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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각 벌서기 “나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오거라”

“잠자리가 와서 한 번만 / 나비도 와서 제발 한 번만 / 아무리 싹싹 빌어도 / 못 앉아본다 // 까칠까칠 까불까불 / 바람 꼬리 멈추지 않는다 // 그래도 뭐라 하면 안 된다 / 까칠까칠 까불까불 지킨 씨앗 / 배고픈 겨울새들이 먹는다.”- 이원만 동시 ‘강아지풀’계간 문학나무 2023년 여름호 시 부문 신인상으로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한 이원만 시인 시인이 첫 동시집 ‘오랜만에 나하고 놀았다’(모악출판사)를 출간했다.이원만 시인은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포항에서 30여 년간 어린이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있기도 한 중진 국악인으로 통한다. 이 시인은 사물놀이 수업 시간에 시원한 그늘을 내주는 학교 운동장 느티나무에게 고맙다고 풍물을 쳐주고 들판에 나가 벼들이 잘 자라라고 풍물을 쳐주다가 벌어진 일들이 재미 나서 메모를 하다가 쓴 52편의 동시를 담았다.‘오랜만에 나하고 놀았다’는 머리로 억지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인이 실제로 보고, 듣고, 만지고, 겪은 경험을 동시로 담아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아이들 눈으로 들여다보고 아이들 마음으로 느끼면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이 시인은 “이 시집에는 지각한 아이에게 나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오라는 이야기가 있다. 체벌이 없어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묻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무가요 다음 시간부터는 늦지 말래요’ 모범답안을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진화시킨다. ‘나무가요 선생님이 직접 오시면 말하겠다는데요?’로 바뀐다. 선생님도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러 갔다 와야 하는 거다. 이렇게 깔깔거리며 아이들은 성장하게 된다”고 전했다.이원만 시인은 포항의 젊은 예술가들과 사회적 기업 (주)아트플랫폼 한터울을 창립해 사물놀이 공연과 기후 혼란과 공생하는 인간, 생태적 감수성 등을 담은 뮤지컬을 제작하고 문화예술교육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3-11-29

우리네 정서 ‘恨’ 전통 춤사위에 깃든 흥과 멋으로 풀어내다

우리 전통춤의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 춤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대구무용협회가 주최·주관하는 ‘2023 대구전통춤의 밤- 숨, 어우르다’가 오는 12월 2일 오후 7시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열린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이번 공연에서는 대구 지역 출신의 명무 7인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의 대표 정서인 ‘한(恨)’이 녹아든 전통춤에 깃든 특유의 ‘흥’과 ‘멋’을 춤의 숨으로 어우러낸다.첫 무대로는 ‘춘앵전 (출연 김희경)’이 공연된다. 궁중정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춘앵전은 독무로,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색 앵삼을 입고 화문석 위에서 추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선보이는 ‘가인여옥(출연 장윤정)’은 벽옥같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이미지를 소재로 단아한 절제미 가운데 흥과 멋이 있는 여인의 심성과 자태를 표현한다. ‘수건춤(출연 김우석)’은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춤이다.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수건에 담아 다양한 춤사위로 표현한다. 경기 무속춤 중에서 최고의 예술성을 지닌 춤으로 평가되는 ‘부정놀이춤(출연 박성희)’이 이어진다. 또 ‘장구춤(출연 엄선민 외 4명)’은 장구를 비스듬이 어깨에다 둘러메고 끈으로 허리와 어깨를 고정시킨 뒤 여러 가지 장단에 맞춰 추는 춤을 5인 군무로 구성한 것이다.‘지게춤(출연 김현태)’은 지게를 소품으로 사용해 자진모리 장단으로 구성된 명창 김소희 선생의 ‘농부가’에 맞춰 독특하고 세밀한 춤사위로 구성한 춤이다. 마지막으로 임이조류 교방살풀이춤(출연 채한숙)’은 1978년 초연됐으며, 기존의 한을 담은 살풀이춤과는 다른 느낌의 춤으로 여성의 품위와 격조 있는 분위기를 표현한다. 전석 초대 공연이다.변인숙 대구무용협회장은 “대구 춤꾼들의 춤의 전통을 잇고, 우리만의 정서와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는 아름다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9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 내달 6일부터 접수

(재)포항문화재단이 재단을 이끌어 갈 대표이사 선임 공개모집을 시작한다. 공고 기간은 11월 27일부터 12월 12일까지며, 서류접수 기간은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이메일 또는 방문, 등기우편으로 신청하면 된다.대표이사 공모는 임원추천위원회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 심사, 최종 2인 이상 후보 대상자 이사장 추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선임될 예정이다.특히 면접 심사는 응시자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자기 발표(PT) 등 심층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임기는 임용일로부터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고 응시 자격요건은 총 4개 요건 중 최소 1개 이상을 갖춰야 한다.대표이사 자격요건은 △문화예술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며 지역 문화예술 진흥 비전과 마인드를 갖춘 인사 △경영 능력과 리더십,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중앙과 지방의 문화예술기관, 단체 간 원만한 소통이 가능한 인사 △공공기관, 민간 부문, 법인, 단체 등에서 조직관리 근무 경험이 있어 문화재단을 책임 경영 할 수 있는 인사 △문화예술 전문가로서 문화재단 운영 능력을 구비한 사람이다. 문의처:포항문화재단 경영지원팀(289-7812),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 포항시 홈페이지./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8

포항 바다, 음악이 되다

바다 사진을 배경으로 한 이색 피아노 연주회가 열린다.포항예술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주(41) 피아니스트가 30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피아노 연주회 ‘세 번째 산책(Promenade III)’을 갖는다. 박 피아니스트는 ‘철과 바다의 도시(The City of Steel and Ocean)’를 타이틀로 연주회 시작부터 끝까지 중진 사진작가 김주영의 바다 사진 작품을 배경으로 무대를 꾸민다.이번 음악회는 박현주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의 특별한 연주 기교와 이채로운 음색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기획, 2023년 포항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마련됐다. 박현주 피아니스트. 1부에는 미국 아방가르드 음악의 대표 작곡가 조지 크럼(1929∼2022)의 ‘천상의 역학’, ‘매크로코스모스 Ⅳ’를 초연하고 2부에서는 드뷔시의 인상주의 음악양식을 대표하는 곡인 ‘바다’가 연주된다. 이번 연주회는 ‘포 핸즈(4 Hands)’로 구성돼 피아니스트 박찬규(포항예술고 강사)와 함께한다. 한 대의 피아노로 두 사람이 연주를 해 음역대의 화려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 내내 무대 배경에서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변과 7번 국도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닷가 풍경들이 작가의 독특한 감성의 푸른색으로 재현된 김주영 사진작가의 사진작품들이 빔프로젝트를 통해 펼쳐진다.박현주 피아니스트는 “첼로나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현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건반악기인 피아노는 금속(철)으로 만들어진 현의 소리를 직접 듣고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피아노의 현을 뜯고 때리는 조지 크럼의 곡은 피아노 현을 만지며 연주를 하게 되는데 금속 현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지만 공연장 사정으로 선곡하기 힘든 곡”이라며 “박찬규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하는 음악들이 관객들에게 산책하듯 쉼이 되고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철과 바다의 도시, 포항을 주제로 공연을 기획 준비하며 동해안 해안선 비경(祕境)을 담은 김주영 사진작가의 ‘그 푸른 날개’ ‘어떤 재현’ ‘THE SEE-SEA 바다보다’의 사진으로 포항의 도시성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2부 드뷔시의 ‘바다’에서는 포항의 바다와 도시를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한 연주로 공감적 감상을 관객들과 공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박현주 피아니스트는 숙명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포항에서 활동하며 2020년 Promenade I 과 2022년 Promenade II-브람스 서거 125주년 기념음악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주회를 열었다. /윤희정기자

2023-11-28

‘양성평등 알리오 토크콘서트·성과보고회’ 성료

경북지역 양성평등 문화 정착에 앞장서 온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최근 경북여성정책개발원 동행관 1층 다목적홀에서 ‘2023년 양성평등 경북 알리오 토크(Talk) 콘서트 및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이날 행사는 경북성별영향평가센터의 2023년 지역 양성평등 조성사업의 성과보고를 시작으로‘지방시대, 양성평등 이야기 꽃 피우며’ 주제로 양성평등 경북 알리오 토크 콘서트 및 그룹 토론회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지역 양성평등 환경 조성사업 참여자, 대학 교수, 관련 전문가, 청년, 도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여성가족부 지정 경북성별영향평가센터는 지난 2019년부터 경북도 22개 시·군의 양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도민 대상의 양성평등 교육 및 의식·문화 확산을 위한 5개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양성평등 경북 알리오단’은 양성평등 이슈에 대한 토론회와 토크콘서트, 캠페인 활동으로 도민들의 정책 참여 기회 확대와 세대 간 양성평등 문화 공감 소통 및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양성평등 도민 모니터링단’은 도민주도형 성인지 관점의 모니터링 활동으로 도민의 양성평등 역량 강화 및 모니터링 결과 환류를 통한 양성평등한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보육·(예비)유치원 교사를 위한 젠더스쿨’은 경북도내 보육·(예비)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양성평등 교육을 지원해 유·아동기의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 및 도민 양성평등 의식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양성평등 강사단 별반(차별반대)’사업은 지역기반 양성평등 전문 활동가 및 강사 양성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인재 발굴 및 양성평등 활동가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청년 공감대 사업(靑기부여 프로젝트)’은 지역 청년들의 정책 참여 기회 확대 및 양성평등으로 청년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박은미 경북성별영향평가센터장의 2023년 지역 양성평등 환경 조성사업의 성과보고에 이어서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지방시대, 양성평등 이야기 꽃 피우며’라는 주제 아래 5개 사업별 다양한 경험을 발표하고 공감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8

12월 동화오페라 ‘피노키오의 모험’ 9·10일 대구 어울아트센터공중 아트서커스도 선보여

동화오페라 ‘피노키오의 모험’이 오는 12월 9일 오전 11시·오후 2시, 10일 오후 2시 대구 어울아트센터 함지홀에서 열린다.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음악예술연구단체(대표 양수연)가 제작한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을 아이들의 시선에 맞게 각색·창작한 오페라다.‘아동문학’과 ‘오페라 형식’의 아름다운 균형미를 선보이는 공연으로 기획된 만큼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외로이 살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남자아이 모습의 나무 인형을 만들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간다. 제페토는 잠에 들기 전 큰 푸른 별 하나가 빛나는 하늘을 보며 피노키오가 진짜 소년이었다면 좋겠다고 소원을 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 가게 된 피노키오는 못된 고양이와 사기꾼 여우의 꼬임에 넘어가 돈을 빼앗기고 감옥에 수감되는 등 여러 실수를 거듭한다. 과연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공연은 피노키오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을 다채로운 영상과 공중에서 펼쳐지는 아트서커스 등의 화려한 연출이 담긴 무대가 펼쳐진다. 동화 속 유쾌한 캐릭터들이 무대 위 경쾌한 음악과 리듬으로 노래하면 공연이 마치고 나서도 관객이 흥얼거리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선보인다.지휘 김영준, 바리톤 권용만(제페토)·박승혁(제페토), 소프라노 윤예지(피노키오), 어린이 중창단 행복을 부르는 아이들, 프리마싱어즈 소년소녀 중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문학박사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양수연 디아뜨 소사이어티 대표가 맡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8

시립미술관, 미술관음악회‘MUSEUM & MUSIC’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제79회 미술관 음악회 ‘MUSEUM MUSIC’을 개최한다.이번 음악회는 아마빌레 여성합창단과 소프라노 마혜선사진의 아름다운 음색으로 미술관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아마빌레(Amabile)는 ‘우아하고 사랑스럽게 연주하라’는 뜻의 이탈리아 음악용어다.2009년 창단한 합창단은 목운중학교 어머니 합창단으로 시작했으며, 다수의 정기연주회와 대회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휘자 신동철, 피아니스트 김남희와 함께 제리 고핀의‘감사의 노래’, 이선희의‘인연’, 박지훈의 ‘도라지 꽃’등 총 7곡을 선사할 예정이다.소프라노 마혜선은 이탈리아 롯시니 국립음악원 전체 수석 졸업 후 유럽 국제콩쿠르에서 10여 회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리골레토’, ‘돈 파스콸레’, ‘사랑의 묘약’, ‘마술피리’ 등 다수의 오페라 주역으로 출연했다. 클라리네티스트 현정만과 피아니스트 이은비와 함께 슈베르트의 ‘바위 위의 목동’, 리스트의 ‘오 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할 수 있는 한’을 들려준다.미술관 음악회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며,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기획 및 작품 해설은 임희도 음악감독이 맡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7

“나의 프레임 안에서는 모두 아름다움이고 싶다”

오경숙 사진작가 “우리들의 사고와 생활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진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의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대중적인 매체가 되었지요. 그래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보다 더 큰 책임과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오경숙 사진가는 포항에서 사진 작업을 가장 오래 한 여성 중견 작가다. 자연을 소재로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피사체를 얼려서 촬영하거나 촬영 테크닉을 통해 작가만의 회화 같은 사진, 추상 사진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모두 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지난 2019년 포스코갤러리 기획전 ‘포항산책 2019-어디에도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를 기획했다. 지난해부턴 어부의 삶을 쫓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사진 아카데미와 사진 스터디 그룹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는 오 작가를 지난 26일 만나 최근 근황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오 작가는 포항에서 사진 작업을 가장 오래 한 여류사진가인데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려준다면.△오랜 도심 생활을 정리하고 포항 인근 한적한 전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 도심에서의 속도보다 더딘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내내 미뤄뒀던 사진 작업을 느린 속도로 즐기고 있다. 살짝 느려진 시간이 흐르는 전원에서의 사진 작업은 내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만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현재 진행 중인 사진 작업은.△어부들의 삶에 시선이 가고 있다. 내 인생의 축소판이라 생각되는 어촌 마을의 어부들과 그들의 삶이 나의 창작 의욕에 불을 지폈다. 이번 작업은 발표를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다. 목적을 둔 사진 작업이 아닌 내 삶의 일부처럼 그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 나의 삶을 조망해 보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여유로우면서도 설렘이 있어 즐겁게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나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는 의미 깊은 작업이어서 작업 과정에 열중하고 있다.-다음 작품 발표 계획은.△발표를 목적으로 작업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긴 세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순간들이 즐거운 긴장감도 있었지만, 내면의 나와 깊은 조우가 없었다는 점에서 약간은 후회스럽다. 앞으로 진행되는 작업만큼은 내 삶의 일부처럼 같이 호흡하고 함께 느끼며 담담하게 긴 호흡으로 담아내고 싶다. 발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업 과정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려고 한다.-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기억에 남는 전시는.△2015년 열었던 개인전 ‘43-2’가 아직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양동마을 43-2번지에 사셨던 할머니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며 사진 작업보다 어머니의 정을 아낌없이 받았던 그때가 아직도 선명하다. 아쉽게도 작품을 발표하기 직전 별세하셔서 유고전으로 개최했던 그 개인전은 아마도 내 평생 가슴 속에 남을 것 같다.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1999년 포항 아트페스티벌 참여로 지금껏 30여 회 기획전에 참여했고, 2002년 ‘시작’이란 주제로 포스코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 이후 ‘소멸의 미학’ ‘마음 하나 밝히면 그만인 것을’ ‘서출지 사계’ ‘공존과 소통’ ‘43-2’ 순으로 개인전 6회를 개최했다.-사진을 하게 된 계기는.△지금은 활동을 멈춘 ‘포영회’라는 사진동아리에서 1989년 사진을 시작했다. 당시의 시대적인 이유와 동아리의 특성으로 풍경 사진에 몰두했었다. 프레임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풍경들은 나로 인해 영원한 생명을 얻는 듯해서 좋았다. 이후 사진의 예술성이라는 부분에서 고민을 시작해 지금껏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오 작가에게 사진의 의미는.△다들 그랬듯이 그 당시 여성들은 각자의 정체성보다 가족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불편하면서도 불합리한 가치관이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취미 활동이라는 명분은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였다.그런 사회상을 무시하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는 쉼이었다.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쉼이 필요했었다. 사진 작업은 내게 그 쉼을 위한 틈을 줬다. 그래서 사진은 나에게 쉼이자 숨이다.-지향하는 사진 작업은.△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다. 아름다워서 아름답기도 하고, 슬퍼서 아름답기도 하고, 애처로워서 아름답기도 하고, 외로워서 아름답기도 한 사진을 하고 싶다. 이 세상 그 무엇이라도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소소한 힘겨움이나 작은 걱정에 세상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쉬이 잊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나의 사진은 아름다움이고 싶다. 그 어떠한 대상도 현상도 나의 프레임 안에서는 모두 아름다움이고 싶다.-앞으로의 계획은.△욕심내지 않으려고 한다. 작품 발표에 욕심내지 않고, 다작에 욕심내지 않고, 관객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내내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배움이다. 아직도 배움에 목이 마르다. 그래서 지난여름부터 사진 강좌에 또다시 열중하고 있다. 이 배움은 아마도 그 끝이 없을 듯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7

대구오페라하우스 ‘투란도트’ 이탈리아 진출

대구오페라하우스(관장 정갑균)가 자체제작한 오페라 ‘투란도트’가 세계 오페라의 중심지 이탈리아에 진출해 대구 문화예술의 저력을 과시했다. 2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페라라시립극장의 2023/24시즌의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대구오페라하우스의 페라라시립극장 공연은 지난 24일 오후 8시와 26일 오후 5시에 펼쳐졌다. 일반적으로 국내 예술단체의 해외 공연은 공연장을 빌리는 대관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공연은 유럽 극장으로부터 시즌 참가작으로 공식 초청 및 공연료를 전액 지원받아 진출한 사례로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이번 페라라시립극장 진출은 2021년 두 극장 간의 공연교류협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22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오페라로 페라라시립극장이 제작한 ‘돈 조반니’를 초청·합작하며 시작됐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 역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무대와 의상, 직접 캐스팅한 주조역들이 이탈리아에 그대로 진출하여 현지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함께 공연을 꾸미게 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제작 오페라로 이탈리아 극장의 공식 시즌작품으로 참여한 것은 2015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에 진출한 ‘세비야의 이발사’ 이후 8년만이다.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번 ‘투란도트’ 공연을 위해 최고의 출연진과 제작진들로 팀을 구성했다. 오페라·창작극·콘서트·무용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기민정이 연출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청교도’, ‘토스카’, ‘나비부인’ 등 오페라들을 지휘하며 뛰어난 음악성을 입증한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를 맡았다.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릴라 리, 칼라프 역에 테너 윤병길 등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오페라의 위상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오페라의 발원지이자 심장부인 이탈리아 무대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오페라를 공연하게 된 것은 한국 오페라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번 이탈리아 공연에 이어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독일 만하임 등 잇따른 유럽 무대 진출로 대구산(産) 오페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또한 이탈리아 페라라시립극장의 마르첼로 콜비노 예술감독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투란도트’를 극장의 2023/24시즌 첫 작품으로 올린 이유에 대해 “첫 번째는 ‘투란도트’가 동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오페라 역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장대한 작품 중 하나인 ‘투란도트’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가진 높은 테크닉과 예술적 수준으로 훌륭하게 표현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번 이탈리아 페라라시립극장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에 이어, 2024년에는 루마니아 부큐레슈티국립극장, 2025년에는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페스티벌, 2026년에는 독일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등 유럽 극장으로의 진출을 앞두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3-11-26

‘필하모닉 앙상블’ 명품 선율로 새해 연다

(재)경주문화재단은 한국수력원자력(주)과 함께 2024년 신년음악회로 ‘필하모닉 앙상블(빈)’ 내한 공연을 내년 1월 13일 오후 5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 무대에서 선보인다.한국수력원자력(주)과 (재)경주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한수원과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의 일환으로 마련됐다.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842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전설적인 거장 지휘자들과 공연을 해왔다. 특히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에 펼쳐지는 신년음악회는 해마다 최고 명성의 지휘자를 초빙해 세계 45개국에 공연 실황을 동시 중계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케스트라로 꼽힌다.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핵심 현역 단원 13명으로 구성된 ‘필하모닉 앙상블(빈)’은 빈 필하모닉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는 최상급의 연주 스타일과 고유의 소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빈 필하모닉의 명품 연주 자체를 작은 스케일로 감상할 수 있는 진품 공연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 맞춰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 위주로 구성됐다. 오페레타 ‘박쥐’ 서곡을 시작으로 1부에선 총 7곡을, 2부에선 총 6곡을 연주한다.이번 공연의 티켓 오픈은 12월 4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며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티켓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R석 5만원, S석 4만원, 시야제한석 2만원으로 경주시민과 경주 소재 학교 재학생 및 재직자는 해당 증빙자료를 제시하면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재)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또는 문의전화(1588-4925)로 확인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2023-11-26

대구시립무용단, 내달 1~2일 제84회 정기공연 개최

대구시립무용단의 제84회 정기공연 ‘그렌츠.랜드 대구(Grenz.land Daegu)’가 오는 12월 1, 2일 이틀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펼쳐진다. 지난 9월 선보인 대구시립무용단의 ‘대구보디(DaeguBody)’에 이은 ‘대구 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렌츠.랜드(Grenz.land)’는 경계의 땅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구의 지역성을 담아내 ‘대구 춤 시리즈’로 이어간다.작품은 전작에 이어 몸에 집중한다. 현재 대구에서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대구만의 개성과 특성을 이야기하고, 이들의 몸이 새로운 고향인 대구를 만나 새로운 몸으로 진화해가는 역사를 들여다본다. 대구로 오게 된 사연과 이후의 생각의 변화, 몸의 변화들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에서 바라보는 ‘국경’, ‘경계’, ‘이민자’, ‘고향’의 주제로 확장시킨다.서로 다른 문화적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알아보고, 경계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다양한 의미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선과 가치관의 접점을 찾아 관객들에게 경계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생각의 전환을 제시하는 방법으로는 영상이 활용된다. 실제 경계의 삶을 살고 있는 대구 거주 외국인 11명의 인터뷰와 움직임을 LED 영상과 사운드로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6

모퉁이로 밀려난약자들의 자화상

김영의 단편소설 ‘아르바이트’에서 주인공 나는 전직 외교관이었던 노인의 간병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노인은 나에게 고맙다며 마지막 날 골드 바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그날이 다가왔지만, 노인은 심한 복통이 오고 나는 구급대를 부르고 서랍을 뒤진다….또 다른 단편 ‘사과’에서 사과는 문화센터 강사이지만 우유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피곤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소원하던 밤하늘 별들을 보기 위해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남편은 속엣말을 쏟아낸다….소설가 김영의 첫 번째 소설집 ‘나미가 오지 않는 저녁’(도서출판 BMK 간·사진)이 나왔다. 202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수상작인 ‘나미가 오지 않는 저녁’을 비롯해 동시대인들의 ‘불안과 고독’에 관해 고민하며 쓴 9편의 이야기를 엮었다.작가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청년 세대의 현실, 임박한 죽음 앞에 지나간 시간을 곱씹으며 절대고독을 경험하는 노인 등 우리의 주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다른 연령대의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실패와 고통 등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갈등의 이야기들은 계급, 지역, 세대, 젠더를 넘나들며 다양한 감상을 부른다.등장인물들이 겪는 일들에는 기러기 아빠의 애환, 간병하러 오는 소녀를 기다리는 노인, 다가구주택에 사는 MZ 세대의 비애 문제 등 현실 속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녹아있다. 소설가 김영 단편집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하는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소설가 정이현은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가난하고 어리거나 늙고 병들었기 때문에 또는 최소한의 사회적 자본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춥고 외진 모퉁이로 밀려난 약자들”이라며 “작가의 시선은 시종 그들 곁에 머문다. 그 진심 어린 목소리에 오랫동안 귀 기울이고 싶다”고 평했다.김영 작가는 “나에게 시와 소설은 삶의 고단한 모습들을 감추어주기도 하고 때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펼쳐 보이며 희열을 느끼게도 해 주었다”며 “꾸준히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건 긴 습작의 나날 덕분”이라고 했다.김영 작가는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한동안 시를 썼고 평사리문학대상, 천강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2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현황과 과제’ 학술세미나

문화재청은 23일 오후 1시 경주 힐튼호텔에서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현황과 앞으로 과제’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울진 성류굴은 우리나라 최초 공개 석회암 동굴로 종유석, 석순, 동굴산호 등의 동굴 생성물이 다양하게 발달해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국가지정유산 천연기념물이다.지난 2019년에는 동굴의 종유석과 석주 등에서 정원(貞元)·경진(庚辰)이라는 당나라의 연호와 간지, 화랑과 승려로 추정되는 임랑(林90CE)·범렴(梵廉)이라는 사람의 이름 등이 새겨진 글자가 여럿 발견됐는데, 명문을 새긴 사람과 시점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동굴 속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커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문화재청은 성류굴 내부의 명문 숫자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내년부터 약 4년간 연차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전수조사를 앞두고 지금까지 울진 성류굴에서 발견된 명문의 조사연구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조사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지금까지 성류굴 내부에서 확인된 명문은 70여 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라 때부터 고려·조선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승려, 화랑, 지방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성류굴을 탐방하고 남긴 간략한 기록으로 추정되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앞으로 실시할 명문 전수 조사를 통해서도 명문이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학술세미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명문 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조사·연구 계획을 논의한다. 또 , 진흥왕의 행차 사실 등 주요 명문을 찾아 해독했던 심현용 울진군청 학예연구사가 2019년에 명문을 발견하게 된 경위와 조사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2

한국사회 가족 구성원 ‘변화와 다양성’을 되새기다

(재)포항문화재단은 ‘2023 포항문화예술지원사업’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사진가 김훈의 다큐멘터리 사진전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을 지난 17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북구청 4층 아트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김훈 사진가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구성원의 변화와 가족의 다양성에 주목해 포항지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했다. 이에 포항시 가족센터, 결혼이주여성 자조 모임 등 여러 루트를 통해 다문화가족을 모집했고 참여 가족은 총 열 한 가족으로 일본, 베트남, 미국, 필리핀, 중국, 태국 등 다양하다.김훈 사진가는 이번 사진전에 대해 “단순한 가족사진 촬영이 아니라 현시대를 살고 있는 포항의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그들이 거주하는 ‘집’에서 직접 촬영하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고 동시대 포항지역 가족의 모습을 고스란히 남기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전시는 총 20점의 가족사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통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전환하고 차이를 이해하며 지역 사회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관람객들에게 점차 변화되고 있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를 고민하고 질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윤규홍 미술평론가는 “사진가 김훈은 ‘수색자, 관찰자, 기록자’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 걸친 퍼포먼스”라고 했다. 덧붙여 “좀 더 긴 호흡으로 볼 때, 이 작업은 앞으로 그가 벌여야 할 본격적인 작업의 신호탄인 셈이다. 사실에 관한 기록과 탐구에서 지금은 탐색적인 조사 단계이다. 그것만으로도 작가가 마주했을 고생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평했다.이번 전시는 사진가 김훈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며, 아트갤러리를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해 1관은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2관은 포항에서 40년 이상 활동한 사진가 김훈의 회고전이기도 한 ‘김훈 사진 역사전’을 진행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2

신라 공주 무덤, 1천500년 만에 다시 쌓는다…향후 2년간 실험

1천500년 전 세상을 떠난 신라 공주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주 쪽샘 44호 무덤을 다시 짓는 실험이 시작된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달 29일 오후 2시 쪽샘유적발굴관에서 ‘경주 쪽샘 44호분 축조 실험 착수 보고회’를 열고 일부 과정을 시연한다고 22일 밝혔다.쪽샘 44호 무덤은 신라 왕족인 어린 여성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다.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 등 상류층이 주로 묻혔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쪽샘지구 일대를 조사하던 중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으며, 2014년부터 약 10년간 발굴조사를 진행했다.무덤에서는 금동관, 금동 신발, 금 드리개를 비롯해 돌절구와 공이(물건을 찧거나 빻는 기구), 바둑돌, 비단벌레의 날개를 겹쳐 만든 장식 등이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연구소는 발굴이 끝난 44호 무덤이 있는 그 자리에서 무덤 축조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封墳·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부분)을 조성하는 신라 특유의 무덤인 돌무지덧널무덤을 만드는 과정을 약 2년에 걸쳐 재현할 예정이다.연구소 관계자는 “총 21단계에 이르는 무덤 축조 과정 가운데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단계인 11단계까지 고분을 다시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연구소는 이번 보고회에서 무덤 축조 과정 일부를 시연할 계획이다.무덤을 만들 곳에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고운 흙을 깔아 묘역(墓域·무덤이 만들어지는 곳과 그 주변 공간)을 마련하고, 나무 기둥을 세우는 등 일련의 과정을 볼수 있다.무덤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 수십 점의 토기를 깨뜨려 흩뿌리는 의례도 일부 시연한다.보고회는 22∼23일 이틀간 전화(☎054-622-1702)로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정원은 70명이다.경주/황성호기자

2023-11-22

‘일제 밀반출’ 김극일 지석, 고향 품으로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밀반출됐다가 환수된 조선 중기 학자의 지석(誌石)이 한국국학진흥원 품에 안겼다.한국국학진흥원은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 대표가 일본에서 환수한 약봉(藥峰) 김극일(1522~1585)의 지석 5점을 지난달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했다”고 밝혔다.이로써 한국국학진흥원은 총 28종 130여 점의 묘지석을 보유하게 됐다.앞서 지난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이 해외에 있던 묘지석을 공동 환수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했다.전윤수 대표는 지석의 주인공 김극일이 안동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가 없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증 의사를 전달했다.지석은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무덤의 소재를 기록해 묻은 도판이나 판석’을 의미한다. 본관과 이름, 조상의 계보, 생일과 사망일, 평생 행적, 가족관계 등을 적어 무덤 앞이나 옆에 묻는다. 김극일의 지석은 그의 사망 후 143년 뒤인 1728년(영조 4) 밀암 이재(1657~1730)가 쓴 것이다. 이 지석은 일제강점기 때 도굴돼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총 5점(9면 기록)으로 이뤄져 있으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김극일은 안동 명문가의 자손으로 청계 김진(1500~1580)의 맏아들이다. 1546년(명종 1)에 문과에 급제해 형조 좌랑, 경상도 도사, 평해 군수, 예천 군수, 성주 목사,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다.전윤수 대표는 “최근 환수되거나 발견된 지석의 경우 한 벌을 이루는 게 드물다. 일본 어느 고미술 상점에 약봉의 지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가서 구입했다. 이번 기증은 조상 무덤에서 파헤쳐 간 지석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중요한 해외환수 문화재를 아무 대가 없이 기증해 준 전윤수 대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본원은 현재 청계 김진 종가의 국학자료 3천여 점을 기탁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계 선생의 맏아들 약봉 선생의 지석이 본원에 기탁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1

동심 키워주는 꿈의 하모니를 만나다

(재)포항문화재단은 ‘2023 꿈의오케스트라 포항 정기연주회’를 오는 12월 2일 오후 2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린다.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음악감독 최광훈)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El Sistema·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와 업무협약을 맺은 한국형 엘 시스테마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일반아동과 사회취약계층의 아동이 함께 어울려 음악합주를 통해 상호학습과 협력, 사회성 등 다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구성원으로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올해로 창단 11년째를 맞은 꿈의오케스트라 포항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체로 현재 58명의 초등학생 및 중학생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한 해 동안 학생단원들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자리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영화 ‘인디아나 존스’ OST,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포뮬러원’테마 등 다양한 장르와 난이도 있는 작품 구성으로 단원들의 음악적 성장을 보여줄 예정이다.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사전 예매를 통한 지정좌석제로 운영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1

“전업작가 여정, 끝까지 가볼래요”

“저의 좌우명은 ‘길이 없더라도,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한 번 걸어가 보자’입니다. 처음부터 답이 있는 길을 원했다면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업 미술작가의 길을 간다는 것은 길이 없는, 길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길이 없어도 길을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난관과 마주하기도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방법이나 대안을 찾을 수도 있고, 이는 결국 없는 길을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길이 없더라도 보이지 않더라도 한번 걸어가 볼 것입니다.”장윤희 서양화가는 대구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2 대구아트스퀘어-대구권미술대학연합전에도 참여했다. 당시 참여한 신진작가 18인을 재초대해서 갤러리 더 블루, 대경르네상스포럼연구소와 갤러리 더블루가 공동기획한 전시가 최근 대구에서 있었다. 이 전시는 작가로 성장하는데 진입장벽을 낮추고 전시기회를 제공해 작가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마련한 전시였다. 또한 2023 OZBB 유망신진작가 6인에도 선정되는 등 최근 왕성한 작업 성과를 내고있는 장윤희 작가를 지난 20일 만났다.-최근의 작업엔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가?△현재의 작업은 기존 미술이 갖는 재현적 표현에서의 탈피와 붓과 유화물감을 소재로 하는 회화적 표현에서도 벗어나고자 했다. 평범한 나의 일상은 많은 사람들, 동물, 자연과 상호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상호관계 속에서 일렁이는 내 안의 감정의 변화들을 작업으로 이끌어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내 안의 나를 자연스레 바라보게 된다. 무언가를 해야하고 채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가끔은 멍때리기, 작은행복과 기쁨찾기, 감정비우기, 먼저 떠나보내기 등을 통해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자 애를 쓰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진정한 나의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그러면 작품의 표현기법도 달라졌겠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존의 회화라고 하면 캔버스에 붓과 유화물감이 주재료였다. 최근의 나는 기존 회화적 기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크릴과 다양한 혼합 재료들을 사용해서 캔버스를 이젤에 세우는 작업이 아닌 평면작업을 하고 있다. 혼합 재료와 아크릴물감을 쌓고 긁어내기도 하고, 그 위에 형태가 있는 드로잉과 자유로운 드로잉을 하기도 한다. 얼마전 관람객으로부터 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과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좋다는 분 그리고 맑고 순수한 작업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좋다고 해주셨을 때 앞으로 작가로서 나아갈 방향성이 선명해지고 보이지않는 긍정의 힘이 생기는 걸 느꼈다.-작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는 것 같은데, 작업 외의 관심사가 있다면?△작업에 대한 고민은 해도해도 끝이 안나는 숙제같다. 늘 머릿속은 작업에 대한 고민으로 꽉 차 있다. 작업에 대한 고민을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미술계의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가치상승과 주식시장의 활황과 함께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모색 등으로 미술투자가 팽창하면서 2021년부터 미술시장이 크게 성장했었다. 그러나 최근엔 시장금리 상승과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주춤하면서 그 냉기가 미술시장으로도 이어져 지금 현재의 미술시장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이러한 미술시장의 냉기는 전업작가들에게까지 그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술작가라면 미술시장의 과거, 현재, 앞으로의 동향이 어떠할지 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앞으로의 계획과 꿈 그리고 신념, 혹은 소신이 있다면 말해 달라.△작가로서의 소박한 바람은 오직 한가지다. 많은 분들에게 따뜻함, 편안함, 위로, 공감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기이다. 더 나아가서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작가로서의 개인적 활동뿐만 아니라 우수한 여러 작가분들과 다 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평소 선한 영향력, 즉 좋은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화두에 두고 깊은 생각을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며 공존하고 공생한다는 의미의 선한 영향력이 미술계에서 확산이 된다면 전업작가와 미술계에 종사하는 분과 미술애호가, 일반 시민들이 같이 즐겁고, 기쁘게 작업할 수 있고,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1

현실을 비추는 거울 ‘현대 도시’의 양면성

현대인에게 도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누군가에는 편안한 삶의 터전, 또 다른 이에게는 중요한 ‘어떤 것’이 결여돼 있어 불편하고 불안한 공간에 불과할 테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재)포항문화재단의 ‘2023 포항 문화예술 지원사업’ 시각 예술 분야 집중지원에 선정된 조각가 서동진의 프로젝트형 기획전시 ‘Hi-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은 바로 이 거울 속 세계로 들어가 도시가 가진 양면성과 자폐성을 조명한다.서동진 작가는 30년 넘게 지역의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꾸준히 조형 작업을 하고 있다. 기계문명과 인간의 삶, 대중문화와 인간의 가치 등 현대 산업사회의 다면적인 문제들이 서 작가의 시선에서는 ‘선을 넘은 것’이었다. 전시장에는 입체, 설치, 평면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로 구현한 여러 도시의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작품들에 쓰인 주요 재료는 안전 스티커다. 경고, 지시, 금지, 안내를 표시할 때 이용되는 안전 스티커는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봉인하는 재료가 됐다. 금지된 공간,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 보존되는 공간에 대한 상징을 안전 스티커의 반복되는 패턴과 화려한 반짝임으로 덮었다. 또한 안전 스티커로 전시장 내부 벽을 에워싼 공간에는 비행기, 로켓 등 현대문명의 산물들이 전시된다.서동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은 선을 넘지 마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이번 전시로 우리가 겪었던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의 문제를 바탕으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전시는 12월 6일까지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내 스페이스298에서 계속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0

영제줄풍류 ‘마지막 거장’ 이말량 국악보존회 출범

이말량 선생이 생전 최은경 문정 이말량 국악보존회장과 공연하는 모습. /최은경 제공 경주 출신으로서 영제줄풍류의 마지막 거장인 문정(汶汀) 이말량(李末良·1908∼2001·사진) 선생의 전통예술의 맥을 잇고 기리기 위한 국악보존회가 창립된다.문정 이말량 국악보존회(회장 최은경·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는 이달 중 이말량 선생의 출생지 경주에서 국악 문화의 발전과 계승에 목적을 두고 국악보존회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보존회는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영남줄풍류를 지역의 우수한 전통예술로 부흥시키고 체계화하는데 기여한 문정 선생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과 현창사업을 벌일 계획이다.문정 이말량 선생은 경주에서 태어나 경주 예인 조금화(1888~1921)의 양녀로 들어가 예인의 길을 걷게 됐다.10대에 함흥 반룡권번으로 가서 전통 가무악의 교육을 받았고, 20대와 30대까지 그곳에서 활동하고 생활하다가 40세 때 경주로 귀향했다. 10세부터 14세 때 박경원(1856년생)에게 승무와 검무 및 양금풍류를 배웠고, 15세와 16세 때 정용운에게 가야금풍류와 가야금산조·가야금병창을 배웠으며, 김계선에게 승무를 배웠다.18세 때인 1925년 이소향과 함께 정남희에게 가야금산조와 가야금병창을 배웠고, 19세 때 한성준에게 승무를 사사했다. 40세 때인 1947년 경주로 이주한 그녀는 한때 영제시조(嶺制時調)의 명창 최창로에게 거문고풍류와 단소풍류를 배웠다.경주에서 최창로에게 배운 이말량의 영제줄풍류는 국립부산국악원의‘이말량전 영제줄풍류’에 소개됐다. 1984년 5월 은퇴 기념공연을 열었고 성악가(가야금병창)·가야금 연주가로서 경주 동도국악원의 사범이었으나, 지금까지 음악학계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제자로는 최은경·김난·김은주·죽파부인·최복규·이명실·윤소희·이지영 등이 있다.문정 이말량 국악보존회는 포항을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악인 최은경(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경상북도 무형문화재 가야금병창 이수자·포항예술고 강사)을 비롯해 이지영 서울대 교수, 김성혜 동국대 강사, 이정화(이말량의 딸·칠곡군 왜관읍) 등 그의 제자 등이 참여해 추모 공연 등 선생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는 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다.최은경 문정 이말량 국악보존회장은 “우리 지역의 명무이셨고 영제줄풍류의 맥을 마지막으로 이어오실 뿐 아니라 경주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금을 기증하신 선생님의 예술혼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보존회를 통해 후진 양성과 국악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0

백건우가 들려주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964년 12월 창립 공연을 시작으로 59년의 역사를 이어온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제500회 정기연주회’를 맞이해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특별한 무대를 펼친다.대구시립교향악단은 이번 연주회에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백진현의 지휘로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협연무대를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2013년 11월 클래식 콘서트 전용홀로 재탄생한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재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았다.공연 첫 곡은 영국 근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구스타프 홀스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행성’ 중 ‘목성, 즐거움을 가져오는 자’를 들려준다. 제목에서처럼 곡 전반에 즐거움과 기쁨이 넘친다. 1980년대까지 국내 뉴스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돼 대중적인 곡이다. 이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6번’을 선사한다. 1789년 독일 드레스덴 궁정음악회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독주 피아노가 펼지는 선율이 축전 같은 기분을 강하게 들게 하며 표면적으로 매우 화려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연은 안톤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2024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가 작곡한 ‘교향곡 제1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며,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 연습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곡에 도전해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부른다.백진현 상임지휘자는 “500회라는 기념비적 횟수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기까지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기억에 남을 연주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3-11-20

달 항아리에 반추시킨 금빛 찬란한 ‘회유의 빛’

대구 달서아트센터(DSAC·관장 이성욱)는 2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지역 여성 중견작가인 권유미 초대전 ‘품다: 희유(稀有)의 빛으로’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역출신 원로 및 중견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DSAC 로컬 아티스트 인 달서 시리즈’의 올해 마지막 전시다. 권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빛의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고자 기획됐다.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빛은 작업 소재에 따라 ‘달항아리(上元)’, ‘희유(稀有)의 빛’, ‘애틋하게’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그는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절절한 감정을 표출하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의 발전은 ‘애틋하게’라는 작업을 통해 나타나는데, 예전의 화려하고 풍만한 꽃그림에서 내적 깊이에 집중해 비워내는 일련의 동양의 관념적 정신세계의 구성과 기법으로 그려냈다.2019년부터 등장한 ‘달항아리’작업은 작가가 유년 시절부터 보름달을 바라보며 품어 왔던 이미지를 금박과 자개 등의 소재를 활용해 항아리에 반추 시킨 것이다.‘희유(稀有)의 빛’은 그동안 선보여 왔던 금박의 강렬한 빛을 비구상으로 표현해 눈부시며 찬란한 에너지를 보여준다.추상적이기도 하고 현대적이며 미니멀한 느낌마저 드는 작품 경향은 빛이라는 소재로 그간 작업의 인고된 결과물로 신작으로 선보이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