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용의자 택시기사 제보가 결정적 역할<bR>범행후 같은 술집서 버젓이 술마시다 잡혀
■사건의 재구성
대구에 사는 여대생 남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12시15분께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어머니에게 친구들과 주말을 맞아 아르바이트서 만난 지인 2명과 함께 술집을 찾았다.
대구 중구 삼덕동 클럽골목에 위치한 이 술집은 술을 마시며 음악에 맞춰 가볍게 춤을 출 수 있는 클럽과 비슷한 분위기의 펍(pub)이었다. 평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온 남씨는 이곳에서 지인과 함께 맥주와 칵테일 등을 마시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의 주말을 만끽했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남씨에게 미군인 청년 한명이 합석을 요구했으나 거절했고, 이어 옆자리에 있는 조모(24)씨 등은 남씨 일행에게 다가와 함께 놀 것을 제안하고 이들과 동석했다. 이후 이들은 새벽 4시 가까이 술을 마시다가 새벽 4시20분께 귀가를 위해 술집을 나섰고, 삼덕 119안전센터 옆 골목에서 이모(31)씨가 몰던 택시에 탔다. 당시 남씨의 지인들이 술에 취한 남씨를 택시 뒷좌석에 태우고 나서 택시기사 이씨에게 직접 행선지인 수성구 만촌동 쪽으로 태워달라고 말했다. 이때 술집에서 동석했던 조씨는 남씨가 택시를 타고 떠나자 몰래 다른 택시를 타고 뒤를 쫓아갔고, 새벽 4시35분께 남구 봉덕동 중동교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남씨가 탄 택시를 발견, 택시에서 내려 자신이 남자친구라면서 합승해 자신의 집 근처인 북구 산격동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북구 산격동에서 내린 조씨는 술에 취한 남씨를 데리고 부근의 모텔 2곳에서 빈방을 찾았으나 방이 없자 새벽 4시42분께 자신의 원룸으로 남씨를 데려갔다. 조씨는 집에 도착한 지 30여분 만에 남씨를 성폭행하려다 남씨가 거칠게 반항하자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살해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조씨는 남씨를 살해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일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는 남씨의 지갑과 옷가지 등 소지품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집 앞에 버리고 시신은 화장실에 놔둔 채 이날 오후 5시께 모 렌터카 1대를 빌렸다. 조씨는 남씨의 시신을 이불에 싸서 렌터카에 싣고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경주의 한 저수지로 향했고, 이날 자정께 저수지에 도착한 조씨는 곧바로 차에서 남씨의 시신을 꺼내 저수지에 던져 버렸다.
경찰은 애초 숨진 남씨를 마지막으로 태웠던 택시기사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달 31일 오후 8시30분께 자택에서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이씨는 “삼덕 119센터에서 남씨를 태워 가던 중 조씨가 자신이 남자친구라며 택시에 합승한 뒤 북구 산격동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곧바로 이씨를 석방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일 새벽 대담하게도 자신이 살해한 남씨를 처음 만났던 삼덕동 그 술집에서 버젓이 술을 마시고 있던 조씨를 검거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