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쯤 포항시 북구 오도1리 간이해수욕장 상공에 띄운 10대의 드론 중 1대가 청진리 해안가 사이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고영현 포항해양경찰서 형사계장이 한달음에 달려가 ‘마약’이 아니라는 확인을 하고서야 긴장이 확 풀렸다.
제주와 포항에서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잇따라 발견되자 포항해경이 100여 명으로 꾸린 민·관·군 합동수색에 나섰다. 해경과 육군 50사단, 해양재난구조대, 한국해양안전협회가 참여해 이날 1시 30분부터 시작한 수색은 칠포해수욕장에서 방어리 해안가까지 약 8.6㎞ 구간 9개 구역에서 진행했다. 대구세관 마약탐지견인 라브라도 리트리버 암컷 이온(4살)이 투입돼 오후 4시까지 해안을 누비며 마약 탐지 활동을 벌였다.
포항에서는 10월 15일과 26일, 지난 7일 동해면 임곡리 해안과 북구 청하면 청진리 해안, 북구 청하면 방어리 해안에서 중국산 우롱차 포항 형태로 위장한 마약 의심 물질 3㎏이 발견됐다. 이들 3건 중 1건은 케타민으로 확인됐다.
제주에서는 지난 9월 말부터 제주항·애월읍·조천읍·구좌읍·용담포구·우도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에서 10차례에 걸쳐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백상권 포항해경 수사과장은 “포항에서도 대대적인 수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민·관·군 합동 수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방어리 해안에서 마약 의심 물질 봉지를 발견한 김달식 해양안전협회 영일만지부 순찰대장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녹차’ 표시 봉지를 발견했는데, 내용물이 흰색 압축물이어서 이상하다고 느껴 즉시 해경에 신고했다”고 했다. 이어 “SNS에서 본 중국 우롱차 포장과 비슷해 단번에 의심이 들었다. 이런 사례가 널리 알려져야 시민들도 마약으로 인식하고 신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색 현장에서 만난 흥해읍 주민 박상일씨(62)는 “포항 앞바다도 이제 안전지대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고, 박씨 일행도 “포항은 바다 축제와 관광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런 사건이 이어지면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고영현 형사계장은 “해류에 의해 차 봉지 형태의 마약이 포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류와 외형이 같고 포장 색상은 녹색·금색 계열, 벽돌 모양의 블록 형태”라며 “케타민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정밀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