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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토사유출로 태풍 피해 키웠어요”

김민지 기자
등록일 2022-10-19 20:11 게재일 2022-10-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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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환여동 일대 하수로 막아<br/>주민들 “아직 굳은 흙 그대로”<br/>시공사 “법적근거 있어야 보상”
19일 오전 태풍 힌남노로 침수됐던 포항시 북구 환여동의 한 상가 바닥에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흘러 내려왔던 진흙이 굳어 있다. /김민지기자

“침수 피해는 천재지변 아닌 예견된 인재” 태풍 ‘힌남로’로 침수 피해를 입었던 포항시 북구 환여동 주민들이 인근 대규모 아파트와 근린공원 공사 현장에서 유출된 토사로 인해 피해가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6일 포항을 덮친 태풍은 시간당 145㎜의 비를 뿌렸다. 당시 환여동 일대는 도로가 침수됐고 일부 주택과 상가 등 건물은 1층 높이까지 빗물이 차오르며 가재도구와 전자제품 등 이 물에 잠겼다.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자 동원됐던 트럭조차 침수돼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건설 현장에서 쓸려 내려온 다량의 토사가 하수로를 막아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현재 환여동 인근 철미산 일대 공사 부지 면적은 약 76만㎡으로 올해 초 착공돼 토목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2천300평에 달하는 넓은 고지대의 땅을 파내는 탓에 비가 오면 다량의 토사가 민가 아래까지 흘러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시공사 측에서 태풍을 대비한 긴급수로 공사를 거주지 인근 중학교 방향 하수도로 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됐다.

수해손해를 입은 10가구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후 비가 올 때마다 도로 곳곳에 진흙이 흘러내렸다”며 “주민 모두 이곳에서 수십 년간 살아왔지만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태풍이 오기 전부터 이를 방지해달라는 민원을 3번이나 넣었는데 오히려 수로를 민가 쪽으로 틀어 더 많은 흙이 내려왔다”고 꼬집었다.

이번 태풍으로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은 주민 이종근(46)씨는 “주민 추산 피해액은 10여억원이다. 업체에서는 책임소재를 인정하지 않고 50∼100만원 상당의 대물을 지원해주겠다고 한다”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피해 복구를 하지 못한 집이 많은데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에겐 흙이 굳은 채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하수구와 진흙이 말라버린 누런 벽만 남았다”고 한탄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공사현장 한 관계자는 “손해사정사에서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나서 현장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적 근거 없이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금전적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공사기간 동안 주민분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민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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