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동시 선거 취지 무색<br/> 대구 86곳 중 53곳· 경북 104곳 중 74곳 무투표 당선자 속출<br/> 출마조건 까다로워 후보 등록 저조…선거 본연의 역할 못해
오는 3월 처음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선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구와 경북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총 86개소의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선출하는데, 이 중 53개소가 무투표 당선 지역이다. 또 1개소는 아예 후보자가 나서지 않아 재선거가 필요한 곳이다. 나머지 32개소 중 직선제로 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18개소이고, 14개소는 간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다.
경북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총 104곳의 이사장을 선출하게 되는데 이 중 74개소가 무투표 당선 지역이다. 선거를 치르는 30개 지역 중 단 7개소만 직선제로 선거가 치러지고, 23개소가 간선제이다.
이에 선거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대폭 축소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산한 선거 비용은 대구 26억7000만원, 경북 26억2000만원이다. 선관위는 각 금고가 납부한 경비로 선거를 치른 뒤 무투표 당선 등 미사용 금액을 반납하게 된다.
새마을금고 선거의 후보 등록이 부실한 것은 까다로운 출마 조건이 원인이다. 이번 선거 출마 조건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새마을금고에서 4년 이상 일하거나 다른 금융 관련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로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별 금고에 따라서는 이사 등 별도의 추가 자격 조건이 붙은 곳도 있는데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상당수는 현 이사장에 유리하게 조건을 달아 무늬만 직선제란 비판도 나온다.
이는 기존 이사장의 강점만 부각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대구와 경북 대부분의 새마을금고가 무투표 당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행인 것은 후보자들 간 경쟁이 없다보니 24일 현재 선관위에 신고된 선거법 위반 사례도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전·현직 이사장 중 해당 금고의 경영 악화를 가져왔다고 평가받고 있거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후보가 투표도 없이 재신임 되는 것이다.
이는 이사장의 부정 선출을 막고 조합원 의견이 금고 경영에 투명하게 반영되도록 할 목적으로 2021년 개정된 새마을금고법이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실 금고를 사실상 선거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때문에 다음 선거에서는 대규모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지원 등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금융 전문가는 “새마을금고가 진정한 금융 전문성을 갖추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금융감독 체계를 구축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통해 행안부의 관리하에 있는 새마을금고의 금융 부문만이라도 분리해 금융감독원이 관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횡령 등의 사고 예방을 위해 감사 기능 및 직원 교육 강화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락현·피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