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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찬밥 신세 된 쌀밥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 지역에선 자포니카종의 쌀밥을 먹는다. 쫀득쫀득하며 찰기가 도는 쌀이다. 씹다 보면 은근히 단맛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 등지에서 먹는 안남미라는 별명의 인디카종 쌀은 그렇지 않다. 찰기가 없고 밥알이 흩어진다. 접시에 놓인 쌀밥을 젓가락으로 마시듯 먹는다. 찰지고 맛있는 우리나라 쌀이 소비가 영 안돼 문제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소비가 줄어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한다. 작년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 관측을 시작한 196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쌀값도 작년 10∼12월 80kg들이 한 가마가 평균 20만2797원 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17만6628원으로 뚝 떨어졌다. 쌀값이 10달 넘게 폭락하자 성난 농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논을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졌다. 쌀 재배 면적을 줄여도 선진농법의 도입으로 생산량은 오히려 더 늘어나 쌀값을 안정시키는 게 쉽지 않다. 지난해 소비량 기준으로 한 사람이 하루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 속담에 한국인은 밥 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기운이 없어 축 늘어졌을 때 밥 굶지 말고 다니라는 위로의 말이다. “밥 심이 보약”이라는 말이 안 통하는 요즘이다. 정부가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쌀소비 촉진을 권장하고 있으나 효과는 별무인 모양이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쌀을 주류 등 식음료 재료로 권장하고 있는데 그것도 신통찮다고 한다. 쌀밥 먹는 것이 소망인 시절도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젠 쌀밥이 찬밥 신세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9

다가올 미래의 공포 ‘폭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살아오면서 이렇게 지독스레 긴 더위는 처음이구나.” 아흔한 살 집안 어르신의 한탄 섞인 말에 여든둘 제수씨도, 예순일곱 조카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보기 드문 풍경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지속됐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낮에는 섭씨 30도 중반을 넘나들고, 잠을 자야할 밤에도 25도를 웃도는 지긋지긋한 더위, 폭염 탓이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야 했던 지난 17일 체감온도는 섭씨 35도. 아침부터 불어오는 뜨겁고 눅눅한 바람에 에어컨을 켜놓고 조상께 절을 올리는 진풍경이 가정마다 펼쳐졌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기온은 경북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 호남이 예외 없이 유사했다. 올라간 온도는 밤에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여 앉은 피붙이들 목덜미로 굵은 땀이 흘러내렸다. 팔열지옥 같은 무더위에 운동선수와 야구팬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럴 까닭이 없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엔 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이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시를 피해 5시로 경기 시작을 늦춘다”는 발표까지 했다. 혹여 발생할 수도 있는 ‘더위 관련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터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이상기온이 3개월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폭염과 관련된 각종 기상청 기록이 연일 깨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간다. 적지 않은 이들은 쓰러지기까지 했다. 인류가 기후 변화의 원인과 그 위험성을 조심스럽고 중요하게 살피지 못한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올해만이 아니다. 다가올 앞으로의 여름 폭염은 더 지독하고 그 지속 기간 또한 길 것이라는데, 과연 이 고통에 끝이 있을지. 두렵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18

고향 대신 해외로 간다

우정구 논설위원 올 추석명절 연휴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 동안 하루 평균 20만여 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7년 18만명 보다 많고 전년 추석 연휴보다도 11.6%가 증가했다. 공항공사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추석 연휴기간 중 해외로 여행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 목적지는 일본과 베트남이 가장 많았다. 거리와 가성비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2일간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9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직장인 중 연차를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비율이 75.4%로 조사됐다. 추석과 설날이 우리민족 최대 명절이라 하지만 매년 많은 사람들이 연휴기간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 비율도 매년 증가세다. 반면에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줄어들고 있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추석에 차례를 올린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4%에 그쳤다. 56%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올해는 이보다 2%포인트 올라간 58%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 추세라면 추석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급격히 줄 전망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라는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추석 명절은 한해의 수확을 축하하고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간의 정을 나누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추석 차례도 조상에게 가을 추수를 잘했다는 감사의 마음에서 올리는 제사다. 추석 명절의 의미가 잊혀져서는 안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2

SNS 사용 금지될 호주 청소년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모두가 유행에 따라 비슷한 춤을 추고, 이른바 ‘맛집’에 방문한 걸 사진으로 찍고, 새로 산 수영복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걸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업로드 한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엔 고만고만한 자기 현시와 구걸에 가까운 ‘구독해주세요!’ ‘알림 설정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창궐 중이다. 이런 세태는 중반으로 달려가는 21세기를 특정 짓는 독특한 풍경이 됐다. 10대 초중반 아이들의 장래 희망도 바뀌었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타자에게 주목받으며, 돈까지 벌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꿈꾼다. 현실에서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인터넷 공간에 삶을 의탁해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철학과 세계관이 정립되기 전인 10대들에게 이게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일까? 호주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SNS의 사용에 연령 제한을 두려한다”고 했다. 호주 야당 역시 ‘SNS 사용 연령 제한’에 공감하고 있으니, 향후 14~16세를 넘지 않은 호주 청소년은 SNS 사용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시드니 한 교회에서 16세 청소년의 흉기 테러가 일어났다. 그 소년은 극단주의 단체가 운영하는 SNS를 통해 활동했다. 비단 흉악한 테러 행위만이 아니다. 호주 정부는 청소년들의 SNS 중독이 폭력과 혐오, 성의 상품화 등을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골방에서 SNS에만 빠져 있는 게 아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말하면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틀딱’이라 손가락질 받으려나?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11

조만장자(兆萬長者)

우정구 논설위원 백만장자라는 말이 처음 생긴 1700년대 초반에는 미화 100만 달러(한화 약10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백만장자는 대부호를 지칭하는 대표 용어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 달러가 적지 않은 돈은 맞으나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부호란 표현을 쓰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는 1916년 세계 최초로 백만장자를 뛰어넘어 억만장자가 됐다. 101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50대 후반부터 벌인 돈을 불쌍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돕는 일에 써서 20세기 최고의 자선 사업가란 이름을 얻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보도에서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 탄생을 예고해 화제가 됐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3년 뒤 조만장자로 등극할 것이라 했다. 머스크의 현재 자산은 2510억 달러(한화 337조원)이나 매년 110%씩 자산이 증가하고 있어 2027년에는 1조달러(한화 1339조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재산이 1조달러를 돌파했지만 왕족 특성상 개인과 왕가 재산이 구분되지 않아 공식 집계에선 제외된다. 만약 머스크가 조만장자로 등극을 하게 되면 록펠러가 억만장자가 된 뒤 111년만에 대부호의 재산 단위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가 소수인에게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있다. 상위 1% 부유층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세계 배출량의 16%에 달하는 나쁜 경우를 사례로 들고 있다. 많이 번만큼 사회에 기여율을 높이는 부자들의 자선가 정신이 더 절실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10

‘비혼 축하금’ 받는 시대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회사에서 축하금을 준다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듣는다면 쉽게 믿을 수 없는 ‘비혼 축하금’을 지급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비혼 축하금은 말 그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이들에게 주는 돈이다. 결혼을 하면 결혼 축하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형태.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힘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2024년을 사는 20~40대 직장인들에게 결혼이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러니, ‘회사는 왜 결혼하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주는가’라는 불만이 나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바뀐 시대에 따라 제도도 변한다. ‘비혼자 지원금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 중 하나인 LG유플러스는 만 38세 이상·근속 기간 5년 이상의 사원이 비혼 선언을 할 경우 기본급 100%에 더해 경조사 휴가 5일까지 주고 있다. SK증권 역시 근속기간 5년 이상에 만 40세 이상 비혼 직원에게 축하금 100만 원과 유급휴가 5일을 주는 노사합의안을 확정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은행 등도 액수와 휴가 기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 형태의 비혼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 남편과 아내가 아닌 개나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건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유럽의 경우엔 기르던 개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려준 사례도 있다. 예측하건대 앞으론 반려동물을 처음으로 가지게 된 직원에게 축하금을 주고,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죽었을 때 조의금과 휴가를 주는 회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언제나 숨가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09

뜨거운 감자…정년 연장

우정구 논설위원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보험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64세로 올릴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정년연장도 동시에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있다. 현재 정년 60세를 그냥 두고 보험료 납입기간을 64세로 올릴 경우 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보험료 의무가입 연령과 정년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공적제도인 연금제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 은퇴 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연금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뜻이다. 노동계는 이와 관련 “연금과 정년의 사다리가 끊겨 노후소득 보장장치가 없으므로 정년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년연장이나 퇴직후 재고용의 방법으로 소득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년퇴직제는 본래 인적자원의 신진대사와 업무 능력 효율화에 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노동시장의 판도가 과거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인구감소로 생산인구는 줄어 고령인구의 재고용 필요성이 높아진 게 현실이다. 다만 정년연장이 기업의 부담 증가뿐 아니라 젊은층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역효과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연령을 이유로 강제 퇴직하는 것을 연령차별로 간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1967년부터 관련 법이 만들어졌다. 노령인구가 많은 일본은 65세로 정년을 연장했고 70세까지 계속 고용을 권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40%)이 가장 높은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정년연장의 당위성은 높은 편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어떨까. 관심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4-09-08

파크골프 열풍

우정구 논설위원 실버스포츠의 대명사로 알려진 파크골프가 연령대를 넓히면서 선풍적 인기다. 파크골프협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파크골프 회원수는 14만2000여명. 6년전보다 8배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 증가세에 있다. 그러나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동호인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50만명이 넘는 파크골프 인구가 있다는 관련업계의 추산도 나온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가이도에서 처음 창안돼 1990년대 초반 국내에 들어왔다. 노년층 중심으로 동호인 수를 늘려 실버스포츠란 별명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중장년층으로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최근들어서는 청년, 장년, 노년 3세대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싼 이용료와 고가의 장비, 오랜 경기시간 등으로 대중화가 힘들었던 골프의 단점을 보완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는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프와는 다르게 배우기가 쉽고, 비용이 적게 들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건강에도 좋으니 애호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이 파크골프 인구 증가에 맞춰 곳곳에 파크골프장 건립에 나서고 있어 바야흐로 파크골프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군위군이 군비 150억원을 들여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설에 나섰다고 한다. 25만㎡에 천연잔디를 깔고 클럽하우스와 부대시설이 들어선 명품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군위군의 랜드마크로 삼겠다고 한다. 파크골프는 말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운동이다. 도보로 이동하기 때문에 걷기운동 효과도 뛰어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로서는 파크골프가 제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5

지속되는 ‘검은 9월단’의 비극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2년 전인 1972년 9월 5일. 세계 평화·국가와 인종간 화합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뮌헨올림픽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발생한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에 들어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스태프 4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인질 전원과 진압에 나선 경찰까지 사망한다. 검은 9월단 단원들 역시 체포 과정에서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이른바 ‘뮌헨 참사’다. 지금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다. 52년 전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랜 분쟁과 불화의 이유는 대부분이 알다시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종교와 영토 문제. 군사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은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자신들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전 세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2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도 석방시키려 했다. 이런 투쟁을 언론이 주목해주길 원했다.” 검은 9월단의 리더 살라 칼라프가 밝힌 뮌헨 테러의 이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뮌헨 참사 이후 이스라엘은 비밀 정보기관을 이용한 끈질긴 보복 테러로 검은 9월단과 관련된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전개는 여러 차례 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서로를 죽이고 죽는 비극의 고리는 언제가 돼야 끊어질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갈등의 매듭을 풀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걸까? 해답 없는 질문을 하듯 공허하고 답답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04

필리핀 이모님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달 6일 국내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들이 이달부터 서울지역 각 가정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일을 돕고 젊은 부부가 안심하고 직장 일을 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이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가사관리사는 필리핀의 젊은 여성 100명. 필리핀에서는 ‘케어기빙’이라는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로서 영어와 한국어 시험에 통과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매일 8시간 출퇴근하면 한달 23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외국 사례에 견주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적절성이 논란 중이다. 우리나라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이 509만원 정도이니 고액의 가사관리사 비용을 감당할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가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한다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받을 수 없다. 가사관리사에게 줄 임금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제도 확대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헬퍼란 이름으로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인 홍콩의 경우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이 100만원 미만이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홍콩에서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이용한다.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하는 제도로서는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사관리사 제도 안착까지는 임금수준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국의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3

매일 2L 콜라 마시고도 장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콜라로 대표되는 탄산음료가 ‘건강의 적’으로 지목된 지는 이미 오래. 마실 때 느끼는 잠깐의 청량감과 달콤함이 주는 만족보다 몸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상식처럼 자리했다. 많은 양의 설탕과 카페인,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오랜 기간 습관처럼 마시면 혈당 수치가 높아지고, 치아가 상하며, 만성 피로와 집중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콜라를 포함한 탄산음료는 중독성 탓에 쉽게 멀리하기가 어렵다. 꽤 많은 사람들이 대사 장애를 겪게 될 걸 예상하면서도 탄산음료를 완전히 끊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콜라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미국 경제신문에 보도됐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투자전문가 워런 버핏이 얼마 전 94세 생일을 맞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그 정도면 ‘장수(長壽)’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헌데, 기사의 제목이 재밌다. ‘버핏의 장수 비결은? 코카콜라와 캔디, 그리고 삶의 기쁨’. 워런 버핏은 하루에 콜라를 2L 가까이 마신다. 기름에 튀긴 감자와 사탕도 그가 좋아하는 음식과 군입거리다. 콜라, 감자튀김, 사탕…. 세간의 상식으론 건강에 좋은 음식과 거리가 먼 것들이다. 그럼에도 아흔을 넘겨 일백 살로 달려가는 그는 돈만이 아니라, 육체까지도 축복받은 사람일까? 그러나, 비밀이 있었다. 워런 버핏은 하루 8시간 수면을 실천하며 살았고, 일주일에 두어 번은 친구들과 머리를 쓰는 카드게임을 즐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한다. 이쯤 되면 워런 버핏의 장수 비결이 무엇인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02

싱크홀 공포

우정구 논설위원 2007년 2월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시티에서는 깊이 100m의 싱크홀이 생기면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2010년에는 2007년 사고가 난 곳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서 집 4채가 또다시 땅속으로 함몰되는 사고가 일어나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과테말라 싱크홀 현상에 대해 화산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이유로 든다. 화산재, 화산퇴적물, 석회암 등과 같이 단단하지 않은 과테말라의 토양이 열대성 폭풍우 등의 영향을 받아 침식된 때문이라는 것. 그 외 과테말라시티의 노후한 하수관과 부실한 관리가 싱크홀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땅꺼짐 현상으로 표현되는 싱크홀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토양이 약해지거나 지하수가 부족해 땅이 허물어지는 것이 보통의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다. 2012년 중국 어느 마을의 할머니가 싱크홀로 무너진 옆집을 구경하러 갔다 오니 자신의 집도 무너져 내린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한다. 동일본지진 후 일본에서는 2000개가 넘는 지하공동화 현상이 발생해 비상이 걸린 적도 있다.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가 많이 들어선 현대 도시에선 지하수 유입량이 감소하거나 혹은 고갈되면서 땅속에 빈공간이 생겨 부분 침하하는 현상이 잦다. 자연적 현상보다 인공적 이유로 싱크홀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 연희동 한 도로에서 차량 1대가 통째로 함몰되는 싱크홀 사고가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싱크홀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만에 하나라도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01

프로야구가 좋아

우정구 논설위원 한국 프로야구가 역대급 관중몰이로 최고조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한국 프로야구 누적 관중 수는 573경기 동안 847만명을 기록해 신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7년의 720경기 840만명 기록을 완벽히 깼다. 경기 수에서 147경기나 앞당겨 신기록을 수립해 경기장은 매경기마다 관중열기로 가득하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시즌 관중 10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민 20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흥행은 남성보다 여성, 40∼50대보다 20대, 기혼자보다는 미혼자가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말하자면 20대. 미혼, 여성이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구고 있다는 것. 삼성라이온즈도 올 시즌 선두 다툼을 이어가면서 대구시민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를 기점으로 삼성은 한 시즌 총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1982년 구단창단 후 42년만에 처음이다.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베어스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선수는 관중의 함성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닐까. 관중들의 열화같은 응원이 있으면 선수들의 사기가 절로 올라가고 경기도 잘 풀리는 게 순리다. 요즘 대구에서는 프로야구 홈경기 표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야구가 인기가 대단히 높다. 삼성의 약진 때문인지 응원문화가 재미있어선지 모르나 즐길 곳이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8-29

계좌 이체된 위자료 20억 원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위자료란 ‘불법 행위로 인해 생기는 손해 가운데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부당한 짓을 했을 때 이를 보상하라고 요구해 받는 돈이다.혼인 관계가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의 잘못으로 파국에 이르렀을 때, 그 원인을 만들거나 제공한 이는 상대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게 된다. 그러니, 일종의 ‘금전적 단죄’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가정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씨는 노소영(최태원의 전처)씨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김희영 씨와 최태원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 회장의 일방적인 가출과 별거 등이 노소영 씨와 최 회장 사이의 신뢰를 훼손하고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이혼이 흔해진 세상이니 단순히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는 일은 드물어졌다.하지만, 최 회장과 노씨의 이혼은 재벌과 전 대통령의 딸이란 그들의 신분과 천문학적이라 할 거액의 재산 분할 소송, 복권 당첨금에 육박하는 위자료 액수 탓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1조3800억 원에 이르는 재산 분할 소송 소식에 이어 며칠 전 김희영 씨가 20억 원의 위자료를 ‘가볍게’ 계좌로 이체했다는 뉴스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을 놀라움에 빠지게 했다.김씨가 노씨에게 보낸 20억 원은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80년을 모아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다. 이혼도 부자가 하면 ‘핫 이슈’가 되는 모양. 놀라움과 함께 상대적 열패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28

확대되는 교통복지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도내 최고 오지인 청송군은 지난해 1월부터 농어촌버스 무료운행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연령과 소득, 주소지 등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청송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군은 무료버스 전면 시행과 관련, 군민의 대중교통 편의 증진과 줄어드는 농촌지역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청송군의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운행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남 완도군은 청송군의 제도를 상세히 벤치마킹한 후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다.경북에서는 봉화군이 올해부터 관내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운행을 실시했다. 군은 주민의 이동권을 개선하고 공공교통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경북 의성군이 내년 1월부터 시내버스 무료 승차제를 시행키로 하고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경북에서는 청송군, 봉화군에 이어 의성군이 세 번째로 전면 무료승차제도를 도입하면서 무료승차제 도입 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청송군은 무료버스 운행으로 지역민의 시내버스 이용률 증가와 더불어 경제적 성과도 커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했다. 이용객이 20% 이상 늘고 버스회사 지원금보다 더 많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대중교통을 활용한 복지정책은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도시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없는 농촌의 시내버스 무료승차는 교통복지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런 현상일지 모른다.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세종시가 내년부터 시내버스 무료화에 도전한다고 하니 교통복지의 범주가 갈수록 커진다. 다만 교통복지 확대에 따른 예산이 얼마나 뒷받침될지는 숙제로 남는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8-27

김정은의 흡연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담배는 조선 중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조선 22대 왕 정조의 ‘담배 사랑’은 대단했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위와 폐를 편안하게 해 불면증을 없애주는 게 담배라고 믿었다.당시 담배는 ‘남령초’라 불렸다. 담배의 유래와 활용법이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됐고, 흡연에는 반상(班常)의 구분도, 남녀노소도 없었다.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다. 오늘날 담배는 ‘공공의 적’ 수준으로 그 지위가 추락했다. 흡연자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게다가 거의 ‘공포스럽다’ 할 수준의 흉물스런 사진이 담뱃갑마다 새겨졌다. ‘이런 끔찍한 꼴이 될 텐데, 그래도 피울래?’라며 끽연자를 겁박한다.만약 사무실이나 버스, 식당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문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가 예닐곱 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애들 부모에게 몰매 맞을 일이다.남한에선 불가능한 흡연 형태가 북한에서 벌어진 모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수재민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했는데, 그 자리에 담배와 재떨이가 있었다고. 그는 열 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딸 곁에서도 담배를 피운다고 알려졌다.지난 2020년 북한은 금연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은 중세의 왕들처럼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법은 힘없는 자들이나 지키는 것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전제국가(專制國家)의 통치자 정조 흉내를 내는 걸까?/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26

냉동난자 시술

우정구 논설위원 냉동난자는 난임에 대비해 난자를 보관하는 시술을 말한다. 과거에는 불치병이나 항암 치료를 앞둔 암환자들이 난소 기능 상실에 대비해 난자를 보관하던 수단으로 주로 이용했다.그러나 요즘은 2030 젊은여성을 중심으로 냉동난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활용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료기관에 보관 중인 냉동난자는 2020년 약 4만개 정도였지만 지난해는 10만개로 늘었다. 불과 4년 사이 2.5배가 증가한 셈이다.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가정이 늘자 난자를 미리 보관하려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진 것이 이유라고 한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의 건강한 난자를 미리 보관해 놓음으로써 난임에 대비할 수 있고, 건강한 2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이 늘어난 것이다.전 세계적으로도 미혼여성이 만혼에 대비해 난자를 보관하려는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세계보건기구가 기준으로 삼는 노산(老産)의 연령은 35세. 여성이 35세에 이르면 자궁과 난소의 노화가 시작되고 이로 인해 기능이 저하하기 때문이다. 통계에 의하면 20세 이전 결혼한 여성의 불임률은 5% 미만인데 35세 이상부터는 30%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남성들의 늦둥이 출산이 화제가 된 적은 자주 있었다. 영화배우 안소니 퀸은 84에, 피카소는 90세에 아이를 낳았다. 공자의 아버지는 16살 부인을 통해 70세에 공자를 낳았다고 한다.냉동난자 시술은 늦둥이와 달리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면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건강한 2세를 위한 의술의 발달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까 두렵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8-25

영화 관람료 논쟁

우정구 논설위원 영화는 과학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과학의 산물로 탄생한 영화는 이후 예술영역의 주요 분야로 자리를 잡고 산업으로도 영역을 키우고 있다. 또 많은 사람이 힐링을 위해 즐겨 찾는 문화 콘텐츠로서도 입지를 잘 굳혀가고 있다.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의 하나가 됐다. 지금 이 시간도 전 지구적으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영화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미디어 산업의 발달로 이제는 영화관에서만 상영되는 것이 아니고 TV나 스마트폰, 인터넷, DVD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의 문화생활 도구로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정신 건강을 돕는 수단으로서 영화는 우리와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영화배우 최민식이 TV에 출연해 영화 티켓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말을 한 후 영화 관람료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가 관람료가 최고 50%가량 인상된 게 촉발 배경이다. 구경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들이 많이 나온다. 일각에선 코로나 때 죽었다 살아났으니 심정적으로 이해가 된다는 반응도 있으나 관람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여기에 티켓가격 인상과는 별개로 볼 것이 별로 없다는 한국영화 콘텐츠에 대한 비판까지 가세되면서 논쟁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문제는 영화관람 대신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찾는 사람의 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TV 화면보다 영화관 대형 화면에서 보는 재미가 분명 있을 텐데 관객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영화의 위기로 볼 수 있다. 가격일까, 콘텐츠 부족의 문제일까 한국영화산업이 고민할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8-22

베트남 국가문화유산이 된 쌀국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현지인들은 ‘퍼(Phở)’ 또는 ‘포’라고 불렀다. 한국 사람들은 ‘쌀국수’라고 한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 중부 후에, 남부 호치민 모두엔 조리법과 국물의 농도, 면의 굵기를 달리하는 쌀국수가 있다.바로 이 ‘베트남 퍼’가 국가문화유산이 됐다.최근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쌀국수와 북부 남딘성의 쌀국수, 중부 꽝남성 비빔국수 등 3종류의 퍼를 국가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쇠고기나 닭고기로 육수를 낸 베트남 퍼는 숙주나물 등 여러 채소를 함께 식탁에 올린다. 독특한 향신료 냄새 탓에 꺼리는 이들도 있지만, 몇 번 먹다보면 중독성 강한 매력적인 음식이란 걸 알게 된다.이래저래 베트남을 4번쯤 여행했다. 그때마다 값싸고 편리하게 뚝딱 한 끼를 해결하는데 쌀국수만한 게 없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쌀국수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까지 있었다.베트남 쌀국수에 얽힌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생겼다. 2011년. 베트남에 이상 한파(寒波)가 닥쳤다. 늦봄엔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하노이의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진 것.얇은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하노이역에 도착한 건 새벽 5시였다. 여벌의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어깨는 움츠러들고 턱이 덜덜 떨렸다. 한국의 12월 같았다.아직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시간. 역 광장에서 양동이에 육수를 담고 바구니에 면을 담아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가 말아준 500원짜리 따끈한 쌀국수 한 그릇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허겁지겁 젓가락질 하는 낯선 여행자에게 한 국자 가득 국물을 덤으로 퍼주던 아주머니의 미소가 지금도 선연하다. 오늘 점심 메뉴는 ‘베트남 퍼’다./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8-21

꿈틀대는 불의 고리

우정구 논설위원 칠레는 영토 전체가 환태평양 지진대에 해당된다. 크고 작은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나고 금세기 역사에 기록될 만큼 어마어마하고 거대한 지진만 세 번이나 발생한 나라다.1960년 5월 22일 칠레 발디비아에서 일어난 지진은 지진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인 9.5를 기록했다. 아직도 이 기록을 깬 지진은 없다. 이 지진으로 칠레에서는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태평양 건너인 하와이, 일본, 필리핀, 미국 서해안까지도 지진의 영향이 미쳤다고 하니 칠레 지진의 위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환태평양 조산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지진과 화산이 발생하는 곳이다. 남미 서안에서 북미 서안을 거쳐 러시아 동부, 일본을 지나 뉴질랜드까지 이어지는 지역이다. 태평양 해안선을 따라 말발굽 모양의 띠를 형성하고 있어 불의 고리라 부른다.불의 고리로 지목된 이곳을 중심으로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대지진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9일과 10일 도쿄 서쪽 가나가와현과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북동쪽 해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했다. 또 19일에는 이바라키현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등 최근 잇따른 지진으로 일본 전역에 지진 공포감이 커지는 분위기라 한다. 지난 16일에는 대만 화렌현에서, 18일에는 러시아 캄차카반도 앞바다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이른바 불의 고리를 중심으로 잦아지는 지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는 대지진 전조란 분석도 내놓는다.우리나라는 정말 지진의 안전지대일까. 날로 괴팍해지는 지구촌 자연현상 앞에 인간의 무력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