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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축구의 인기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사실 축구와 유명 축구선수는 유럽만이 아닌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사람들 열광의 대상이란 게 주지의 사실.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고, 팀을 만들어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지금으로부터 167년 전인 1857년 10월 24일. 잉글랜드에선 아마추어 축구클럽 ‘셰필드 FC’가 만들어진다. 단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이다. 셰필드 FC가 창단된 해에 우리나라는 조선의 왕 철종이 다스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영국에선 축구클럽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축구팀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셰필드 FC는 국제 축구연맹 창립 100주년이던 2004년 FIFA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클럽 부문에서 훈장을 받은 건 레알 마드리드와 그 팀이 전부였다. ‘지구 위 최고(最古) 축구클럽’이란 상징성을 외부에서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단 후 독립적 활동을 이어가던 셰필드 FC는 셰필드 지역 리그, 요크셔 리그를 거쳐 1982년 노던 카운티 이스트 리그에 편입돼 잉글랜드 축구 리그 내부로 들어간 역사가 있다.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하지만, 팀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과 관심은 어떤 명문 축구클럽 못지않다고 한다. 팬들의 애정을 얻지 못하는 축구팀은 그 존립을 위협받는다. 감독 선임에 얽힌 불협화음으로 한국 축구와 국가대표 축구팀이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최근 상황이 위태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셰필드 FC처럼 167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3

불효자 방지법

우정구 논설위원 불효자 방지법이란 부모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2015년 우리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법 제정에 이르지 못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나 국가가 고소할 수 있고, 위반한 자식에게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주는 불효자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와 같은 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산 증여와 관련해 로펌을 찾는 부모들 가운데 상당수가 효도계약서 작성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효도계약서란 재산을 증여할 때 효도 관련 조항을 문서화하는 것을 뜻한다. 상속에 대한 부모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한 뒤 노후에 돌아올 경제적 불안감을 미리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 조사에 의하면 “재산을 상속하기 보다 재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여론이 24.2%가 나왔다. 복지부가 노인실태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8년 같은 질문과 비교할 때 보다 15% 포인트가 더 높아졌다. 상속에 관한 부모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불효자 방지법 제정이 시대 흐름에 따른 대세로 가고 있으나 효와 불효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도 없지 않다. 효자의 효(孝)는 노인(老)을 자식(子)이 섬긴다는 뜻을 가진 한자 글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부모 공경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책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2

‘우주 패권’ 향해 달리는 중국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2028년에 시작해 7년간 우주정거장 운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사람을 태운 탐사선을 달에 보낼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제 달 연구기지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과학원 부원장 딩치뱌오의 호언장담이다. 미국과 ‘우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천문학적 투자와 인력 집중이 주목된다. 중국은 다가올 2050년엔 미국에 앞서는 우주 강국을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을 공공연히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1주일에 한 번씩 우주를 향해 위성을 발사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효율적인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천범성좌 계획’에 의하면 중국은 올해 108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다. 향후 2025년에는 648개, 2030년까지는 총 1만5000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G60 성좌계획으로도 지칭되는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광대역 네트워크 범위를 제공하고, 6G 연결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은 두 나라의 미래 경쟁력에 주목하는 여타 국가들의 주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태양과 지구의 상호 역학작용을 풀고, 외계 생물체 탐색에 나설 예정이다. 10년 안에 세계 최고의 우주 망원경을 궤도로 내보낼 것”이라는 중국의 발표는 당연지사 우주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을 긴장시킬 듯하다. 현재 미국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건, 해리스건 미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설 사람은 ‘누가 우주의 주인인가?’를 놓고 중국과 다퉈야 하는 숙제까지 안을 게 분명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21

반곡지가 아프다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경산시는 저수지 수가 전국에서 8번째로 많다. 300군데 이르는 저수지 가운데 1800년대 이전에 조성된 곳만 19곳이나 된다. 저수지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하여 자라 이름이 붙은 남산면의 자라지는 1725년 영조 2년에 조성된 못이다. 지금은 저수지로서 용도가 퇴색해 일부는 관광자원으로, 일부는 시민 산책로 등으로 활용되는 곳도 많다. 경산시에서도 역사와 문화, 경관 등이 뛰어난 저수지 10곳을 선정해 관광 명소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산면 소재 반곡지는 그중에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저수지다. 1903년 조성된 이곳에는 수백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왕버들이 저수지에 반영(反影)된 모습에서 시골의 정취와 삶의 여유로움을 느껴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봄에 피는 복사꽃 풍경 또한 환상적이다. 2011년 문체부가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행안부 선정의 우리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도 뽑혔다. 드라마 대왕의 꿈, 아랑 사또전과 영화 허삼관 등이 촬영된 곳이다. 대구를 찾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고픈 곳이다. 안타깝게도 반곡지 저수지에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 저수지 위에 떠있는 개구리밥으로 인해 왕버들의 반영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부영양화 현상은 생활하수나 농축산 폐수 등의 유기물질이 유입돼 일어난 수질 오염 상태다. 전국적 명소로 소문난 곳에 수질오염 문제가 생겼으니 당국에 대한 원망의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지역의 대표 명소에는 이름에 걸맞은 정성과 숨은 노력이 필요하다. 반곡지의 명예 회복을 서둘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20

삼성의 가을 야구

우정구 논설위원 가을 야구는 정규시즌이 끝난 후 진행되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개념이다. 정규시즌이 끝나는 시기가 9월 말에서 10월 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을 야구란 이름이 붙었다. 특히 가을 야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고 팀과 팬들로부터 성과를 평가받는 무대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마치 축구선수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처럼 선수들에겐 팬들의 이목을 모으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프로야구가 대중의 인기를 끄는 요소로는 몇 가지 있다. 팀의 연고지가 정해져 있고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팀이 분명하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거기에 구단의 팬 서비스와 응원문화가 팬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인기 이유다.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가을 야구는 정기시즌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초기화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적이면서 예측 불가능한 장면이 유독 가을 야구에서 자주 연출되는 이유다. 그만큼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많다는 뜻이다. 관중 또한 경기보는 재미가 크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통 명가이자 대구경북 연고팀인 삼성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승리로 이끄는 등 선전을 거듭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삼성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는 올해 30회 연속 매진 기록과 함께 전국 구장 최초로 시즌 100만명 관중 돌파를 기록했다. 요즘 대구시민에게 최고의 화제가 삼성 야구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집집마다 온통 삼성 야구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 대구시민이 야구로 이렇게 즐거워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한국시리즈를 향한 삼성의 질주에 팬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7

남북, 군사적 충돌은 없어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 사이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은 별개의 국가”라고 선언하며, 향후 평화와 공존을 위한 교류를 단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올 여름 북한은 남북을 오가는 기찻길인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틀어막았다. 그즈음 이른바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남쪽으로 날아왔고, 남한 역시 북쪽을 향해 고성능 스피커를 통한 비방 방송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지난 15일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모두가 보란듯 환한 대낮에 벌어진 행위였다. 그 과정이 가감 없이 TV 화면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지구 위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의 정치·군사적 갈등을 지켜보던 해외 언론은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다소나마 완화해주던 상징물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위기의 현실화를 우려한 것이다. 그보다 며칠 전엔 평양에 무인기가 나타나 김정은 일가를 비난하는 선전물을 살포했다며, 이런 상황이 재발될 시 군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북한의 경고가 있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보자면 말 그대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이다. 남북간 작은 오해가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전쟁 불사’를 이야기하지만, 최근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볼 때 어떻게든 극단적 무력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게 남한 국민 다수의 의견. 전쟁은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한 정신과 물질유산을 파괴하고, 어두운 공멸의 터널 속에 갇히는 일이다. 남한과 북한 지도자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16

슈퍼문과 낭만감

우정구 논설위원 보름달은 완전함, 풍요로움 그리고 목표의 완성을 나타내는 성취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17일은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슈퍼문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슈퍼문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뜨는 달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미니문 때보다 14% 정도 더 커 보인다고 한다. 달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설화를 안고 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는 중국 설화에 나오는 선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 설화가 전해져 온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에 대한 동경심과 신비로움이 나라마다 낭만이 있는 설화로 탄생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달은 지구를 도는 유일한 위성이다. 지구와의 거리는 38만km. 크기는 지구의 약 4분의 1 정도다. 인류의 달 탐사가 일찍 시작된 것도 지구와의 근접성 때문이다. 현재 달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5개국이다. 우리나라는 6∼7번째 달착륙 국가를 희망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12월 다누리호를 달 상공 100km 지점으로 쏘아 올려 현재는 달 주변의 변화를 관찰하는 수준에 있다. 정부는 2030년초 달 착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주진 중이다. 약 6000억원의 예산이 든다고 한다. 달 착륙 등 달에 대한 과학적 탐사의 진행으로 일반 시민들 사이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낭만적 정취가 많이 반감된 분위기다. 이번 17일에도 과학원 등은 슈퍼문이 뜨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송출한다고 한다. 과학적 관찰이 달의 신비로움을 벗겨 내면서 문화적 관습으로 이어져 오던 달과 함께 느꼈던 낭만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5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인간적 태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1964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를 지목한다. 노벨문학상이 가지는 위상이 지금보다 높을 때였다. 수상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영광으로까지 여겨지던 시절. 헌데,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사르트르가 스웨덴 한림원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그만 섬에서 살아왔을 뿐이다. 그게 상을 받을 일은 아니며,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의 가치를 판정하는 것 또한 아니다.’ 60년 전 사르트르의 태도는 소설가와 시인을 포함한 전 세계 작가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을 받으려고 작품을 쓰는 소설가와 시인은 세상에 없다. 문학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우주이고, 숭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므로. 만약 상에 욕심내는 작가가 있다면 그는 재론의 여지없는 삼류인간일 터.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의 가치를 판정하는 건 아니다”라는 언술은 수학 문제처럼 명료한 답이 없는 문학에 몸을 던진 이들의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를 추동한다. 사실 소설은 노벨문학상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고, 노벨문학상이 사라진다 해도 존재할 것이 자명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에게 중요한 건 ‘상’이 아니라 지향해온 문학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수상 축하잔치를 벌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강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문학적으로 위무하며 주목받은 작가다. 그가 보여주는 ‘인간적 태도’가 노벨문학상 수상보다 더 귀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14

독서의 계절

우정구 논설위원 사람들은 가을을 왜 독서의 계절이라 할까.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당나라 학자 한유가 아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며 지은 시에 나오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사자성어다. “가을은 서늘하고 심신이 상쾌하여 등불 앞에서 글 읽기 좋은 계절”이란 뜻의 등화가친은 시대가 흘러 어느덧 가을을 대표하는 표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한 신문사가 1920년대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표현한 것이 시초라 한다. 그밖에도 가을이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 사람이 고독감에 빠지고 사색에 잠기게 된다고 해 독서의 계절로 불렀다는 말도 있다. 독서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사고력, 상상력, 문제 해결력을 향상시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좋은 지혜를 준다. ‘나니아 연대기’ 소설가인 영국의 루이스는 ‘책 읽는 삶’에서 “독서는 내가 사는 세계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즐거운 독서는 운동만큼 건강에 유익하다”라고 했다. 사람이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해지는 것처럼 독서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을 발달시켜 준다.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안목과 지혜를 가르쳐 주며 무엇보다 사람다운 인간성을 갖게 한다. 책읽는 사람이 많아야 나라와 국민이 똑똑해진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3%.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는 통계다. 우울해지는 독서의 계절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낭보가 그것이다. 작가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책 읽는 국민이 많아지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3

가을 축제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가을이 봄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화려하지 않지만 맑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의 상쾌함에 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을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청명하고 파란 하늘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계절의 변화가 주는 또 다른 행복감이다. 특히 가을은 하늘이 높고 곡식이 익어가는 풍요를 상징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여기에 전국 곳곳이 축제로 가득하니 가을을 우리가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으랴. 지금 대구와 경북도 가을 축제로 한창이다. 지난달 안동에서 열린 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아올 만큼 대성황을 이뤘다. 세계 무대에 나서도 조금도 손색없는 명품축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대가야의 본고장인 고령에서는 문화유산 야행이란 이색 축제가 열렸고, 구미에서는 푸드페스티벌에 수만명 인파가 몰려 먹거리와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 상주의 모자축제도 무난히 성료했다. 이번 주에는 경주신라문화제와 영주 풍기인삼축제, 청도 반시축제가 열린다. 그밖에도 문경사과축제와 경산대추축제 등 각종 지방축제들이 줄줄이 준비돼 있어 이름 그대로 축제 풍년이다. 축제는 본래 신에게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지역민 모두가 즐기는 문화축제로 승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을 알리고 주민의 소통 수단이 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아져 주목을 받는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모두가 축제 속으로 한 번쯤 빠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10

‘모시는 날’이 아직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최하위직 공무원인 9급 직원의 하소연이 눈물겹다. 이런 내용이다. “나는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을 500만원 받는 부서장들이 200만원으로 연명하는 청년 공무원의 돈으로 점심을 먹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본인 몫의 식사비라도 자신이 부담했으면 좋겠다.” ‘모시는 날’이란 해괴한 관행이 여전히 한국 공무원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언필칭 ‘모시는 날’이 되면 하위직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쌈짓돈을 털어 국장과 과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밥을 산다고 한다. 2024년 오늘.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촌지’를 받아 흥청망청 술 마시고, 생활비에 보태던 공무원들의 불법은 눈에 띄게 사라졌다. 한국사회가 합리적이고 청렴하게 바뀌어간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하 직원의 옆구리를 찔러 밥과 술을 얻어먹는 몰염치한 공무원이 있다는 건 사람들의 놀라움을 넘어 분노까지 부른다. 국회의원 위성곤이 최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공무원의 75.7%가 ‘모시는 날’에 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한 이들도 44%에 이른다고 한다. 혀를 찰 일이 아닌가. 시대가 바뀌었고, 그 시대 속을 사는 세대도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화했다. 그러니, 설문조사에 응한 공무원의 84%가 ‘모시는 날’을 “시대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관행”이라 답하는 건 당연하다. 21세기임에도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 살고 있는 철밥통 공무원들의 공짜 좋아하는 좀스러운 관행은 대체 언제가 돼야 끝이 나려는지. 측은하고 딱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09

한국 비빔밥의 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볶은 고기를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더해 고추장에 비벼 먹는 한국 전통음식 비빔밥은 인기 좋은 ‘K-푸드’ 중 하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맛에 매료당한 경우가 흔하다. 팝가수 마이클 잭슨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지 비빔밥만을 기내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뚝딱뚝딱 비빔밥을 만들고, 그걸 맛있게 먹는 백인이나 흑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옛날 궁중에선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 칭했다. 이를 볼 때 비빔밥의 역사는 근대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탄수화물과 채소에 함유된 비타민, 고기의 단백질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비빔밥은 현대인의 건강식이기도 하다. 비빔밥은 전라북도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고, ‘비빔밥 맛집’이 다수 있는 도시 또한 전주다. 최근 전주에서 시민과 관광객들 1963명이 함께 밥과 채소를 비비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참여한 인원이 많고, 만들어진 비빔밥의 분량 역시 어마어마했기에 한국기록원(KRI)은 이를 비빔밥 관련 한국 기록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로써 전주는 다시 한 번 ‘비빔밥의 본산(本山)’임을 내외에 알렸다. 비단 전주뿐일까? 그렇지 않다. 경북 역시 비빔밥을 좋아하고 잘 만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선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밥의 간을 조절해 먹는다. 제사에 사용된 나물로 만든 비빔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Soul Food)’로도 불린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재료들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미의 요리가 되는 비빔밥은 화합의 은유로 사용되기도 하니 여러모로 기특한 음식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10-07

봉화 농약사건이 남긴 씁쓸함

우정구 논설위원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농약음독사건은 숨진 80대 할머니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건 발생 77일 만에 수사는 종결되었으나 커피에 농약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노린 범죄가 한 마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같은 동네 이웃으로 평소에 잘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란 점에서 지역사회에 던진 자성의 목소리도 컸다. 봉화 농약사건과 유사한 범죄는 과거에도 농촌지역 곳곳에서 간간이 발생했다. 2015년 경북 상주에서는 농약 넣은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2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함께 마신 4명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마을 전체가 이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80대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다음해인 2016년에는 청송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2명이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시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던 70대 노인이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어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마을은 불안감과 불신감으로 뒤숭숭해졌다. 봉화 농약사고도 종결은 됐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 식구처럼 지내던 이웃에 대한 실망감과 불안감이 마을 주민에게 안겨줄 정신적 트라우마가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발생하는 농촌에서의 노노(老老) 갈등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졌는지 자성할 사건이다. 주민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쓰다듬을 당국의 대책부터 먼저 나와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03

자주국방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5 미사일의 별명은 괴물 미사일이다. 북한의 지하 벙커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의 미사일로 알려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단 고체 추진 로켓에 탄두 중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8t이다. 폭발력은 11t에 이른다.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력의 위력이 15t인 것과 비교하면 현무-5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의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 자산으로 삼고 있는 무기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것으로 알려진 벙커버스터와 현무-5는 동종의 무기이다. 하지만 이보다 위력이 훨씬 센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전투기에 탑재된 벙커버스터는 18m 지하에 있던 나스랄라를 피할 틈도 없이 암살했다. 현무-5는 지하 100m 이상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 있으며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에 견줄만 하다는 평가까지 한다. 작년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발사한 바 있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10 이상이다. 기존 미사일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미·중·소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안보 보전을 위해 신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다. 이스라엘과 범 이란 세력간에 벌이는 전쟁은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우려도 높다. 국가 안위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대다. 국군의 날을 맞아 우리 군이 선보이는 국방력에 국민의 눈이 쏠리는 것은 자주국방에 대한 믿음이 필요해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10-01

포퓰리즘에 갇힌 군수 선거

우정구 논설위원 정치가 경제를 망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공약한 선심성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허다하다. 유권자의 선택에 국가의 흥망이 갈릴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가 유능한 정치인을 뽑아야 할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라고 말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이 구호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얘기가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현대사에 등장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의 공통점이 경제 침체기와 재임 기간이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경제가 잘 돌아가면 정치도 문제가 될게 별로 없다. 대중영합주의로 통하는 포퓰리즘도 따져보면 유권자를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정치다. 그것이 경제적 순리에 부응하지 않고 빚을 내거나 무리한 재정을 동원함으로써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이 문제다. 다음 달 실시될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의 기초단체장 재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간 경쟁을 벌이면서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두 당은 자당 후보가 군수로 당선되면 군민 모두에게 100만원이 넘는 기본소득 지급을 약속했다. 두 지역은 알다시피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하위권에 속하는 곳이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체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줄 형편이다. 19세기 초 태동한 포퓰리즘으로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역사가 입증한다. 포퓰리즘 경쟁의 끝은 국가경제 몰락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정치는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9

기후 위기와 지각 단풍

우정구 논설위원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는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분해해 체내에 보관한다. 물과 영양소를 체내로 흡수하면서 다가올 월동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대신에 물이 공급되지 않는 잎에는 남아 있던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가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때 붉게 혹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이 단풍이다.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던 무더위로 올해는 단풍이 물드는 시기도 작년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다는 소식이다. 산림청은 올가을 단풍은 10월 말이 절정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설악산 10월 22일, 지리산과 팔공산 10월 25일, 내장산 10월 27일, 한라산 11월 6일 등이 절정기다. 산 전체를 기준으로 나뭇잎의 20% 가량이 단풍으로 물들면 단풍의 시작 시기로 본다. 80% 이상이 물들면 절정기라 부른다. 단풍은 기온변화에 민감해 통상 기온이 1도 오르면 단풍나무는 4일, 은행나무는 5.7일씩 물드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도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1990년대와 비교하면 지리산은 5일, 월악산은 2일 정도가 늦어졌다고 한다. 특히 폭우와 같은 극한기후 변화가 잦으면 단풍은 제 색깔을 가지기 힘들어진다. 급변하는 날씨로 단풍이 곱게 물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일종의 생태계 파괴 현상이다. 가을철 불타는 산을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부른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시시각각 인류를 위협하는 속에서 지각 단풍에서도 기후 위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6

밥 딜런을 떠올리는 가을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끝이 보이지 않던 지긋지긋한 폭염이 마침내 꼬리를 감추며 사라졌다. 아침저녁으론 서늘한 공기가 창밖을 서성인다. 이불을 끌어당겨 덮게 되는 새벽이 오고 있다.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여름은 가고, 가을이 목전에서 서성인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지난 2016년. 미국의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학술원이 “밥 딜런은 밀턴과 블레이크로 이어지는 영어권 문학 전통 속에 우뚝 자리한 위대한 시인”이라고 상찬하자 당장 반발이 일었다. “인류 보편이 인정할 수 있는 미학적 성취를 이룬 시인과 소설가가 적지 않은데, 무슨 딴따라 가수에게 노벨문학상을 준단 말이냐”가 반발하고 비난하는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천만에. 밥 딜런의 노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의 가사를 음미해보자. ‘얼마나 자주 올려다봐야/진정한 하늘을 볼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이웃의 울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비극의 끝이 모습을 드러낼까…’ 선명한 메시지와 명쾌한 은유를 보자면 밥 딜런이 만든 노랫말은 이미 시원찮은 시(詩)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는 시인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밥 딜런은 어떻게 ‘시인의 마음’과 ‘시인의 태도’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직접 묻지 않아도 돌아올 답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 다독(多讀)은 그게 시건 가사건 좋은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도 밥 딜런처럼 독서하는 가을을 살아보자.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25

특권폐지 운동의 선봉자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정치가 국민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 이론을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민 눈에 비치는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라고는 정쟁과 몸싸움, 방탄, 가짜뉴스 양산, 혈세낭비 등등 뿐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줄이자는 데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4월 16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 3명의 공동대표는 특권폐지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고위공직자의 전관 예우 등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에게 부여된 200가지의 특권 폐지를 목표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한국의 정치는 특권집단화와 양극화의 심화로 국민 상호간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히고 “정치가 국민의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특혜와 특권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권 폐지의 방안으로 국회의원의 월급을 근로자 월평균 임금으로 줄이며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 등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국민의 여론 지지만큼 특권폐지 운동이 활활 불붙진 않았으나 지금도 특권 폐지 정신을 지지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특권이란 나만 누리라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라고 준 권한이다. 그 권한 뒤에는 국민의 혈세와 희생이 있는 것이다. 재야 시민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장기표 대표가 별세했으나 그가 말년에 힘을 쏟아부은 특권폐지운동의 정신은 그의 사후에도 지속 이어져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4

멀리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정치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정치 실망의 시대’를 넘어 ‘정치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2024년 가을의 초입이다. 여당과 야당의 화합과 협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국회의원과 장관이 마주 서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저 멀리 자취를 감춘다. 오직 서로에 대한 비난과 상대방을 향한 질타와 질책만이 신문과 방송의 정치 관련 뉴스 헤드라인에 횡행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와 대정부질문을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도 이 상황이 개선되거나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는 건 더 큰 문제다. ‘논어’ 자로편(子路篇)을 펼친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섭공문정 자왈 근자열 원자래(葉公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2500년 전 공자는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 앞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자신 가까이 있는 이들에겐 기쁨을 주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곁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기쁨을 선물하고, 멀리서 찾아가 들어볼 만한 고담준론을 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 지금 우리 곁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너나없이 참혹한 심경이 된다. 공자가 살아온다면 끌탕할 일이다. 정치에서 희망이 사라진 시대임을 알기에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근자열 원자래’ 같은 현자(賢者)의 정치철학을 가지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틀 안에서 자기편만을 보고 정치하지는 말라는 것, 한 번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 그게 멀리 있는 사람을 모이게 하는 정치가 될 것이니. 이 정도 부탁도 들어주기 어렵다면 정말 심각한 일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4-09-23

지방과 서울의 집값 희비 쌍곡선

우정구 논설위원 9월 중 대구지역의 아파트값이 44주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9월 셋째 주 대구지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8%가 떨어졌으며 하락 폭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서울의 아파트값은 0.16%가 올랐다. 2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지역도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 받아 지속 상승세에 있다. 특히 수도권 1기 신도시 지역인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등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분당지역의 한 아파트는 지난 4월에 비해 3억원이 올라 거래됐다는 뉴스도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턴가 서울의 똘똘한 집 한 채가 부동산 투자대상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국토면적 세계 108위 좁은 나라에서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이처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금 서울은 아파트는 물론 빌딩, 상가 등 닥치는대로 부동산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입자 40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이 서울 외 지역 거주자로 밝혀졌다. 반면에 대구지역은 1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와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 미분양 물량이 겹쳐 집값이 몇 년째 내리막길이다. 중개업소 등 관련 산업계가 벼랑 끝에 몰려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어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그런데도 서울 집값 잡는다고 지방까지 규제로 붙잡고 있으니 집 안팔려 이사도 못하는 지방사람들은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지방은 안중에 없는 정부 정책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실망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