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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공부해”… 학교 안전불감증 여전

고세리기자
등록일 2016-09-19 02:01 게재일 2016-09-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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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대피훈련, 실제 상황 발생하니 `무용지물`<BR>학생 항의·2차 지진에 귀가 조치 등 `늑장 대처`

최근 경주에서 발생했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학교 등 교육현장의 불안한 재난 대응 실태가 여전한 현실로 드러나며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 당시 경북지역에 지진동이 전달돼 소동이 일어난 이후, 5월에 `안전한국훈련`과 같은 재난대처 프로그램이 실시됐으나 정작 실제 상황 발생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오후 7시 34분께 규모 5.1의 첫 지진이 발생하자 대부분의 시민은 처음 겪는 강한 진동으로 당황하거나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 포항, 경주 지역 상당수 고등학교에서는 한창 야간 자율학습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일부 학교는 지진 발생 직후 학생들에게 별도의 대피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학생들에 따르면 지진 발생으로 건물이 흔들리거나 형광등이 파손되는 등 난리통이 일었음에도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책상 앞을 지키거나 소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오히려 불안해하며 항의하자 그제야 운동장에 대피시켰고, 이후 규모 5.8의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한 후 불안에 떠는 학생들을 귀가시키는 등 늑장 대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 학교는 지진 직후 “야간 자율학습을 그대로 진행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발송해 불안감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반면 포항의 다른 학교의 경우 1차 지진 직후 방송으로 학생들을 신속하게 운동장에 대피시켰으며, 학교 측이 판단을 내려 2차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귀가 조치를 내려 대조되고 있다.

이처럼 학교마다 대응이 다른 이유는 지진 발생 시 대처해야 하는 구체적인 메뉴얼이 부족하기 때문.

특히 각 학교에 재난상황 가이드라인은 배부돼 있으나 학교장과 교사 등 책임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이라 재난이 발생해도 대처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부가 배포한 지진대피 요령 매뉴얼에는 1차 지진 발생 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책상 밑으로 대피를 하고, 1차 지진 종료 이후부터 여진 발생 전까지는 운동장으로 대피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학교가 지진 당시 이를 지키지 않는 등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교생 한모(17) 양은 “당시 생전 처음 겪는 지진에 무서웠는데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세월호 참사가 생각났다”며 “평소 지진 대피훈련도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에 모이는 것으로 끝나는 등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다른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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