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어시장, 악취·불결 심각… 스티로폼 등 적치물 화재 위험도<br/>상인회·상인 불화에 소극적인 포항시… 해결책 찾기 쉽지 않아
“바가지요금, 불결, 호객행위, 불친절, 노점, 화재 위험성….”
전통시장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단어들이다. 코로나19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지속된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 등의 영향을 받아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긴 하지만, 전통시장은 이미 대형마트·온라인 상거래 업체 등과의 경쟁에서 치이며 젊은 고객 유치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소위 ‘폐업’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06년 기준 1천610개였던 전국 전통시장 수는 14년 만인 지난 2020년 1천401개로 209개(13.0%)나 줄었다.
경북의 대표 재래시장인 죽도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동해안 최고의 어시장으로 꼽히며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죽도시장도 일부 구간은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정비를 해나가며 변신을 꾀하고 있으나, 여전히 다수 상가가 노후화되고 청결하지 못한 상태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바가지요금도 없어지지 않고 있으며, 곳곳에는 위험해 보이는 적치물이 쌓여 있고, 여기에 더해 상인들 스스로의 반목과 갈등마저 심각해 시장의 정상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죽도시장의 문제점을 ‘7구역(‘분장어시장’)을 예로 들어 살펴본다.
‘분장어시장’으로 불리는 죽도시장 7구역은 수산물도매시장의 부속시장이다. 수제비와 전, 튀김 등을 파는 곳이 모여 있어 ‘수제비골목’으로 통용되기도 하는 이곳은 죽도시장의 노른자 땅으로 불릴 만큼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다.
“한 번도 못 가본 적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적은 없다”던 이곳에 손님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생적인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어두컴컴한 골목과 축축한 바닥,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포항시민 최병우(41) 씨는 “고향을 방문한 친구들과 죽도시장 수제비골목을 찾았는데, 청결하지 못한 모습에 발걸음을 돌렸다”며 “요즘은 아무리 맛있어도 청결하지 못하면 외면을 받는 시대인 것 같다. 추억 속에 맛집으로 남아있는 수제비골목이 깨끗한 모습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상인들 역시 쓴소리를 하고 있다. 죽도시장 한 상인은 “상인들도 수제비골목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라면서 “쥐나 벌레 등이 수시로 나오는 곳이라 알 만한 사람은 절대 안 간다”고 고개를 저었다.
스티로폼 박스 등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적치물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다. 앞서 지난 10월 발생한 대구 매천시장 화재가 스티로폼이 포함된 샌드위치 패널, 비닐 천막, 곳곳에 쌓여 있는 상자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죽도시장의 ‘분장어시장’ 역시 매천시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제비골목에 둘러싸여 있는 분장어시장에는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곳곳에 쌓여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비롯해, 어시장 점포를 구분해 놓고자 쳐놓은 투명 비닐, 수제비 등 음식을 만들기 위한 조리기구, 각종 종이박스 등이 뒤엉켜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상인회의 노력은 상인 사이의 불화 탓에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포항시 역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분장시장 자체가 포항시 3개 부서가 얽혀 있는 등 복잡한 곳이라 문제 해결이 쉽지가 않다”며 “시장 현대화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지만 상인들의 의견이 모여지지 않아 이것도 힘들다. 여러모로 시에서도 난감한 입장이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