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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아이 쓰러져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이부용 기자
등록일 2022-10-10 20:00 게재일 2022-10-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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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늘고 있는 웨이관 문화<br/>‘착한 사마리아인 법’ 도입 안 돼<br/> 도와주려다 곤경 처할까 꺼려

어린이가 도로에 쓰러져 있었지만 행인들이 이를 모른 척 하고 지나간 이유가 궁금하다. 범죄나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중국의 ‘웨이관(圍觀·방관)’ 문화가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도와주려다 오히려 자신에게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 몫 하는것 같다.

이달 초 오후 4시쯤 포항시 남구 효자동 한 카페 앞 도로에서 초등학생 한 명이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신고자 A씨는 “무언가 도로에 있었다. 앞에 차가 2대나 있었는데 잠깐 멈추더니 그냥 지나갔다”며 “가까이에서 보니 사람이었다. 너무 놀랐다. 도로에 차를 바로 세우고 달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몸을 일으켜 인도 위로 겨우 옮겼다. 마스크를 벗기니 핏기 없는 얼굴이었다”며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온몸을 주무르고 물을 가져와 먹였다. 부모님께 연락하고 119에 신고했다.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슷한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 B씨(38·여)씨는 “몇 달 전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비틀거리며 걷던 어르신이 결국 도로에 쓰러졌다. 그때도 차들은 그냥 피해가고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었는데도 살펴보는 사람이 없었다”며 “112에 신고해서 경찰들이 와서 태워갔다”고 밝혔다.

‘둘러서서 구경한다’는 뜻의 웨이관 문화는 ‘펑위 사건’으로 시작됐다.

2006년 난징시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펑위가 출근길에 쓰러진 한 노파를 부축해 병원에 데려다 줬다. 그러나 이 노파는 자신을 밀친 사람으로 펑위를 지목해 그는 4만 위안(678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했다. 펑위가 가해자인지 여부를 떠나 이 사건으로 중국 내에서 ‘남을 도우면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중국인의 시민의식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중국 정부는 2017년 개정된 민법안을 발표했다. 개정된 민법안에는 선의로 타인을 구호하려다 피해를 입혔다면 배상 책임이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노비스법’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으로 유명하다. 이 법은 1964년 미국에서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길에서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38명이나 있었으나 아무도 돕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뒤 제정됐다. 미국 대부분의 주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한 것을 보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법률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위급상황에서 어린이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형사상 어떤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며 “행인은 아이의 위험 상황에 대한 과실이나, 아이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적문제가 아니라 아직은 시민 의식으로 해결할 사항으로 보기 때문 인 것 같다. /이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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