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영국대사관 콜린 크룩스 대사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3일 안동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았다. 안동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명예시민증을 받은 크룩스 대사는 평소에도 자신을 안동의 사위라고 자주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안동 명예시민증을 받게 된 배경에는 그의 특이한 안동과의 인연이 숨어있다. 부인이 안동 출신이어서 그가 안동의 사위라고 한 말이 그냥 한 말은 아니다.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영국 최고의 지한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그는 2018~2021년까지 주북한 영국대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과거 알랙산드르 러시아 대사가 한국과 북한대사를 모두 지낸 적이 있으나 우리나라 주재 현직 대사 중 한국과 북한 양쪽의 대사를 경험한 대사로는 크룩스 대사가 유일하다.
안동과의 또 다른 인연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한국 방문에서 시작된다. 1999년 여왕의 한국 방문이 결정되자 그는 서울의 북촌이나 한옥마을 등을 방문할 곳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왕이 “거리가 멀더라도 가장 한국적인 곳을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해옴에 따라 안동 하회마을을 최종 방문지로 선정하게 된 것이라 한다.
그는 당시 주한 영국대사 1등 서기관으로 있으면서 안동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여왕의 안동 방문 전반을 기획하고 총괄한 인물이다. 때마침 여왕의 73세 생일이 방문일과 겹치면서 여왕의 안동 방문은 더 뜻깊은 날로 기억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영국이 수교를 시작한 것은 1883년의 일이다. 현직 영국대사를 안동의 명예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이번 행사는 안동과 영국 간의 거리를 좁히는 의미와 더불어 한영수교의 의미도 더 깊게 한 이벤트였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