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조 지정기부금단체 등록<br/>조합원 성과금 기부금으로 지급<br/>최근 3년간 수입 25억여원 달해<br/>세금탈루 등 악용여부 파악해야
대구의 한 지역노조가 설립한 공익법인이 탈세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제보자 등에 따르면 지역노조 위원장인 A씨는 지난 2016년 상급단체가 없는 지역노동조합을, 2020년에는 같은 주소에 사단법인을 각각 설립하고, 같은 해 9월 공익법인(구·지정기부금 단체)지정을 받았다.
공익법인 지정 이후 노조원들이 사측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아야 할 임금 성격의 성과급을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등 세금 공제 없이 지정 기부를 통해 출연받아 이를 노조 각 지회로 내려 보내 지회에서 임의 처리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공익법인이 지역노조에 가입한 노조원의 성과급을 사측으로부터 세전 총액을 기부금 명목으로 출연받아 지회를 통해 노조원들에게 우회 지급하면서 탈세를 조장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사측이 소속 노조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은 임금 성격이 강해 사용자는 원천징수 의무가 있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
설사, 공익법인이 성과급을 기부금 형태로 출연받아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지역노조원에 지출한 경우라면 세법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 대상일 가능성도 있다.
세무당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라 출연재산에 대해 상속세, 증여세, 법인세 등의 면제 혜택이 있지만, 공익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거나 조세회피, 탈루의 수단 등으로 이용되면 면제받은 증여세를 추징하고 있다.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해당 공익 법인의 기부금 수입액은 지난 2020년 7억 6천349만 8천682원, 2021년 8억 8천419만 6천862원, 2022년 9억 2천여만 원 등 모두 25억여 원에 이른다.
이 기부금 수입액의 대부분이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할 임금(성과급)을 기부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로소득세로 납부돼야 할 탈루액 규모는 얼핏 추산해도 연간 2억 원대에 이르는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회사 측에서 성과급에 대해 원천징수를 한 뒤 지정 기부를 했다면 공익법인은 기부금 목적 외 사용으로 증여세 추징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공익법인은 설립목적이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익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기부금 수입액을 불특정다수가 아닌 임금(성과급) 수령대상인 특정 조합원들에게만 지급해 공익법인의 의무사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노조원들의 성과금은 사측이 직접 개인별로 지급해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공익법인을 통한 기부금 형태로 우회 지급한 것은 공익법인이 근로소득세 등의 회피를 위한 세금세탁 창구로 악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제보자를 비롯한 세무전문가 등의 공통된 입장이다.
제보자는 “A씨는 조합원들이 회사 측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아야 할 임금(성과급)에 대해 사용자 측이 근로소득세를 내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하고, 국세로 납부돼야 할 금액을 사익을 위해 횡령할 목적으로 공익법인을 통해 사용자 측에 기부금으로 내도록 강요해 근로소득세를 면탈하도록 했다”며 “기부금으로 포장된 성과급 지급도 온전히 이뤄졌는지 의문스럽고, 공익목적에 사용되지 않은 기부금지출액에 대한 증여세 추징과 강력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변호사는 “공익법인이 불특정 다수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해관계인에 속하는 조합원들에게만 기부금 전액을 전달한다는 것은 문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익법인이 조합원들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급했느냐에 따라 세금 여부는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 한 세무사는 “공익법인을 통한 증여세나 근로소득세 탈세는 세무당국에서 누적관리 대상으로 포함해 두다가 일정 금액에 도달하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기업 공익법인도 세무당국이 탈세를 막기 위해 표적관리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지역노조 위원장이면서 공익법인 대표인 A씨는 “(기부금 등) 세제혜택을 위해 지정기부금단체를 만들어 달라는 사용자의 요구가 있어 지난 2020년 지정기부단체를 지정받았다”면서 “기부금 형태로 출연받은 성과급은 사측이 이미 세금을 뗀 후 전달한 것으로 알고 받은 금액 전액을 각 지회로 보내 처리하도록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인 기부금 목적 외 사용부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실제로 비영리 단체이고, 노조원들도 노조원 자체가 공익단체이기 때문에 노조원들한테 주는 것도 불특정 다수에 해당된다”고 해명했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