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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더십 바탕으로 공적 주장않는 왕머슴 될 것

정리:이대환 작가, 임재현 시민사회부장
등록일 2014-09-15 02:01 게재일 2014-09-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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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덕 포항시장(왼쪽)과 이대환 작가가 대담 인터뷰를 마친 뒤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포항의 최근 현안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취임 74일을 맞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러 지난 12일 이른 아침에 복어식당으로 나갔다. 기자도 동행했다. 나는 이런 생각부터 했다. 고담준론의 자리는 아니지만, 생의 근원과 세계의 부조리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작가와 고위 경찰관료 출신의 시장이 수월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작가는 부조리의 근원을 탐사하고 경찰은 부조리의 현상을 치안하니 `부조리 다루기`에 공통점이 있긴 있구나….포항 위기는 내·외부 복합 원인… 공무원·시민 함께 변해야 극복

2020년 완공 예정 영일만항 인프라 조기구축으로 제2도약에 대비

조직생리 몸으로 체득… 공정한 인사로 정치적 외풍 막을 자신있어

□ `이강덕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낯익은 사이가 아닌데, 대뜸 내가 물었다.

-70여 일 동안 시정을 책임져 보니 지금 심정이 어떤가?

△“적조가 극심해 바다에는 태풍이 와야 하는데 그러면 육지를 걱정해야 한다. 태풍을 바라지만 태풍을 염려해야 하는 그런 심정이다”

우리의 대담에는 `사전 질문지`를 없애기로 했다. 참모들이 작문해야 하는 과외 업무와 수고를 덜어주면서 무엇보다도 이강덕 시장의 생생한 생각을 들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첫 대답이 솔직하고 꽤 문학적이다. 나는 염려를 놓아도 될 것 같았다.

-소통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이강덕 리더십`은 무엇인가?

△“소통의 리더십을 원하고 세우려 한다. 소통은 경청이 중요하다.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소통은 상대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그래야 길게 보면 성과도 커진다. 공감이 없는데 공무원이든 시민이든 진심으로 움직이겠나? 일방적 지시 속에서 적극성, 창의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경찰 고위간부의 가치관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

△“경찰에서도 그랬다. 경청하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내 주장도 해야 한다. 시장의 주장은 비전을 깔고 있어야 하는데, 비전은?

△“아직은 이르다. 6개월쯤으로 계획했다”

-나도 시장 취임 때 2015년 1월에는 신임시장이 포항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었다.

△“기다려줘서 감사하다”

-`이강덕의 리더섭이란 경청하는 소통을 통해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창의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면서 성취에 도전하는 힘`이라고 정의하면 되겠나?

△“그런 것이다. 다만, 안전사고나 재난사고 같은 현장에서는 명쾌하고 정확하고 단호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 경우는 예외다”

□ 포항의 위기, 그 본질과 해법은?

-포항시민, 특히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이다. 포항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민도 많다. 이 위기의 본질이 뭐라고 보나?

△“외부환경의 요인이 크다. 세계경제, 한국경제가 어려운 시절이다. 지방도시로서 경쟁력도 약하다. 설상가상 포스코도 어렵다”

-물론 중첩적 위기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이 금언(金言)을 실현할 방법론이 뭔가?

구체적인 비전은 내년 1월까지 기다리기로 했으니, 나는 전략적 개념 수준의 답을 바랐다. 그가 주저하지 않았다.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변해야 새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는 절박해야 이뤄진다. 시민 모두가 현재의 위기를 바르게 인식해서 위기의 본질과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성공할 수 있겠나?

△“위기는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시장이 먼저 그걸 해내야 한다”

그는 해경청장 퇴임 후, 즉 제복을 완전히 벗은 후 미국여행을 하면서 피츠버그에 들렀던 견문을 이야기했다. 그때 이미 포항시장 출마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내가 그렇게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1980년대에도 세계 철강업계의 리더였던 피츠버그. 그러나 미국 철강의 퇴조와 함께 완전히 망했다가 첨단과학도시, 녹색도시로 부활한다. 그 회생의 원동력은 카네기멜론대학, 피츠버그대학을 비롯한 지역사회 내부의 진실하고 단단한 파트너십(연대)였다. 그래서 `포스코 이후의 포항`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도시다. 포항에도 포항공과대(포스텍), RIST, 방사광가속기연구소, 한동대 등이 건재한 것이다. 그런데 왜 포항은 피츠버그처럼 철강이 망하는 사태부터 생각하는가? 포스코가 건강한 동안에 `포스코 더불어 포스코 시대를 넘어서는 포항`이 돼야 하지 않는가? 이러한 내 생각에 이강덕 시장도 동감하고 있었다.

-경제위기 해법으로 너도나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지 않나?

△“기업의 이윤추구는 물처럼 흐른다. 포항은 물이 고일 웅덩이를 파야 한다. 규제개혁, 창의성, 과감한 인센티브, 이런 것들이 요구되고, 포항시도 준비하고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의 도(道)를 일깨웠던 노자(子) 선생이 화낼지 몰라도, 마르크스도 자본주의는 이윤을 따라 흐르며 모든 만리장성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이강덕 시장의 비유나 수단은 옳다. 여기서 최근 불거졌던 `포스코ICT`의 주요기능이 포항을 떠난다는 문제로 시끄러웠던 일이 화제에 올랐고, 내가 `왜 떠나려 하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헤아려야 한다고 했더니, 그는 `물론 그렇게 하는데, 이윤의 차이가 조그만 경우에는 예의, 향토애가 우선이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영일만항은 제2도약의 디딤돌이 돼야 한다. 포항의 정치력, 지도력, 여론이 2020년 완공 예정인 영일만항의 조기완공, 인입철도 등 각종 인프라 조기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는 북한의 나진항, 중국의 훈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도 언급했다. 거시적 안목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 공무원의 사기와 정치적 외풍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똑같이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함구 중이다. 야당의 김한길-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을 탄생시키는 고리가 되었다. 현재는 유야무야 실종 상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여야 대선 후보가 공약했던 것은 그 문제에 대해 진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

이 말에는 미끌미끌한 기름이 발렸다. 행간에는 `공천 폐지가 맞다`라는 의견을 넣은 것도 같았다. 하긴 그 문제를 토론할 자리도 아니었다. 나로서는 `시정(市政)과 정치적 외풍`을 다루려는 포석이었다.

-포항시 공무원 조직은 어떤가?

△ “모두가 시민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하지만 얼굴 익히기나 지시에 익숙한 것 같다. 능동성, 창의성을 강조한다. 부서 간 협력이라는 융합적 사고도 역설한다. 대외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도 주문한다. 그것들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소통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공무원의 사기는 인사의 공정성이 원천이다. 그런데 정치구조상 두 국회의원이 포항시장의 상전처럼 돼 있으니, 다수 공무원들이 하다못해 국회의원의 측근에게라도 접근하고 아부한다. 기본적으로는 두 국회의원의 양식에 관한 문제인데, 정치적 외풍을 막아낼 자신이 있나?

△“나는 조직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했다. 조직의 장(長)에게는 인사와 징계가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니 인사가 공정해야 한다. 포항시는 구성원 2천여 명이다. 나는 그 10배가 넘는 조직도 오래 다뤘다. 구성원 숫자가 늘어나는 그만큼 정치적 외풍의 강도와 횟수도 많았을 거 아닌가? 휘둘리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포항시 공무원은 시장을 믿어도 된다”

-시장에게는 지역의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 갈등이 일어날 때도 안 있겠나?

△ “공 다툼을 안 할 것이다. 시장은 왕머슴이다. 왕머슴은 일만 해야지 공을 내세우면 안 된다. 공 다툼이 정치적 갈등의 근원이다. 나는 그걸 안 하겠다. 그리고 사심이 없으면 누구와도 문젯거리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본다.”

나는 고(故) 박태준 회장의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1965년 대한중석 사장 시절, 청와대에 인사청탁을 넣은 직원을 퇴출시킨 내용이었다. 이강덕 시장은 박태준 회장을 존경한다며, 부산경찰청장 때는 기장의 고향집으로 찾아뵌 적이 있었고, 서울경찰청장 때 그분이 작고해서 문상을 갔었다고 했다.

-박태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후부터 자기 능력의 9할을 정치적 외풍을 막아내는 데 썼다고 몇 번이나 회고했다. 기업이든 시정(市政)이든 그 리더가 불순한 정치적 외풍을 막아내지 못하면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고경영자나 시장은 그것을 막아낼 윤리와 신념을 지녀야 하지 않는가?

△“염려에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

그의 이 말을 듣는 포항시 공무원과 포항시민은 소중한 소득을 얻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의사가 꿈이었으니 포항시 치유의 명의가 된다면?

이강덕 사장은 한중FTA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포항 농민들(농민단체)이 친환경 농산품들을 중국과 직거래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어떨까라는 내 아이디어에 대해 “고맙다. 검토하겠다.”고 했다.

작가가 시장과 만났으니 당연히 `문화`를 다뤘다. 문화복지, 문화의 사업화, 문화 인프라와 포항시 재정의 상관성에 대해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포항의 문화 수준이란 포항시민의 평균적 가치관 수준`이라는 시각에서 `돈 안 드는 문화`를 가꿔나가야 한다는 내 제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가 되려 했으나 경찰이 됐다. `장기 산골 촌놈`의 가난했던 집안사정이 인생의 길을 반강제적으로 조정한 모양이었다.

-의사는 사람의 병을 고치지만, 시장은 도시의 병도 고쳐야 하는 의사 아니냐? 이왕이면 포항시의 명의가 돼야 포항도 좋고 시장도 좋은데.

△“맞다. 그러나 진단을 잘못하면 큰일 난다. 명의가 되려면 진단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경청하는 중이다”

이러고는 자신이 경험한 `오진`을 이야기했다. 의사가 심장질환이라 진단하고 의술을 취했으나 심장이 멀쩡하여 다시 쓸개를 적출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쓸개 없는 놈이 됐는데, 명의가 되려면 진단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던 것이다”

우리는 껄껄 웃었다. 그의 다음 일정은 9시 30분 두호동 어촌계 방문이었다. 적조 문제가 그를 기다리는 셈이었다. 2시간이 흘렀다. 그는 내가 프리미엄조선에 연재 중인 `위대한 만남-박정희와 박태준`을 잘 챙겨 읽겠다고 했다. 올해 연말쯤, 포항제철을 통해 포항의 오늘날을 있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을 동시에 추념해 보자는 의견도 나누었다. 우리는 잠시 영일대해수욕장에 섰다. 그가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며 포항의 미래모습에 대한 청사진의 한 부분을 손으로 그려 보였다.

(이 대담의 전문은 10월에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가 발간할 `포항연구` 제48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정리:이대환 작가, 임재현 시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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