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어려운 시대다. 대학을 졸업하고, 검증된 영어 실력을 갖추고, 거기에 학점까지 높아도 일자리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가장 큰 희망 가운데 하나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학교 다닐 땐 전공과 외국어 공부에 매달리고, 졸업 이전에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인턴활동과 사회봉사에도 열심이다. 그래도 취직은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면? 이건 ‘공정의 붕괴’라 불러 마땅한 심각한 문제다.
지난 9일 이와 관련된 사안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언급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최근 노동조합원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부여하자는 것과 관련된 논란을 보도를 통해 봤다”며 “취업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필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KG모빌리티 노동조합이 퇴직 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고, 회사가 이를 추진하다가 논란 끝에 재검토한다는 뉴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봉건시대엔 아버지가 높은 벼슬에 있으면 그의 자녀를 선발과정 생략하고 관리로 발탁해 쓰는 제도가 실재했다. 세칭 음서(蔭敍)다. 능력과 무관하게 부모가 가진 지위나 권력에 의해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이 제도는 불합리성 탓에 오래전 폐지됐다.
혈통에 의해 결정되는 신분제가 사라진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음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 자식에게 일자리를 대물림하겠다는 노조는 대체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건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