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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대’설립 順航해 다행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지난 3일 포스텍(포항공대)을 방문한 자리에서 ‘포스텍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과 관련해 “포항시와 포스텍이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 지역 혁신과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이뤄왔음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인재 양성전략의 모델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소통과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텍 의대 설립에 대해 주무장관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읽혀진다. 포스텍 의대 설립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포항을 방문했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지의사를 밝혀 의대 설립 인가 최종 권한을 가진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모두 찬성의사를 밝힌 셈이다.포스텍은 오는 2026학년도부터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은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2년간 기초의학 과정, 4년간 박사 연구과정을 거친 뒤 다시 2년간 의학 임상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이강덕 포항시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강조했듯이, 포항을 포함한 경북도의 경우 현재 탄탄한 바이오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데도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이 전혀 없어 코로나 중증환자들이 치료할 곳을 찾아 타지역 병원을 수소문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포스텍 의대설립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행사에 포항지역 6개 병원이 참여해 임상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도 지역사회의 빈약한 의료환경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매년 3천여 명의 의사가 배출되지만 의사과학자 분야의 전공자는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의사 중 의사과학자 비중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지금 코로나 대유행 사태에서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종전염병과 유전병, 암 등 중증질환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려면 과학, 공학, 의학을 융합적으로 공부한 의사가 꼭 필요하다. 그러려면 포스텍과 카이스트 같은 특화된 대학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2023-02-06

‘낀 세대’의 자아찾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1970년대 출생한 이들만 참가하는 이색 마라톤 대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1972년생으로 구성된 마라톤 동호회 ‘72 쥐띠 마라톤 클럽’은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디아크 일원에서 ‘1970년대생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72 쥐띠 마라톤 클럽이 자체 행사로 마련한 대회였다. 다른 동호회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규모가 커졌다. 주최 측은 “1970년대생 각 띠별 마라톤 클럽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규모를 키웠다”고 했다.우리 사회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에 끼여 적응하지 못해 속칭 ‘끼인 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다. 이들이 소외감을 해소하고 당당히 일어서자는 의미로 1970년대생 마라톤 대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대회 캐치프레이즈도 ‘70년대생들이여 함께 뛰자’로 정했다.250명의 대회 참가자가 강정고령보 디아크에서 출발, 금호강변길 42.195㎞ 풀코스를 달리며 낀 세대의 설움을 떨쳐버렸다.‘낀 세대’는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끼어 위아래 눈치를 봐야 했다. 양 세대 사이에서 윗사람들의 고리타분함과 권위주의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젊은 꼰대’라 불리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치였다. 상실감이 적지 않을 터이다.역대 최대 수능 응시자가 대학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았다. IMF 외환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 ‘코로나19’ 등 큰 파고와 직간접으로 맞부딪혀야 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세대다.아래위로 치며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어느 순간 뒷방 꼰대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1970년대생들의 자아찾기가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안타까움이 앞선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6

대기업의 잇단 투자… 주목받는 구미경제

최근 경북 구미시에 대기업의 투자가 잇따라 구미경제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소식이다. 구미는 포항과 더불어 경북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의 도시다. 구미시의 경제력 증대는 곧 경북경제의 활력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한 소식이라 하겠다.구미시는 작년 1월, 구미형 일자리 사업으로 4천700여억원이 투자될 LG BCM 양극재공장이 착공에 들어간 가운데 대기업의 구미투자가 지속돼 오고 있다. 작년 3월 SK실트론이 1조495억원을 투자, 구미공장의 실리콘 웨이퍼 증설에 나선 것을 비롯 지난 1일에는 SK실트론이 경북도, 구미시와 1조2천억원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구미방문에 맞춰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체결식에 참석해 경북에만 5조5천억원 통큰 투자를 약속했다.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나서고 있는 구미로선 이번 투자가 특화단지 유치에 매우 긍정적이다. 구미시는 김장호 구미시장 취임 후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와 방산 혁신클러스트 도전 등 기업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기업유치와는 별개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중국을 물리치고 구미에 유치하는 성과를 내면서 침체에 있던 구미시의 분위기를 확 바꿔가고 있다. 군위에 들어설 신공항의 배후도시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구미산단 유치에도 자신감이 붙은 분위기다.구미시는 1969년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전자산업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한때는 구미시의 국내 수출 비중이 전체의 10%대에 달했다. 인구가 늘고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각광을 받던 곳이다.그러나 삼성, LG 등 대기업의 해외기지 이전과 수도권 탈출로 도시 분위기도 크게 침체됐다. 그러나 이제 LG, SK, 한화 등 대기업의 투자가 다시 진행되고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방산 혁신클러스터 유치, 신공항 배경 물류 거점도시 가능성 등 새로운 돌파구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 구미가 한국경제의 중심에 섰던 것처럼 구미경제 재건에 가속도가 붙길 바란다.

2023-02-06

반지하에 사는 형산강 철새들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필자의 집에서 십 분 정도만 걸어가면 형산강이 나온다. 한겨울인 요즘, 추위와 귀찮음을 이겨내고 강변으로 산책을 나가 보면 꽤나 다양한 겨울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나 홍머리오리 같은 오리들, V자 편대비행이 일품인 기러기들, 잠수를 잘하는 물닭과 가마우지, 갈색 목도리가 인상적인 논병아리, 각종 갈매기들과 물수리 같은 맹금류까지. 종류도 개체수도 만만치 않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매, 흰꼬리수리도 종종 관찰된다고 들었다.사실 지금의 형산강은 철새들이 머물기에 아주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강을 따라 조성된 공업단지와 주택지를 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직강화공사 및 콘크리트 제방 공사가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 하류에는 철새들이 선호하는 모래톱이나 갈대숲, 자연습지가 거의 사라졌다.인간의 주거에 비유하면 주거지로 선호되지 않는 반지하나 옥탑방 같은 공간인 셈이다. 이 열악한 공간을 매년 꾸준히 찾아주는 철새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전해야 할 판이다. 떠서 노니는 물새 한 마리 없는 강 풍경이 얼마나 쓸쓸할지 상상해 보자. 아니, 그 전에 새가 살 수 없는 강은 사람도 이용할 수 없다.이는 하나의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면 필연이겠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듯이, 범람하는 것은 강의 자연적 본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명화, 산업화를 위해 강에게 그 본성을 억누를 것을 수십 년 동안이나 요구해 왔다. 지난 수십 년간은 그럭저럭 버텨 왔을지 몰라도 기후위기 시대로 접어든 현재, 과거의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가을에 일어난 형산강 범람과 같은 사건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선의 방법은 콘크리트 제방을 허물고, 인간의 영역을 범람원 뒤로 후퇴시키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 내에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인터스텔라’ 같은 SF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우선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옷차림으로 형산강 수변공간을 찾아가 보자. 그 척박한 공간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을 관찰하고, 그곳이 얼마나 인간 편의적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도 직접 느껴보자. 유네스코(UNESCO)에서 1978년에 제정된 ‘동물 권리 선언’은 “모든 야생 동물은 땅이건, 하늘이건, 물이건 본연의 자연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생육할 권리를 가진다”(제4조)라고 주창한 바 있다.지금까지는 ‘먹고 살기 바빠서’, ‘더 잘 살기 위해서’ 잊고, 놓치고 살아왔다고 하지만, 소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 사회인만큼 철새들까지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해마다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에게 콘크리트로 덮인 반지하 같은 강이 아니라, 모래톱과 갈대숲이 풍성한 대저택 같은 강을 선물하고 싶다.

2023-02-06

기쁨을 위해 슬픔도 함께 온다

김규인수필가 실내에서도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감염 취약 시설과 대중교통,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할 때만 제외하고 모두 완화됐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 전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던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코로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는 것 외에도 거리마저 띄워놓았다.겨울철 마스크 착용은 안경 쓴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이다. 안경의 김 서림은 앞으로 가야 하는 사람의 시야를 방해한다. 그렇다고 안경을 벗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이 어디 안경 쓴 사람뿐이겠는가.생활의 불편은 그런대로 견딜 수가 있다. 많은 수의 사람이 생계마저 위협받고 목숨마저 잃는 것을 주위에서도 자주 본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기에 정부에서도 코로나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책을 내어놓는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 착용과 이를 해제하는 일이다.2020년 10월 13일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되고 작년 5월 2일에 50인 이상이 참가하는 실외 경기, 스포츠, 집회를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을 완화했다. 9월 26일에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전면 해제하고, 2023년 1월 30일에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도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 권고로 전환됐다. 이제 남은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에 대한 격리가 정부가 쥐고 있는 유일한 방역 카드다.정부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다. 거리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말 그대로 정부의 조치는 권고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그렇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혹독한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우리의 아픈 기억은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고 희생자를 낸다. 미국의 변종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중국에선 확진자가 증가해 불안감을 더한다. 이를 막고자 중국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강화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진다.코로나 블루로 괜히 주위 사람을 경계하고 외부 활동은 줄어들고 스스로 무기력감에 빠져든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긴 시간 가늠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 되짚어보기조차 싫은 기억일지라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다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돌이켜보면 코로나 시기만큼 온전히 자신을 돌아본 시간도 없는 것 같다. 아픔이 크기에 그만큼 성찰의 깊이도 다르다. 신은 언제나 공평한 것 같다. 이렇게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숙련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의 배려인지도 모른다.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벗고 환한 얼굴로 맞이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마주 보는 얼굴에서 남다른 깊이의 철학으로 숙성한 우리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쁘게 맞을 일이다. 삶은 기쁨만 오지 않는다. 진정한 기쁨을 알기 위해 슬픔도 함께 오는 것을 깨닫는다.

2023-02-06

다정함이 우주를 구하다

우리의 삶은 숱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에서부터 맘에 드는 물건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고, 약속을 할 것인가, 전화를 할 것인가 등등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시작해 무수한 선택의 과정을 통해서 오늘의 내가 있고 내 삶이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물론 그 선택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졌을까.선택은 의심과 후회로 이어진다. 현실의 삶이 불만족스러울수록 과거의 선택은 후회와 회한으로 남는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다른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만약’ 내가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과거의 기억은 필연적으로 ‘만약’을 동반한다. A와 B라는 선택의 순간 A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나와 B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내가 각각의 우주 속에서 펼쳐진다. 다중우주(multiverse)다. 무수한 선택의 순간마다 분화되어 ‘만약’의 선택을 했던 내가 무한하게 존재하고 있는 우주. 우리의 우주에서 한 여자가(에블린)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를 뒤로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택시를 탄다. 그리고 미국에서 세탁소를 개업하고 딸을 낳고 때론 행복하게 때론 슬프게 살고 있었다. 이제는 중년 여성이 되어 노쇠한 아버지를 돌봐야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과의 관계도, 커밍아웃한 딸(조이)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고,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세탁소를 압류당할지도 모른다. 대혼돈의 일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에블린. 그녀에게 다중우주의 질서를 깨뜨리며 등장한 악당 ‘조부 투바키’로부터 다중우주를 구할 히어로로 낙점되다.에블린이 다중우주를 구할 영웅으로 선택된 이유는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에블린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이기에 버스 점프(verse jump)를 통해 다중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능력을 빌려올 성장의 가능성이 가장 큰 존재이기 떄문이다. 이에 반해 조부 투바키는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그녀의 존재를 체험하고 능력을 흡수한 존재로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블랙홀 ‘베이글’ 안으로 같이 들어가자고 엄마 에블린을 끌어들인다. 히어로에 다중우주까지.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전 지구, 전 우주를 파멸시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멸하고자 하는 허무주의에 빠진 악당이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능력이 뛰어난 영웅이 아닌 숱한 선택에서 후회의 선택을 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평범한 중년 여성이 위기에 맞선다.허무주의와 현실주의의 대결이다.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삶을 경험했으며 어마어마한 능력을 소유한,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는 악당 조부 투바키는 에블린의 딸 조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히어로 영화의 기저에 가족의 이야기가 얹힌다.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존의 다중우주 히어로물에서 구조를 가지고 왔지만 그것들을 풀어내는 방법은 독창적이다.시끄럽고 복잡하고 다양하게 펼쳐지던 것들은 구조(장르) 속에서 재해석되고 색다르게 재현되어 말끔하게 정리된다. 익숙한 것들을 비틀며 정신없이 펼쳐 놓았던 야단법석의 상황은 기상천외하게 진행되면서 뭉클하게 마무리된다. 무질서하게 펼쳐졌던 것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느껴졌던 가치와 행위로 완결된다.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것(Everything)과 모든 곳(Everywhere)에서 모든 순간(All at once)이 정신없이 펼쳐졌다가 놀랍도록 새롭게 자리잡는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특히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때”라는 남편 웨이먼드의 대사처럼 마침내 ‘다정함’이 우주를 구한다. 이 영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정신없이 펼쳐진 것들을 어떻게 주워담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정함’을 무기로 감동적으로 허무함의 블랙홀을 무너뜨린다. /(주)Engine42 대표

2023-02-06

예나 지금이나 가장 가고 싶은 섬, 제주도

국내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단연 제주도이다. 사시사철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지만, 겨울철 제주도 여행은 더욱 사랑받는다. 내륙보다 좀 더 따뜻할 뿐 아니라 눈 덮인 한라산이 보기 드문 절경이기 때문이다.얼마 전 제주도에 한파가 닥치고 폭설이 내렸을 때에도 떠나는 사람들은 항공편 운항이 모두 중단되어 발을 동동 굴렀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한라산의 은빛 설경을 보겠다고 모여들어 인근 도로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그만큼 아름답고 그래서 꼭 보고 싶은 풍광인가 보다. 교통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주도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섬이다.경상북도 성주 한개마을 출신의 선비 한고(寒皐) 이원호(李源祜·1790~1859)도 그랬다. 조선 시대에 제주도 여행은 더더욱 쉽지 않았기에, 이원호는 자신의 동생이 제주목사로 부임할 때 선뜻 따라나섰다.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지내며 곳곳의 명승지를 유람했다.이원호의 동생이 바로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1792~1871)인데, 이원조는 1841년(헌종7) 3월부터 1843년(헌종9) 4월까지 제주목사를 역임하며 그곳에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고 군비를 확충하는 등 관리로서 많은 노력을 쏟았던 인물이다. 동시에 ‘탐라지초본’ 등 제주도와 관련해 많은 저술을 남겼다.이원호가 제주도 여행을 얼마나 고대했었는지는 동생 이원조의 기록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원조는 형의 행장을 쓰며 그때를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신축년(1841, 헌종7) 내가 강릉에서 제주로 이동할 때 형님이 길에서 편지를 부쳐 ‘네가 풍부한 고을의 수령이 된 것이 다행이 아니라 내가 풍악산의 묵은 빚을 한라산 백록담 위에서 갚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이르며 영암의 해월루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고, (해월루에서) 비 내리는 밤 같은 침상에서 함께 시를 읊었다.”이원호가 동행을 결심하고 따라나섰지만 제주도로 가는 여정은 고달팠다.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바람을 기다리며 해월루에 머물렀고, 29일에 목사 행렬과 함께 소안도로 이동했다. 소안도로 이동하는 이유는 바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원호는 일기에서 “대개 큰 바다의 경우에는 순풍을 얻지 못하면 돛을 펼 수가 없지만, 소안도로 가는 길은 모두 항구라서 바람의 기운이 조금만 있어도 잘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후풍관候風館[바람을 관측하는 곳]이 소안도에 있는 것이다.”라고 기록했고, 바람을 탄 배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도 “다만 해안의 여러 봉우리가 잠깐 보였다 사라졌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양이 확확 바뀔 뿐이었다.”라며 현장감 넘치게 기록했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그리고 윤3월 초1일 밤 3경(밤 11시~1시 사이)에 제주도로 출발하는 배에 올랐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배가 출발하기 전에 길일을 택해서 배를 타는 의식을 거행한 후 다시 배에서 내려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소안도로 옮긴 후 이틀 동안은 바람이 불고 보슬비가 내렸기에, 그대로 머무르며 일기 기록은 또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윤3월 초1일 밤 3경(밤 11시~1시)에 깊이 잠들었을 때 선원이 바람을 타야 한다고 배에 오르라며 황급히 깨운 것을 시작으로 일기가 다시 이어진다. 배를 타는 순간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는 이날 일기의 시작 부분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래의 일기는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고 도착한 날의 기록이다. 이원호는 배 위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 제주도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일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원호가 동생을 따라 제주도에 갔던 것은 바로 한라산 백록담을 비롯한 제주도 명승지를 탐방하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도착한 제주도였지만 이원호는 마음껏 유람을 다니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과 형편이 허락할 때는 이름난 곳을 찾아다니며 제주도의 경치를 만끽하였다.“대포 소리가 한 번 울리자 세 척의 배가 일시에 돛을 올렸으며, 노를 젓는 병졸 100여 명의 함성이 땅을 뒤흔들었다. 별안간 정신이 혼미하여 서로 몸을 베고 드러누웠는데, 전후좌우에서 1,000명의 병사와 10,000마리 말 소리 같은 굉음만이 들리고 세찬 파도와 치솟는 물결은 갑판의 타루(柁樓) 위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앉은 자리는 마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하였으며, 둘레가 몇 아름이 되는 큰 돛대가 꺾여서 부러질 것 같았다. 선졸(船卒) 외에는 모두 바닥에 바짝 엎드려 누구도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조용했다. 모든 사람들이 구토하고 난리였는데, 나는 단지 현기증이 좀 날 뿐이었지만 앉거나 설 수는 없었다. …(중략)… 탐라의 위용은 자못 성대하였고 망양정(望洋亭)의 풍경은 웅장했지만, 모두들 감상할 여가가 없이 곧바로 의관을 벗고서 방에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차를 마시고 오찬을 먹는 것도 모두 귀찮고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이원호의 ‘탐라일기’ 1841년(헌종7, 신축년) 윤3월 1일 일기 중에서

2023-02-06

양파 까듯, 윤핵관만 남길 건가

김진국 고문 중국 왕조를 보면 대개 스스로 무너진다. 외침으로 멸망한 나라도 먼저 안에서부터 곪아갔다. 조선 시대 당쟁을 변명하는 주장에 솔깃하다가도 반성하게되는 이유다. 외세에 휘둘리던 구한말 정세도 숨이 막힌다. 어찌 그리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권력다툼에 눈이 멀었을까.지금 우리 정치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기가 잘해서 당선되는 정치인보다 경쟁 후보 실수로 당선되는 후보가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의 실패 덕을 크게 봤다. ‘내로남불’과 조국 사태로 공정 가치를 갈망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에 업혀 당선됐다.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탄핵 소추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당시 야권과 무소속 의원은 172명. 이들만으론 탄핵소추가 불가능했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34명이 찬성해 가결됐으니,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적어도 62명이 힘을 보탰다.탄핵의 첫 번째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집권당의 분열이 결정적이다. 그해 4월 13일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누가 진짜 친박인지 가리는 ‘진박 감별사’가 설쳤다. 당 대표가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도피하는 희극이 벌어졌다. 선거에 지고 한 달 만에 당이 두 쪽 났다.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도 비슷하다. 대선 뒤 친노 의원들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도 탈당해 17대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됐다.‘버려진’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탄핵을 추진했다. 재적 271명 중 193명이 찬성했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집권당을 쪼개 탄핵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시끄럽다. 다음 총선 공천을 좌우할 당 대표를 뽑는 경쟁이니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과열되면 조금 지나친 말이 오갈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행태는 유치하기 짝이 없고, 다시는 안 볼 사람들 같다.‘윤핵관’들이 경쟁후보를 집단 린치하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안철수 후보를 ‘반윤’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밝히고 심판받으라”라고 했다.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수행에 태클을 걸었다”라느니 “대통령이 한 번도 밥도 차도 안 마셨다”라고 비난했다. 경쟁을 하더라도 유력후보를 모두 ‘반윤’으로 몰아세우는 건 지나치다.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는 아니다.윤핵관들은 그동안 대표 경쟁 후보가 될만한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을 차례로 주저앉혔다. 모두 ‘반윤’, ‘악당’으로 낙인찍었다.이제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니, 또다시 그를 표적으로 삼았다. 본인들에게 그럴만한 빌미가 없었던 건 아니라 해도, 선거를 함께 치러야 할 동지아닌가. ‘탈당이라도 할 거야? 나가주면 우리만 좋지.’ 이런 배짱마저 느껴진다.더구나 대통령은 왜 끌어들이나.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국정을 이끌어가려면 ‘비윤’은 물론 야당의 협조까지 필요한 처지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까지 나서서 대표 후보들을 모욕하고, 적으로 만든다. 나 전 의원을 저출산 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해 주저앉게 하더니, 안철수 후보 선거대책 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했다. 익명으로 “안 의원은 윤심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을 불신하고 있다”라고 흘리고 있다.윤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까운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그게 우리 집권당의 수준이다. 양파 까듯 다 까서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다음 총선에서는 윤핵관만 공천하겠다는 건가. 공산당도 아니고 어떻게 단일 색이길 바라고, 충성심 경쟁만하나. 돈과 시간 들여 당을 쪼개고, 지지율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고 그를 호해로 만들어선 안 된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2-05

과소비인가 투자인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며칠 전 친구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멕시코 여행 중이던 어느 가족이 겪은 일이라고 한다. 그 가족이 머물던 옆집에서 냉장고가 내려오기에 이사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행비를 마련하려고 냉장고를 파는 중이었다고 한다. 돌아와서 냉장고 없이 어찌 사느냐고 물으니,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단다. 정말 극단적인 사례인 데다 멕시코라는 문화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보다 생각하다가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플렉스 문화를 생각하니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플렉스 문화의 한가운데 있는 세대는 단연코 MZ 세대이다. MZ 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1980년부터 2004년까지 출생한 사람이지만, 대체로 20·30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플렉스 문화도 계속 확장되는 듯하다.청년들의 성형수술은 이제 당연한 통과의례가 되었고, 이들의 명품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2022년 명품 구입액은 1인당 약 40만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는데, 젊은 층인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고가품 소비에 나선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탈출심리가 작용했다거나, 집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자기 보상 심리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다른 쪽에서는 청년 빈곤, 청년 부채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라, 이런 청년의 소비 행태를 과소비라고 보고 비판하고 있다.그런데 지난달 어느 신문에 MZ들의 과소비는 투자라고 볼 수 있다는 칼럼이 실렸는데 이에 동의하는 청년 당사자의 댓글도 달리고 여기저기 공유되기도 했다. 이 칼럼의 요지는, 네트워크 자본주의 시대에는 가방끈이나 스펙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떤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인적 자본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과소비는 인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투자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중국에서도 청년의 과소비를 비판하는 기사에 더 나은 경험과 품위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의견이 이어졌다.한국의 경우, 청년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구입 때문이라고 하니 부채와 과소비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한편, 19~34세의 83%가 연봉 4천만원 이하라는 작년의 연구보고서를 참고하면, 어떤 MZ들이 씀씀이가 큰 것은 경제 성장 시기에 성공한 그들 부모 덕일지도 모른다.겉만 보고 과소비와 투자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같은 크루즈 여행이라도 누구에게는 소비고, 누구에게는 과소비고, 또 누군가에게는 투자이다.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MZ 세대의 소비 방식을 과소비라고 폄하할 것도 아니고, 인적 자본 형성을 위한 투자라며 안쓰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제 MZ에 대한 어설픈 뇌피셜 평가는 그만하고, 실증적인 조사와 연구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MZ가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2023-02-05

혁신성공 조건과 기업문화

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꿈과 비전, 목표가 기업의 조직과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비전과 경영목표가 직원들의 공감을 못 이끌어내면 실패하게 된다. 경영자가 미래를 내다보고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비전과 목표를 잘 설정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흔들리는 사례들은 볼 수 있다. 기업에서 혁신을 어떻게 보는가, 혁신은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한정 짓는 것은 일시적인 지략이고 100년 지속하는 문화로 가는 혁신은 지속적인 전원 참여의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는 기업 체질개선에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어떤 기업은 비전과 경영목표를 현실적이지 못하고 과도하게 설정하다보니 실행전략에서 무리수의 연속이고 급기야 큰 적자를 초래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혁신은 올바른 설정없이 실패하게 되면 고급 낭비가 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3가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첫째는 제도의 관점이다. 혁신 제도를 입안할 때 탁상공론적이어서는 실행 못하거나 실패한다. 대내외 변화에 맞는 경영전략과 경영방침에 따라 혁신전략기획을 하고 그 초안은 철저히 현업 활동여건과 실행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 입안 초안을 가지고 현업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고 실행의 주체 입장에서 제도를 입안해야 실행력이 높아지고 살아있는 제도로 갈 수 있다.두번째, 운영의 관점이다. 운영의 성공조건은 미래 비전과 목표 설정, 목표 달성을 잘 하기 위한 상세 실행안을 수립하는 것과 Top의 지속적인 스폰서십을 받는 일이다. 혁신은 조직의 힘으로 움직이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다음은 일의 속성과 생산프로세스의 특징을 파악하고 적합한 혁신기법을 도입하는 것과 기업문화를 분석하고 혁신지향형 조직개편과 토양을 개간하는 일이며, 혁신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제도를 시스템화 하는 것과 인재육성이다. 세번째 진화의 관점이다. 혁신활동의 진화의 요건은 도입 시 기법의 이해와 필요성, 적합성, 효과성, 전략과의 연계성이 되어야 하고 모델활동을 통한 특징과 장·단점 파악, 혁신의 토양과 적용성, 자사에 맞는 창조와 내재화를 통한 문화에 이르게 하는 일이다. 이렇듯 성공하는 기업과 문화로 가는 혁신이 세계가 인증하고 통하는 기업의 혁신웨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혁신에 웨이를 붙이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필자가 P사를 컨설팅 할 때 한 부서는 문화로 가는 혁신의 기반을 갖췄다. 그 열쇠는 부서장의 혁신 관심도와 스폰서십의 지속성이었고 현업에 맞는 운영제도와 철저한 전 직원 공감대 형성이 실행으로 이어져 성공에 이르게 하여 Clean Factory 문화를 만들었다. 혁신이 일부 조직에서만 성공하고 물거품처럼 되는 것은 기업문화로 가지 못한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혁신활동을 인사와 매칭, 제도화 및 시스템화하여 지속성을 토대로 한 기업문화로 가야 한다.기업 혁신이 성공 요건을 갖춰 문화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운영·진화 등 3가지 관점의 혁신 성공 조건과 원리를 이해하고 실패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여 가는 것이다.

2023-02-05

굳어진다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타로 카드로 나를 보니까 거꾸로 매달린 남자 ‘행맨’이 나온다. 인식대상을 거꾸로 보는 인간이 행맨이다. 사람들이 대상을 보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보는 행맨. 어쩌면 그것은 나도 알고 있던 속성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그것을 온존·강화해온 것도 틀림없는 나였다.나는 남들처럼 보는 것도 행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싫었다. 나름의 고유하고 독특한 별세계를 구축하고 확장하고 싶었던 때문이다.나를 그렇게 키워온 배경에는 타고난 성정 말고도 집안 분위기와 사회·역사적인 환경이 자리한다.‘국민교육헌장’을 강제로 외워야 했던 어린 시절, 10월 유신을 외쳐야 했던 중학 시절, 교련 검열을 받아야 했던 고교 시절, 군사교육을 받아야 했던 학부 시절, 그리고 광주 학살과 신군부의 철권통치,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과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끝없을 것 같던 압제와 폭력과 죽음과 검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저 암흑의 20세기 중후반!수줍고 내성적이며 우울한 기질의 소년은 세월과 더불어 청년이 되고 장년을 지나 초로의 단계에 들었다. 삶에 대한 그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져서 이제는 화강암 수준으로 단단해졌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진 내면세계는 타자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물 한 방울 스며들 공간조차 없을 만큼 굳어진 자아는 행맨의 면모를 훨씬 강고하게 인도한다. 그런 자아에 구원이 가능할 것인가?!세상에는 ‘인연’이 존재한다. 언젠가 손에 들게 된 불가(佛家)의 책들이 여러 각도로 문제를 던진다.‘벽암록’, ‘붓다 연대기’, ‘반야심경’, ‘금강경’, ‘법성게’ 등에서 나는 오랜 수수께끼와 대면한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역’ ‘계사편’에 나오는 ‘무평불피 무왕불복’이란 말도 있지만, ‘생자필멸 거자필반’ 역시 소용되는 구절 아닌가?! 그러다 ‘오온개공(五蘊皆空)’에서 꽉 막혀버렸다.‘색수상행식 오온’이 왜 모두 공하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반야심경’ 260글자는 그저 글자로만 남는다. 2년 넘도록 생각했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어느 날 ‘법문’을 듣다가 ‘저렇게 이해하면 되겠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문제는 나의 분별하는 마음과 분별에 기초한 얕은 지식이 깊고 너른 이해를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굳어진 세계인식과 사고방식이 장애물인 셈이다.인식대상이 인간이든 사물이든 세상이든 현상이든 나의 분별은 너무도 강력하고 완악하여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내면에 은산철벽(銀山鐵壁)으로 무장한 채 똬리를 튼 자아의 철옹성을 스스로 혁파하지 않으면 출구는 없다. 굳어진다는 것은 젊은 시절에는 자아확립 차원에서 유용한 덕목이지만, 나이 든 연후에는 거대한 걸림돌로 작동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강력하되 부드러워질 수는 없을까?!‘상선약수(上善若水)’를 설파한 노자를 다시 읽어봐야 할 모양이다. 부드럽고 연약한 물에 내재한 강력한 물성과 본성을 재삼 살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봄이 멀지 않다!

2023-02-05

왜 ‘尹心’이 전당대회의 쟁점이 돼야 하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컷오프 대상을 가리는 여론조사가 이틀(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선거전이 격화되고 있다. 당 선관위가 지난 3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대표 후보는 양강으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조경태 의원 등 9명이 등록했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에는 이만희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 등 1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만 45세 미만인 청년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는 무려 11명이 후보등록을 했다. 국민의힘은 8~9일 이틀간 책임당원 6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본경선에는 대표 4명, 최고위원 8명, 청년최고위원 4명만 진출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보난립’ 현상을 보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내년 총선 공천권 때문이다. 현재 당 대표 선거의 경우, 2파전 구도로 전개되고 있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가 등장할 수 있어 누가 당선될지는 예측불가능하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천하람 당협 위원장(전남 순천갑)이 출마를 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등장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대표 체제 때 10만명 안팎 규모의 당원들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국민의힘 당권레이스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선거전이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간의 갈등구도로 전개되는 것이다. 안 의원 자신은 윤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실은 안 의원의 국정철학이 현 정부와 확연하게 달라 손발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보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윤·안연대’를 내세운 데 대해서 격앙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할 여당 대표가 누가 될지는 윤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만약 안 의원 캠프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을 겨눌 경우 전당대회 이후 당이 심각하게 분열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중립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당권주자들도 이제 ‘윤심 논란’을 그만두고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야 한다.

2023-02-05

대구서 시작하는 범시민 메세나 운동

우정구 논설위원 메세나(mecenat)는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활동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역사적으로 메세나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시대 예술계를 이끌던 거장들을 후원한 가문이다. 메디치가(家)는 예술분야뿐아니라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단테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와 철학자 등도 후원한 큰손 중 큰손이다.르네상스가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배경은 상공업이 무척 발달한 피렌체라는 도시가 있고, 그곳서 부를 축적한 메디치가가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후대에 와 미국의 맨해튼 은행의 록펠러 회장이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 활동에 할당하자고 주장하면서 메세나 운동은 본격화 된다.작년 대구 등 전국의 많은 도시가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빌바오 효과 때문이다. 빌바오 효과란 도시의 랜드마크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을 두고 하는 표현이다.스페인 북부 작은 도시 빌바오는 주력산업이 붕괴하면서 도시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자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로 극적 회생을 하게 된다. 존망의 기로에 선 도시가 미술관 건립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것이다. 문화적 가치만으로 도시는 얼마든지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기업과 시민, 언론이 동참하는 범시민메세나운동이 본격 전개된다. 국채보상운동 발상지답게 대구가 전국 최고의 메세나 성지로 거듭나길 기대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23-02-05

노인 무상교통요금 개편, 사회적 합의도 중요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 내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현행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하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인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며 대구시내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의 시내버스 무상이용 제도를 6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70세 이상 노인의 시내버스 무임승차와 도시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을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선다고 한다. 대구시가 70세 이상 노인에게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무임승차제를 시행키로 한 것은 100세 시대에 맞춘 노인복지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다만 재정적 부담을 더는 것이 과제다. 현재 도시철도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임승차하면서 대구의 경우 최근 5년간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이 무려 2천571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노인복지법으로 정해놓고 재정적 부담은 지자체에 맡겨 적자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매년 되풀이된다. 대구시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인다 하지만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임승차를 시작함으로써 재정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다행히 홍준표발 70세 이상 무임승차제가 발표되면서 서울시 등 타시도와 정부까지 무임승차 연령 상향검토에 뛰어들어 정부 차원의 돌파구가 나올지는 관심이다. 도시철도 법적 무임승차 기준은 39년 전 도입한 것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에 마지않아 고칠 명분도 있다. 1984년 제도 도입 당시 노인비율은 5.9%였으나 지금은 17.5%나 된다.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 조정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나 기존 수혜자가 받을 상실감을 어떻게 달랠지가 문제다.60∼65세 노인층의 반발을 무마하고 제도 안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대구시는 70세 연령 상향에 앞장선 입장이어서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23-02-05

물실호기의 자세로 미래 상주 초석 다질 터

강영석 상주시장 올해는 민선 8기 시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사실상 첫해이자, 100년의 상주 미래와 재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다.상주는 근현대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곡을 겪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고, 근래에는 도청과 혁신도시 유치에도 차점 탈락하는 등 아픔이 많았다.이러한 전철을 두 번 다시 밟지 않기 위해 올해는 전 시민의 여망을 결집해 비상의 나래를 펼칠 각오다. 1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강영석 상주시장은 중단 없는 상주시의 발전과 연속성을 위해 민선 7기 시정구호인 ‘저력 있는 역사도시 중흥하는 미래상주’를 민선 8기에도 이어간다.그동안 천년고도의 역사도시임에도 산업화 시기에 뒤처진 채 발전에서 도태되어 온 상주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강 시장은 이어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주 발전을 위모든 열정을 쏟겠다”며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경상(慶尙)의 ‘상(尙)’ 자가 다시 빛나는 ‘작아도 강한 상주’를 만들어 시민의 자부심이 넘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우선 지방소멸의 위기, 기후변화, 경기침체 등 불확실한 미래와 도전에 맞서고자, 내ㆍ외부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그동안 마련한 정책과 사업의 속도를 높여 ‘상주 중흥의 새역사’를 써내려 갈 계획이다.먼저, 2030년 KTX시대가 본격 시작될 수 있도록 기본계획 수립과 역세권 개발 등 후속조치와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대비에도 만전을 기한다.대구 군사시설 통합이전 상주유치,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의 차질 없는 이전 지원, 실효성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투자로 인구증가와 경기활성화의 대변혁을 시작해 나갈 방침이다.대한민국 스마트 농업의 표준모델로 자리 잡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기능을 강화해 스마트팜 기반을 더욱 확충하고,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한 다각적인 노력과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산업간 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진다. 이를 위해 신소재 배터리 음극재의 본격적인 생산과 함께 청리일반산업단지 확장 및 투자를 적극 유도해 이차전지 클러스터로 발돋움하도록 한다.우량기업 유치를 통한 상주일반산업단지 조기 분양과 산업단지의 단계적 확충, 소상공인 보호 및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도시 곳곳에 활력이 넘치는 살기 좋은 공간을 조성한다.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통합청사, 문화예술회관 건립, 적십자병원 이전 신축, 공설추모공원 조성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지능형교통체계와 주차공간 확대 등 시민불편을 적극 해소하고, 문화유적 복원을 통해 도심지역에 새로운 생명력도 불어넣을 계획이다.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다양한 계획과 시책을 추진하고 도심과 자연, 문화가 조화되는 공간과 생활인프라 확충, 자연재해위험 개선을 통해 도시 전역을 안전하고 안락한 도시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다. 이외에도 평생학습도시 기능강화, 생애 주기별 시민의 행복한 일생을 보살피는 시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챙겨 나간다.상주만의 차별화된 이야기와 공간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정과 지역 산업에 4차산업혁명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특히, 문화예술회관 이전, 신청사 건립, 공성추모공원 조성, 상주적십자병원 이전신축 등 4건의 역점시책사업은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괄반, 지원 및 홍보반, 역점시책 4개반을 포함한 총 6개반으로 역점시책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추진 현황과 문제점, 향후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고 있다.최근에는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역점시책 추진 보고회’를 개최하고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각 반별로 진행 중인 내용을 종합 분석하는 등 총력을 쏟고 있다.강 시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중흥하는 미래상주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오직 지역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열심히 뛰고 또 뛰겠다”고 밝혔다.강 시장은 이어 “30년 뒤 상주의 바람직한 모습을 염두에 두고 ‘중흥하는 미래 상주’ 건설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거듭 강조했다.

2023-02-05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세상을 건널 수 없을까?

이희정 시인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이성선 ‘시전집’(시와시학사, 2005) 중 ‘별을 보며’ 전문“과학은 배우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고, 시(詩)는 알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루소의 말은 한 시인을 불러온다.이성선(1941∼2001) 시인은 별을 그리워하며 하늘을 기웃거리며 산 시인으로 하늘의 달과 별과 구름과 바람의 친구였던, 말하자면 우주의 시인이다.지상이 어두울수록 낮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별빛은 더 맑고 깊은 것인가. 좁게 이어진 처마 사이 총총거리는 별들이 눈시울 붉히는 밤이 있다.“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그는 별을 바라보며 눈물 흘린다. 이어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 무엇으로 가난하랴”는 고백처럼 그는 남의 앞자리에서 서거나 자신을 내세우는 일 혹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남들이 다 보이는 단(壇)에 서는 일을 싫어했다. 그에게 시는 그 원초적 생명에 다가가는 길이며 우주와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삶 속에서 피어난 별이다.어느 시대든 시인에게 있어서의 세상은 만족스럽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인간들의 세속적인 욕망으로 어지러운 세태는 원망과 절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거부 정신이 이상향인 별을 꿈꾸게 한다.우주와 자연 속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추구했던 시정의 소유자, “시혼이 너무 맑아 유리 보석처럼 반짝이던 설악의 시인”이라 불리는 이성선 시인의 ‘별을 보며’는 시인이 동경했던 풀과 달과 벌레와 더불어 선(仙)의 세계에 닿아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한 ‘별’과 ‘하늘’은 우주이면서 영혼이다. 한편으로 시적 자아가 전이(轉移)된 대상이다. 그렇게 하늘이나 별처럼 초연하고 자연과 합일코자 하는 시인의 선망이 두 대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얇은 시집 ‘별이 비치는 지붕’에는 별이라는 낱말이 무려 39번 나온다. 현대라는 다원화된 구조 속에서 아직 시인이 별을 헤아리고 있음은 시대착오 아닐까요?”라고 묻던 박명자 시인과의 우정어린 대화는 세속의 우리를 향한 반문이다.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너무 가볍게 버려지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편리에 따라 쓰다 버린 것들이 넘쳐 그림자처럼 깔리는 시대에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쳐다보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시인. 어느 것에도 오염됨이 없어야 별을, 하늘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시를 읊을수록 무엇이든 아끼는 것이 없는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진다. 지상에 별을 노래한 수많은 시들 중 가장 격조 높은 시정을 아름답게 투영한 시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지상이 거칠고 소란스러워 “별을 너무 쳐다보아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염려했던 시인이 살기엔 세상은 너무도 상처 많고 벅찬 곳이었을까. 풍진의 8, 90년대를 건너오며 외롭고도 서럽게 별을 노래한 시인의 눈빛은 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몸은 지상에 묶여도 마음은 하늘에 살고자 했고 바람으로 울어도 영혼은 저 하늘에 별로 피어나리라 염원했다.사람과 생명이 있는 그 모든 곳, 어디서든 별을 볼 수 있어 눈이 맑아지면 좋겠다.

2023-02-05

중대 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은 언제 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여야의 극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팬덤 정치와 진영정치를 넘어 상호 저주의 극한 정치로 치닫고 있다. 현행의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으로 선거의 대의성을 상실했으나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결합하여 극한 대립 정치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이러한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으로 선거구 개정문제가 제기되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의 만찬에서 대통령이 먼저 선거구 개편과 개헌 문제를 제안하였다.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앞장서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눈만 뜨면 야당의 이재명 검찰 소환과 장외 투쟁, 여당의 윤심 팔이 경쟁과 이전투구로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정국이다. 여야 모두 승자 독식과 사표 방지를 위한 선거법 개정의 총론에는 합의하겠지만 각론에서는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 놓여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우선 예상되는 장애물부터 살펴보자. 중대 선거구제로의 개정론자들은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우선 지역구 의원은 그대로 두고 비례 대표 의원 수를 20∼30명을 증원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의원들이 적극 찬성할지 몰라도 이를 보는 국민의 여론은 싸늘하다. 싸우는 동물국회를 넘어 일하지 않는 식물국회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강한 결과이다.오히려 일부에서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방편으로 의원 정수는 늘리되 국회의원의 예산 총액은 임기 중 동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리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지금까지 의원 세비 인상 등 그들의 특혜 안에는 여야 구분없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의회 지방의원들마저 국회의원들의 관행을 본받아 수시로 의정비를 인상하고 있다. 의원 정수 증원 문제는 국민적인 저항을 피하기 어려운 첫 번째 장애물이다.중대선거구제의 구체적 선거구 확정내용은 의원들의 이해가 충돌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소선거구 제하의 승자 독식 선거는 무려 48.5%의 사표로 인해 선거의 대표성과 효능 성마저 상실하였다. 1등뿐 아니라 여러 명의 당선자를 동시 선출하는 중대선구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매우 타당한 제안이다.그러나 선거구 개정 문제는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직결된 문제로 그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 현직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를 포기하고 선거구 조정에 선뜻 찬동하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더욱이 공천이 바로 당선으로 연결되는 영호남 의원들이 이를 수락할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 해법으로 도농 복합 선거구제를 제안하지만 이 역시 현대판 게리맨더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현직 의원들의 기득권 확보는 국회 정개특위마저 마비시킬 수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선거구 개편만이 다당제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과거처럼 위성 정당, 사이비 정당, ‘사꾸라’ 정당의 양산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이번 선거법 개정과 동시에 제기되는 헌법 개정안제안은 선거법 개정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헌법 개정의 골자는 현행 헌법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정하여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37년 전 만든 87년 헌법은 국민 여론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개정의 당위성은 인정한다. 특히 1986년 국민소득(GNI) 286만원 시대에 만든 헌법이 4천200만원 시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그러나 이 역시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절차와 시기, 내용에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역대 대통령이 개헌문제를 제기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여야가 극한 대립된 현 상황에서 선거구 개정 하나도 어려운데 개헌문제까지 첨가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현행 선거법 개정 시한은 4월 초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선거구 폐지라는 선거법 개정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현실적으로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과 장외 투쟁 문제로 여당은 3대 개혁 관철 문제와 3월 8일 당대표 선출 문제로 선거구 개정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야는 우선 선거법 개정 문제를 큰 틀에서 4월 초까지 합의하고 세부안은 9월 정기 국회에서 통과하길 바란다. 선거법 개정과 개헌 문제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보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통령과 정당 대표간의 대화의 채널부터 복원되어야 한다. 여야 정치 지도자 간의 대화가 순조로울 때 여야 정치권의 대결도 시민사회의 극한 대립도 완화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가 국회에서 우선 합의하고, 헌법 개정문제는 내년 총선의 어젠다로 넘기는 것이 일의 순리일 것이다.

2023-02-05

봄은 온다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봄은 꽃을 많이 보라고 봄이다. ‘솟아오른다’는 뜻을 가진 ‘spring‘이라는 단어처럼 사방에서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많이 보라고 봄이다.계곡의 얼음이 녹으면서 졸졸 소리를 내며 다시 흐르고 뭔가 지구의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동물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천지의 생기 가득함을 보라고 봄이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도 그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고 봄이다.올 해의 봄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먼저 찾아가면 좋겠다. 미사일 대신 종전이라는 소식을 물고 새들이 다시 찾아갔으면 좋겠다. 기후혼란도 감당하기 힘든데 집이 파괴되고 전기와 물이 끊겼다.최대의 밀 곡창지대인 들판은 봄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데 씨를 뿌리지 못하고 있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다. 새들이 다시 찾아와 둥지를 짓는 것을 보고 파괴된 집을 다시 짓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웃음을 되찾고 녹아서 다시 흐르는 강처럼 수도가 전기가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다시 봄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다.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견디는 이웃들이 많다. 난방비를 제대로 보조해서 겨울의 끝자락을 견뎌내고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한시가 급한 탄소제로라는 인류의 목표는 전쟁 앞에서 점점 사라지는 구호가 되었다.재생에너지의 강국이라는 독일이 석탄을 사용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기후혼란’에 대응하는 ‘지구의 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고 그 전쟁으로 이익을 본 철면피들이 드러나 지구의 봄을 빼앗아간 그들의 탐욕에 재갈을 물렸으면 좋겠다.롱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벗어나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허락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에서 읽은 어느 일본시인이 쓴 시 구절이 생각난다. 입을 가리고, 코를 가리고, 세상에서 나를 가리지 않을 만큼만, 간단한 자살을 하자.아이들은 코로나 펜데믹의 기간 동안 ‘간단한 자살’을 경험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거리에 차가 없는 풍경을 보았고, 학교를 가지 못했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랑의 온기가 식어버리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다. 마스크를 벗은 친구의 얼굴을 보고는 누군지 헷갈려하고 마스크를 끼면 바로 알아보는 이상한 감각의 소유자들이 되었다.어렵사리 영상으로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친구들과 휴대폰으로 거리두기 대화를 하고 있으면 ‘휴대폰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한다. ‘기, 승, 전, 공부’의 공식은 코로나에도 강력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았다.코로나시기에 세탁하는 방법과 양말과 팬티를 제대로 개는 것을 배우고, 요리도 배우고, 산책을 하면서 동네의 골목골목도 알고, 어떤 나무들이 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배웠다는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는 공상소설 같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방비로 롱 코로나의 우울증에 노출되었다.가족 이외의 타자를 만날 길이 막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 불안해한다. 모든 것에서 ‘거리두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조심操心’이라는 단어가 ‘손으로 새를 잡은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마음 두기’를 했으면 한다. 조심조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봄이 되기를 바란다.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대로 가난하게 살다가 죽는 일이 삶이라면 뭐 별거 있나 나 혼자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싫증이 나면 죽는 거지”젊은이들에게는 졸업을 해도 인생의 봄은 오지 않는다. 코로나이전부터 그랬다. 세상이 봄이 아니라면 봄을 만들어야 한다. ‘절망은 왜 대량생산되어서 공급이 줄지 않는 것일까?’ 주저앉지 말고 분노를 조절하지 말고 조준해야 한다. 봄은 그렇게 만들어서라도 맞이해야 한다.춥다. 새벽에 일어나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려다가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춥다. 솟아오르는 것이 새싹이고 꽃이고 활기찬 새들을 바라보는 봄이었으면 좋겠는데 온통 얇은 지갑을 노리며 스프링처럼 솟아오르는 물가소식만 가득하니 세상의 봄은 오기나 할까?그래도 산길을 걸으면 여지없이 봄이 오고 있다. 여린 연두 빛의 잎을 내미는 가지들, 벌써 꽃을 내민 매화들이 있다. 왠지 모르게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이 활기차 보인다. 새들이 활발하게 날아다닌다는 것은 다른 동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혹독한 겨울에 주눅 들어 있는 사이에도 자연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봄기운을 찾아 세상의 봄날을 준비하는 기운으로 쓰자. 봄이다. 꽃피는 것을 보라고 우리 옛 분들이 이름 붙여준 봄이다.봄은 온다. 태양은 지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뭔가 따뜻한 것이 가까워지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3-02-05

통합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홍석봉 대구지사장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인 에드워드 헨리 오헤어는 여러 대의 일본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항공모함을 지켜낸 영웅이다. 오헤어의 고향인 시카고 시민들은 오헤어의 뛰어난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49년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인 시카고의 ‘오차드 디포트 공항’을 ‘오헤어(O’Hare)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바꿨다.오헤어의 아버지 에드워드 조셉 오헤어는 악명 높았던 시카고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의 변호사였다. 조셉 오헤어는 온갖 범죄의 온상인 알 카포네를 감옥에 가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에게만은 어둠과 악의 굴레에서 벗어난 깨끗한 가문과 빛나는 이름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알 카포네의 범죄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조셉 오헤어의 증언과 증거자료에 의해 알 카포네 일당이 소탕되고 시카고는 범죄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안전을 되찾았다. 조셉 오헤어는 그해 말 마피아에 의해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의 목숨 대신 아들에게 정의감을 일깨워 주었다. 아들 오헤어는 시카고 국제공항과 함께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우리나라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대구공항처럼 공항 이름은 지역 명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한·중·일 3국은 지명을 사용한다. 반면 외국은 대부분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왔다.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인들의 이름이 많다. 화가나 음악가 등 예술인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베트남의 호치민 공항,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 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바르샤바의 쇼팽 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이름을 붙이지 않은 공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경북·대구 통합신공항 명칭을 ‘박정희 공항’으로 만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 통합신공항 작명에 불을 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틀을 세우고, 고도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근대화의 영웅’이란 점에서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붙이자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주장을 수차례 했다.대구경북지역의 ‘박정희 공항’은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토대를 만든 지도력을 기린다면 그 의미가 세계 속의 한국 브랜드와도 부합된다. 오헤어 공항의 이름을 넘어서는 국제공항이 될 수가 있다. 거기다가 통합신공항은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 상모동과도 가깝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특별법의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합신공항 건설이 본격 추진될 것이다. 이제 새 공항의 이름을 지을 때다. 기왕이면 대구경북의 자긍심이자 한국 근대화의 영웅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국제공항을 만들자. 세계 속의 주역으로 우뚝 선 한국과 그 신화의 주인공 박정희를 기념하는 것은 대구경북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참에 광주 공항도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하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박정희 공항’의 비상을 기다린다.

2023-02-02

정월 대보름

우정구 논설위원 오는 5일은 정월 대보름날이다. 한해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음력 1월 15일을 가리키는 날이다. 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보름달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추석명절도 보름날을 기준으로 하지만 정월 대보름은 옛날부터 설날만큼이나 비중이 높은 날로 여겼다. 세시풍속기에 따르면 1년동안 우리민족이 지내는 세시풍속 행사가 대략 189건에 이른다. 그 중 정월 한달동안 지내는 세배나 설빔 등과 같은 세시풍속이 78건에 이르러 거의 절반에 가깝다. 78건 가운데는 40여 건이 보름날과 관련한 행사라고 하니 우리민족에게 대보름은 매우 친근한 의미다.정월 대보름날 치러지는 행사를 대략 손꼽아 보면 달맞이,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의 민속놀이와 함께 부럼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나물먹기, 오곡밥 먹기 등등이 있다.고래로 인류에게 태양과 달이 주는 영향은 매우 컸다. 해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달을 보면서 하루를 끝맺기 때문이다. 태양을 남성, 달을 여성에 비유한다. 농경민족인 우리는 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다. 정월 보름달은 이런 주술적 믿음이 절정에 달하는 날로 생각한 것이다.정월 대보름날 행하는 큰 행사 중 하나인 달집태우기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시작하는 대보름 행사의 대표다. 생솔가지와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지어놓고 보름 달빛 아래 불을 질러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한다. 달집을 태우면서 그해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마을의 질병과 잡귀가 없기를 바랬다고도 한다.코로나 사태로 3년간 쉬었던 달집태우기 민속행사가 올해는 곳곳에서 다시 재현된다. 코로나 잡귀가 물러나고 경제적 풍요가 찾아오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2-02

산업화 성공한 ‘박정희모델’ 배울 필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금오공대와 SK실트론(반도체소재기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면서 구미에서 하루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것은 작년 10월 5일 상주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4개월 만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금오공대에서 첫 인재양성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은 교육에 있다. 국가발전의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그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은 인재양성전략회의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관련 정책을 모아 범부처 협업을 추진하고, 부처 간 역할 분담을 하기 위한 협의체다. 윤 대통령이 금오공대에서 첫 번째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연 것은 수출산업입국의 길을 걸은 ‘박정희모델’을 지역균형발전과 인재양성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금오공대는 박 전 대통령이 고급 산업인력의 양성을 기치로 고향인 구미에 설립을 지시한 4년제 대학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금오공대는 국가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1975년부터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최종 재가를 하시고 80년에 개교가 된, 박정희 대통령의 얼이,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우리가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양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만 해도 농림수산업 비중이 전체 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다. 1961년 박정희 정부가 출범한 이후 산업화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화학공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경북도로서는 이날 윤 대통령의 구미방문을 수행한 SK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2025년까지 구미를 포함한 경북도에 5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지역발전의 큰 동력을 얻었다. 앞으로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꼭 지정돼 경북이 K­­­­­반도체 벨트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3-02-02

지자체의 대학 지원, 지방소멸 타개책 되길

정부가 2025년부터 대학재정 지원사업 예산 중 2조원 이상을 지방자치단체 권한으로 넘긴다고 밝혔다. 또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해 1곳당 1천억원씩 지원키로 했다. 글로컬 대학은 올해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 30개 대학을 선정한다. 교육부가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밝힌 이 같은 내용은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특별히 눈길이 간다. 윤 정부는 지방으로 권한 이양을 통해 지역주도로 발전을 유도하고, 지역고유 특성을 극대화해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1천개가 넘는 대학지원 사업을 제각기 맡아 운영해 왔다. 지방대학은 예산을 따기 위해 정부 부처를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 됐고, 예산집행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지방정부가 능동적으로 지방대학 구조조정에 나서 이를 바탕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을 살리고 나아가 지역소멸도 막아보자는데 참뜻이 있다. 잘 알다시피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미 상당수가 퇴로에 몰려있다. 올해도 대학정시 모집에서 전국 200개 대학 중 수험생이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은 28개 학과 모두가 비수도권에 속해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화되는 마당이다.경북도내도 매년 1만명 가까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 현재 도내 40개 대학이 20년 후에는 22개 대학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결국은 지방소멸을 초래하게 된다. 2조 원의 예산지원이 지자체로 넘어왔다고 이런 문제가 당장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방대학을 지역실정에 맞게 육성한다면 지방대학의 특성이 살아나고 지역의 일자리와 연결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반면에 이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지역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3-02-02

마스크를 벗는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제 마스크를 벗는다. 코로나19라는 뜬금없는 병균이 우리의 일상에 퍼지면서 2020년 10월 13일부터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11월부터는 과태료까지 부과하며 강화했었는데, 2년 3개월 만인 1월 30일에 해제되고 권고로 전환됐다. 참 기다려왔던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아직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국,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 등은 제외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코로나 감염 경험이 있고 코로나 항체보유율은 99%에 육박하지만 항체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다고 하니 재감염도 우려해야 한다.마스크 해제 이틀이 지난 2월 1일 전국확진자는 2만420명으로 증가했고 누적 확진자는 약 3천20만 명으로 심각 상태는 여전하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서 다음 주 개학하는 각급 학교는 봄방학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3월부터 벗자고 권고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움에 안전을 기하자는 움직임도 있다.사실 세계보건기구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유지한다고 발표하였기에 ‘국내 마스크 전면해제와 확진자 7일 격리의무 단축’을 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도 WHO 해제 후로 미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적 상황을 종합 검토한 후 마스크 전면해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경상북도는 매일 코로나 확진자 현황을 휴대전화의 안전안내 문자로 알려왔기에 내 나름으로 그 데이터를 정리하며 분석하곤 했는데 1월 19일부터는 보내온 자료가 전혀 없다. 통신시스템에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강풍과 한파주의보는 계속 쏟아지고 있는 터라 그동안 확진자 자료를 보냈을 재난안전실에 문의를 해봤더니 행정안전부에서 재난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국민도 지쳤고 매일 보내지는 문자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는 재난이라기보다는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안전 안내도 효과가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는 코로나 관련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살펴보니 2월 1일 경북 1천231명에 포항 235명 경주 130명 등으로 포항의 누적 확진자는 28만2천532명이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거리를 나서보면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밝은 얼굴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쓰고 있고 아직 불안하고 또 벗기가 어색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3년 정도 쓰다 보니 습관이 되었고 모든 장소에서 일상화로 익숙해진 탓도 있으려니….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 한파에 감기 예방용으로 착용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쉽게 벗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오늘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가 ‘아차!’하고 다시 들어와 마스크를 찾았고, 입구 계단에서 마스크 벗은 이웃의 얼굴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인사를 나눈 모습이 새롭다.이제 곧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하며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병마를 싹 태워 날려 보내고 싶다.

2023-02-02

도꼬마리 머리

강길수 수필가 보도(步道)의 하늘에 커다란 도꼬마리 머리들이 줄지어 안겨있다. 지나다니는 방송국 구내에는 더 큰 도꼬마리 머리들도 여기저기서 하늘을 안고 있다. 도꼬마리 모습의 저 머리들은 겨울 하늘과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것만 같다. 그들이 무슨 말들을 주고받는지 알듯 모를듯하다.지난봄 어느 날, 영문도 모르고 사람에게 지체를 무참히 잘려버린 저 생명체들. 말하지도, 울부짖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오롯이 제자리에 서서 사시나무처럼 떨며 생으로 팔뚝들을 잃으며 몸부림치던 참상이 눈에 선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이 날카로운 기계 소리를 타고 귀청을 후려치던 느낌이 지금도 따갑다. 남은 팔뚝들은 ‘의식주 재료를 자연에서 구하는 일 이외의 어떤 자연훼손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세상에 외치고 있다.어느 종묘장에서 사람의 의도에 따라 싹트고 자라나 어느 것은 가로수로, 어떤 것은 조경수로 운명 지워졌을 생명체 나무들. 저들은 사람이나 동물, 기후 등 만나는 환경이 자기 운명을 어떻게 쥐고 다루든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하늘의 뜻 곧, 생명 보존 유전자의 임무를 말없이 지켜낸다. 겨울 하늘과 서로 안고 살아내는 저 하늘 도꼬마리 머리들의 모습이 그러하니까.근년엔 주위에서 도꼬마리를 본 적이 없다. 도심은 물론, 가까운 야외, 들, 강가, 바닷가, 산에서도 도꼬마리를 못 만났다. 하지만, 도꼬마리가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도꼬마리는 골목 가, 들, 냇가 같은 곳에서 매일같이 만났다. 가을날 놀다가 집에 와 보면, 바지에 도꼬마리가 몰래 덕지덕지 붙어 있곤 했다. 어떨 땐 그것을 떼서 동기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바로 쇠죽솥 아궁이에 던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때의 도꼬마리는 끈질기게 성가신 존재였다.가로수나 정원수의 전지(剪枝)로 잘리고 남은 굵은 가지 끝에 성근 머리털처럼 솟아난 많은 잔가지 군집이 왜 도꼬마리같이 보였을까. 생긴 모습이 도꼬마리를 닮아서였을 테지만, 다른 이유가 클 것이다. 그것은 아마 살기 위한 나무들의 몸부림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식물들은 따지지 않고 환경에 적응한다. 식물의 무조건적 순응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생명 보존의 임무 곧,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질리도록 바짓가랑이에 달라붙는 도꼬마리나, 잘린 팔뚝 가지 머리에 잔가지들을 도꼬마리처럼 매단 채 겨울 하늘에 안겨있는 가로수와 정원수. 그 생태(生態)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지금 ‘살려고 몸부림치는 도꼬마리 머리의 시대’를 사는지도 모른다. 3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다 기온 1.5도 상승을 눈앞에 둔 기후변화 위기는 가뭄, 한파, 혹서, 해수면 상승, 강풍, 폭설과 폭우 등 생존환경 악화로 다가왔다. 갈수록 더해지는 지구촌의 진영대결 양상은, 살기 위한 몸부림을 더 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인간을 몰아가고 있다. 도꼬마리 머리의 몸부림처럼….

2023-02-02

돈 선거가 아닌 준법 선거

권지혜 영천시선관위 선거주무관 3월 8일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위탁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으로부터 선거사무를 위임받아 실시하게 된다.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은 군사정권 시기 관제화돼 조합장도 임명제였으나, 1988년부터 조합원들의 선거로 조합장을 선출했다. 본질적으로 단위조합은 영리사업체인데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금품제공과 조작 등 부정선거가 만연했다. 이에 2005년 산림조합을 시작으로 농협과 수협까지 선거사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게 됐다.조합장 선거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포함), 후보자의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단체·시설은 기부행위 제한기간(2022년 9월 21일 ~ 2023년 3월 8일) 중 기부행위를 할 수 없으며, 누구든지 기부행위제한기간 중 위탁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할 수 없다. 더불어 현직 조합장은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상시 제한되고 있다.하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불법행위의 발생 빈도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는‘돈 선거’근절을 목표로 단속을 실시했다. 과열·혼탁 예상지역, ‘돈 선거’발생우려 지역 등 총 111개 구·시·군, 283개 조합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광역조사팀 상주, 야간단속 등 한층 강화된 단속활동을 벌였다.집중단속의 결과 총 723건의 조치사안 중 금품·음식물 제공 등 ‘돈 선거’ 조치건수가 259건(35.8%)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별관리지역에서는 ‘돈 선거’조치건의 약 34%인 89건의 기부행위 건을 조치했다. 기부행위 금지·제한 규정을 위반해 금전·물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자는 최고 3천만 원 범위 내에서 제공받은 금액이나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은 곧 국민이듯이 조합에서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금품 등의 기부행위에 소중한 한 표가 휘둘려 조합원 개개인의 소중한 가치와 이익이 외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깨끗한 경쟁, 현명한 선택, 희망찬 조합’이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캐치프레이즈인 만큼 3월 8일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아름답고 깨끗하게 치러져 튼튼한 조합과 당당한 조합장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2023-02-02

신인사 일반(神人事 一半)

오낙률시인·국악인 추수가 끝난 뒤 논바닥에 떨어진 벼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버려진 듯 보이는 벼알이 따고 남은 감나무에 몇 알 남겨진 까치밥처럼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몇몇 생명 집단의 소중한 겨울 양식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버려진 게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을 위하여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농부들의 소중한 배려가 되는 셈이다.언제부턴가 겨울철이 되면 수백 수천 마리의 까마귀 떼가 겨울 들판에서 논바닥에 떨어진 벼알이며 풀씨를 쪼아 먹느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까마귀 대신 기러기 떼가 겨울 들판의 운치 있는 풍경을 그려내곤 했는데 그것도 세월 탓이지 요즘 들어서는 그 풍경이 바뀐 것이다. 논바닥에 새까맣게 내려앉은 까마귀 떼를 보며 검은색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리 나쁜 현상은 아닌 것 같다.사실, 그렇게 버려진 벼알로 겨울 허기를 이겨가는 생명이 어디 까마귀뿐일까. 들풀이 모두 말라버린 탓에 황조롱이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가시넝쿨을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참새떼며, 쥐구멍이 훤히 노출되어 들고양이며 맹금류의 눈을 피해 야행성으로 살아가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게도 논바닥에 떨어진 벼알은 겨울나기를 위한 소중한 양식이 되는 것이다.가만히 보면 세상에 그냥 버려지는 것은 없다. 시골집 하수구에 떠내려가던 밥 찌꺼기조차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 지렁이며 각종 미생물의 소중한 먹이가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서 산나물 채취를 나갔다가 산에서 점심 주먹밥을 먹을 때에도, 들에 나가 새참을 먹을 때에도, 첫술을 뜨기 전에 빠짐없이 행해지던 ‘고수레! 의식’ 또한 그 시작된 유례를 떠나, 자연물로 존재하는 뭇 생명들과 공생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오늘날 인간의 부(富)는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 생활을 가만히 보면 오히려 자연을 지배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엄연히 자연을 향한 배신행위에 해당하며 인간성의 상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 생활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연이 존재하였으므로 자연에 의지한 인간성 회복 운동으로 얻은 부를 이용해 다시금 탈 인간성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격이다. 어쩌면 오늘날 여러 형태로 가해지는 자연을 향한 폭력이 마침내 인간에게로 그 칼날이 되돌아와 새로운 형태의 봉건적 사회로 회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면 인간은 만물과 더불어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옛말에 신인사 일반(神人事 一半)이라는 말이 있는데 직역하자면 신의 일과 인간의 일이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들의 사회처럼 인간이 속한 자연이라는 사회도 민주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자연이라는 사회의 구성원 속에는 우리가 미물쯤으로 생각하는 참새며 들쥐며 지렁이까지도 포함된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2023-02-01

마스크를 벗다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친 이후, 마지막 남은 일상의 제약이 해제된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뀌어도 착용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이제 코로나19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고 있다.2020년 1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었을까? 우선 ‘비대면’으로 요약되는 변화는 기술혁신의 시간을 앞당겼다. 대학은 비대면 강의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으며, 교수들은 ‘줌(ZOOM)’이라는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학술대회도 학(學)+술(酒)이 만나는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 줌을 통해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단축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저점을 형성한 뒤 급등하여 2021년 초 3천300포인트를 넘었다. 이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저금리 상황과 맞물리며 이른바 ‘영끌족’이 등장하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유튜브의 경제 관련 채널은 큰 인기를 얻었으며 재테크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이제, 다시 일상을 되찾았지만 역사는 거꾸로 흘러가지 않는다. 2022년 우리는 자산 가격의 급락을 경험했지만, 급등하는 물가는 현금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떨어질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극단적인 저출산 국면에서 연금 고갈 소식이 연일 들려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곧 물가 상승률을 상쇄하고 노후 대비도 할 수 있는 자산 증식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한편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환경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동이 멈추자 대기가 깨끗해지는 경험은 그간 인류의 진화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어느 순간 매년 경험하는 이상 기후는 인류의 미래가 지금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것만인가? 단절된 삶은 누군가에게는 이득을 주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다.코로나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할까? 나의 자산을 관리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일상의 구조를 질문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진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를 이해하고 다른 방식으로 직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이다.기후위기와 사회적 약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학습한 문제 중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변해야 한다.

2023-02-01

우리에게 소는 다음세대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소는 누가 키우나. 농가에 소가 소중했다, 나라에 소는 무엇일까. 집안에 소가 자식들이듯이 나라의 소는 ‘다음세대’가 아닌가. 정치권은 표나 얻으려 감언이설을 늘어놓을뿐 다음세대를 진정으로 돌아보지 않는다. 마음을 모아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걱정하고 그들이 만날 내일을 잘 준비해야 하겠거늘, 나라의 어른들은 오늘 싸움박질에 여념이 없다. 무엇을 가르쳐 나라와 다음세대의 미래를 탄탄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면서 누구도 교육을 말하지 않는다. 험한 세상을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길러야 하는 소양은 무엇인가.상상과 창의. 그간 모방과 추격을 거듭하며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는 상상과 창의로 앞자리를 지켜야 하고 격차를 더욱 벌여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무엇으로 승부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향하여 비판적 시선을 던지며 신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누구도 밟지 않았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기존의 틀을 깨고 세상을 놀라게하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결과물을 드러내야 한다. 교육은 다음세대를 상상과 창의의 바다로 이끌어야 한다.글쓰기와 말하기. 너무나 기초적인 소양이지만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부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읽고 익힌 것도 나누지 못하면 배움의 의미조차 사라져 버린다. 무엇을 하든 영향력을 가지려면 글쓰기에 능해야하고 말하기에 앞서가야 한다. 자연공학계열일수록 역량을 표현하고 계획을 조리있게 설명이 가능할 때 리더로 성장해 간다. 인문사회분야에서 글과 말이 결정적인 경쟁력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교육은 글쓰기와 말하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글로벌과 균형감각.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국내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협소하지만 다음세대가 헤쳐갈 활동무대는 글로벌시장이다. 시선을 확장해 세상을 바라보도록 도와야 한다.교사의 업무와 경험도 글로벌시각을 가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라 안 경쟁에 매몰되어 낙심하지 않도록, 나라 밖 환경에 익숙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글로벌 호연지기를 길러내야 한다.세상은 이미 선진 대한민국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다음세대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를 바꾸어 가도록 부추겨야 한다.이념의 낡은 틀도 극복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진보의 발걸음을 자신있게 내딛도록 가르쳐야 한다. 좋은 것을 지키고 꽃피우면서도 새로운 사조를 자신있게 만나는 다음세대를 길러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양자택일의 조건으로 여기지 않고 모두를 끌어안는 넓은 가슴을 가르쳐야 한다.21세기를 보다 자신있게 걸어가는 다음세대가 되어야 한다. 백년대계 교육은 백년 너머를 준비해야 한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길러낼 다음세대가 세상을 바꾸어 갈 터이다. 교육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대한민국이 살아야 세상이 바뀐다. 정치권에게 진짜 소는 다음세대다. 민생의 핵심도 다음세대다. 교육이 바로 서야 세상이 옳게 간다.

2023-02-01

‘난방비 폭탄’ 뾰족한 대책없어 답답하다

연초부터 난방비가 국민가계를 엄습하면서 민심이 들끓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비상이 걸렸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꾸준히 인상(38%)됐지만, 새해들어 본격적인 한파로 사용량이 늘면서 월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전 국민이 ‘난방비 폭탄’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정부는 어제(1일)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올겨울 난방비 59만2천원을 지원한다는 추가대책을 내놨다.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에너지바우처 미수급자가 많고, 잠재적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나온 대책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1천억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바로 재가했었다. 난방비 폭탄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보면, 긍정 평가가 지난 조사대비 1.7%p 떨어진 37.0%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측은 “난방비 폭탄이 안보 이슈(북 무인기 대응)나 내부 갈등(나경원 사퇴 과정)보다 대통령 평가에 더 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국민의힘은 현재 난방비 지원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7조5천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지난달(1월)에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12월보다 추운 1월에 난방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각 가정에 따라 2월 난방비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정부가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지만, 또 한번의 ‘폭탄 고지서’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난방비는 LNG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인상이 불가피하다. 난방비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정치권에서 책임 공방만 펼치고 있으니 걱정이다.

2023-02-01

박정희 추모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은 대통령 재임 시절 접견실로 설치됐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조문객들의 분향소로 이용돼 왔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방화로 전소돼 구미시가 2017년 2월 새로 지었다. 매년 탄신제와 추모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해마다 2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구미시가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때문이다.구미경실련 등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관 건립에 1천억원을 들이는 것은 순수한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혈세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숭모관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시급한 일자리, 복지, 문화 등 민생에 매진하라”고 일갈했다.시민단체는 구미시가 생가에 있는 추모관이 협소하고 비탈길에 위치해 방문객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숭모관을 새로 짓겠다는 것은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고 꼬집었다.최신 기술을 활용한 기존 추모관 전시실은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해주지 않고 고장난 채 다른 전시물로 대체되고 있기 일쑤고 몇 년 째 바뀌지 않아 재방문자가 드물다고 했다. 오르막길이 문제가 아니라 전시 콘텐츠 업그레이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또,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인 경제개발과 민생안정 등에 매진하지 않고 오로지 기념관, 동상, 숭모관 건립 등 눈에 보이는 치적을 쌓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진정 추모하려면, 그 정신을 본받으라고 나무랐다.굳이 추모객들의 품격 있는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거액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