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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끈 놓으려 할 때 ‘발파’ 소리 들렸다”

박종화·피현진기자
등록일 2022-11-06 19:35 게재일 2022-11-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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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광산 ‘기적의 생환’<br/>일회용 커피믹스 와 물로 버텨<br/>비닐로 천막 치고… 체온도 유지<br/>폭약 터뜨려 탈출 시도했으나<br/>실패하자 두려움이 더 커져가<br/>작업 반장 박씨 아들 근형씨<br/>“아버지 걸어 나올 때 안 믿겨”<br/>“회복 빨라 곧 정상적인 밥 제공”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11시쯤 구조 당국은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90m수직 갱도에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지난 4일 밤 11시쯤 무사히 생환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221시간 만(만 9일 5시간)에 극적 구조된 이들은 현재 안동의 한 병원에서 빠르게 건강을회복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측은 “환자들이 어둠속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처음에는 시력 보호용 안대를 착용토록 했으나 현재는 안대를 벗는 시간을 늘렸다”며 “초기 저체온 증세와 근육통 등을 호소했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 이송 첫날 점심으로 미음을 제공한데 이어 지난 5일 죽과 미역국, 계란찜 등 비교적 소화에 부담이 적은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며 “많은 양을 먹으면 대사적 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한동안 소량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회복 속도가 빨라 내일부터는 정상적인 밥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 광부는 고립기간 처음엔 갖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지를 식사대용으로 먹고 그 이후엔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연명했다고 한다. 또 서로 어깨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려 했으며 급한대로 비닐로 천막을 치고, 바닥에 패널을 깔아 버티며 구조를 기다렸다.

두 광부는 생존 반응을 보내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 보기도 해봤지만,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이들이지만 고립이 길어지고 체력이 떨어지자 극적 구조 직전 한때 희망의 끈을 놓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작업 반장 박모 씨(62)는 “이미 말한대로 고립된 뒤 일회용 커피믹스에 의지해 그 시간을 버텼다. 처음에는 동료에 의지했고, 인전모에 달린 안전등이 있어 견딜 수 있었지만 배터리가 모두 방전돼 안전등이 꺼지고 완벽한 암흑이 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갱도 안에 쇠 파이프도 있어서 계속 때리면서 고함을 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며 “암설을 깰 때 사용하던 화약을 25개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에 9개 폭약을 장전해 터뜨렸고, 다음 날 10개를 묶어 발파했다. 암석을 부숴 탈출하려고 했고 지상의 사람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했는데 실패하면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이어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불빛 하나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처음으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둘이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렇게 희망을 잃어가던 그때 ‘발파’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후 누군가 ‘형님’ 하면서 뛰어 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살았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족의 무사 생환을 지켜본 가족들도 구조해 힘써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작업 반장 박씨의 아들 박근형(42) 씨는 구조 첫 날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구조된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 온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못 했어요. 많이가 아니고 기억도 안 나요. 했는지 안 했는지도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을 나오셨을 때도 해드렸지만 이제 공개적으로 또 말씀드리고 싶다”고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6일 “아버지가 회복이 많이 되셔서 식사도 잘하시고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걸어서 씻으러 가셨다”고 말했다.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 씨의 가족도 “식사 후에 운동 삼아 5~10분 정도 병원 복도를 걷는다. 걱정했던 것보다 건강 상태가 좋다”며 “다만 아직은 아침에 잠에서 깬 뒤에 우리가 정말 살아 돌아온 거 맞냐고 되묻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업반장 박씨는 면회를 온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대한민국 좋은 나라죠. 그런데 자꾸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며 “(구출되고) 나와서 보니까 우리나라에 아주 큰 대형 참사(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고 들었다. 그런 일이 자꾸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구조에 인력 1천145명과 장비 68대 동원됐다.

/박종화·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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