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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입점 통로 막아놓고 ‘값싼 임대료’ 혜택 독점

김채은기자
등록일 2025-01-05 19:58 게재일 2025-01-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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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언
포항 죽도시장 분장어시장의 불공정한 점포입찰제도가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죽도시장 안의 분장어시장 모습.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

환동해권 대표 재래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죽도시장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빠른 확산으로 재래시장은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죽도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랜시간 곪아왔던 재래시장 내부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래시장의 유구한 전통을 건강하게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온존해온 상인들 간의 담합 행위와 불공정함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에 죽도시장 상인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해 재래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2023년 계약 만료 후 기존 상인에만 추첨 자격 부여… 반발 커 무산

만기자들만 영업 이어가다 작년 11월 일부 상인에 사용허가서 발송

“추첨도 없이 명단에 왜 있나” 문의에 포항시는 ‘행정상 이유’로 함구

최대 2개 제한 규정에도 전체 63개 좌판 중 20여 명이 3~5개씩 소유

실태 공개 요청 빗발쳐… 시, 최고가 경매 등 운영 방식 변경 검토 중

글 싣는 순서

① 불합리한 점포 입찰‘죽도시장 분장어시장’ 여전히 논란

② 상인들이 모아서 건낸 ‘생선뼈’… 회장님 주머니만 불려

③ 골치 아픈 죽도시장 쓰레기… 포항시에서는 모르쇠 일관

죽도시장 분장어시장의 불공정한 점포입찰제도가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죽도시장번영회에 따르면 재작년 12월 분장어시장의 임대계약이 만료되었지만 포항시는 새로운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포항시는 시유지인 죽도시장의 분장어시장을 월 2만~3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만 받고 상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유지가 아닌 주변 점포의 임대료가 월 30만~50만 원선 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자리다. 더욱이 분장어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좌판임대 입찰은 많은 상인의 관심사다.

이전 본지도 점포입찰제도 특혜에 관련한 사안을 문제 제기<2022년 12월 12일자 7면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죽도시장번영회 관계자는 “분장어시장의 좌판 임대 과정은 여전히 폐쇄적이며 불공정하다”고 했다.

논란은 시의 아리송한 기준에서 시작된다.

분장어시장은 재작년 12월부로 임대계약이 끝났다. 그러자, 포항시는 지난해 1월 분장어시장 좌판 입찰을 공정한 추첨(제비뽑기)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추첨참여 자격자를 기존 운영 상인으로 한정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의 선별적인 추첨이어서 신규신청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반발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추첨은 무산됐다. 이후 포항시는 지난 1여 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분장어시장은 기존 계약 만기된 자들의 몫이 됐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계속 영업을 이어나갔다.

분장어시장 임대계약 만료로부터 11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작년 11월 포항시는 일부 상인에게만 분장어시장의 좌판 임대를 허가한다는 ‘좌판사용허가서’(이하 공유재산사용허가서)를 등기로 발송했다. 시는 2024년 11월 29일 발송한 사용허가서에 대해 “신규 상인들이 1월부터 당첨된 좌판을 운영하지 않아 사용을 촉구하는 공문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 입점 상인들은 “애초에 당첨된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며 왜 이런 공문이 왔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좌판임대추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당첨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다. 모 상인은 “좌판 추첨은 언제 했는지, 또 임대 허가 기준은 무엇이냐”고 문의했지만 포항시는 ‘좌판 임대 허가는 행정 권한이며 당첨 기준 역시 행정상의 이유로 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분장어시장의 점포입찰제도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분장어시장에는 63개의 좌판이 있지만 임대 상인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한 명의 상인이 여러 개의 좌판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포항시는 인당 최대 2개의 좌판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익명의 한 죽도시장 상인은“현재도 좌판을 5개씩, 3개씩 가지고 있는 분장시장 내 상인들이 있다”고 운영 상황을 전했다. 모 상인은 “분장어시장의 월임대료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좌판 여러 개를 임대해도 부담이 없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의 황당한 점포입찰제도는 기존 상인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인들은 ‘현재 계약자가 임대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을 예시로, 결국 기존 계약자의 포기의사가 없으면 신규 상인은 분장어시장으로의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 목소리로 제도 개정을 촉구한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장사를 오래전부터 분장어시장에서 해왔던 상인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한편으로는 그들도 관례를 거론하며 재산권을 운운하고 있어 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분장어시장에 자리한 상인들이 오래전부터 동일한 장소에서 장사를 해온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신규 입점자 등은 그 실태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잇따라 공개 요청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포항시는“공개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함구하고 있다.

분장어시장 근방 익명의 상인은 “그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수년간 봐왔던 사이라서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분장어시장내 상인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알기에 날카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죽도시장상인회는 “(분장어시장이) 매출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죽도시장 중심자리인 만큼 공정한 추첨과 당첨 기준이 필요하다”며 “상인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포항시 관련 부서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이 문제는 지난 2008년부터 분쟁이 일어났던 사안”이라면서 최고가 경매를 통한 입찰, 관광객 쉼터로 전환 등 다른 방식으로 분장어시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이를 위해 현재 법률 자문을 받아 볼 계획으로 있다고 했다.

한편, 죽도시장상인연합회는 분장어시장 문제를 포함한 각종 문제들을 시정하기 위해 포항시의회에서 구정 이후 집회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김채은기자 gkacodms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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