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던 동네 목욕탕이 쥐도 새도 모르게 문을 닫았어요. 이제 목욕 한 번 하려면 30분은 더 걸어가야 합니다”
12일 오전 포항시 북구 한 목욕탕 앞에서 만난 주민 안모 씨(67)의 하소연이다. 안 씨가 다니던 이 목욕탕은 2000년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5월 폐업했다.
목욕탕 옆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닫힌 유리문 너머로는 먼지를 뒤집어쓴 집기들이 그대로 남아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돼 보였다.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경상북도에서 영업 중인 목욕탕은 457곳, 폐업한 곳은 571곳으로 집계됐다. 대구시도 영업 중인 목욕탕은 236곳에 그친 반면 폐업한 곳은 606곳에 달했다.
포항시의 경우 현재 영업 중인 목욕탕은 88곳으로 최근 3년 동안에만 17곳이 문을 닫았다. 연도별로는 2023년 3곳, 2024년 8곳, 2025년 6곳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수요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는다. 난방 기술 발달로 집에서도 탕 목욕이 가능해진 데다 아파트 커뮤니티 사우나 확산과 헬스장 샤워 시설 이용 증가로 전통적인 동네 목욕탕 이용객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동네 목욕탕 대신 온천이나 스파 시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가스·수도·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난방과 급수가 필수인 업종 특성상 비용 상승의 부담이 그대로 업주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포항시 남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 씨(71)는 최근 이용료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했다. 김 씨는 “공공요금과 인건비, 시설 유지비가 한꺼번에 오르면서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소비자원 서비스 요금 가격 동향을 보면 경북 지역 목욕탕 이용료는 2025년 1월 평균 7885원에서 같은 해 11월 8077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목욕탕이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서민과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이라는 점이다. 수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겨울철 동파 피해 등으로 집에서 씻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목욕탕을 대신할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포항시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용 감소에 공공요금 상승까지 겹치며 업계 부담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목욕 이용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재정 여건상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목욕탕 폐업을 일시적 불황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김정규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아파트 중심 주거 확산과 코로나19 이후 위생 인식 변화로 동네 목욕탕의 기능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과거처럼 민간 영업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고려해 공공이 최소한의 역할을 하거나 폐업한 목욕탕을 복지·문화 공간 등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