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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 말 묻지마” vs “정치 얘기 안 해”

박형남기자
등록일 2021-11-23 20:30 게재일 2021-1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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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종인 선대위 구성 갈등<br/>김한길·김병준 인선이 불씨 된듯<br/>참모들 중재에도 사실상 결별수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거부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김 전 위원장 역시 김한길·김병준이 참여하는 선대위 구성에 불만을 품은 채 선대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사실상 결별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정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오늘부터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의 사이에서 선대위 인선과 권한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실상 선대위 불참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 대선을 보고 있는지를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다”며 “그걸 잘 음미하면 왜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 여러 번 경험을 해봤는데 내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안 한다고 늘 그러지 않았느냐”며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이지 남의 영향을 받고 움직이거나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 선대위 구성에 대한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윤 후보와 전화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사람(윤 후보)은 선거를 해야 할 분이어서 내가 왈가왈부를 안 한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등 일부 인선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것에 대해선 “이미 결정난 건데 내가 어떻게 볼 게 뭐가 있겠냐”며 “후보가 판단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으면 그대로 가는 것이지 그에 대해 논평할 게 뭐 있냐”고 답변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출근하며 “더는 정치 얘기 안하겠다”며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출근하며 “더는 정치 얘기 안하겠다”며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MBN 보고대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던 중 기자들이 김 전 위워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라”고 답했다. 행사 직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도 재차 김 전 위원장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했느냐는 질문에 “기자님들이 파악해보라”고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선대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난주부터 기류가 급변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인선을 보류하라고 요구하고 윤 후보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후보한테 사퇴하라고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상왕을 모셔놓고 선거를 할 수는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양측 참모들이 중재에 나서 두 사람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후보의 선대위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제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오늘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탑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시라”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장 의원의 결정을 기점으로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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