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지원 안돼 시각장애인 등<br/>디지털 소외계층들 불편 가중<br/>음식점·카페·패스트푸드점 등<br/>무인관리 편리함 뒤 사회 장벽<br/>모두 이용·접근가능 법안 절실
무인 정보 단말기 키오스크(Kiosk)가 은행, 백화점, 공기관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 보급되면서 시각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들의 불편이 가중돼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4일 오전 포항시에 있는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 5곳의 키오스크를 확인한 결과, 점자나 음성안내 시스템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키오스크 위치를 안내하는 점자 블록 한 칸이 설치돼 있었지만 출입문과 떨어진 키오스크 아래에 위치해 접근조차 어려워 보였다.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는 공공기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남구 대잠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정태환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장.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그는 음성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기기 앞에서 “이건 주문 못 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사용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주문도 하지 못한 채 화면만 더듬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주문을 완료한 정 센터장은 “청각 안내 이어폰이나 아날로그 버튼이 없으면 버튼 위치와 용도를 확인할 수 없어 애초에 접근부터 불가능하다”며 “일반인들의 편의성을 위해 키오스크, 도어락 등 터치 스크린 기술이 발달할수록 디지털 소외계층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키오스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결제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급속도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 중 키오스크를 사용한다고 한 비율은 지난 2018년 0.9%에서 2021년 4.5%로 크게 뛰었다.
키오스크가 현대사회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지만, 기계 제조규제에 관한 법률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 지원 서비스 등이 회사마다 상이하다보니 시각장애인, 키가 작은 어린이나 휠체어 등 보행기구 사용자, 디지털 기기에 미숙한 노인 등에게는 키오스크가 사회의 장벽 중 하나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태환 센터장은 “휴대폰처럼 터치 음성지원 서비스가 있다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충분히 주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키오스크가 은행 ATM(현금자동인출기) 같은 범용적인 기기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필수 서비스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25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정보접근성 보장 키오스크 우선구매 제도 시행의 일환으로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웹와치(주), <E9C5>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 총 3곳을 ‘시험평가기관’으로 지정해 향후 5년간 공공부문 키오스크의 접근성 보장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평가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종류와 접근성을 검증하기 위한 세부 기준, 절차 마련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 개정을 완료한 바 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