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객(歌客) 안치환(60)이 오는 가을 대구 아양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그는 14집 앨범 ‘인간계’ 발매를 발매하고 전국 투어 콘서트 ‘HIS STORY’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대구 공연은 그에게 남다르다. 안치환은 대구를 “보수의 이미지와 함께 민주화·노동운동의 결을 동시에 품은 참으로 흥미로운 도시”라 표현하며 “그래서 공연 반응이 유달리 뜨겁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 “노래는 어느 편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도 다가가 공감의 동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에 대해서도 “인간이 이룬 좋은 성과를 지키려는 따뜻함이 본래의 보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HIS STORY’ 콘서트는 제목 그대로 ‘그의 이야기’이자 동시대인의 연대기다. 14장의 정규와 다수의 기획 앨범에서 고른 대표곡을 촘촘히 배치했다. 관객 참여를 위해 일부 곡의 가사를 스크린에 띄우는 연출도 예고했다.
안치환은 “1집의 ‘떨림’ 처럼 지친 이들을 응원하는 노래가 중요한 축이 된다”며 “오신 분들을 내가 응원하고 나도 그 응원으로 다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저항가요로 사랑받아온 그는 왜 여전히 노래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는 “저에겐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대학 ‘울림터’ 동아리에서 사회 현실을 담은 노래를 처음 접했고, 그게 제 몸에 스펀지처럼 스며들었다”고 회상했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외면하지 못했다는 그는 “예술은 시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람들이 감옥에 끌려가고 피투성이가 되는 세상 속에서 노래도 자연스럽게 저항의 색을 띠게 됐다”고 덧붙였다.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에서 ‘소금 인형’, ‘내가 만일’로 이어진 변화에 대해 그는 “변심이 아니라 확장”이라고 못 박았다.
안치환은 “38년 음악하면서 정규 앨범 14집, 특별 앨범 6집을 발매했고 콘서트도 많이 했다. 음악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의 히트곡만으로 버티지 않고, 나이와 시대에 맞는 새 노래를 계속 내는 것이 살아 있는 뮤지션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신작 인간계는 제목 그대로 인간 세상의 민낯을 담았다. ‘오늘도 노동자가 죽었다네’는 일터에서 매일 죽어가는 노동자의 현실을 직시하고, ‘개념연예인’은 사회적 발언에 꼬리표가 붙는 씁쓸한 현실을 풍자했다. ‘다크 코어’, ‘쪽팔리잖아!’, ‘빨갱이’, ‘바이러스 클럽’ 같은 곡들은 직설적이고 논쟁적이다.
그는 “예술은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몇 년간의 각박함과 혼란을 기록했다”면서도 “분노와 희망은 함께 가야 한다. 노래는 공동체적 찬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언제까지 노래할지를 묻자 안치환은 “창작 의욕이 사라지거나 무대를 버틸 체력이 떨어지면 스스로 알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은퇴를 입에 담지 않았다.
안치환은 “과거 히트곡만으로 버티지 않고, 나이와 세대에 맞는 새로운 노래를 계속 만들고 싶다”며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오십·육십대만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음 앨범을 구상하고 있다. 가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어’이다”며 “함께 살아온 세월, 헤어질 수도 있었던 시간을 넘겨온 뒤 맞이한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한다"고 했다. 안치환은 "이 나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미소지었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