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6월 중순에 들어섰을 뿐이지만,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끔찍했던 폭염과 게릴라성 폭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2024년 더위는 무시무시했다. 올해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초여름. 후텁지근한 도시를 벗어나 그늘 드리운 산과 시원한 바람을 만나러 교외를 향했다.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진 시골 풍경이 자연스럽게 많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백석 시인의 시 한 편을 떠올리게 했다. ‘하답’(夏沓)이다.
‘짝새가 발부리에서 날은 논두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워먹었다/게구멍을 쑤시다 물큰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가웠다/돌다리에 앉아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논두렁과 개울에서 헤엄치고 뛰노는 모습을 정겨운 풍경화처럼 노래한 시. 인간에게 과거란 대부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백석은 1950년 이전에 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시인이다. 그러니, 이 시는 아마도 1930~1940년대쯤 쓰인 것일 터. 그로부터 100년이 채 못 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경상북도 어떤 시골마을에 가도 아이들을 보는 게 쉽지 않아졌다. 백발의 노인들만이 마을 입구 당산나무처럼 쓸쓸한 표정으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비단 경북만이 아니다.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도와 강원도의 대부분 농촌이 대동소이한 풍경이 돼버렸다. 사람은 줄고 빈집은 늘어간다.
어떤 특단의 처방을 써야 초여름 더위에 윗옷을 벗고 깔깔대며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뾰족한 방법이 없을 듯해 더 서글프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