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갱도에 매몰된지 221시간만에 생환한 봉화의 기적이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을 경북 봉화의 광산 기적이 위로하고 있다. <관련기사 4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5일 “생존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잘 버텨줬고, 24시간 쉬지 않고 굴착작업을 한 동료광부들과 소방대원들의 헌신이 기적을 만들었다”며 “오늘의 기적을 만든 저력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고 작금의 현안들을 헤쳐나갈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무사생환한 두 작업자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카드와 선물을 전달했다. 또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을 병원으로 보내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쾌유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철우 도지사와의 통화에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돌아오신 두 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고 며칠 동안 밤낮없이 최선을 다한 소방청 구조대와 광산 구조대 그리고 시추대대 군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들의 생환에 “기적이 그냥 온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무사 귀환 염원을 담은 필사의 노력이 이뤄낸 결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족들의 애끓는 현장 요청사항과 동료 광부들의 진심 어린 24시간 굴 파기 작업 등 한마음으로 이룬 성과”라며 “생환 광부가 베테랑으로 생존 방법을 아는 전문가로서 역할도 컸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대한민국 현안이 이처럼 기적적으로 해결되도록 기원한다”며 “이태원 참사로 무거운 마음에 위안을 주신 생환자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현장에서 구조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도지사는 이날 정오께 안동병원을 방문해 생환한 광부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광부들에게 “힘내시고, 후유증까지 다 치료하고 나오시라”고 인사했다. 이 도지사는 이어 “광산 매몰 광부 2명이 221시간에 걸친 사투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기적이 일어난 만큼, 경북에서의 기적이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매몰 사고로 지하 190m 수직갱도에 고립되었던 광부 2명이 사고 발생 221시간만인 4일 밤 11시 3분쯤 극적으로 구조됐다.
구조작업에는 천공기 12대와 탐지내시경 3대, 음향탐지기까지 투입해 생명의 신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민관군 합동 연인원 1천145명이 투입됐다. 특히, 땅속에서 이뤄지는 어려운 상황들의 연속이었고 생명신호를 탐지하지 못했을 때 현장에서는 아쉬움의 탄식들이 나왔고 가족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사고발생 이후 광산자체 구조대가 12명씩 4개조로 나눠 6시간씩 교대하며 굴착작업을 진행했고 지난달 29일부터는 고립된 광부들의 생존신호 확인을 위한 시추작업도 진행했다.
구조 8일차인 지난 3일부터 245m 지점까지 진입하는 등 굴착작업이 속도를 냈다. 지상에서는 천공을 통해 비상식량과 발광체까지 공급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마침내, 9일차인 지난 4일 예상지점인 325m까지 굴착이 이뤄졌고 소방대원과 금호광업소 동료광부가 고립생존자 2명을 구조해 안동병원으로 이송했다.
고립광부들은 그간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고 믹스커피 30봉지를 3일간 식사대신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안동병원 관계자는 회복속도가 빨라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정도라고 했지만, 3~4일 정도 늦었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