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 첫날,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제28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리며 새해의 문을 열었다. 무안 참사로 지난해 공식 행사가 취소된 이후 2년 만에 재개된 해맞이다.
1일 새벽 포항의 기온은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살을 애는 추위에도 호미곶 해맞이광장 약1만4000평(약4만6000㎡)에는 이른 새벽부터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새천년기념관 1층과 쉼터, 주차장에는 매트와 담요를 깔고 일출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밤을 지새웠다.
오전 5시 30분부터는 쉼터와 주차장에 흩어져 있던 인파가 하나둘 광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해맞이 공간은 점차 사람들로 메워졌다. 최은영씨(45·흥해읍)는 “아이에게 새해의 첫 장면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며 “올해는 가족이 무탈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맞이 직전인 오전 6시 50분, 올해 처음 선보인 해맞이축전 시그니처 프로그램 ‘호미곶 범굿, 어~흥(興)한민국’ 공연이 광장의 문을 열었다. 호미곶의 전설과 공동체의 흥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새해를 함께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어 샌드아트 퍼포먼스와 함께 2026년 ‘위민충정‘ 사자성어 발표, 해를 배경으로 한 전통 줄타기 공연 ‘2026, 새해를 딛다’가 차례로 이어졌다.
일출 예정 시각을 5분가량 넘긴 오전 7시 38분쯤, 구름 위로 붉은 해가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향해 휴대전화를 들거나 두 손을 모은 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대전에서 혼자 내려온 취업준비생 김정민씨(27)는 광장 앞줄에 서 있었다. 그는 “작년엔 계속 떨어졌다”면서도 “그래도 새해는 여기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바라보던 김씨는 “올해는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연인 이상훈(31)·박소연씨(29)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서 더 함께 새해를 맞고 싶었다”며 “올해는 서로 덜 불안해지고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해맞이 현장에는 약 5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모였다. 포항시는 강풍과 한파에 대비해 에어돔 형태의 TFS 텐트를 설치하고, 해안가 위험 구간에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행사 기간 동안 안전인력 649명이 배치됐다.
해맞이 이후에도 발길은 쉽게 끊기지 않았다. 오전 7시 30분부터는 새해 떡국이 밀키트 형태로 3000인분 배부됐고, 행사장 일대에는 푸드트럭 8대, 지역 상인이 참여한 ‘호미곶간 팝업스토어’ 7곳이 운영됐다. 해맞이를 마친 시민들은 인근 상권과 해안 산책로로 발길을 옮기며 새해 아침을 이어갔다.
이번 축전은 전날인 12월 31일 오후 2시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문을 열었다. 밤 11시 20분 전야 공연 ‘기원의 밤’, 자정 직전 미디어파사드 ‘빛의 시원’, 카운트다운과 불꽃 연출, ‘월월이청청–호마의 춤’이 이어졌고, 심야에는 보이는 라디오와 호미 영화제, 신년 운세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 새해를 기다리는 발길을 붙잡았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