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공포 `설상가상`<BR>현재 포화율 81.8% 달해<BR>2019년엔 저장할 곳 없어<BR>국내 처리시설 아직 없고<BR>새 방폐장 수십년 걸려야<BR>정부 “기존시설 확충해야”<BR>주민들 “약속 위반” 반발
지난 12일 역대 최강의 경주 지진으로 원전과 방폐장 등 전국 최대 핵 밀집지역인 경북동해안이 지진 안전지대는커녕 위험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정부 원전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발등의 불이 됐다.
<관련기사 2, 4, 5, 6면> 특히 고준위인 사용 후 핵연료를 다량 임시보관하고 있는 경주 월성원전의 경우 오는 2019년 전국 원전 가운데 가장 먼저 임시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를 예정이어서 지진으로 인한 핵위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과 월성원전 6기가 가동 중이다. 울진군에도 한울원전 6기가 들어서 있고 인근 울산 울주군과 부산 기장군 고리 등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20기에 달하는 원전시설이 밀집해 있다. 경주 방폐장을 제외하고도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83%가 경북과 경남의 동해안에 밀집돼 있다.
원전시설이 집중된 이들 지역이 양산활성단층에 포함돼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돼 온데다 최근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세차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성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경주에 위치한 월성·신월성 원전은 원자로에서 수직으로 지하 10km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각각 진도 6.5, 규모 7까지 견디도록 설계돼 있어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과 환경단체는 지진 발생빈도와 지진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일본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같은 대재앙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경주 인근 원전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다량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나 강진으로 인한 원전시설 붕괴 시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피폭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자력 부산물은 중저준위, 고준위 폐기물로 나뉜다. 중저준위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폐기물로 현재 경주에 방폐장이 건설돼 가동 중이다.
문제는 방사능 함유량이 높은 폐기물인 고준위 방폐물의 경우 국내에 처리장 시설이 없어 지금까지 발생량의 전부를 원전 내에 보관해 오고 있다.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말 현재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대비 포화율이 경수로인 한빛 63.1%·고리 86.4%·한울 68.7%·신월성 12.3%, 중수로인 월성원전 81.8% 등이다. 월성원전이 가장 빠른 2019년에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조만간 수용불능 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한데 이어 지난 8월 `고준위방폐물 관리절차법`을 입법예고하는 등 부지선정 기간 12년을 포함하는 고준위 방폐방 건설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중저준위 방폐장 입지를 선정하는데만 19년이 걸렸던 점을 미뤄 고준위 방폐장은 이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원전부지 내에 저장시설을 추가 확충해 한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결국 경주를 비롯한 동해안 원전시설들은 고준위방폐장 시설이 완공될 때까지 다량의 사용후 핵연료를 자체 보관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경주시 양남면 주민들은 `정부가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지으면서 사용후 핵연료 관련 시설을 설치하기 않기로 법으로 약속해 놓고 임시저장시설을 확장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주 반핵단체 한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6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한 뒤 월성원전재 사용후 핵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약속(1998년)했다”며 “지금 있는 폐기물을 치워야 할 시점에 저장시설을 추가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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