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해 조씨, 대구·경주서 현장검증<bR>태연히 재연… 지켜보던 시민이 욕설도<br>기자 질문엔 “처음부터 죽일 생각 없었다”
대구 여대생 살해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 중부경찰서는 4일 범행현장에서 피의자 조모(24)씨를 상대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조씨는 이날 오전 10시 북구 산격동 원룸에서 실시한 현장검증에서 청바지에 초록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술에 취한 여대생 남모(22)씨와 함께 자신의 거주지인 원룸으로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목을 조르고 폭행해 살해한 상황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조씨는 남씨를 처음에는 업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다가 힘에 부쳤는지 계단을 오를 때는 거의 짐짝을 나르는 듯한 모습으로 피해자를 끌기도 했다.
조씨는 현관문을 들어가다 넘어진 여대생을 상대로 성폭행하려는 장면과 여대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이불에 싸고 렌터카 트렁크에 옮겨 짐짝처럼 싣는 장면을 차분하게 재연했다.
이날 원룸 건물 주변에는 조씨의 범행 장면을 보러 인근 주민과 대학생 등 200여명이 몰렸고, 일부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한 여대생은 현장검증을 마치고 경찰에 탑승하는 조씨를 향해 욕설을 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동은 없었다.
살해 현장검증이 끝난 뒤 조씨는 시신을 버린 장소인 경주시 건천읍 한 저수지로 이동해 저수지 주변으로 시신을 끌고 가는 모습까지 재연했다.
조씨는 현장검증 내내 별다른 말 없다가 저수지에서 기자들의 “남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씨가 반항해서 죽였느냐”, “경주의 저수지는 어떻게 알았느냐”는 물음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남씨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고 묻자 “죄송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조씨는 이날 낮 12시20분께 현장검증을 마친 뒤 북부경찰서 유치장에 다시 수감됐다.
채승기 대구 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현장검증 내용을 토대로 공범 관계 및 여죄 등을 수사한 뒤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장검증에 숨진 남씨의 유·가족들은 참석치 않았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