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단지 개발, 일자리·투자 약속 뒤 공공성은 어디에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추진하는 보문관광단지 민간투자 환경개선사업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심의 과정의 부실 의혹과 공공성 결여로 벌써 특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는 지난 15일 보문관광단지 내 10개 부지 11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600여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복합리조트와 관광형 증류소 같은 대규모 시설 조성, 지역 인재 채용과 장학금 지원 같은 공공기여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종이에 적힌 계획일 뿐 실제 이행은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심의 과정과 공공기여 비율이다. 지난 5일 진행된 용도변경 심의에서 10개 기업이 모두 통과했지만, 도의원들 조차 “심의위원 다수가 현장을 알지 못한 채 서류만 보고 판단했다”고 지적하며 문제 삼았다.
또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제출 자료에 의존한 평가가 사실상 통과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며 “이대로라면 이번 심의도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공공기여 형평성도 심각하다. 5만 평 넘는 대규모 부지를 용도변경 신청한 기업이 있는 반면 수백여 평~3000평 소규모 신청 기업보다도 공공기여 비율이 낮은 경우가 확인됐다.
이는 ‘대기업일수록 혜택은 더 크고 부담은 더 적다’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져 지역사회 기여를 강조한 민간투자 사업의 근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
특히 복합지구로 변경된 ‘법적 사각지대’를 활용해 사업자 마음대로 개발을 진행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도 없다. 이미 일부 기업은 공공주차장을 사실상 개인 영업장 주차장처럼 사용하며 특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보문단지 개발은 장기 방치된 부지를 활용해 관광 경기를 되살리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졸속 추진과 허술한 심의, 형평성 없는 공공기여, 불투명한 계획 이행으로는 오히려 공공성을 훼손하고 지역사회의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문화관광공사 측은 “리모델링이 필요했고 경주시와 충분히 논의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정작 경주시는 “구체적 협의는 없었다”라며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결국 숫자만 부풀린 ‘장밋빛 계획’ 뒤에 책임 떠넘기기와 행정 무책임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앞으로 경주시가 진행할 2차 심의에서라도 허가 문제를 철저히 따져 묻고, ‘특혜 의혹’에 대한 투명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번 용도변경은 ‘관광 활성화’가 아니라 ‘특혜 행정, 졸속 행정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