의회 개최'수질오염사고 관리시스템 구축' 등 상황보고7대 프로젝트 50여 과제 발굴… 421억 확보지난 4일 포항시청에서 열린 경주포항행정협의회는 형산강 프로젝트의 사업 성과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최양식 경주시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을 중심으로 한 두 도시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의 상당 부분은 사업의 주요 추진상황을 보고하고 앞으로 추진동력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는데 맞춰졌다.보고를 맡은 포항시 간부는 우선 지역발전의 창조모델로서`형산강 프로젝트`를 가시화함으로써 형산강 그린프로젝트, 형산강 리버로드, 형산강 컬처트레일, 형산강 호국벨트, 형산강 환경생태벨트, 형산 사이언스밸리, 세계문화융성복합단지 등 7대 프로젝트, 50여 과제를 발굴했으며 올해 24개 사업에 421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포항시는 또 포항·경주 형산강 상생로드의 조기 개설을 위해 지난 3일 착공한 포항 구간을 오는 9월까지 조기 준공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포항-경주 간의 `상생 문화숲길`을 조성해 포항의 소형산-중명생태공원-운제산-오어사-경주 무장산(무장봉)-덕동호 둘레길을 연결시키고 안내판도 공동 제작하겠다고 밝혔다.이날 보고된 `형산강 수질오염사고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내년까지 국비 10억원을 투입해 포항과 경주의 형산강 권역 2곳에 국가 자동측정망을 설치, 운영해 수위 측정은 물론 페놀과 중금속 등 수질오염사고 예·경보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형산강 생태계 조사 및 생태지도 제작`도 추진된다. 보고에 따르면 이 지도는 형산강의 유역계획 및 관리, 교육프로그램, 학술 등 다목적으로 활용될 계획이다.그동안 형산강 유역의 다양한 사업 계획을 위해서는 자연환경의 현황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기본적 현황조사 자료가 미비해 환경계획을 수립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사업이 시행되면 하천생태 전문기관의 현장조사를 통해 식생,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파충류, 곤충, 수질, 빛, 바람, 물 등 하천의 효율적인 환경관리에 필요한 주제도별 GIS-DB가 구축된다. 이후 오픈형 Web-GIS 운영 및 스마트 어플 보급, 책자 등 형태의 생태지도 작성, 주제별 도면, 테마별 스토리텔링 제작 등이 가능해진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6-05-09

송도 수상레저타운·연일 상생로드 건설 등 남구발전 재도약

지난 2015년은 포항과 경주, 두 도시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형산강을 위해 함께 손을 맞잡고 원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상생발전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추진, 완료했다는 점에서 사업 원년의 해였다. 앞선 2014년은 10월을 전후해 사업이 착상 단계의 `맹아`(萌芽)의 시기였다. 2016년은 `형산강 프로젝트`의 구체적 사업 시행을 위한 첫 예산이 확보됨으로써 시민들에게 공간적 장소로 머물렀던 형산강이 두 도시의 공동 발전권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도약의 해라고 부를 만 하다. 본지는 2회에 걸쳐 각각 포항시와 경주시가 추진 중인 구간별 형산강 사업의 내용을 살펴본다.11개 사업 146억 우선 확보… 첫단추 `무난`송도·유강리 등 남구지역에 굵직한 사업추진효자 하천정비사업, 경주 침수피해도 해결돼▲총 10개년 사업의 `첫 단추`포항과 경주를 가로 질러 흐르는 형산강 63.34km를 중심으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에 걸쳐 형산강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산은 총 5천억 규모이다. 이 가운데 포항 구간은 경주와의 공동사업을 포함하면 7대 개별 프로젝트에 18개 사업, 예산은 3천228억원이 계획 중이다.포항시에 따르면 앞서 경북도와 두 지자체는 지난 2014년 10월 프로젝트 추진 준비에 착수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공동 실무협의회를 거듭했다. 이어 2015년 2월 12일 포항경주상생협력교류회의 `형산강 프로젝트`협의를 거쳐 12월에는 국토연구원의 `형산강지역 상생발전 기본구상연구`외에 4건의 개별용역이 마무리됐다.이를 밑그림으로 도와 두개 시가 추진해온 사업 역량의 첫 시험대는 2016년 국비 확보 결과였다. 포항은 일단 11개 사업에 모두 146억4천만원을 확보함으로써 `첫 단추`로는 무난하다는 평가이다. 사업들을 국·도·시비로 구분하면 `형산스마트미디어센터`는 일반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지역발전특별회계는 올해 4개 사업, 74억원으로 수상레저타운(30억), 에코생태탐방로(4억), 형산 송도솔밭 도시숲(30억), 형산강 랜드마크(10억) 등이다.도비는 4개 사업, 17억4천만원으로 형산강 상생로드(10억), 학도의용군 호국문화길(4억), 해상실크로드 형산강(2억9천), 형산강 클린데이 행사(5천만) 등이다.이밖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2개 사업, 45억원도 관심을 끈다. 효자1지구(연일읍), 효자2지구(경주 강동~포항 연일), 형산강 상생공도교 효자1지구 실시설계 요구 등을 대상으로 한다.▲송도동 사업 효과 기대돼올해 예산 확보를 통해 사업효과가 특히 기대되는 지역은 포항 남구 송도동이다. 그동안 포스코제철소로 인한 해수욕장 황폐화와 이후 슬럼화의 오랜 침체기가 보상을 받기라도 하듯 굵직한 사업이 눈에 띈다. 형산강 수상레저타운은 2017년까지 해도동~송도동 형산강변에 총 90억원을 들여 2층 수상레저타운, 계류장과 푼툰 등 부대시설, 수상스키 등 수상레저장비를 갖추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형산 송도 솔밭 도시숲 조성사업은 내년까지 전체 송림 32ha 중 시유림 23ha에 숲속광장 등 도시숲을 조성해 경북 대표 도심 숲 관광지를 조성할 계획이다.연일읍 유강리와 중명리 일대도 대표적인 프로젝트 수혜 지역이다. 상생로드 조성사업은 오는 6월 공사를 발주하고 연말까지 20억원을 투입해 시 경계지점인 유강리 2.5km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한다. 에코생태 탐방로 조성사업은 멸종위기 1급 황조롱이 등 조류 월동지의 생태자원을 활용해 중명리와 유강리 일원에 탐방로 4km, 생태환경전망대 2곳 등을 설치한다.상생공도교 사업도 관심의 대상이다. 부산국토청이 주관해 오는 2020년까지 국비 150억원을 투입해 형산강을 가로지르는 400m의 교량을 설치, 조선 3대 시장이었던 연일부조장의 역사자원을 되살려 생태와 문화를 아우르는 동해안권 테마관광지화 한다는 전략이다. 각각 효자 1지구와 2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치수를 통한 경주시와의 상생 협력 효과가 두드러진다.하구의 형산강 폭을 확장해 경주 안강 일대의 침수피해를 해결하려면 하구에 위치한 포항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따라서 강 하구의 둔치를 활용해 주민 편의를 향상시킨다는 목표이다. 특히 외팔교 일대 협착부 900m를 확장하는 댓가로 부산청은 포항시의 취수원을 이설하고 수중보도 가동보로 교체해 상수원을 개선하는 당근 효과를 제시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형산강 프로젝트는 포항과 경주가 전례 없는 우호협력을 바탕으로 형산강을 `생명과 문화의 강`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라며 “국가재정난으로 신규 개발사업 추진이 힘든 상황에서 경북은 물론 국내 지자체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만한 지역발전의 창조모델로 구축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형산강 기본구상보고서` 어떤 내용 담고 있나?상생·교류·생태 등 8가지 테마, 8대 전략경북도는 지난해 상반기 국토연구원(연구책임 김선희 선임연구위원)에 형산강사업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발주했다.연구원은 이후 두 지자체 관계자는 물론 단행본으로는 유일한 종합인문지리지인 `형산강`(2002년)을 발간한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등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기본 조사를 실시, 2015년 7월에는 경주에서 전문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용역의 명칭을 `형산강지역 상생발전 기본구상 연구`로 개편, 지난해 12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원은 연구의 기본방향을 포항과 경주 등 △상하류의 상생발전 △역사문화 복원 △환경생태 보전 △경제활성화와 신산업화 등에 맞췄다. 또 기존의 형산강 사업들이 개별적으로 추진돼 하천 유지 용수 부족 등 국가하천으로서 환경생태적 자연성이 미흡하며 강 접근성이 부족하고 수변공간 접근로가 단절돼 있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고할 국내 사례로 금강 EH 투어, 낙동강 프로젝트, 백두대간 영서 에코힐링벨트화, 중랑천 녹색문화벨트 조성,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 1400년-백제 숨결 따라 한걸음씩 등을 제시했다.해외는 프랑스의 세느강, 루아르강, 독일 엠셔강, 미국 윌라멧강, 일본 치쿠고강, 시민토강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생, 교류, 호국, 문화유산, 생태복원, 방재, 친수 등 8가지 테마를 정하고 8대 전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역사문화는 상생(상생벨트 조성), 교류(생활문화 교류), 호국(평화벨트 구축), 문화유산(세계유산문화융성복합단지) △환경생태는 생태복원, 방재(유역통합관리), 친수(워터프런트 정비) △산업은 과학산업(형산 사이언스벨리 육성) 등의 내용이다.국토연구원은 개별 사업의 개발 및 추진성과를 높이기 위해 `형산강 지역상생발전 선도사업의 선정`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그 선정기준으로 △미래발전 비전과의 부합성 △지역현안 해소 및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 △투자 대비 지역 파급효과가 높고 환경훼손이 적은 사업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 계획의 중요성도 강조, 경북도와 포항·경주 등 관 조직으로는 상생발전 전담추진기구를, 민관 조직으로는 민관협력추진단과 시민모니터링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6-05-02

민관협력추진단 결성 `형산강 굿 거버넌스` 구축 효과

국토연구원은 지난 18일 경주시에서 최종보고회를 통해 포항과 경주, 도 도시의 민관 인사들에게 `형산강 지역 상생발전 기본구상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용역에 포함된 주요 사업들은 형산 사이언스밸리 등 이미 중간보고회에서 제시된 내용들이 대부분 주를 이뤘다. 국토연구원의 이번 용역은 각종 사업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두 도시의 지자체와 민간 부문이 실질적인 추진 기구를 결성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스스로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민관협력추진단 구성국토연구원은 형산강 수변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실행기능의 목적으로 민관협력 추진단을 구성 및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형산강두레`나 `형산강협동조합`등으로 명명할 수 있는 이 조직체에는 지역전문가, 자원봉사자와 시민단체, 지역주민소위원회, 형산강 전담추진기구, 지역업체 등이 참여할 수 있다.이를 바탕으로 결성된 민관협력추진단은 형산강의 날, 형산강 축제, 문화생활교육, 생태지도 작성, 형산강 공동브랜드화 및 역사문화관광지도 제작, 상생로드, 생태학습, 인도교, 조류생태탐방로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 조직은 또 자원봉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통로가 되며 모니터링도 가능하게 됨으로써 형산강의 굿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효과도 이뤄진다.상생발전 조례제정으로 정부 국정운영 변화 반영해야 두 도시간 공동체 의식 공유 위한 행정력 배치도 중요□실천을 위한 조례 제정 필요성국토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형산강 프로젝트의 연속성과 실천성을 높이기 위해 `형산강지역 상생발전 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정부의 국정 운영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며 이미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를 창립하고 그 운영을 위해 지난 11월 제정한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조례`의 선례를 들었다.연구원은 두 광역단체가 이를 통해 상생협력의 비전 전략 및 각종 계획 정책, 공동협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대응 방안과 심의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또 관련 계획과 사업이 상위계획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2016년 2월말 완료 예정인 경북도의 `2016년 지역발전시행계획`과 경주와 포항시의 `중기종합발전계획`(비전2030 등) 등을 언급하며 포항중추도시생활권발전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며 이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선도사업 선정해야국토연구원은 경북도와 포항시, 경주시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형산강 지역상생발전 선도사업`을 선정할 것을 제시했다.연구원은 선도사업의 선정기준으로 `형산강의 미래발전 비전과 부합도가 높은 사업`을 우선제시해 적절성과 참신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또 `실현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사업`도 선정기준에 포함됐다.특히 국정과제 및 중앙정부 정책방향, 주요 추진시책과 중앙부처 공모사업 등과 정합성이 높은 사업이 중요하며 지자체가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거나 계획하는 사업도 감안해야 한다. `지역현안 해소 등 주민체감도가 높은 사업`도 선정기준이 된다.시민행복도 및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주민불편 및 애로사항 해소, 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 주민 숙원 및 수혜도가 높은 사업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전략이다.이밖에 `사업투자 대비 지역 파급효과가 높고 환경훼손이 적은 사업`도 선정기준에 포함할 수 있는데 과도한 환경훼손, 대규모 개발사업, 재정투자 소요사업은 제외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연구원은 조언했다.□두 지자체 후속 대책 세워야사업의 뼈대가 될 기본구상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마친 형산강프로젝트는 앞으로 40여개의 세부사업을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형산강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 21개 선도 사업에 9천308억원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포항과 경주의 상생협력에 새로운 전기가 되고 있는 이번 사업은 복지 예산 증가 등 국가재정난으로 인해 신규 사업의 시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와중에서 소외돼온 지역의 공동자산인 형산강을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가 있다. 각종 수변시설을 조성해 삶의 여건을 개선하고 공동협력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 바람직한 공간개발사업의 새로운 사례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남은 과제는 전문가집단의 이번 제안을 경북도와 두 지자체가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민관협력추진단의 구성과 조례 제정이 우선시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형산강미래포럼 한영광 운영위원장은 “국토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형산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도 도시의 교류와 이를 통한 공동체 의식의 공유가 관건”이라며 “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양식 경주시장이 민간과 함께 이 부문에도 행정력을 배치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두 도시 여성지도자 50명 설문조사형산강 현안 문제는 `수질오염`지역간 교류활성화 등 원해포항과 경주의 시민들이 생각하는 형산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질 오염인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8일 경주시청에서 최종보고회를 가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형산강 지역상생발전 기본구상`에는 두 도시 여성지도자 5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초 실시한 `이용자 측면의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됐다.이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형산강의 현안 문제`에 대해 수질오염(31.7%), 수목 및 수변림 부족(25.0%), 수변활동 공간 부족(13.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어 유량 부족, 도로 단절성, 경관 훼손, 접근성 불편 등의 답변도 있었다.`형산강의 이미지`로는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수변공간(48.5%), 형산과 제산의 설화(18.2%), 제철산업의 성공요소(13.1%)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부조장터, 신라의 젖줄, 소설 무녀도, 한국전쟁 격전지 등의 답도 눈길을 끌었다.응답자들은 `방문횟수`에서는 연 1~2회(43.6%), 주 3회 이상(23.1%), 주 1회 정도(17.9%), 월 1회 미만(15.4%)로 응답해 형산강이 그 위상에 비해 이용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주 3회 이상이 다음 순위를 차지한 점은 경주시민들의 형산강 둔치 체육시설 이용이 잦은데 따른 결과로 보여 형산강 프로젝트의 사업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또 경주와 포항의 여성지도자들이 생각하는 `경주-포항 상생발전을 위한 우선요소`는 두 도시 간의 교류(공동체 의식)가 50.0%로 가장 높았으며 동일생활권(교통로 확보) 25.0%, 강 문화 기반 도시재생(12.5%)의 순이었다. 기타 응답에는 시민참여프로그램, 행정칸막이 탈피, 역사문화권 상징성 확보 등도 포함됐다.이에 대해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대환 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두 도시의 여론주도층이 형산강의 환경문제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낸 점은 공동협력을 통해 개선의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공동체 의식을 선결과제로 꼽은 점도 고무적이다”고 밝혔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12-28

오봉산 자락서 발원한 지류들, 크고 작은 저수지 만들어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에서 발원한 형산강은 도리와 신촌리를 가르며 흘러 심곡리(深谷里)에서 커다란 저수지를 만든다. 심곡리의 마을 생성은 그 지명 유래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마을 개척 당시 심실(深室)이라 했으며 임진왜란 당시 피난 온 진주 하씨 경현(景賢)이란 선비가 골짜기가 깊다해서 심곡이라 개칭한 것에서 유래한다. 의상대사 창건 주사암·`모죽지랑가` 설화 품은 부산성 등건천지역 에두른 오봉산 곳곳엔 역사의 흔적 오롯이 남아□ 번창을 기원하는 `사라곡`심곡지에서 흘러 나온 대천은 사라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좌측으로 4번 국도와 나란히 건천으로 흘러 든다. 약 1천200년 전에 밀양 손씨들이 이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마을이 번창하라는 의미로 사라곡(舍羅谷)이라고 했는데, 일제시대는 1914년 사라리로 개칭했다고 한다. 서면 일대의 명칭에서 계곡을 뜻하는 곡(谷)자가 많으며 이는 이 지역의 지형적인 특색에서 기인한다. 도리 인내산에서 발원한 대천의 지류는 곧바로 대천과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저수지를 형성해 그곳에서 물을 저장한 후 사시사철 대천에 합류한다. 이는 건천 일대의 땅이 물빠짐이 좋은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농사를 위해 곳곳에 크고 작은 저수지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왔음을 의미한다.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저수지들을 보유한 곳이 운대리(雲臺里)인데 특별한 이름이 없는 작은 저수지까지 모두 10여곳이 넘는다. 운대리는 1, 2리로 나뉘는데 1리와 2리의 마을 지명 유래가 운대리로 합치기 전에는 서로 달랐다. 운대2리는 부운, 운곡, 운대로 불렸는데 이 마을에 있던 부운대(浮雲臺)에서 그 지명이 유래한다. 신라 시대 선덕여왕이 이 곳의 산세와 그아래 맑은 호수의 아름다움을 듣고 유람 차 친히 행차해서 하루를 즐겼다한다. 훗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앞산에 부운대라는 연꽃 무늬의 받침 기념대를 세웠으며, 여왕이 행차 할 때 마다 채색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었기 때문에 부운대라고 칭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구름이 떠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고 하겠다.□ 선덕여왕 일화 담은 오봉산서면을 지나 건천읍으로 행정구역을 바꾼 대천은 오른편으로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신평리를 가로지른다. 오봉산은 여근곡과 신라 침입을 위해 매복했던 백제군을 물리친 선덕여왕의 일화로 유명하다. 이후 도성 서쪽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부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세 줄기의 골짜기를 감싼 산성을 쌓았는데 이를 부산성이라고 했다. 멀고 먼 구름 끝에 주사암이 있으니 오봉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부산성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 표지를 지나면 곧장 오봉산 정상으로 향한다. 그 경사가 제법 가파르지만 길은 복잡하지 않고 등산로로서는 잘 정비되어 있는데 이는 정상에 위치한 주사암(朱砂庵)을 위한 것이다. 일설에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며 당시에는 주암사(朱巖寺)라 불렀다고 전해 온다. 주사암 창건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의 일화가 전해 오는데 공통적인 것은 절 이름과 관련있는 붉은 모래가 중요한 표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창건 설화는 의상대사와 관련한 것으로 이곳에 부산성을 축성할 때 의상대사는 “이 절을 성에 두게 되면 신라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다”고 예언했다고 한다. 여근곡과 관련한 선덕여왕의 일화와 부산성 축성 등을 놓고 볼 때 주사암의 창건 이유는 분명해진다.주사암 마당을 가로질러 50여m를 좁은 산길로 들어서면 오봉산의 지세와 인근 풍광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넓직한 바위가 나온다. `장군바위`, `마당바위`라고 불리는데, 김유신이 술을 빚기 위해 보리를 이곳에 두었고 그 뒤 술을 빚어 군사들과 나눠 마신 곳이 이곳이어서 지맥석(持麥石)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족히 수십 명은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이 바위는 멀리 천촌리 일대와 구룡산, 장육산의 지세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풍광이 좋다. 이 곳은 인기 드라마였던 `선덕여왕`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선덕여왕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이 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 김극기와 주사암한편 고려 명종 때의 문신으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관직에 뜻을 두지 않고 초야에서 시를 즐겼던 김극기(金克己)가 주사암에 올라 지맥석을 인용한 글이 `신동국여지승람`과 `동경잡기`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지맥석은 4면이 깎아 세운 듯하여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위는 평탄하여서 100명이 앉을 만하다. 김유신 장군이 여기에서 술 빚는 재료로 보리를 저장하고 술을 공급하여 군사들을 대접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도 말 발자국이 남아 있다.`김극기의 묘사처럼 바위에는 여러 곳의 움푹 패인 자욱들이 남아 있다. 말을 탄 장수들이 부산성을 내려다보며 바위 위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니 그 위풍당당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영화의 한 장면 처럼 펼쳐질 것만 같다.김극기는 뛰어난 문장가로서 특히 농민반란이 계속 일어나던 시대에 핍박받는 농민들의 모습을 친근감있게 표현하였으며, 농촌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고민했던 양심적인 지식인이기도 했다. 당시 문인들은 그의 시를 평하여 “문장의 표현이 맑고 활달하며 말이 많을수록 내용이 풍부하다”고 하였다.노계 이인로(李仁老)는 그의 문집에서 “참으로 난새나 봉황 같은 인물이었다”고 하여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 고고한 행적을 찬양하기도 했다. 김극기는 150여권의 문집을 남겼지만 전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주사암에 올라 남긴 시 한편이 `동문선`에 전한다. `멀고 먼 구름 끝에 절이 있으니, 속진 떠난 경지가 거기 있구나. 새나 날아오를까 굽어 오른 하늘가에, 봉수대가 바위 위에 올라 앉았네.`오봉산 정상 아득한 곳,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며 포기 하고 싶은 그 순산 주사암을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절경은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는 풍광을 만들며 옛 선조들의 자취까지 겹쳐진다.□ 모죽지랑가의 무대 부산성`모죽지랑가`의 작품 배경이 되었던 부산성지는 오봉산 산허리에 위치 한다. 서쪽 방어를 위해 문무왕 3년에 쌓았다고 `동경잡기`에 전한다. 부산성이란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화랑 죽지랑과 낭도의 신의를 읊은 신라 향가 `모죽지랑가`의 무대가 된 곳이다. 이 향가는 신라 효소왕 때 득오(得烏)가 지은 8구체 향가다. `삼국유사`에는 이 노래를 짓게 된 동기를 설명해주는 설화가 전한다.그 내용을 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화랑도가 세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반추해 볼 수 있다. 노화랑 죽지랑이 일개 아간 벼슬인 익선에게 수모를 당할 정도로 그 위엄과 위의를 상실하여간 화랑도 실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규형 사진작가`삼국유사`는 이러한 산문 기록의 아래 모죽지랑가의 가사를 수록하고 있다. 이 설화에 나오는 득오가 창고지기로 갔던 곳이 바로 부산성이다. `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며/ 모든 것이 시름을 하는데/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얼굴이 주름살이 지니려 하는구나./눈 깜짝할 사이에/ 만나 뵙게 되리./ 낭이여! 그리워하는 마음에 오고 가는 길/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서 잘 밤인들 있으리까.`오봉산 자락에서 발원한 지류들은 옛 이야기들을 담고 흘러 송선리와 신평리 일대에 크고 작은 저수지들을 형성한다. 특히 신평리 일대 지명에는 저수지와 관련된 유래와 설화들이 적지 않다. 이곳 일대에 촌락이 형성되면서 마른천(건천)의 지질학적 특성들을 저수지 조성으로 극복했음을 짐작케 한다.

2015-12-14

“형산강 발원지, 공식기록 무시하고 아직도 혼용해서야”

2002년 발간된 삶과 문화-형산강(사단법인 포항지역사회연구소)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약 2년여의 작업기간을 거쳐 발간된 책이다. 형산강의 인문, 문화, 예술, 지리, 역사에 이르기까지 총망라된 유일한 책으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함께 책 제작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을 최초로 기획할 때 가장 심도있게 검토하고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형산강의 발원지 문제였다. 경주 서면 도리 인내산이 발원지… 정부 2000년 이어 올해도 공인일부선 울주 두서면 백운산을 발원지로 기록… 논쟁 매듭 지어야□ 잊혀진 발원지 `경주시 인내산`당시에 수집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자료들에서 형산강의 발원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 있는 백운산을 발원지로 적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거의 이곳을 발원지로 알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기획하고 자료들을 수집하던 중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된다. 1988년 학술자원공사에서 발간된 책으로 `한국의 하천`(저자 이형석 한국하천연구소 소장)이었다.이 책은 한국의 10대 하천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발원지를 명기하고, 수차례의 현장 답사를 통해 당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발로 뛴 흔적이 역력했다. 바로 이 책에서 한국의 10대 하천인 형산강의 발원지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발원지가 아니었다. 물론 그러한 근거를 자료와 현장 답사를 통해 상세히 밝히고 있었다.이형석 소장이 책일 집필하기 위해 한국에서 출간된 관련자료들을 수집하던 중 1969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형산강은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서 발원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오직 `한글판 브리태니커대백과사전`에만 `경주군 서면 도리`에서 발원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음을 알고 형산강 발원지에 대한 의문이 시작됐다고 한다.이에 대한 확인을 위해 이형석 소장은 1983년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 일대를 두 차례에 걸쳐 답사하고, 1985년 11월 24일에는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일대를 답사했다. 이후 책이 출간되고 2000년 5월 건설교통부에서 발간한 `한국하천일람`에 형산강의 최장 발원지가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동쪽 계곡`으로 공인되게 된다. □ 최장 발원지로 비로소 위상 정립그러나 2000년에도 여타의 자료들은 여전히 형산강의 발원지를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로 명기하고 있었기에 이 부분의 확인이 가장 먼저라는 생각에 어렵게 이형석 소장과 연락이 닿게되고 취지를 설명했었다. 2001년 2월이었다. 당시 중국과 한국을 왕래하던 이형석 소장은 포항지역사회연구소의 `형산강` 책 제작의 취지를 위해 선뜻 원고 청탁을 승낙했고 현장답사까지 동행해 주기로 했었다.답사는 백운산 발원지와 인내산 발원지를 각각 한차례씩 답사했으며 이틀에 걸쳐서 진행됐다. 답사 기간 동안 준비해간 지도(당시에는 디지털 지도가 일반화되지 않았음)를 들고 김형석 소장이 17년 전에 찾았던 현장을 둘러 보고 두 곳에서 발원하는 샘을 다시 찾아 정비하기도 했다.이틀간의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이형석 소장은 원고작성 전에 옛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고 가장 최근의 지도와 자료들을 취합해 최장 발원지를 규명할 연구를 원고작성 전에 확인하고 진행상황을 연락주고 받았다. 이어 두 달여가 지나서 이형석 소장은 다시 한 번 형산강의 발원지는 `경주군 서면 도리 인내산`이라고 확인됐고 했으며, 검토한 자료와 근거를 기술하여 원고를 작성해서 보냈다.이후 형산강 발원지는 `삶과 문화-형산강`의 발간으로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됐으며, 전문서적들에서는 최장 발원지를 이곳으로 기술하고 있었다.□ 여전히 혼동되는 형산강 발원지최근 형산강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해 본 결과 아직도 형산강의 발원지는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으로 기록하고 있는 곳이 많았으며, 일반인뿐만 아니라 몇몇의 언론사에서는 혼용해서 쓰기도 했다. 심지어는 `발원지가 두 곳`이라고 기술하고 있는 곳도 있었는데 본류를 제외한 지류의 발원지를 함께 표기하고 있는 셈이었다.뿐만 아니라 한 단체에서는 2012년 12월 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에 형산강 발원지 표석을 설치하고 고유제까지 지낸 기사가 올려져 있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곳을 발원지로 정한 이유는 `2007년부터 2012년 다섯차례에 걸쳐 혹한의 겨울 형산강 발원지 두 곳(경주시 서면 인내산, 울산 울주군 백운산)을 탐사한 결과 백운산 발원지를 형산강 주 발원지로 확정한 뒤 표석을 제작, 설치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뜻에 따라 마련했다`고 전한다.기사 내용에서는 이 단체가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발원지를 정했다는 내용은 없고 수 차례에 걸친 답사와 단지 `회원들의 뜻에 따라` 발원지를 지정했다는 것이다. 형산강의 발원지는 단체 회원의 다수결에 따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어느 하천의 발원지를 한 단체가 회원들의 뜻에 따라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단체의 의욕만은 높이 사고 싶지만 이런 일은 전문분야에 속하는 만큼 타산지석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발원지의 기준은 `최장 길이`하천의 발원지는 하천 분석 방법에 의거하고 있다. 로버트 앨머 호튼(R. E. Horton, 미국의 생태 및 토양 과학자)이 고찰하고 아서 뉴웰(A. N. Strahler, 미국 컬럼비아 대학 지구과학 교수)이 수정 보완한 수계차수(stream order)의 개념이다.이 개념은 그 자신이 지류를 갖지 않은 상류부의 세류를 1차라 하고 이와 같은 1차의 수류만을 합류하는 수류를 2차, 2차 수류와 2차 수류가 합류한 것을 3차라 했다. 같은 방법으로 계속하면 차수는 증가해 본류는 최고차수가 된다. 차수가 증가하는 도중에 낮은 차수의 수류가 합류해도 차수에는 변함이 없다. 이 중 최장 1차수가 그 강의 발원지이고, 최장 발원지에서 하구까지의 거리가 그 강의 길이이며, 그 유로를 그 강의 본류라고 부른다. 여기에 유량이나 풍경 `회원의 뜻`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국토교통부는 2015년 현재 형산강 수계와 발원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형산강수계는 한반도 남동부에 위치하고 서쪽으로 낙동강, 남쪽으로 태화강, 동쪽과 북쪽으로는 동해안에 접하는 작은 유역들과 경계를 이루며, 유로연장 63.34km로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삼각점(388.6m) 동쪽 계곡(심곡천 상류)이 발원지이다.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를 휘감아 도는 복안천은 1차 지류가 아닌 제2지류가 되고, 역시 2차 지류인 중리천과 함게 봉계리에서 합류해 내남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건천 들판을 적시며 흐르는 대천은 경주터미널 조금 지난 황남동에서 형산강으로 흘러 든다. 이에 따라 대천은 2차 지류가 아닌 본류가 되는 셈이다. □ 사유지에 내버려진 형산강 발원지2015년 10월 다시 서면 도리 인내산을 찾았다. 2001년 이곳을 찾은 이후로 15년만이다. 15년만에 다시 찾은 형산강 발원지 인내산은 발원지의 물이 처음으로 모이는 인내산지를 거슬러 올라 좁은 산길로 인내산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금호강의 지류인 고촌천의 발원지인 어림산 앞에 두고 산을 올라가야 한다.그 당시에는 발원지의 샘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인내산지를 지나서 개인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철책이 둘러쳐져 접근할 수 없었다. 당시 발원지 바로 밑에는 대형 축사가 들어서 있었고, 이 사실을 포항mbc와 동반해 10대 하천인 형산강의 발원지부터 축산폐수에 의해 더렵혀지고 있다는 르포를 방송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사유지라는 명목으로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어서 발원지의 `인출샘(人出泉)`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인출샘(人出泉)이라는 명칭은 1985년 이형석 소장이 이곳을 답사, 샘을 찾아서 붙인 이름이다. 이후 이형석 소장은 암투병 끝에 2009년 2월 27일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당신의 고향인 전남 고흥 선상에 안장됐다.2015년 현재, 30여년 전에 제기돼 수정을 거듭한 형산강 발원지의 문제는 종결 상태가 아니었다. 공식 기록 자료에는 형산강의 발원지가 변함없이 기록되고 있었지만 여러 지면과 단체, 개인에게는 아직도 형산강의 발원지가 오기되고 있었다. 산과 강은 여전하나 형산강의 발원지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김규형(사진작가)

2015-10-26

포항과 신화로 이어진 땅서 신라의 향기를 느끼다

동해바다 영일만에 닿은 형산강의 하구 인근에 살던 신라의 연오랑 세오녀가 건너간 일본땅은 한국과 독도 문제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시마네현의 이즈모시(出雲市)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다케시마의 날`조례 제정 이후 10년째 경상북도는 교류 중단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무릅쓴 두 지역의 민간교류 시도는 양국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본지가 현지에서 확인한 이즈모는 연오랑세오녀의 가호(加護)가 있기라도 하듯 포항과 신화로 이어진 땅이었다. 일부선 `日건국 기원 관련인물 스사노오는 연오랑` 주장 김 채취 제조법 전한 신라인들 기려 매년 제사 지내기도□ 더 가까워진 이즈모대중교통이 비싸고 불편한 일본에서 이즈모시는 비행기로 히로시마에 도착해 다시 4~5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먼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나가 인천공항~일본 돗토리현 요나고공항 간 정기노선을 개설해 1시간이면 도착하고 자동차로 이즈모까지 1시간이 더 걸린다.이즈모시의회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부터 2박3일간 시마네현 일부 도시를 둘러본 기자를 싣고 돌아오던 여객기가 동해를 가로질러 처음 도착한 한반도는 포항 상공이었다. 시속 700km의 항공기로 불과 2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300km의 거리. 일본의 향토사학자 니시코리 아키라(錦織明·66)씨가 중심이 돼 일본에서 먼저 오랫동안 시도되고 있는 통나무배를 이용한 바닷길로 3일이면 닿을 수 있다는 거리가 실감났다. 가까워진 물리적 거리만큼 민간 간 교류를 위한 마음의 간격도 가까워지고 있다.28일 이즈모시청에서 공식 인터뷰한 나가오카 히데토(長岡秀人)시장은 “연오랑과 세오녀가 맺어준 포항과의 인연을 계승해 앞으로 민간은 물론 통상 교류의 시대를 열고 싶다”며 적극성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곳곳에 신라의 흔적인구 17만명의 이즈모는 `출운`(出雲)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시 브랜드를 `신화의 고향`으로 대내외에 홍보할 만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돋보이는 도시이다. `고지키`(古事記)에 등장하는 신화의 인물 오오쿠니누시와 스사노오는 이즈모를 무대로 하는 일본 건국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신화는 일본 천황의 뿌리이므로 국가 다음의 이야기라는 뉘앙스마저 이들에게서는 느껴질 정도이다. 한일의 일부 학자들은 스사노오가 연오랑이라는 설도 뒷받침하고 있다.이들 신이 모셔진 신사인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는 일본에서 인연을 이어주는 영험함으로 유명한데 한국과의 얘기도 전해진다. 29일 기자를 안내한 이즈모시의회 타타노 의원에 따르면 이 신사의 신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동쪽의 한국 방향으로 모셔져 있어 신라 연원을 추측케 하고 있다. 특히 이 신사는 고대에 피라미드에 버금가는 거대한 규모로 지어져 이 일대에 고대문화가 융성했다는 설이 있었는데 최근 경내 굴착 과정에서 거대한 목재기둥 유적들이 발견되면서 근거를 더하고 있다. 난파한 신라인들이 자신들을 도와준 이즈모 어민들에게 김 제조법을 전하고 매년 이를 기려 이어지고 있는 제사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현지인의 안내로 29일 방문한 이즈모가와시모항(出雲河下港) 건너편의 어촌 마을은 일본 전국에서 김 명산지로 유명하다. 이곳 어민들은 1상자 당 30만원의 고가에 팔리는 김을 채취하는 첫날 김 제조법을 전수해준 신라사람들을 기리는 제사를 올린다.□ 고대 제철 유적지에 핀 무궁화이즈모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인 운난시는 일본의 대표적 친한파 정치가인 고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의 고향이며 현재 그의 가업인 고향마을 양조장 옆에는 기념관이 마련돼 있다.29일 타타노·이이츠카 두 시의원의 안내로 방문한 이곳 기념관 인근에는 `철의 역사박물관`과 고대제철유적지인 스가야다타라(菅谷たたら)가 보존돼 있을 만큼 시마네현은 일본에서도 이름난 철기문화의 고장이다. 철의 역사박물관 관람에 앞서 상영된 다큐멘터리(이와나미영화사 제작)에는 이곳에서 살던, 일본 고대 다타라(제작공법의 한 종류) 장인이 생전에 직접 전통방식으로 재연한 제철과정을 담고 있었다. 내레이터는 대륙을 통해 일본에 전해진 고대제철법 가운데 다타라 방식은 신라사람들이 직접 전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근처 산속에 자리 잡은 스가야다타라 유적지는 녹슨 양철이나 우리의 너와와 비슷한 지붕을 얹은 집 20~30여채가 전부인 퇴락한 마을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운난시의회 시의원으로서 문화유적안내를 하는 호리에 신 촌장에 따르면 이곳에서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고는 하나 그리 눈에 띠는 유적이나 유물은 없었다.하지만 유적관 입구의 바로 옆에는 뜻밖에도 반가운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호리에 촌장과 동행한 두 이즈모시의원에게 이름을 아는지 물어보았더니 역시 답은 오지 않았다.언제 심어진지 알 길이 없는 나무에는 꽃이 한송이 피어 있었다. 무궁화였다.기자의 설명에 놀라움이 역력한 이들은 꽃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강고쿠노 곳카 무구게`(かんこくの こっか ムクゲ, 한국의 국화 무궁화)라며. 그 순간 한국과 일본은, 경상북도와 시마네현은, 연오랑 세오녀와 스사노오는 남남도, 적도 아님을 느꼈다.인터뷰 나가오카 히데토 이즈모시장 여자 축구선수 영입 등민간교류부터 차근차근이즈모시는 2005년 3월 경북도의 `시마네현 교류 중단`선언에도 불구하고 5~6년전까지는 연오랑세오녀 신화를 매개로 포항과 교류를 해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 체제 이후 양국 간 관계마저 악화되면서 공백기가 계속돼 왔다. 지난 1월과 8월 이즈모시의회와 상공회의소의 요청으로 포항 방문을 주선한 본지는 나가오카 히데토 이즈모사진시장을 현지 인터뷰해 도시 현황과 교류 방안 등을 들었다.-이즈모시를 상징적으로 홍보하면.△일본 고사기 등에 실린 신화가 상징하듯 이즈모에는 일본의 국가 생성의 원점이 있다. `신화의 나라``일본의 고향`이라는 자부심과 홍보는 이를 근거로 한다. 이즈모타이샤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신지코호수, 구니비키해안 등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매년 1천만명의 관광객을 찾는 저력이 있는 곳이다.-산업 현황은.△지난 2005년 구 이즈모시가 중심이 된 지자체 합병을 통해 인구 17만명의 시세를 바탕으로 제조품 출하액은 시마네현 전체의 40%, 농업 산출액과 상품 판매액은 20%를 차지하는 등 각종 산업이 골고루 발전해있다. 엔무스비공항(국내선), 가와시모 항구, 산인자동차도로 등 육해공 교통거점과 산인지역 일대 대표적인 고도의 의료기관과 쇼핑시설 등 기반을 갖추고 있다.-포항과 구체적 교류 방안은.△포항은 공항과 KTX 개통, 국제무역항 등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이다. `DIOSA 이즈모 FC`와 추진 중인 포항 연고 여자축구선수 영입 등 민간교류를 시작으로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 내 이즈모 특산품 전시 등으로 확대하면 항만물류 및 통상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한국 `다케시마 반감`에 시마네 주민들 당혹”시마네현청 박혜정 교류원이 전하는 현지민심“시마네현 사람들은 한국이 이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강력하게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반발할지 몰랐는지 당황해 하고 있습니다.”본지의 이번 이즈모 취재 기간 동안 통역을 맡은 시마네현청 박혜정 국제교류원은 2005년 조례 제정 당시 현지의 강력한 반발 움직임이 최근까지 이어져 당시 결정을 후회하는 여론이 높다고 전했다.해마다 3월 조례 선포일을 전후한 극우 시위 참가자들도 주로 오사카 등 간사이지방에서 넘어올 뿐 현지인들은 무관심하다고 한다. 현지에서 조례 선포 당시 `뜬금 없다`는 반응이 많았으며 정부에 의한 모종의 개입이 있었다는 일부의 분석도 전했다.그는 일본의 극우에 대한 반감과 우려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자신이 맡은 주요 업무가 각 학교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일인데 엉뚱하게 우익들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신상털기와 악플, 협박메일은 자주 이메일을 바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일본 외무성의 시험에 채용된 후 올해 3월 첫 `다케시마의 날`시위 기간에는 동료들의 권유로 휴가를 내고 비우기도 했다.박혜정 교류원은 하지만 일본 정부의 노련한 해외 교류정책을 언급했다. 일례로 해마다 국토교통성이 전국 지자체를 돌며 시설물의 한국·중국·영어 병기 실태를 평가한다. 또 자신처럼 한국,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교류원을 채용해 각 현청 등에 배치하고 있다. 그는 거듭된 사진 게재 요청에는 우익들의 악용을 우려해 끝내 사양했다./일본 이즈모시에서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9-07

심산유곡과 아름다운 계곡의 정취 함께 품어 안은 곳

안강평야를 관통하는 가장 큰 형산강 지류는 기계천이다. 하지만 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산지에서 발원해 형산강과 합류하는 두 개의 하천이 있으니 칠평천(七坪川)과 옥산천(玉山川)이다. 물론 자잘한 세류들이 있지만 이 두 개의 천이 가장 크고 많은 이야기들과 유적들을 품고 있다. 안강평야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산들은 평야를 감싸고 멀리 물러나 있다. 형산강 유역에 형성된 들판 중에서 가장 큰 평야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 눈에도 시원한 풍광이 이 일대의 곡창지대로 불릴만 하다고 하겠다. 경주시 현곡면 래태리의 금곡산에서 발원한 칠평천은 화산곡지와 하곡지 두 개의 큰 저수지를 형성한 후 28번 국도를 따라 흘러 안강읍을 안고서 흐른다. 그리고 7번 국도를 따라 흘러온 형산강과 합류하여 크게 휘돌아 나간다. 강은 지세와 산세를 따라 형성되고 흘러 간다. 칠평천 발원 금곡산엔 신라고승 원광법사 수도지 금곡사가 오롯이 회재 이언적 선생 자취 온전히 간직한 옥산서원·독락당도 만나□ 하천의 유래가 주는 유용한 정보들칠평천의 유래는 옥산천과의 관계를 먼저 살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대동지지(大東地志)』에 현재의 형산강이 옥산천을 합류시켜 동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때의 옥산천은 현재의 옥산천이 아니라 칠평천 전체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그 표기에 있어서 두 하천이 옥산천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표기된 이유에는 영남학파의 거두였던 회재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을 모신 옥산서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옥산천은 일제시대에 칠평천의 지류인 현재의 옥산천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채택되었다.한편 칠평천의 유래는 하천 부근에 칠평마을이 있어 그 지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일명 한천(寒川)이라고도 한다. 옛날 큰 홍수가 나서 안강 전역이 침수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칠평 정도의 땅이 물에 잠기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 물에 잠기지 않은 부분의 땅모양이 칠자형(七字形)이었다고 하여 그 넓이와 모양을 따서 칠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칠평천과 옥산천의 유래에서 옛날 이 일대의 지형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보들을 이미 얻을 수 있다고 하겠다.28번 국도를 따라 영천쪽으로 진행하다보면 안강읍내를 벗어나서 왼쪽으로 큰 저수지 하나를 만나는데 이곳이 바로 하곡지, 일명 딱실못이다. 하곡지는 하곡리에 위치한 못이라하여 지명에서 가져 온 것이고, 딱실은 인근의 두류2리 일대에서 닥나무로 종이를 많이 만들었다고 하여 닥나무 계곡, 즉 딱실이 되었다고 한다. □ 산길 끝에서 만나는 원광법사의 자취하곡지를 끼고 두류리로 들어서면 멀리 정면에 보이는 산이 바로 칠평천의 발원이 금곡산이다. 길 초입에 두류공단을 지나 두류리 마지막 동네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산기슭에 아담하게 파묻힌 저수지가 하나 나오는데 바로 화산곡지다. 이곳에서부터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길이 끊기고 절이 하나 나오는데 삼국유사의 현장이며 화랑의 세속오계의 가르침을 주신 신라의 고승 원광법사와 연관된 금곡사(金谷寺)다.10여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길도 변변치 않고 인적이 거의 없는 산길을 따라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그 산길이 차 한 대가 쉽게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혀 졌을 뿐 심산유곡의 첩첩산중을 가고 있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삼국유사에는 원광법사가 30세에 `안강 삼기산(三岐山) 금곡사(金谷寺)에 들어가 수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금곡산의 원래 지명은 삼기산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절 이름을 따서 금곡산이라 불렀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진평왕 때 금곡사를 건립한 것으로 나오며 당시 원광법사의 부도탑이 있었다고 전한다.이 탑의 근거에 대한 여러 이설이 있으나 삼국유사에서는 이곳에 원광법사의 부도탑이 있음을 기록하고 있으니 원광법사의 자취가 서려있는 곳은 분명하리라. □ 유학의 거두, 자연과 합일된 건축에 깃들다옥산천은 온전히 회재 이언적의 자취와 함께 하는 곳이다. 그 지명의 유래는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옥산서원과 관련이 있다. 옥산서원에서 조금 더 들어가서는 선생이 만년에 관직을 그만두고 옥산천 시냇가에 자리를 잡고 거주처로 안채를 짓고 개울에 면하여 있던 사랑채 독락당(獨樂堂)과 정자 계정(溪亭)이 있으니 자연을 벗삼으며 약 6년간 성리학 연구에만 전념하였던 곳이다. 이러한 연유로 회재가 세상을 떠난 후 독락당에서 가까운 곳에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옥산서원이 창건되었다.선조 6년인 1573년 창건된 옥산서원은 이듬해인 1574년 `옥산(玉山)`이라는 사액을 받았으며, 흥선대원군이 전국 47곳의 서원을 제외한 나머지 서원을 철폐할 때에 훼철되지 않은 서원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에 들를 때면 반드시 보고가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강당 사면에 걸린 편액들이다. 먼저 강당 전면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글씨이고, 강당 대청 전면에 있는 `옥산서원` 편액은 창건 당시 편액으로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의 글씨이며, `무변루`와 `구인당`의 편액은 석봉(石峯) 한호(韓濩)의 글씨이다. 이 세 개의 편액으로도 옥산서원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 조선시대 3대 명필 중에서 두 명의 편액이 강당에 나란히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회재 이언적 선생의 유명이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다.옥산서원에서 좀 더 올라간 곳에 위치한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이 정치에서 물러나 낙향하여 지은 집의 당호로 한옥과 자연의 어우러짐, 그리고 그 합일의 궁극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특히 계정은 하천에 놓인 자연암반 위에 가느다란 기둥을 세워 날렵한 모습으로 지은 것이다. 이곳의 풍광과 정취가 얼마나 수려하였으면 광해군때 노계 박인로가 독락당을 찾았을 때 회재를 그리며 이곳의 정경을 노래한 가사를 지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기도 한다.▲ 김규형 사진작가여기까지만으로도 풍성함이 있겠지만 독락당까지 갔다면 꼭 들렸다가 나올 곳이 인근에 있다. 바로 국보 제40호 `정혜사지십삼층석탑`이다. 정혜사에 대한 기록은 거의 전하는 것이 없으나 신라 선덕왕 원년인 780년 중국 당나라의 백우경이 신라에 망명와 이곳에 머무르면서 집을 지었는데 후에 이를 고쳐 절로 삼고 이름을 정혜사라 하였다는 기록이 동경통지(東京通志)』에 남아 있다.우리나라 탑들 중에서 10층 이상의 다층탑은 매우 드물다.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 남아 있는 13층 석탑을 제외한다면 정혜사석탑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 절의 창건이 중국인과 연관이 있고 10층 이상의 다층탑은 중국적인 탑이니 전혀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지금은 폐사지에 석탑만이 우뚝 쏟아 있지만 그 옛날 절의 모습을 그리며 석탑을 둘러보고 나오는 것도 의미있는 답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도심 근교에서 고즈넉한 계곡의 정취와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심산유곡의 한나절에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칠평천과 옥산천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기도 하다.노계 박인로의 노계집 권3에 실린 `독락당(獨樂堂)`의 현역자옥산 명승지에 독락당이 소쇄하단 소릴들은 지 오래건만이 몸은 무장으로서 해변을 지키는 일이 몹시 급하여일편단심에 충의를 떨치느라금쟁 철마로 여가가 없이 분주하다가마음 속 사모하는 마음이 늙을수록 더욱 깊어죽장망혜로 오늘에야 찾아왔으니봉우리들은 수려하여 무이산이 되었고흐르는 물은 빙빙 돌아 후이제가 되었도다. 생략진실로 이 가르침을 마음속에 가득 담아뜻을 정성스럽게 마음을 바르게 하여 넓게 닦으면말은 참답고 행동은 독실하여 사람마다 어질게 되리라선생께서 남긴 교화 지극하니 어떠한가아, 후생들아! 더욱 추앙하여천추 만년에 태산북두처럼 바르게 살아높은 하늘과 두터운 땅도 다할 때가 있거니와독락당의 맑은 풍모는 끝이 없을까 하노라

2015-08-24

수변개발 선진국 성공 키워드는 `민·관협력 江 관리`

한국에서 과거 70~80년대에 집중된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팽창의 후유증은 90년대 이후 학계와 정부가 나서 새로운 대안 찾기의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 양재천과 경기 안양천의 생태복원 개발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후 수많은 도심 하천 복원사업은 무분별한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데 몰두해 과도한 관리비용이 지자체의 부담으로 되돌아와 곳곳에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경상북도와 포항·경주시가 추진 중인 형산강에코프로젝트가 시민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반면교사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해외사례의 참조가 요구되고 있다.낭트·생나르제 두 도시간 문화권 조성으로 성공 이끈 佛 루아르강 사업獨 엠셔강 유역 17개도시 공업문화파크 조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日 시만토강은 산·학·민·관 참여로 유역 전체가 `문화적 경관` 지정□ 핵심은 `강을 활용한 상생발전`과거 학계와 관료들이 해외 수변공간 개발사례로 선호한 현장은 일본 도쿄 주변의 에도가와, 아라가와 등이었다. 실제로 이들 강은 호안의 생태친화적 복원을 기본으로 주민들이 중심이 돼 둔치의 시설물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여전히 벤치마킹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하지만 형산강에코프로젝트는 이러한 복원 개념의 틀에 더해 좁게는 포항과 경주, 넓게는 울산까지 포함해 강을 매개로 한 지자체 간 상생협력발전의 취지도 담보해야 한다. 요약하면 생태와 지자체 협력이 양대 기둥인 것이다.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대략 5개 사업이 유역권 차원의 지역상생발전 사례로 검토되고 있다. `금강 EH(ECO HISTORY)투어`는 부여, 논산, 서천, 익산 등이 연계돼 있다. `백두대간 영서 에코힐링 벨트화 사업`은 남한강 수계의 영월·단양·영주가, `중랑천 녹색문화벨트 조성사업`은 생태하천을 목표로 의정부, 노원구, 성북구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 조성사업`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청주·청원·증평이, `1400년, 백제숨결 따라 한걸음씩`사업은 공주, 부여, 청양이 연계돼 있다.□ 유럽은 수변개발도 선진국유럽은 밀집된 지리적 특성 아래 오랜 기간 역사문화적으로 각국이 긴밀하게 연계돼 강의 개발이 지자체를 넘어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중대 현안이 돼 왔다. 이에 더해 이미 근대에 산업혁명이 시작된 공업의 후유증이 현대의 80년대까지 이어져 오염물질의 강 유입으로 인해 생태적 복원도 주요 과제가 돼 왔다. 이로 인해 유럽 각국의 수변개발사업은 다양하게 축적된 성과들로 인해 형산강 사업에 좋은 본보기의 가치가 충분하다.프랑스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세느강(Seine River) 개발사업은 파리대도시권미래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파리와 르아브르가 연계돼 있다. 루아르강(La Loire River)사업은 지역통합프로젝트를 구축해 낭뜨와 생나르제시를 연결시켰다. 독일의 엠셔강(Emscher River)사업은 엠셔그린회랑(green corridor) 창출과 수질복원에 초점을 맞춰 엠셔강 유역 17개 도시가 참여했다. 미국 웰라멧강(Willamette River)사업은 주민참여형 워터프런트 조성을 포틀랜드가 주도했다. 일본의 치쿠고강 사업은 후쿠오카 일대 상하류 교류가, 시만토강 사업은 8개 시와 정(쵸)의 유역문화 경관관리가 주요 목적이다. □ 프랑스 루아르강 사업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강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나 정유소와 제철공장 등의 공업시설로 인한 환경오염과 경관으로 지역에서는 외면당했던 과거가 있다.이에 수계에 위치한 낭트와 생나르제 시장이 공동으로 지역 내 통합을 모색하고 문화적 메트로권을 만들자는 취지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문화를 연계시킨 지역통합 프로젝트로서 `에스튜에르 비엔날레` 추진을 제안해 두 도시를 잇는 루아르강 어귀 60km에 30여개의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 2007년, 2009년 2011년 등 3회에 걸쳐 비엔날레를 개최했고, 유람선과 자동차, 자전거 등을 이용해 작품을 관람하는 문화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변화하고 생성하는 문화경관`을 슬로건으로 삼는 이 행사는 두 지역의 우호와 교류는 물론 72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82억원의 직간접 효과를 낳은 것으로 전해진다.□독일 엠셔강 유역 사업이 사업은 1899년 엠셔조합(Emscher Genossenschaft)이 설립된 이후 100여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유역의 도시들이 연합해 협력하고 있는 드문 사례이다.이 일대는 산업혁명의 역사와 함께 광산과 중공업의 발달로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홍수 범람과 하수 방류 등으로 전염병 발생 빈도가 높아져 하천복원사업이 추진됐다. 또 철강과 석탄산업의 몰락 이후 쇠퇴하는 엠셔강 유역 17개 도시를 강 축을 중심으로 연계해 도시재생효과를 높이는 목표도 더해졌다.구체적으로 도시들이 연합해 도시재생계획인 IBA Emscher Park Project가 수립됐다. 주요 사업은 수질생태복원을 기본으로 노후 공업용지에 과학 및 기술센터를 건립하고 거대한 탄광과 제철소를 미술관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같은 세계 최대 공업문화파크 조성를 조성함으로써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될 수 있었다. 또 강 중심의 광역도시계획 추진과 생태디자인, 공원녹지 네트워크 구축 및 정비를 위해 공원 및 주요 도심지를 분리하기 위한 7개의 그린회랑지대를 조성했다. 이후 강변에는 고도의 생태적·미적 안목과 기준으로 건축물 6천개가 개축되거나 신축됐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촐퍼라인 탄광재생사업과 1989년 엠셔파크 건축박람회 공동개최는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꼽힌다. □ 일본 시만토강 유역 사업시만토강(四万十川)은 유로 연장 196km로 일본 시코쿠 지방에서 가장 긴 하천으로 `일본 최후의 강 다운 강`으로 평가되면서 2010년 유역 전체가 `문화적 경관`으로 지정됐다.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성과 고치현, 사국삼림관리국, 시만토강유역 5개 지자체, 유역주민, 고치대학 등 여러 주체가 산·학·민·관 합동으로 연계했다. 이를 통해 시만토의 날(4월10일) 실행위원회, 시만토 시민헌장추진협의회 등을 구성했다. 그 결과 `세피아빛 강의 원풍경`을 목표로 하는 시만토강 환경디자인(경관계획)을 수립했다. 또 `고치현 시만토강의 보전과 유역 진흥에 관한 기본조례`에 의거한 경관 형성 기준에 따라 환경디자인도 수립할 수 있었다.그 결과 역사적으로 강을 활용한 농업과 목재 수송 등 생업, 도로와 교각(침하교 등), 주변 취락지역 및 농경지, 불로 물고기를 모아 잡는 화진어 전통 담수어법 등 어업양식, 자연 삼림자원 등이 보전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내수면 어업의 진흥과 전통어법의 승계,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경관 보호 등 다양한 사업 목적이 충족되는 효과를 낳았다.□ 해외 수변사업의 교훈유럽과 일본 등 수변개발 선진국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은 모두 주민들의 참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도쿄 주변의 에도가와, 아라가와 등 여러 개발사업도 호안의 생태환경적 복원과 조성을 기본으로 유역 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체육 등 편의시설도 관이 조성하고 난 뒤에는 주변 주민들이 자치조직을 만들어 유지, 관리, 운영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 감시 등이 자연적으로 이뤄져 우리나라처럼 관에 모든 기능이 집중돼 오염사고 발생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책임 공방도 예방되고 있다.최석규 동국대(생태교육원)교수는 “일본에는 `에도가와 강둑의 개나리꽃을 사랑하는 모임`처럼 강 주변 주민들이 여러 모임을 통해 강 관리를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민간의 실질적 조직화가 뒤처진 한계가 있지만 김관용 도지사와 이강덕·최양식 시장이 형산강에코프로젝트를 입안하고 있는 지금, 이 같은 선진사례를 철저히 연구해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8-10

고대 선사유적부터 현대사 뜨거운 현장, 그 중심으로 흘러오다

▲ 김규형 사진작가형산강의 수많은 지류 중에서 기계천(杞溪川)이 가지고 있는 스펙트럼은 여느 지류 보다 다채롭고 두텁다. 포항시 북구 기북면 성법리의 비학산 안새알에서 발원한 기계천은 작은 세류를 형성한 후 은천지를 거쳐 31번 국도를 따라 흐른다. 전체 길이는 32km로 형산강 지류 중에서 가 가장 길다. 기계천은 본류와 대부분의 지류들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것에 반해 위도상으로 북쪽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른다. 이어 내단천을 거쳐 경주시 강동면 인동리에서 본류와 합류하여 남류하는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본류와 합류까지 포항과 경주를 넘나들며 굽이 굽이 옛부터 행정구역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했었다.비학산 안새알서 발원, 31번국도 따라 포항·경주 넘나들며 흘러인비리 고인돌·여강이씨 덕동마을 등 다양한 역사가 고스란히□ 기계천 제일의 풍광을 품다어느 한 곳 한 시대의 유물과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 아닌 곳이 없는 형산강이지만 기계천은 그 역사적 사건과 유물의 상세 목록이 다른 지류들보다 넓고 다채롭다. 멀리 고대의 선사시대 유물에서부터 현대사의 뜨거운 현장의 중심이 되기도 했었던 곳이 바로 기계천이다. 일찍부터 기계천 유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다는 것은 기계천이 품은 넉넉한 자연적인 조건이며, 풍광들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자연적인 조건이 있으니 당연히 사람이 모여 들었을 것이고 그 사람들 중에 역사적인 인물들의 자취가 남는 것은 당연하다. 기계천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첫번째 인물이라면 당연히 조선의 대유학자인 회재(晦齋) 이언적이다. 회재는 기계천이 내려다보이는 양동마을과 그 인연이 가장 크고 그의 동생 농재(聾齋) 이언괄의 4대손인 이강이 거처를 정했던 덕동마을과도 그 인연의 끈이 있다고 하겠다. 덕동마을은 농재가 그 거처를 정하고 360여년간 대를 이어 살면서 여강이씨 집성촌을 형성한 곳이다. 그 세월동안 덕동마을은 옛 자취들이 고스란히 남아 주변 풍광과 함께 기계천 일대의 가장 아름다운 곳을 만들었다. 기계천과 나란히 하면서 이어지는 921번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보면 좌측으로 비학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소담하게 앉은 덕동마을이 나온다. 마을에는 `용계정`, `여연당`, `사우정` 등의 고택들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마을앞을 흐르는 기계천을 따라 형성된 `덕동마을숲`이 자리하고 있어 물과 숲과 고택이 절묘하게 어울려 있다.□ 신라유적 못지 않은 고인돌 유적형산강 유역의 유적은 당연히 신라 1천여년의 시간이 그 중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선사시대의 고인돌이 도처에 산재하고 있으며, 기계천 또한 여느 지류 못지 않은 고인돌을 품고 있다. 규모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지만 중요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고인돌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함몰과 파괴의 세월을 겪어 왔으며 다른 유적에 비해 그 중요성이 무시되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했었다. 여기에 고인돌이 평지나 논밭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는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위치가 옮겨지거나 파손되기도 했으며, 그저 평범한 바위로 취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수난의 역사를 겪어 온 고인돌 중에서도 기계천 일대의 고인돌은 그나마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921번도로와 31번국도가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인비리 고인돌은 고인돌에 돌검 모양의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인비리 암각화 고인돌은 본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옮겨져 있는데 위치를 이동하게 되면서 하늘로 향하고 있던 돌검의 모양이 가로 방향으로 향하게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 고인돌 중에서 석검이 그려진 고인돌은 여수 오림동에 있는 암각화와 이곳 인비리 암각화가 유일하다. 고대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 보호시설 없이 방치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수차례에 걸쳐서 이 곳을 답사하고 있지만 제대로된 보호시설이 없이 그저 방치되고 있을 뿐이었다. 최근의 답사에서는 그나마 있던 안내판도 쓰러져 인비리 암각화 고인돌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었다.형산강 유역의 수백기에 달하는 고인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그 규모도 상당한 고인돌은 기계천 동편 인비리 마을 입구에 있는 고인돌이다. 인비리 일대는 개석식과 기반식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늠름하게 서 있는 고인돌의 모습이 장엄하며 독특한 모습을 띠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뿌리선사시대와 조선시대의 유적을 품은 기계천은 문성리에 이르러 현대사의 커다란 족적을 남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서 그 자취를 남긴다. 비록 청도군 신도리와 함께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놓고서 갈등이 적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문성리가 1972년 새마을가꾸기사업이 새마을운동으로 확장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최초의 성공사례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문성리가 새마을운동 모범마을로서 역할과 위상을 가진다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는 당시 한꺼번에 훈포장과 대통령 마을표청을 받은 이력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지금이야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거나 폐지되었지만 인근에서 가장 활기찬 장터를 꼽으라면 당연히 기계장터다. 오일장으로 열리는 기계장터는 기계천변의 농지와 과수원에서 출하된 계절별 특산물이 유명한 곳이다. 기계오일장은 현내리에서 열리는 오일장으로 약 250년 전부터 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비록 다른 장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장터풍경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또한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시 `기계장날`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시인이 초창기 기계농협에 근무할 당시 지은 시라고 한다.□ 아픈 현대사와 함께성계리를 지나면서 기계천은 경주시 강동면으로 행정구역을 바꾼다. 멀리 어래산을 우측으로 끼고서 드넓은 안강평야를 가로지른다. 이곳에서 기계천은 현대사의 굴곡진 현장에 다시 한 번 등장하게 된다. 바로 `경주 기계천 미군폭격 사건`이다.이는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8월 경주시 강동면 안계리 기계천 일대에서 발생한 미군폭격에 의한 피난민 집단 사망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9년에 9월24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당시 비밀해제된 미 공군 문서를 조사한 결과를 확인하면서 밝혀졌다. 유족회는 2002년부터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주시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진정을 내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미 공군 제18전폭단 소속 제39전투편대가 피난민이 모인 강변을 사격해 70여명이 그자리에 숨진 사건으로 매년 합동위령제가 강동면 양동리 양동초등학교에서 열린다. 비학산의 깊은 자락에서부터 시작해 수려한 풍광과 자연조건들을 만들어 온 기계천.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기계천은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들을 품고서 형산강 본류로 합류한다.기계 장날박목월아우 보래이사람 한 평생이러쿵 살아도저러쿵 살아도시큰둥하구나누군그저 살믄오늘 같이 기계장도 서고,허연 산뿌리 타고 내려와아우님도 만나잖는가베앙 그렁가잉이 사람아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그저 살믄오늘 같은 날지게 목발 받쳐 놓고어슬어슬한 산비알 바라보며한잔 술로소회도 풀잖는가그게 다 기막히는 기라다 그게 유정한기라./김규형 사진작가

2015-07-27

국가 진휼창 `포항창진` 뿌리 두고 `전국 물산 요충지` 역할 톡톡

구한말 격동기를 보부상들의 애환과 활약을 중심으로 그려낸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客主). 이 스테디셀러에는 전국의 이름난 장시(場市)들이 등장하는데 포항 경주 일대는 부조장(扶助場)이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양안에 나룻배·보부상들로 불야성 이뤄… 1780년대~1905년까지 번성 영조7년 제민창 세워 지역생산 곡물로 기근 구휼, 상품유통 요지로 성장이른바 `삼남 유수`(三南 有數)의 명성을 얻은 부조장은 형산강 하구에 위치해 전국에서 모여든 나룻배와 보부상들로 한때 불야성을 이뤘다. 어느덧 흘러간 세월에 이제 강물에는 마천루처럼 솟은 아파트촌의 불빛들이 비춰질뿐 당시의 영화를 기록한 채 쓸쓸히 서있는 비석 몇 기를 제외하면 옛 명성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하지만 형산강의 진면목이 최근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조선 후기 형산창(兄山倉), 포항창(浦項倉)과 함께 수천리 뱃길의 함경도 백성에까지 이어진 구휼(救恤)과 전국적 물산 교역 중심지의 위상이 부활하고 있다.□ 웃(윗)부조장과 아랫부조장포항 도심에서 연일대교를 넘어 남구의 연일읍사무소에 이르기 직전 오른쪽 도로로 접어들면 예부터 북쪽의 흥해평야와 함께 포항의 곡창을 이루던 이른바`어미들`이 펼쳐진다. 이 들판의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중명1동의 마을회관 앞에는 비석 2기와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통칭하여 부조시장 복시 선정 기념비.이들 `현감조공동훈복시선정비`(縣監趙公東勳復市善政碑)와 `현감남공순원선정비`(縣監南公順元善政碑)는 각각 고종 15년(1878)과 24년(1887) 세워졌다. 전자는 영일현감 조동훈이 폐시된 부조시장을 복시한 데 대한 선정을 기리기 위해 동대표 손종우, 김위갑, 김도엽이 세웠다. 후자는 보부상의 접장 문주영, 장감 마성득, 부상접장 구학조 등 상인들에 힘 입었다.형산강 하구에 터를 잡고 살던 주민과 이곳 장시를 중심으로 부를 형성한 상인들에게 조정의 폐시 조치는 실로 청천벽력이나 다름 없는 침체를 안겼다. 따라서 이를 부활케 해준 관리의 선정은 실로 칭송하고 기념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조장은 어떤 곳이었던가?`경주부읍지`(1789년~1791년), 경상도읍지(1832년) 등에 따르면 형산강 수계에서 가장 전국적인 상권을 형성한 부조장은 웃(윗)부조장과 아랫부조장 등 두 곳으로 개설됐다. 웃부조는 경주 강동면 국당리에 먼저 설치돼 조정의 형산창(兄山倉)이 인근에 자리한 혜택으로 인해 농·해산물 거래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강 수심이 얕아 선박 접안이 불편해 하류에 위치한 영일현(포항) 서면의 중명동에 자리한 아랫부조장이 더 각광받게 되면서 전국 명성 부조시장의 기원이 됐다.대략 1780년대부터 1905년까지 융성해 함경도의 명태, 강원도의 오징어, 포항 연안의 청어와 소금을 내륙으로 팔고 전라·경상도의 농산물을 교역하는 상거래 요지로 기록돼 있다. 구전(口傳)을 인용한 포항시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매매 교역을 위해 운집한 함경·전라·강원 방면의 상선들이 형산포구의 좌우 양안에 정선한 광경은 일대 장관이었다. 또 육지에는 말 한 필에 마부 한 명으로 이뤄져 100여필씩 1열 종대로 행진하는 상대(商隊)의 행렬도 볼만했다. 이북의 원산, 남해 마산, 서해 강경시장에 부조시장이 필적할 만했다는 평가를 실감케 한다. 따라서 이 일대에는 황포돛대와 객주, 여각은 물론 창고업, 위탁판매업, 숙박업이 번성했다.하지만 1871년 봄 영일현의 치소가 연일읍 생지동에서 대잠동으로 옮긴 후 부조장은 폐시됐으며 신설된 대잠장도 시설이 미비해 이 일대 전체의 상권은 급격히 위축됐다. 7년 만에 복시가 성사된 이후 인근 지역의 경기 회복은 물론 영일현의 위상도 신장을 거듭했다. 당시의 세력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 19세기 중반 세도정치와 구한말 민씨 일족의 전횡 아래 매관매직이 성행하면서 영일현감 자리는 부임 1년만에 매관 대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의 맹아(萌芽)는 민족 자본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일본 식민주의의 착취라는 가시밭길에 운명이 닿아 있었다. □ 국가 진휼창, 포항창진(浦項倉鎭)형산강 하구의 장시인 부조시장이 전국적 물산 교역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조7년(1731년), 조정이 함경북도의 기민 구제를 위해 전국적인 진휼(賑恤) 제민창(濟民倉)으로 신설한 포항창진(浦項倉鎭)이 있다.이때부터 포항에는 사상 최대의 인구가 유입돼 19세기 중엽에는 현 도심 일대를 중심으로 5개 섬마을이 형성됐다. 오늘의 포항은 영일만을 끼고 동해안과 맞닿은 포항포구, 그리고 물길을 타고 경주로 이어지는 형산포구를 겸비할 수 있었다. 조선후기 상품 유통과 전국 상권의 요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포항은 일제의 침략으로 시련을 맞았지만 식민 본국의 서안으로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20세기에 이르러 신흥 임해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포항창진은 경주에서 포항 청하까지가 범위인 조세 3만석을 보관하는 100칸 크기의 전국적 국창이었다. 역사학자 배용일 포항문화원장에 따르면 지금의 대흥동인 포항동 칠성강변의 언덕에 설치된 포항창진에는 한때 공무원이 51명에 이르렀다.포항창진의 설립 배경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백성에게 국가의 권위가 실추되고 진휼정책에 대한 요구가 증대했기 때문이다. 영조대에 들어서는 영남의 곡물은 주로 호남과 강원, 함경도로 보내졌고, 강원도는 영남과 함경·경기로, 관서(평안도)에서는 경기와 호남, 충청으로 실어날랐다. 이 가운데 함경도는 지리적으로 험준한 특성으로 인해 기근 구제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인접한 강원도마저 곡물이 풍족하지 않자 경상좌도(영남 동부)가 대안이 됐으며 그 중에서도 포항과 영덕이 숙종 때부터 곡물을 잠시 보관했다가 함경도로 이전되는 교차지로 기능했다.이후 사선(私船) 임대의 조운제도가 업자들의 농간으로 중간에 고의 침몰 및 세곡 포탈 등 병폐가 심각하자 영조대왕은 관선(官船) 조운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지리적 조건이 뛰어나고 물산이 풍부한 포항을 선택하게 됐다. 경상도관찰사 조현명(1690~1752)은 진휼당상을 지낸 관록을 바탕으로 부임 이듬해 조정에 주청, 경주부윤 김시형과 협의해 부지를 정하고 6월 3일 착공해 9월 완공할 수 있었다.하지만 포항창진도 해를 거듭할수록 곡창지대인 연일과 장기, 흥해와 청하, 경주 등 5개 고을과 거리가 멀어 운반에 어려움이 많고 동원된 백성들의 고초가 심각하자 정조7년(1783년) 즈음 혁파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정조는 현지에 파견하는 어사에게 유시를 내렸는데 백성의 고통에 노심초사하는 개혁 군주의 면모는 어김 없이 드러난다.“네가 곡식을 싣고 출발해 영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전수하는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올려 보내라. 내가 장차 벽에 붙여 놓고 아침저녁으로 보면서…(중략)백성들과 고락을 같이 하는 뜻을 두려는 것이다.”배용일 포항문화원장은 “형산강의 하구에 형성된 부조시장의 뿌리는 포항창진이며 지명 탄생의 연원이기도 하다”면서 “해운과 곡창을 이점으로 한 나눔의 미덕에도 역사적 정체성의 연원을 둔 포항에서 포항항 개항 이래 44년만인 지난 2006년 북한의 화물선 구룡호가 북한 농민을 위한 비료를 싣고 출항한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임재현기자imjh@kbmaeil.com

2015-07-13

학도병 등 전쟁포화 속 피 흘린 孤魂들 고스란히 깃들어…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한 형산강 일대는 역사적으로 천년 왕조, 그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음양을 오가며 끊임 없는 외침 속에 국난 극복의 현장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수군만호진`(水軍萬戶鎭)이 설치돼 전략의 요충이 된 포항의 운명은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역사의 강물에 피 흘린 청춘들의 못다한 꿈과 회한이 흘러내린 영일만은 이제 포항제철소의 불빛들이 진혼곡을 울리듯 밤바다를 비추고 있다. 형산강 전투에 참전한 청년 장교 박태준이 후일 제철보국의 사명을 안고 포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신화는 기적이 아니라 필연임이 증명됐다.□ `워커라인`의 요충, 포항초기 한국전쟁사에는 포항과 영덕이 중심이 된 경북동해안의 전황이 피아(彼我)의 후퇴와 탈환을 거듭하며 급박하게 기술되고 있다. 이는 북한군 주력의 한축이 동해안으로 진출한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부산과 대구를 방어하기 위한 낙동강 방어선의 후미에 포항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김일성은 전쟁 26일차인 7월 20일 충주 수안보의 전선사령부에서 `8월 15일까지 부산을 점령하라`는 독전명령을 내렸다. 이미 북한군은 전날, 포항 바로 위 영덕을 점령할 만큼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22일 유엔 해군의 포격 지원 아래 국군은 이날 오후 영덕을 탈환한데 이어 미 1기병사단 제7연대는 포항에 상륙했다.유엔군은 8월 3일에는 마산-왜관-영덕(이후 포항으로 수정)을 연결하는 신방위선, 이른바 `워커라인(Walker Line)`을 구축해 전력을 집중했다.포항의 오천비행장은 F-51전폭기의 출격 및 지상군 지원기지였다. 포항은 또 동해지구에서 철도로 육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항구시설을 갖춰 적에게 점령당할 경우 영천과 대구, 경주 방면 진출이 가능해 중요성도 컸다. 미 제8군은 브래들리 특수임무부대를 편성해 급파함으로써 포항의 비행장 사수에 매달렸다.□ 전선은 형산강에서 기계까지통칭한 `6.25형산강지구 전투`는 학도의용군 전투, 형산강 방어전 등 포항지구 전투, 기계·안강 전투로 구분된다.8월 9일 적 5사단이 영덕 강구를 점령하고 12사단은 포항 죽장면에 이어 10일에는 선봉 1개 연대가 흥해 서쪽 6km까지 침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3사단 후방지휘소가 설치된 포항여중에는 71명의 학도병이 8일밤 자정께 임무를 자원해 찾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에게 지급된 무기는 오천비행장에서 미해병대로 부터 트럭으로 지원받은 M1소총 68정, 수류탄 3방, 탄환 2만여발이었다.11일 새벽 4시경부터 시작된 적의 기습 공격에 실탄 250발씩으로 무장한 학도병들은 48명이 전사하는 11시간 반동안의 혈투를 벌였다. 이들의 희생으로 인해 20여만의 시민이 피난하고 북한군의 주 침공전선을 2시간동안 지연시켰으며 영덕 전선에서 고립된 3사단 주력부대가 철수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당시 적의 기습에 놀란 포항의 동빈부두에는 서로 배를 먼저 타려는 피난민들이 바다로 떨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이후 미 해병 비행대의 시내 폭격으로 포항 시가지는 폐허가 됐으나 18일 국군 제1군단은 포항과 기계를 완전히 탈환했다. 이후 포항은 북한군의 9월 공세에서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 9월 2일 국군 3사단에 소속돼 배치된 학도의용군 32명은 지금 포항법원과 한동대가 위치한 양덕동 골짜기에서 전투를 벌여 많은 전사자를 낸 것으로 기록돼 있다.형산강 방어전투도 경주의 곤계봉과 무릉산에서 피아가 9월 13일부터 9일간에 걸쳐 15번이나 고지를 번갈아 뺏는 격전을 펼친 끝에 북한군을 패퇴시켰다. 이후 형산강 일대를 포함한 동부전선의 위기는 마무리됐으며 인천상륙작전으로 총반격작전을 펼치는 전선이 포항에서 형성될 수 있었다.현재 포항과 경주 등에는 형산강 일대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기리는 기념시설물들이 설치돼 있다. 포항에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탑산)과 전몰학도충혼탑(탑산), 충혼탑(수도산), 학도의용군 6.25전적비(포항여고 앞), 이우근 학도병 편지 비(탑산) 외에도 미해병제1비행단 전몰용사충령비와 포항지구전투전적비(송도동), 6.25전쟁 최후의 방어선(워커라인)기념비(해도공원) 등이 있다.하천의 `라이프 사이클` 재생 처방전은 자연형 하천 복원 형산강의 파수꾼 최석규 동국대 교수지난 5월11일 경북도 주관으로 경주에서 열린 형산강 프로젝트 정책토론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토론자는 단연 최석규(57·동국대·사진) 교수였다. 최교수는 형산강의 수질 환경 및 수계 관리 부문에 있어 오랜 동안 연구를 축적해온 전문가로 손꼽혀 왔다.경북도(김관용 지사)와 포항(이강덕 시장)·경주시(최양식 시장)가 형산강 협력 사업에 나선 중요한 시기를 맞아 관련 전문가의 조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최근 활동은.△2013년부터 동국대 생태교육원에서 생태 관련 비정규 과정을 통해 친환경해설사를 양성하고 동물매개치료, 기후환경변화 등을 강의하고 있다. 경주개 동경이 보존연구소 센터장도 맡고 있다.-그동안 형산강 관련 사업들의 문제를 지적하면.△하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생태복원이다. 현재의 도심하천 정책은 인위적 공간 조성을 위해 생태와 수질을 부차적으로 생각한다. 하천 이용이 먼저이다보니 하수처리장 등 기초환경시설이 많이 확충됐지만 수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공학적으로 유기화학물질이 상당량 제거됐지만 하천 내 생태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물 속에 수생생물이 적어 물고기 산란장이 줄고 파충류와 조류로 이어지는 하천의 `라이프 사이클`이 재생되지 않는 악순환이다. 먼저 자연형 하천을 복원해야 한다.-형산강 사계절 수질조사 등 연구성과를 소개하면.△하천의 생태는 사계절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동안 형산강은 물론 국내 대부분 하천의 사계절 연구조사는 거의 없었다. 이는 강에 대한 조사가 단기적인 개발사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형식적인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단기 조사 결과를 관이나 기업이 잠깐 쓰면 된다는 자세가 문제였다. 국토교통부의 `고향의 강`조성사업은 반면교사이다.지난 2001년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및 경주환경련과 공동수행한 형산강 수질 및 수계조사는 그런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 여름철 수질 오염실태를 다른 계절과 비교하고 오염원까지 조사한 성과도 냈다. 이는 형산강의 생태복원에 대단히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후속 사업에 제대로 이용되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이번 사업에서는 되기를 바란다.-경주와 포항시의 형산강 협력에 관해 조언한다면.△하천은 원래 경계를 나눌 수가 없다. 외국은 하천 관리 규칙이 일원화돼 있다. 포항과 경주는 하천의 이용에만 관심이 있어 이해관계가 늘 충돌해왔다. 상류, 중류, 하류에 있는 지자체가 하천의 생태기능이라는 상식과 대원칙에 바탕해 고유한 역할을 할 때 하천 이용과 지자체 간 공익은 자연스럽게 조화된다. 일본처럼 체육공원을 조성하더라도 지자체는 예산만 지원하고 유지와 관리는 인근 주민에게 맡겨 민간이 주도하게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임재현기자

2015-06-15

“시설 조성사업으로는 한계, 생태복원이 핵심” 한 목소리

지난 5월11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경북도·포항·경주 공동협력 미래전략과제-형산강 프로젝트 정책토론회`는 장소가 세미나실인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규모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두 지역 전문가들의 풍성한 의견과 대안은 `일대 사건`으로 불러도 될만큼 그 열의와 깊이는 물론 의미 또한 남달랐다. 특히 `형산강 프로젝트`의 주무부서, 경상북도 미래전략기획단의 전향적 정책 추진 의지는 참석자들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사업이 `시설 조성 위주`라는 우려와 비판에 대해 과감히 별도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프로젝트로 내화(內化)하려는 적극성을 보인 것이다.이는 김관용 경북지사가 인접 지자체 간 공동사업에 도정의 한 축을 배치할 만큼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실무진에 의해 적절히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양식 경주시장의 협력 리더십을 보여주듯 포항에서 4명, 경주에서 3명 등 형산강과 관련된 지자체 프로젝트팀, 환경, 하천, 문화 등 관계 부서의 공무원 11명이 민간의 의견을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참석했다.이날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 목소리로 형산강 관련 관 주도 사업의 핵심은 강의 면모를 복원할 수 있는 `생태`에 그 시작과 끝이 귀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강의 수계를 공유하고 있는 포항과 경주는 물론 울산까지 포함하는 생태 복원 사업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실질적 공론의 장이 됐음을 보여줬다.`형산강 프로젝트 지역상생발전 기본계획용역`의 수행기관으로서 개별사업용역 5건의 뼈대를 입안할 국토연구원 측의 열린 자세도 눈길을 끌었다. 김선희 선임연구원은 김호진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의 사업 추진 방향 설명에 이어 전문가들의 토론이 끝난 뒤 공감을 표하며 용역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라고 답변해 호응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형산강지역상생발전구상`으로 명칭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날 두 지역을 대표한 토론자 6명의 의견과 주장은 다음과 같다.(경주시)△ 최석규 동국대 생태교육원 초빙교수함양림 조성·저수지 준설 등유지수 확보가 최우선 과제하천 관련 사업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유지수`이다. 하지만 형산강은 현재 `용수`공급은 커녕 유지수 확보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인내산과 백운산의 발원지 주변에 강우를 머금을 수 있는 `함양림`을 조성하고 농업용 저수지도 준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에 포함된 경주 금장대 수상테마공원은 강의 면모를 유지할 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성사에 의문이 간다.유지수가 있더라도 수질도 문제이다. 경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를 거친 배출수는 화학적으로만 정상일뿐 살아 있는 강물이라고 할 수 없다. 그 결과는 배출수의 색깔과 냄새에서 드러난다. 이러니 하류에서 포항시민의 식수로 활용되는 형산강 물이 유입되는 취수탑 부근의 강 바닥은 도저히 그냥 걸어갈 수 없을 만큼 미끄럽다. 이는 오염물질 때문이다. 생태를 제외하고 강을 위한 사업은 있을 수 없다.강 주변 체육시설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의한 `고향의 강 사업`은 이미 일본에서 1990년대에 유행했지만 막대한 유지보수관리비로 인해 결국 다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됐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무심천 등의 시설도 막대한 유지 비용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따라서 형산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연과 주민`이 돼야 한다. 일본은 주민 참여, 주민 주도 원칙이 정착됐다. 이번 사업의 명칭도 형산강 역사문화사업 중 하천 부문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포항시)△ 이준택 도시전략연구소장효자·중명 대규모공원 조성취수보 이전 재검토 대상포항시민으로서 형산강 상수원보호구역을 중심으로 두 도시 시민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형산 보부상 장터민속촌과 역사나루터 등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으므로 포항 취수보 이전 등도 재검토할 만하다. 또 상수원과 무관하다면 포항 효자와 중명 일대를 포함하는 대규모 공원을 집중 조성하면 강 양안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포항과 경주의 지자체가 협력한다면 형산강을 끼고 있는 포항-천북-경주보문단지 간 좁은 2차선 도로를 확포장해 주민의 이동 편의와 물류 수송을 확대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프로젝트 중 형산 사이언스밸리 사업은 포항시가 추진 중인 강소기업 생태계 조성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검토할 필요도 있다.(경주시)△ 변정용 경주지역발전협의회장천편일률 체육시설은 그만강 수변 승마장, 대안으로이제 전 지구적으로 산업과 문명의 변화는 대량생산과 소비에서 탈바꿈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소비와 시설 조성 위주의 사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상북도의 형산강 프로젝트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형산강의 수변을 천편일률적으로 체육시설 위주로 조성하는 것보다는 변화된 레저문화 시대에 맞춰 승마장이나 승마 트레일로 생태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참여가 강의 복원을 위해 중요한 만큼 필요하다면 경주발전협 등 시민사회단체도 협조하겠다.(포항시)△ 임재현 경북매일신문 부국장사업비 조달 난관 불보듯물량위주 사업 지양해야우리는 성장의 과정에서 많은 토목사업을 경험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성과는 오랜 기간 동안 확인되겠지만 재난 방재의 기본적인 사업 목적을 넘어 과연 우리가 이런 물량 위주의 사업들로 인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물어봐야 한다.형산강 프로젝트도 시설 위주에 머문다면 두 도시가 서로 협력하고 행복을 도모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열악한 재정 상 내년부터 당장 사업비 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다. 김관용 지사의 사업의지는 높이 사지만 형산강의 핵심은 강의 면모에 있으며 그 중심에는 생태가 있다.(경주시)△ 김헌규 환경운동실천협의회 총재울산쪽상류 상징적사업 필요포항 환경단체와 공동협력을개인적으로 그동안 이번 사업에 생태 부문이 다소 약하다는 의견을 가졌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미 참석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자체 간 효율적인 수계 관리를 위해 경주와 포항도 중요하지만 울산 쪽 상류 인근에 상징적인 사업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포항의 환경 관련 시민단체와 공동 협력사업을 할 수도 있다.(포항시)△ 김상춘 형산강 환경지킴이 회장경주희망농원 축산폐수 해결더 이상 늦출 문제 아냐그동안 오랫동안 강조해 왔지만 형산강 사업과 동시에 경주시의 더 철저한 환경오염 감시 및 단속 활동을 부탁하고 싶다. 특히 경주시는 각종 쓰레기 투기와 소각, 일부 몰지각한 농가에 의한 폐작물 투기 등 상습 오염행위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및 유관 기관과 공조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경주 희망농원의 축산 폐수는 더 이상 해결을 늦출 문제가 아니다. 이를 간과한다면 어떤 사업도 형산강에는 무의미하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6-01

사업반대 등 민원 여전… 두 지역 공감대 형성 최우선 과제

형산강에 돛배를 띄운 듯 지난해 후반기부터 한창 순풍을 타고 온 포항시와 경주시의 협력에 최근 미묘한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형산강 중하류 경주 안강읍 일대의 오랜 숙원인 강 범람 및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한 하구의 강폭 확장 사업이 그것이다. 환경오염 등 강의 이용을 놓고 늘 수세의 입장이던 강 아래 포항이 정부의 국책사업이 급부상하면서 열쇠를 쥐게 된 상황에 놓인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형산강의 생태적 면모 만큼이나 지금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도 요약될 정도이다. 이번 일은 오랜 교류의 역사에 새 장을 열고 있는 두 지자체가 서로 진심을 확인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하류지역 “침수우려, 반대”… 국토부선 “아무 문제 없어”포항시, 주민설득 과제… 경주시도 적극적 해결의지 보여야△곡창(穀倉)과 범람의 두 얼굴경주시 안강읍 일대 주민들의 역사적 과제는 형산강 치수사업이었다. 중하구에 위치한 유역 평야 일대의 혜택은 이들에게 비옥한 곡창지대를 선사했으나 재앙의 양면도 지녀왔다. 최근만 해도 1987년 셀마, 1991년 글래디스, 1998년 예니 등 주요 태풍 내습 때마다 번번이 피해를 입혔다. 이는 형산강의 특성이 하상 구배가 매우 급해 강수 시 단시간에 우수가 급격하게 유출되는 문제에 따른 결과이다(동국대 최석규 교수). 경북대 황상일 교수(지리학)에 따르면 경주시 부근에서 지류들 중 유역분지가 큰 대천과 남천, 북천이 만나고 안강 부근에서는 칠평천과 기계천이 합류한다. 따라서 이 두 지점은 여러 개의 지류가 만나므로 집중호우가 내리면 범람의 위험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1974년 협착부 확장 첫 입안학계는 이미 강폭 확장을 통한 홍수 개선 사업의 학술적 근거를 제시해왔다. 황교수에 따르면 형산강은 비교적 큰 지류들이 합류하는 경주 부근에서 범람 위험이 있으나 안강까지는 비교적 넓게 형성된 하곡을 따라 완화된다. 그러나 안강에서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 영일만으로 유입될 때까지 두 개의 협착부를 지난다. 즉 경주시 하류지역은 범람원의 폭이 평균 1.5~2km인데 비해 안강에서 포항으로 향한 5km 지점인 낙산과 송고개 사이에는 남북 양측의 하폭도 불과 200여m이다. 특히 낙산 동쪽 5km 지점인 형산과 제산 사이 동방 부근의 협착부는 120여m에 불과하다.이로 인해 홍수 시 이들로 인해 형산강 유역 거의 전체 유역분지에서 집적된 하천수가 하류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한다. 안강읍과 안강평야의 큰 피해는 이 때문인데 불과 25cm정도에 불과한 영일만의 만조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옛 건설부는 거듭된 피해와 민원이 이어지자 지난 1974년 `형산강 중하류부 홍수대책 기본계획 조사보고서`를 수립해 협착부 확장안을 최초 제시했다. 이후 이 계획은 1991년 글래디스 피해 이듬해인 12월 다시 제기됐지만 사업비 부담으로 반영되지 못했다.△정부 상반기 착공 방침하지만 옛 건설교통부는 2001년 5월 `형산강수계 치수기본계획`을 보완, 2005년에는 `하천기본계획`용역에 착수해 2008년 12월에는 협착부 120m의 200m 확장을 포함하는 기본계획을 준공했다. 쟁점 계획이 포함된 형산강 효자2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에 대한 주민 설명회가 2013년 7월에 이어 지난 2월과 연일읍에서 잇달아 개최됨으로써 40여년만에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정부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포항 남구 연일읍에서 경주시 강동면 3.583km 구간에 오는 2018년까지 총 940억원을 투입한다. 협착부 확장폭은 170m로 당초보다 다소 축소하고 하류 주민들을 위한 제방 보강, 수변 편의시설 조성 외에도 고정보인 형산강 취수보를 가동보로 개선해 홍수 시 수위를 조절하고 수질개선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3일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천공사2과에 따르면 상반기 안에 공사를 발주, 시공사를 선정해 올해 우선 3억원의 예산으로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한다.△포항쪽선 홍수피해 우려부산국토청은 지난 4월17일 포항시의회 임시회에서 관련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남구 연일읍 유강리 등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해 강폭 확장으로 인해 경주 주민들이 혜택을 입는 반면 하류에는 홍수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특히 역대 침수 피해는 1998년 예니-송도동, 2002년 루사-유강리, 2003년 매미-상대동·효자동, 2005년 나비-죽도동, 2012년 산바-효자동 등 계속돼 왔다.아직 이렇다할 집단화 조짐은 없지만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경주 구간인 협착부 확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형산강 상수원 취수보도 상류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치가 형산강 본류와 그 지류인 자명천이 만나는 지점 아래여서 수위를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입장부산국토청은 포항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검토한 결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우선 협착부 확장과 관련, 홍수위 영향 시뮬레이션 결과, 사업 후 자명천 합류지점 상류부 수위는 최대 66cm 등 오히려 낮아지며 이후 7.8km의 하류 구간은 홍수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현재 하류 구간의 제방인 형산제, 연일제, 오천제, 대송제는 200년 빈도의 홍수위와 여유고를 모두 만족해 대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부산청에 따르면 취수보를 가동보로 대체함으로써 홍수 시 본류의 수위는 21cm, 자명천 합류보 수위는 15cm 낮출 수 있다. 또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한 오니토를 제거해 양질의 상수원 확보도 가능하다. 연일지구 침수 우려와 관련, 기존 둔치 주차장을 철저해 통수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홍수위 20cm 저감 효과가 난다. 또 중명지구는 제방을 9m 확장해 주민 통행 원활 및 홍수피해가 기대된다.이성호 부산국토청 하천공사2과 담당은 “이번 사업은 지구 온난화로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피해 우려가 높아져가는 현실에서 국가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하는 국책사업이다”면서 “경주의 홍수 피해 해결 효과는 물론이지만 포항도 국비를 활용해 취수보 개량 및 수질 개선 등 혜택이 크고 하구의 홍수 피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돌발 변수 수면 아래포항시 건설과는 이번 사업에 대해 국책사업인 만큼 특별한 (반대)의견은 없지만 대시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감대`를 언급한 대목이 시사하듯이 `반감`에 따른 `사업 반대` 등 민원은 여전히 잠재돼 있다.특히 그동안 주민설명회의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남구 해도동과 송도동, 상대동 주민들이 실제로 침수 피해에다 대기오염 등 환경피해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또 송도동의 형산강 하구 어민들이 모래 침식으로 인한 생업 피해 등 반감을 이번 사업에 대한 반대 민원으로 표출시킬 여지마저 크다. 이 경우 결국 주민들을 설득할 해결의 주체는 이강덕 시장을 중심으로 한 포항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사업 추진 노력과 별도로 최양식 시장 등 경주시도 적극적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대체적인 의견이다.(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대환 소장은 “이번 쟁점은 경주와 포항이 협력의 매개로 삼고 있는 형산강 관련의 문제라는 점에서 다행이며 매우 의미심장하다”면서 “강을 공유하는 지자체 간에는 궁극적으로 상류와 하류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5-04

강이 오염되면 바다도 오염, 지구생태엔 상·하류 구분없다

형산강의 환경은 지난 세월 동안 다양한 범주의 오염원들로 인해 시달려왔다. 전통적인 오염 원인으로 꼽히는 축산 폐수에 이어 지난 1970~8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활 하수와 산업폐수로 형산강은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처리 시설이 대대적으로 확충되면서 최근 형산강의 수질은 상당한 개선 효과를 이뤄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 주민은 물론 일부 농민들의 비뚤어진 환경의식과 곳곳에는 환경 훼손 실태에 못 미치는 행정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면서 형산강의 수질환경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하천변 불법소각·폐농산물 투기 등 훼손행위 상습 반복 상류지역 축산분뇨·폐수 무단 방류도 고질적 골칫거리경주·포항시, 형산강 물 문제 협력 최우선 과제 삼아야△불법 소각 및 투기 행위시민단체인 형산강환경지킴이 회원들은 지난 14일 경주 도초마을 앞 강변에 쓰레기 불법 소각 및 매립 현장을 발견하고 경주시에 신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이 상습적으로 반복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이미 지난 2월6일 도보탐사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 신고했지만 2월 25일 현장을 다시 방문한 결과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회원들에 따르면 당시 경주시의 공무원은 “관할 동장에게 수거를 지시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와 딴판이어서 당사자가 허위 답변했거나 동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김상춘 형산강환경지킴이 회장은 “환경단체가 두번 세번 신고하고 처리를 당부해도 공무원들은 마치 쇠귀에 경 읽기 하듯 한다”면서 “책임의식을 갖고 해당부서가 직접 처리해도 될 일을 행정기관의 고질적인 습성인 서로 떠넘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김 회장에 따르면 그동안 여러 차례 요청 해왔듯이 상습 불법 훼손의 현장에는 사후 처리 보다는 경고 또는 홍보 현수막이나 표지판을 부착해 미연에 방지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안강읍 청령리의 낚시터 주변도 상습적인 불법소각 현장으로 지목되고 있다.농민들의 폐농산물 불법 투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에도 경주시 안강읍의 형산강교 아래 하천변에는 인근 작목농가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 토마토가 대량 투기돼 비뚤어진 농심에 경종을 울렸다. 또 경주의 소티남길56의 한 농장 앞에도 폐 대파 쓰레기가 불법 폐기된 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천변 불법 경작지지난 17일 확인된 경주시 금장교 주변 불법 텃밭에는 봄을 맞아 경작자들이 가져다 놓은 각종 비료들이 발견됐다.이곳에는 이미 퇴비가 시비돼 비가 내려 녹은 성분이 강으로 흘러들면 부영양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 뻔했다. 또 안강읍 청령리 마을 주변에도 불법텃밭이 행정 당국으로 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이 같은 하천변 불법 경작지는 4대강 사업 대상지에서는 모두 철거됐지만 사업에서 제외된 형산강 일대에서는 여전히 오염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작 주민들은 심지어 텃밭 부근 곳곳에 분뇨 구덩이까지 조성해 놓아 여름철 우기에 강이 범람할 경우 그대로 유입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의 우려까지 크다.형산강 하천변의 관리권도 문제이다. 이는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맡고 있지만 부산에 소재할 뿐만 아니라 관할권도 영남권 전역으로 광범위해 단속의 손길이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과거에는 농민들의 생계형으로 간주돼 제재에 관대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인근 도시 거주민들이 여가 목적으로 조성한 사례도 많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희망농원과 천북산단의 문제형산강 곳곳에 자리 잡은 점오염원 가운데 희망농원과 천북산업단지는 각각 축산폐수와 산업폐수의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형산강 지류인 신당천 상류에 자리 잡은 희망농원의 축산분뇨는 고질적인 골칫거리로 지목돼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형산강환경지킴이 회원들은 지난 2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해 문제를 확인하고 경주시에 지속적인 조치를 요구해왔다. 당시 축사 앞에 설치된 노천정화조에서는 인근에 경주시가 운영 중인 에코 물관리센터로 유입되는 관로와 우수 관로가 각각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1~2일 전 내린 비에 우수관로를 통해 축산분뇨가 그대로 신당천으로 유입된 흔적이 남아 있어 관리 실태의 심각함을 드러냈다. 에코센터 유입 관로 입구의 거름망도 온갖 축산폐수 찌꺼기와 스티로폼으로 인해 막히기 직전의 상태여서 정화조에서 흘러 넘친 폐수가 우수관로로 유입될 수밖에 없음이 드러났다.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주시의 명확한 개선의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이곳이 한센인들의 집단거주촌인 특성 상 함부로 행정력의 잣대를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형산강 수질환경 분야의 전문가인 동국대학교 최석규 교수는 “과거에 비해 형산강의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희망농원의 현실을 보면 여전히 점오염원 관리실태가 심각함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천북산업단지는 아래에 자리 잡은 포항시 상수원 취수구로 인해 그동안 방류수 배출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여전히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지난 2월에는 방류 폐수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짙은 색의 오염물질이 확인돼 경주시에 신고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 결과 주변 일대가 청소되는 등 환경정화가 이뤄졌지만 악취와 탁도는 여전한 실정이다. △경주·포항시 공조 절실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형산강 물 관리 문제에 대한 경주시와 포항시의 공조는 여전히 개선할 과제가 많다. 최상류인 울산광역시 울주군과의 공조 체계도 전혀 정비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경주시와 포항시가 최근 최양식·이강덕 시장의 관계 개선 행사를 계기로 형산강 물 문제를 협력 현안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재섭 이사장은 “경북도가 주도하는 형산강프로젝트에 수질 개선 사업이 제외돼 있는 만큼 두 도시의 시장들이 손을 잡은 마당에 더 이상 물관리 사업의 협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면서 “단체장들의 의지가 확고해도 실무자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포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휘 위원장은 “경주시민들도 포항보다 상류에 있지만 오염된 강이 바다로 흘러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강의 상류와 하류는 형식적인 구분에 불과할 뿐 결국 환경의 고리는 상·하도, 전·후도 없다”고 말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4-20

상류부터 물샐틈 없는 오염원 관리가 수질개선 해결 열쇠

전례 없는 대협력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경주시와 포항시의 최근 우호 친선 기류는 가히 `형산강 데땅트`로 불러도 될 만큼 봄바람 속이다. 하지만 형산강이 처한 지리적·행정적 현실은 두 지자체는 물론 경남권역인 울산광역시와의 관계에도 언제든 균열을 가할 만큼 복잡미묘하다. 특히 유로 연장이 지난 2000년 5월 정부가 공인한 63.95㎞로 다소 짧지만 지자체 3곳에 걸쳐 있어 환경오염 등 수질 관리문제는 언제든 갈등의 뇌관으로 잠재돼 있다.영일만에 유입되는 3급수이하 수질 되풀이되는 江하구 `적조` 주범으로하수처리 방류수 유입·골재 채취 등유지수 고갈·자정기능 상실 부추겨□형산강의 수질 실태지난 2001년 본격 실시된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와 경주환경운동연합의 `형산강 프로젝트` 당시 단행본 `형산강`과 함께 수질환경조사보고서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이후 관련 연구 실적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14년 간의 수질환경 및 수계관리의 변화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당시 수질환경조사를 주도한 최석규 동국대 생태교육원 교수(당시 서라벌대 교수) 등에 따르면 일단 울산과 경주의 발원지를 모두 비교해야 한다. 과거 울산 측 복안천의 수질은 봉계지역 불고기단지의 생활하수로 인해 상류이지만 이미 2~3급수이다. 경주 건천읍 대천은 중류인 건천을 지나면서 2~3급수로 오염된 후 형산강 합류지점에서 자정작용에 의해 1~2급수로 회복된다.이후 본류에 유입되는 남천은 토실과 황성동의 생활하수, 용강공단과 경주하수처리장의 배출수, 희망촌 가축배수 등에 의해 2~3급으로 악화된다. 이후 안강에서 발원한 칠평천도 아파트 생활하수에 2~3급수로 악화돼 기계천과 함께 형산강 우안으로 유입된다. 포항에서도 상수원인 유강취수장 지역에서 3~4급수로, 다시 철강공단의 배출수 등에 의해 3급수 이하로 악화돼 영일만에 최종 유입된다. 하구에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는 이 영향도 크다.이로 인해 2~3급수인 복류수를 식수로 이용하는 포항시는 형산강 수질관리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질개선 비용에 비해 효과는 완만하며 특히 상류에 대단위 하수처리장이 건설돼 하류에 처리수를 배출함으로써 부작용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상류의 하천이 건천화돼 생태계 전반이 파괴됨으로써 자정기능 상실로 수질개선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하지만 전반적인 환경개선 효과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최석규 교수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경주시와 정부 등의 노력으로 외부 유입 오염물은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상류인 경주 신당리 일대 희망촌의 가축 분뇨가 여전히 유입되는 등 포항 상수원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오염원에는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고 지적됐다. □ 전반적 개선 속 오염 여전형산강 수질의 개선을 더디게 하는 원인 중 하천 유지수 문제를 빠트릴 수 없다. 형산강은 하상 구배가 매우 급해 우기는 물론 평상 시에도 하천수가 급격히 영일만으로 빠져버린다. 따라서 우기를 제외하면 고질적인 수량 부족이 심각한 현실이다. 여기에 경주 서천과 북천을 각각 지나면서 대규모 하수종말처리장과 덕동댐, 보문저수지도 수량 고갈의 한 주범이다.하천을 가로지르는 수중보도 하천 유속을 감소시키고 아래 편 인공 소에 하천수가 정체돼 특히 여름철 생활하수의 오니가 침전되고 용존산소를 고갈시켜 수서생물의 감소를 유발한다. 이처럼 인공적인 하천 변형 실태 가운데 콘크리트 호안도 직강화돼 미생물과 원생동물 부착을 막아 자정 작용을 막고 있다. 특히 둔치 이용 실태 중 울주지역 복안천 주차장, 경주 서천 강변 주차장, 북천의 경작지, 하상을 이용한 도로와 경작지 등도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하고 철거하는 등 근본적 친수환경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수질오염 실태는 당시 두 시민단체와 학계, 포항시 공무원 등이 참가해 실시된 형산강 보트 탐사에서도 상당 부분 확인됐다. 대부분의 구간은 고무보트 운행이 어려울 만큼 수량이 부족해 참가자들이 애를 먹었다. 동국대 하천변 모래톱에서는 골재채취가 극성을 부려 유속 가속화에 따른 자정 기능의 상실을 부추기고 있었다.용강공단 쪽 레미콘공장에서 건너편 나원리 방향으로는 차량 이동거리 단축을 위해 하천을 굴착해 도로를 조성한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어 경주시하수처리장 배출구 근처에서는 방류수로 인한 탁도와 부유물질의 퇴적실태가 확인됐다. 또 건천-포항 산단 근처 지점의 둔치 경작지에서는 농약과 비료 등 유기물질의 유입 현장도 목격됐다. 하류에서도 포항 유강 외팔교에 이르자 물색깔이 갈색에 가까웠으며 연일대교에서 영일만까지 약 4km에 걸쳐 연일과 양학의 배수펌프장, 하수처리장 방류구, 구무천 등 오염원이 집중돼 우염부하량을 더하고 있었다.지난 2007년 5월 창립 이래 회원들이 사재를 들여 답사와 환경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형산강환경지킴이 김상춘 회장은 “지자체들은 관련 실태가 나아졌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지난 3일 답사에서 울산과 경주의 경계지점 하천에서 송아지 매립 사체가 발견될 만큼 환경관리의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8년째 꾸준히 포항·경주지역 환경감시활동 펼쳐와 형산강의 파수꾼 ① 형산강환경지킴이형산강 유역에서 강의 혜택에 감사하며 삶을 영위하는 이들,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 강의 과거와 현재를 지키고 후손을 위해 미래를 도모하는 강의 파수꾼들이다. 그들의 영역은 형산강이 생업의 터전인 농·어업인과 문화역사지리 답사자 등 개인에서 환경단체 등 NGO까지 미치지 않은데가 없다. /편집자 주형산강환경지킴이(회장 김상춘)는 지난 2007년 5월 9일 결성 이래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하면서 포항과 경주를 통틀어 환경보호와 답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순수 민간조직이다.지난 2007년 11월 19일 형산강 `걸어서 발원지까지`도보탐사 출정식을 한 뒤 모두 3차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매년 50회 이상의 자연정화와 문화유적탐사, 환경의식 확산 등의 활동을 벌였다.이 같은 공로로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으로 (구)낙동강유역환경청의 민간단체 수질보전 지원사업자로 선정되고 김관용 지사가 선정하는 경북환경상(2010년)을 수상했다. 또 지난 3월에는 화성장학문화재단 등이 주최하고 대구시와 경북도 등이 후원하는 제21회 늘푸름환경대상의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 회원은 121명이 등록돼 있으며 지난 2011년 김 회장이 취임한 뒤 2012년 12월에는 형산강발원지 표석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 외에도 형산강환경지킴이가 꾸준히 긴장을 놓지 않고 있는 분야는 울산과 경주, 포항 일대에 대한 환경감시활동이다. 특히 지난 3일 상류지점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봉계~중리천 도보탐사에서는 봉계불고기단지 인근 하천에서 폐 송아지 매립 현장을 확인해 울산과 경주 인접지 일대 환경사각지대 실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송아지 사체 매립현장은 이미 지난 2011년 5월 경주에서도 이 단체에 의해 확인, 보도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이에 대해 김상춘 회장은 “대부분 불법 현장을 지자체에 신고해도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세계물포럼 행사 개최국의 위상에 관련 정책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회원들과 함께 형산강 생태환경보호 노력에 더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4-06

官 주도서 전문가 자문 등 순수 민간협력으로 결실 맺어야

형산강 재생사업의 2대 범주는 경북도를 중심으로 경주시와 포항시 등 관(官), 그리고 두 도시의 시민사회단체 등 민(民)으로 4대 주체를 포함하고 있다. 시민사회계의 기반과 자생력이 활성화된 유럽과 달리 국내 민간 주도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형산강 재생사업도 이번처럼 관 주도형으로 시작돼 민간 협력으로 결실을 맺어야 이상적인 완결 체제가 된다. 다행히 오랜 기간 소원했던 경주시와 포항시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협력을 재가동, 관의 역할을 위한 조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민간 협력기구, 형산강미래포럼의 비전선포식을 전후해 제기된 비판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경북도가 주도하고 있는 `형산강 프로젝트`를 착수단계부터 재점검해야 할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형산강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관 주도의 프로젝트를 포함해 모든 형산강 관련 재생사업의 양대 핵심축은 강의 문화·역사·생태적 복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개발사업, 그리고 강을 매개로 한 민관협력이다. 이번 `형산강 프로젝트`는 전자 중에서도 개발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형산강 바이크로드, 형산 보부상 장터민속촌 등 사업명이 이를 상징한다. 하지만 문제는 선행 연구성과 등 자료가 빈약한 점이다. 역사문화생태적으로 정확한 고증이 선행되지 않으면 뿌리가 빈약한, 공감과 감동 없는 스포츠레저시설만 양산할 뿐이다. 이는 결국 사업 중심의 사업이 될 뿐이다.실제로 경북도의 사업계획은 국비 확보 여부에 성사가 좌우되는 한계가 엿보인다. 경북도의 사업취지대로 `경북 신(新) 이니셔티브의 전진기지로 형산강권역을 개발 `하는 비전이 두 지자체의 협력과 강의 위상 정립을 간과한 채 국비 확보에 좌우되는 한계를 가진 것이다. 국비 확보의 전망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재정난 때문이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적 평가로 인해 `또 다른 강 사업`으로 중앙정부에 의해 평가절하될 공산도 크다. 따라서 경북도가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서의 용도로 2억여원 규모로 발주를 추진 중인 단위별 연구용역의 중요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하지만 이 역시 주지한 바 대로 선행연구성과가 빈약한 현실은 경북도와 두 지자체에 극복해야 할 난제가 돼 왔다. 이에 `형산강미래포럼`이 지난 3일 비전선포식 직전에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 시의적절하다는 기대를 모으는 듯 했으나 결과는 예상밖의 문제제기로 귀결됐다.□ `형산강미래포럼`의 고민발기인대회의 성격을 띤 지난 3일 비전선포식을 전후해 주로 경주와 포항에서 제기된 지적은 대체로 민간협력기구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주로 학자 중심의 협소한 인선 구성이라는데 맞춰졌다. 포럼은 실제로 학계에서 마저 기존의 연구에 참여한 교수들을 배제한 데다 민간에서도 지역별 대표성을 담보하기에 미흡한 면모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포럼과 경북도·경주·포항시 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확인됨으로써 `형산강프로젝트에 민간 협력을 보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구체적으로 여러 근거를 종합하면 포럼 측은 처음부터 두 지역 전체의 기대와 달리 순수한 민간 교류의 목적에 비중을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포럼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한 관계자는 “형산강프로젝트와 별다른 연계의도를 갖고 지인들이 중심이 돼 추진했다”면서 “비전 선포식을 앞두고 경북도에서 프리젠테이션 참여를 제안해 와 마치 사업을 공동추진하는 양 외부에 비쳐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북도는 비전 선포식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협력 기구로서 형산강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되게 할 의도를 내보였다. 하지만 도와 2개 시는 인선 단계에서 부터 포럼측에 특정 인사 추천과 배제 의사 표명 등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대해 경상북도 김호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22일 “포럼의 조직 운영에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고 개입할 근거도 없는 만큼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전달했으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김 단장은 용역 추진 현황에 대해서는 “국책기관인 국토연구원에 마스터플랜 용역을 맡기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면서 “그외 2천여만원 규모 미만의 단위 용역들은 내용에 맞춰 해당 지자체가 주도해 결정하고 오는 27일 포항시에서 열리는 국회의원 정책간담회에서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검토되는 대안들비전선포식 이후 형산강미래포럼은 내부적으로 공식 절차 없이 다양한 조직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2일 경주 측의 한 실무 관계자는 “여러 지적을 계기로 포항에서 시민사회단체 경력이 많은 학계 인사 등을 만나 참여 의사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당초 목적대로 운영위원회 체제를 포함해 위상을 재정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동대표인 장순흥 한동대 총장 측도 “당초 예상과 달리 포럼에 대한 두 지역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적잖이 놀라웠다”면서 “경북도 등 관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정립할지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결국 현 포럼의 체제가 선택해야 할 기로는 포항과 경주의 광범위한 민간협력 조직이냐, 전문가 자문 등 순수 민간협력 조직이냐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현 단계에서 조직 역량을 냉정히 짚어보면 후자가 전자보다 더 현실적 대안이다.이는 무엇보다도 양 측이 그동안 별다른 민간협력의 성과와 조직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과제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에서 복잡다기한 두 도시 민·관·학의 이해관계와 갈등의 여지를 해쳐나가기에는 자체 역량에 한계가 적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현 체제를 일부 보완·수정하는 선에서 형산강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용역 등 자문으로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대체적이다. 이후 명실상부한 민간협의체로의 조직 확대는 우선 당면 과제인 용역의 마무리 및 이후 국비확보 성과 등 제반 여건을 판단한 다음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으로 중론이다.“사업 성패, 양보와 협력·기획과 점검에 달렸다”2015년초부터 경북도가 `형산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년 6개월간 같은 명칭의 사업이 경주와 포항의 시민단체에 의해 추진됐다. 당초 이 사업은 포스코가 기업 성장 및 경제 발전을 위해 형산강이 유입되는 영일만의 환경 오염에 책임이 있는 만큼 기업의 책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로 재원을 제공하면서 비롯됐다. 포항에서는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와 포항경실련이, 경주에서는 경주환경련이 2010년 하반기부터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포항측 단체는 형산강의 문화역사지리 등에 대한 연구 출판 및 시민참여사업을, 경주는 서라벌대 등이 가세해 수질생태환경조사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사업의 구체적 내용 및 수정 사항 등 운영과 기획 등의 쟁점에서 포사연과 경실련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한때 사업이 중대위기를 맞을 만큼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사업비의 3분의 1가량이 포스코로 반납되는 우여곡절 끝에 포항경실련이 이탈해나가고 포사연과 경주환경련이 사업을 추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형산강에 대한 1년여간의 답사와 전문가 기고 등을 엮어 종합 인문지리지인 `삶과 문화1- 형산강`이라는 단행본이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발간돼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책은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던 발원지 규명과 관련해 기존의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이 아니라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이 더 근거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또 수질환경보고서에서는 민·관·학 공동 수계조사 등을 통해 형산강 하천 유지수 격감과 둔치의 비닐하우스 등 불법경작지에 의한 하천 오염, 콘크리트보 등 각종 구조물로 인한 수질 악화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당시 답사 및 프로젝트 운영 등 실무에 참가한 김규형(44·경주시 현곡면) 사진작가는 “사업비를 조달하고도 당시 여러 한계를 감안, 사업 규모를 축소한 뒤 두 지자체의 민간단체가 협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했다”면서 “관 주도로 15년 만에 성사된 이번 사업의 성패는 양보와 협력, 기획과 점검에 달렸다”고 조언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3-23

상·하류 나눠 품은 두 지자체, 역사·문화·경제 공동체 `물꼬`

수계 개발·보전 마찰로 `생채기`공동발전 나서며 화해의 제스처양보·소통으로 `결실` 이뤄내야□ 3개월 만에 두 도시 교환방문 성사지난 12일 오후 경주시청에서는 이웃도시 포항과의 오랜 역사에 한획을 긋는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이날 최양식 시장과 주요 국장 등 간부들은 시청 현관 입구에 나란히 서서 이강덕 시장을 비롯한 포항시의 간부 30여명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이 자리는 지난해 11월 10일 화제를 모은 경주시의 포항시 깜짝 방문 행사에 대한 답방의 형식으로 성사됐지만 더 큰 의의는 형산강이 두 도시 협력의 매개로서 전면에 부각된 점에도 있었다.지난해 경북도가 `경북 신 미래 전략과제`로 동해 3강 `형산강 프로젝트`를 기획한 취지에 맞게 두 도시의 단체장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통 큰 후속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구체적으로 이날 이강덕 시장과 최양식 시장은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적 실행 방안 등 상생협력 및 발전 방안에 관해 논의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두 도시 수장의 의미 있는 교환방문을 축하하듯 김호진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이번 사업에 대한 추진상황 보고를 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열린 첫 상견례에서 거론됐던 대로 포항·경주 행정 정례회의 개최와 방사광·양성자가속기 RD 협력, 형산강포럼(가칭) 개최, 관광마케팅 협력 추진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상생 협약을 통해 양 도시는 상생·협력의 공동체로서 역사·문화·경제 분야는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개발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함께하는 변화를 통해 도약하는 경주와 포항, 아름다운 지역상생의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최양식 경주시장도 “산업도시인 포항과 역사문화도시 경주가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과 협력을 해나간다면 어느 지역보다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두 도시의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두 도시가 형산강을 매개로 한 역사·문화·경제공동체로서 상생발전하자며 체결한 MOU의 정신은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의 경주 유치에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행사에 이어 포항시 방문단은 경주시의 안내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주양성자가속기 현장을 방문해 운영현황을 청취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 경주·포항의 앙금도 강물에 씻어이처럼 3개월 만에 단체장 간 상호 방문에 이르기까지 경주와 포항, 두 도시의 사이에는 좀 처럼 건너기 어려울 듯한 긴 공백이 있었다.특히 경주시에게 형산강은 발원지는 물론 상류에 위치해 수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입장인 만큼 1970~80년대에 이르기까지 개발의 연대를 지나며 개발과 보전의 경계가 애매했던 긴 시간이 있었다. 당연히 하류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강바닥의 복류수를 취수해 상수원의 일부로 활용하는 포항시로서는 상류의 지자체에게 볼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으며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대표적인 사례는 정장식 전 포항시장 재임 기간 중 두 도시 경계 지점인 경주시 강동면 위덕삼성아파트의 건축 인허가를 둘러싼 마찰이었다. 포항의 유강정수장에 인접한 지점에 위치해 주민들의 생활하수가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논란에서 비롯된 이 갈등은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가 건립되고도 두 도시 간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이 같은 잡음은 박승호 전 시장의 8년 재임 기간 더욱 강도가 높아져 강동면의 경계지점에 경주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포항시의 홍보탑 설치 및 철거 갈등 당시 정점으로 치달았다. 여기다 그나마 공식 협의 채널이었던 경북도 동해권행정협의회 마저 2009년 이후 운영이 중단됨으로써 5년 동안 두 도시는 긴 휴지기를 맞았다.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최 시장의 전격적인 포항시 방문에 이어 이날 이 시장의 답방이 상징하는 우호협력 재개는 이웃도시 간 상호발전에 새 장을 여는 쾌거로 평가할 만하다.이에 대해 2001년 경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형산강에 대한 연구조사사업을 수행한 ㈔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대환 소장은 “형산강을 매개로 어렵게 성사된 이번 협력사업의 성공을 위한 관건은 두 지자체 공무원 등 추진주체가 얼마나 양보하고 소통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단체장들이 귀한 길을 튼 만큼 민간 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산강 프로젝트, 창조경제 모델로 추진해야”경주시와 포항시가 경북도와 함께 이제 막 손을 잡은 `형산강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성사되려면 모두 5천억원에서 1조원의 거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복지 부문의 부담으로 인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사업이 감당해야 할 난관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부담 만큼 어떤 사업으로 내용을 채워내야 할지도 당면과제이다.□ 어떤 사업 담고 있나경북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형산강이 보유한 각종 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의 창조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도와 두 두시가 공동 사업 추진을 협의한데 이어 11월에는 실무협의회를 개최했으며 조만간 부문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또 단기적 성과를 모아 상반기 중에 포럼을 개최하고 하반기에는 중앙부처 등에 국비사업화 할 것을 건의, 2016년에는 국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6년동안 포항 환호해맞이공원에서 경주 남산권 간 에코트레일, 경주 월령보에서 양동마을 입구 간 테마공원, 포항 형산강 하안 등에 생태관찰원, 형산강 전적지 일대 호국벨트, 포항의 하구 일대 사이언스 밸리와 아트웨이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데크 설치식 사업` 탈피해야이번 사업의 구체적 시작은 경북도가 조만간 발주할 예정인 연구용역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도내에서는 아직 본보기로 삼을 만한 선행사례가 없어 실무자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이명박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고향의 강 사업`의 경우 강 둔치를 주민친화시설로 조성하는 토목사업의 성격이어서 이번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이에 대해 ㈔포항지역사회연구소의 일원으로 2002년 단행본 `형산강` 발간에 참여한 김규형 사진작가는 “대부분 지자체의 강 관련 사업들을 검토한 결과 대동소이한 내용 및 성과였음이 확인됐다”면서 “사업의 취지에 맞게 두 도시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시켜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수자원기술사인 김광수 현대기술개발 대표는 “전국에서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시행됐던 둘레길 조성사업이 형산강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적용되면 안된다”면서 “`데크 설치식 사업`이 재연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강을 매개로 두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명실상부한 창조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