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수사 시작 전 여대생 살해사건과 관련한 경찰측의 정보가 보수 성향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그대로 노출돼 `사전 정보누출`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본격적인 수사에서 새벽에 여대생을 태운 택시기사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택시기사를 찾는 데 100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고 기사를 용의자로 긴급체포한 후 5시간 만에 혐의가 없다며 풀어주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숨진 여대생을 태웠던 택시기사가 밝힌 내용을 토대로 다음날 오전 여대생이 술을 먹었던 그 자리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던 진범 조모씨를 검거했다. 조씨를 짧은 기간안에 체포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경찰은 자체 수사역량이라고 자부했지만, 사실은 택시기사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심지어 경찰은 여대생 살해범이 성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에 대해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알려주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조씨가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음에도 무직으로 밝히는 등 수사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숨진 피해자의 휴대폰 마지막 발신지가 북구 산격동이라는 점과 피의자가 산격동에 살았다는 점도 전혀 연결하지 못했고, 택시기사의 진술대로 숨진 남씨의 택시를 뒤따라가는 조씨의 모습이 선명히 찍힌 CCTV까지 확보하고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만일 경찰이 숨진 여대생의 휴대전화의 최종 발신지와 `성범죄 알림e` 사이트를 통한 성폭력 전과자에 대한 상세한 기초 수사만이라도 실시했다면 피의자 조씨를 더 일찍 검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이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을 때 피의자는 여전히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중구 삼덕동 클럽골목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제2의 범행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만약 살해범 조씨가 살인에 따른 압박감 내지 죄책감에 시달린 나머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제2, 제3의 범행을 노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경찰이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력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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